성탄 전날 참사 막은 집배원…우편배달 중 화재 진압

ㅇㅇ2021.0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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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세대 주택서 검은 연기 발견하고 쫓아가 주민 대피


"영원히 못 잊을 크리스마스 이브죠."

서울 마포구의 다세대주택 건물주 박모(47)씨는 작년 크리스마스 전날을 떠올리면 그저 고마운 마음뿐이다. 자칫 큰불로 번질 뻔한 화재를 마포우체국 양현석(43) 집배원 덕분에 초기에 진화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12일 연합뉴스 취재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4일 오후 2시43분께 마포구의 4층짜리 다세대주택 건물 3층에서 불이 났다. 3층에 있는 집 중 1곳에서 화장실 천장 환풍기 과열로 생긴 불씨가 화장실 바닥으로 떨어져 불길이 번졌다.

당시 인근에서 배달업무를 하던 양 집배원은 매캐한 냄새를 맡고 창문 사이로 새어 나오는 검은 연기를 목격했다. 그는 바로 불이 났음을 직감하고 건물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마침 건물 안에서 계단을 청소하던 건물주 박씨와 마주친 양 집배원은 "불이 난 것 같다"고 말한 뒤 1층에 비치된 소화기를 들고 3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그는 불이 난 것으로 추정되는 호실로 가 문을 두드렸다. 혹시 사람이 안에 있을까 싶어 계속해서 문을 두드린 끝에 화장실에서 불이 난 줄 모르고 방 안에 있던 20대 2명을 건물 밖으로 대피시킬 수 있었다.

양 집배원은 화장실 바닥에 번지고 있던 불을 소화기로 끈 뒤 배달업무를 계속하러 떠났다. 빠른 초기대응 덕에 소방대원들이 도착했을 때는 이미 불은 진화된 상황이었다고 한다.

양 집배원은 "보일러에서 불이 나는 건가 싶어 폭발이라도 하면 어쩌나 두렵기도 하고, 아내와 자식이 생각나 망설여진 것도 사실이지만 불을 보고도 지나칠 수 없었다"며 "젊은이 2명을 구할 수 있어서 오히려 감사했다"고 말했다.

그는 과거 모친이 살던 아파트에서 불이 났을 때도 집마다 문을 두드리며 주민들을 대피시킨 경험이 있다고 전했다. 이번에도 냄새를 맡자마자 당시의 연기 냄새가 떠올라 화재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는 것.

양 집배원은 "우체국 집배원들은 한 동네에서 오래 배달업무를 해 주민들이 안전할 수 있도록 도우려는 사명감도 있다"며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양 집배원의 이 같은 선행은 박씨가 우정사업본부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감사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박씨는 "화재를 처음 겪어 우왕좌왕하던 중 집배원님이 모두 대피시키고 침착하게 불을 꺼줬다"며 "자칫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뻔했는데 정말 다행"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