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 하이틴 절망편 썰 푼다

쓰니2021.02.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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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기니까 정말 긴 글을 못 읽겠어!!! 하는 사람들은 대충 빨간 글씨 있는 문단 훑고 내려가면 될 것 같아. 기니까 편의상 반말로 할게.

하이틴 영화 절망편이긴 한데... 나는 영어권 국가에 유학와서 살고 있어. 어떤 국가라고 정확히 말하진 않을게. 여학교에 다니고 있고, 외국인이니까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어. 기숙사는 현지인과 외국인 비율이 1:1 정도 돼. 재밌어 보이지? 나도 작년에 이 일 일어나기 전까지는 학교에서 이런 재미를 느낄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었어.

나랑 친했던 친구를 A, 내가 좀 어려워했고 거리 뒀던 친구를 B라고 할게. 주말 밤이었고, 나는 친구들이랑 시간을 보내는 중이었지. 근데 B가 갑자기 우리가 놀고 있던 방에 들어와서 자기도 껴도 되냐고 했어. 걔가 우리랑 트러블이 있던 것도 아니고, 딱히 아니라고 할 이유도 없으니 된다고 했어. 걔는 이미 알딸딸한 상태였고. 걔는 나랑 내 친구들을 자기 방으로 불렀고, A를 제외한 다른 친구들은 상황이 불편하기도 해서 나갔어. 그렇게 나, A, B 이렇게 셋만 남았지. 처음에는 되게 평범했어. 그냥 술도 조금 마시고, 춤 추고(나는 몸치라서 그냥 꿀렁대기만 했어ㅠ), 얘기하고 그랬지. 그런데 뭐 어떻게 됐는지 A하고 내가 B랑 키스를 했어. 사심 없이. 나는 화장실 핑계 대면서 나가려고 했는데 어쩌다가 하게 됐고... 사실 놀라서 눈도 동그랗게 뜬 채로 그냥 입만 벌리고 있었어 ㅋㅋㅋ 그런데 B가 조금 많이 취한 거야. 나도 그렇고 A도 그렇게 걔 말을 못 알아들었어. 그러니까 뭐라고 해야 하지, 말에 개연성이 없어서 그런 거지. 그러다가 A가 도망을 쳤고, B는 맑은 정신이 아니니까 걔가 뭘 잘못한 줄 알고 걔를 찾으러 다녔어. 나는 B가 한 한 마디에 살짝 겁을 먹어서(대충 A를 보면 침대에 있으라고 했는데 말만 들으면 무섭잖아...?) A를 최대한 숨겨줬어.

문제는 월요일부터 시작됐는데, 갑자기 공강이 끝날 무렵, A가 나한테 완전 빡친 표정으로 물었어: "너 OO한테 그거 말했어?" OO이라는 애는 내가 당시 좋아하던 애였고. 나는 솔직히 걔가 나 한 번 속여 보려고 없던 일 만들어내는 줄 알았어. 내가 좋아하는 애한테 딴 애랑 키스했다고 말하는 건 일단 상식적으로 득이 없는, 조금 이상한 일이잖아. 심지어 우리는 thank you. no problem. 정도만 주고받는 친구도 아닌 사이였단 말이야.(좀 멍청하게 들리긴 하는데 난 걔가 그렇게 빡친 표정으로 미안하지도 않냐고 처음 물었을 때, 친구한테 마니또가 걔라고 밝힌 거에 화가 난 줄 알고 "엥? 마니또?" 이렇게 물었어 ㅋㅋㅋㅋ 사실 그 친구는 이미 A가 자기 마니똔 거 알고 있었고, 물론 내 잘못이긴 하지만 맞는지 물어서 맞다고 했던 거야) 뭐 어쨌든, 나는 내가 한 일이 아니고 뭔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감도 안 잡혀서 그냥 ??? 상태로 있었지. 그러니까 A가 "그래? 그럼 평생 그렇게 살아." 이러고 가버리는 거야 ㅋㅋㅋㅋㅋ 나는 나대로 어이가 털려서 걔랑 얘기를 하려고 했는데, 그냥 쌩무시를 하거나, "나 그런 거 안 해." 식으로 얘기를 해도 "근데 했잖아." 이렇게 대답을 하는 거야. 처음에는 그냥 거슬렸는데, 나중에는 화를 주체하지 못할 정도로 빡치더라.

방과후 운동도 할 기분이 안 돼서 그냥 기숙사로 왔는데, 당연히 A하고 B가 내 방으로 찾아왔지. 그렇게 말싸움을 좀 했는데, 생각해 보자. A하고 B도 내가 소문을 퍼뜨린 거라고 생각했기에 화가 나긴 했을 거야. B는 심지어 학교에서 꽤 유명한 애라서 이미지에 타격도 갔을 거고. 근데 나는? 나도 억울한 구석이 있어. 쓸데없이 누명을 쓰고, 계속 같이 살다시피 한 친구는 (마니또 일로 불신이 시작됐겠지만) 나는 비밀을 못 지키고 입만 나불댄다, 저거 완전 거짓말만 늘어놓는 년이다. 이런 말만 하고. 물론 누명 쓴 거 억울하지만 나랑 계속 지내온 친구라는 애가 내가 어떤 애인지도 잘 모르고 도리어 같이 덮어씌우는 모습에 상처를 받았어. 그래서 B가 날 의심하는 거에 상처를 받진 않았고.
나는 A가 괜찮은 구석이 있다고는 생각해. 그게 거짓된 모습인지 참된 모습인지 아직 잘 모르겠지만. 이 일이 일어나기 전부터 몇몇 친구가 이 친구한테 고쳤으면 좋겠다고 얘기하고, 나도 생각한 거지만, 이 아이는 살짝 manipulative? 사람을 조종하는? 그런 구석이 있어. 물론 사회에 나가서는 괜찮은 특성이라고 생각해. 그런데 친구들한테 그러는 건 좀 아니잖아. 나는 걔가 OO한테 내가 소문을 퍼뜨린 게 맞는지 묻고, 걔가 그렇다고 얘기했다고 했다고 들었을 때, 그제서야 뭔가 이상함을 눈치챘어. 그래서 나는 내가 좋아하는 애한테 그 소문이 사실임을 밝히고, 내가 혹시 뭔가 이야기를 꺼낸 게 있는지 물어봐야 했지. 그리고 OO가 그저께 A도 똑같은 질문을 했고, 아니라는 대답을 줬음을 확인받았어. 이런 질문을 다시는 안 하면 좋겠다는 말도 같이 들었고, 되게 부끄러웠어.
참 웃기지 않아? 질문은 똑같은데, 입에서 나오는 답이 다른 게? 며칠 후, 걔가 갑자기 얘기를 해야 한다며 나를 불렀어. 사실상 불공평했지. 나는 나 혼자고, A는 친구들, 몇 명이지? 뭐가 됐든 앞뒤 다른 말로 거의 세뇌가 된 5명 이상을 불러모았으니까. 내가 뭔 말만 하려고 하면, 그게 요점이 아니라고 미꾸라지처럼 빠져나가고, 뭐가 됐든 내 잘못이라고 말 돌리고. "그냥 미안하다고 하면 끝나잖아." "그래서, 그 말은 너는 B를 의심했다는 소리다? 아니야? 그러면, 네 다른 친구 중 하나를 의심했다는 소리지?" 이건 대화가 아니잖아. 그냥 마녀사냥이지. 내가 결국에는 A랑 그 친구들이랑 좋게좋게 끝내려고 사과를 했어. B한테는 소문에 관련해서 잘못한 건 전혀 없지만 상황 자체가 조금 유감스럽기도 했고. 그런데 또 불공평한 게 뭔지 알아? A는 내가 "친한 친구 두 명한테 대충 얘기했다는 이유"로 사과하라고 했어. 그런데 걔도 자기 친구들한테, 심지어 주말 밤에, 얘기를 한 상태였다? 어차피 내가 입 아프게 말해봤자, 변명만 할 게 뻔하기에 그냥 말았어.

상황이 이 정도였다면 내가 절망편이라고 하진 않았겠지...? B는 학교에서 이름 좀 날리는 애고, 사람들이 그런 애들 일이면 더 쑥덕대잖아. 어느 순간 나는 학교에서 공부 잘하는 아시안에서 쓰레기새끼로 전락했더라. 애들 반 이상이 내 바로 앞에서 이 일에 관련해서 쑥덕댔어. 날 쳐다보면서 귓속말부터, 아예 대놓고 까기까지. 애들이 흥미를 금방 잃을 거라 생각하고 아무런 대응도 안 했어. 그런데 세 달이 넘게 애들이 이걸 얘기하니까, 조금 거슬리기 시작했어. 여학교 기숙사에서 세 명이서 키스를 하고, 소문은 __까지 했다고 났더라. 그리고 그걸 내가 좋아하는 애한테 센 척하려고 퍼뜨렸다. 되게 술안주로 좋은 가십거리잖아.

그리고, 흡사 청문회를 할 때 내가 "OO한테 확인해 봤더니 내가 말한 거 아니라잖아."라고 말했어. 그러니까 갑자기 걔가 "나도 알아! 알고 있었어! 그런데 요점은 그게 아니잖아!"... 이러는 거야. 나는 A가 그렇게 말을 바꾸는데, 그 아이를 믿어주는 친구들이 이해가 안 가기도 하고, 동시에 A 무리랑 어차피 더 이상 가깝지는 않지만, 아예 손절을 쳐야 한다고 깨달았지.

그리고, 일이 생겼어. 어쩌면 지금 내가 와다다 내뱉은 말들보다 더 곤욕스러울 수 있는 일이. 그렇게 한바탕 싸우고 난 며칠 후, 자꾸 B 생각이 났어. 내가 하고 싶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어떤 게 나한테 걔를 계속 생각하도록 만들고 있는 느낌이었어. 부정하고 싶었지만(같은 여자라서가 아니라, 걔 얼굴을 보면 키스한 생각이 계속 나서 부끄러웠거든), 부정할 걸 부정해야지. B가 좋아서 미쳐버릴 것 같았어. 어떻게 보면 굉장히 자기파괴적인 행위야. 자신한테 부정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을 확률이 높은 아이를 좋아하고, 그것에 맞춰나가기 위해 몸을 망치는 거. 나 같은 경우는 (난 성인이야!) 흡연을 시작했어. 흡연을 좋아하는 건 아니었지만, 심지어 난 천식이 있지만. 걔랑 10분이라도 같이 있을 구실을 만들고 싶었어.

그런데, 그거 알아? A무리가 눈치챘어. A가 나한테 계단에서 물어보더라. 사실이냐고. 긍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았어. 그냥 "OO가 나아..." 이렇게 대답했지. 그러더니 대답을 듣자마자 걔가 누구한테 메시지를 보내는데, 나는 보지도 않는데 갑자기 보지 말라고 하고 폰을 가리는 거야. 내가 과민한 걸수도 있지만, 그 대답을 그대로 B한테 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나중에는 그냥 걔 방 바로 옆에서 크게 얘기하더라. "어서 여기 바로 첫번째 방에 가서 얘기해, B한테 가서 얘기하라고." 부정적인 투는 아니었지만, 기숙사가 방음이 정말 안 되서 그 정도 소리로 얘기하면 다 들리는 거 우리는 다 알거든.

물론 짝사랑 같은 거, 상대방이 보통 다 눈치채긴 하잖아. 사실 누가누가 더 모른 척하나 대결하는 거지. B랑 나도 마찬가지야. 걔도 그냥 눈치 빠르게 알아냈든가, 누가 말하는 걸 들었든가, 어떻게든 알 확률이 높지. 더군다나 락다운이라서 기숙사에 갇힌 상황에서는 더. 앞이 스펙타클해서 조금 허무하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원래 영화 끝은 클라이맥스만큼 박진감이 있진 않잖아. B랑 나는 그냥그냥 지내고 있어. 밤과 새벽의 경계, 그쯤이 되면 아무도 쓰지 않는 샤워실에서 서로 담뱃불을 나누면서 학교 얘기도 하고, 복도에서 마주치면 대충 인사라도 하고, 뭐 그렇게. 반면, A무리랑은 손절을 쳤어. 처음에는 놀 때 부르더니, 내가 그냥 안 나가고 방에 처박혀 있으니까 이제 궁금해하지도 않더라. 아, 그쪽에서 한 명이랑은 아직 친해. 마음도 잘 맞고 해서. 그리고 나도 누가 그런 헛소문을 퍼뜨렸는지 궁금해. 아직 졸업까지는 조금 남았으니, 만약 안 궁금해해도 뭔 일이 생기면 내 일기장으로 쓸 겸 업데이트 할게.



밑에서부터는 그냥 B 덕질 좀 할게. 어쩌면 이게 더 하이틴 같을 수도 있고...
1. 유명한 사립학교에 딸린 기숙산데도 샤워실 문이 가끔 안 열려 ㅋㅋㅋㅋㅋㅋ 그러니까 밖에서는 발로 차서 열 수 있는데, 샤워실 안에서 문이 안 열려. 난 진짜 이거 열려고 별 ㅈㄹ 다 하다가 브래지어 부순 적도 있어. 어떤 날에 샤워하고 문이 너무 안 열리는 거야. 그래서 그냥 큰 타월로 몸 둘둘 두르고 옆에 샤워 마친 것 같은 애한테 문 좀 열어달라고 했어. 되게 건조한 "응"이 들리는 거야. 목소리 듣자마자 알았어. B구나. 걔가 발로 차서 열어줬는데, 고개 돌리면서 씩 웃는 게 살짝 보였어. 기숙사 안에서는 웃는 모습을 잘 보이지 않는 애라서 신기하기도 했고, 아무리 봐도 너무 예뻐서 괜히 심장 떨리기도 했고!
2. 너희들 혹시 자연 백금발인 사람 본 적 있어? 금발, 적발 인구 비율이 높은 나라들에 살았는데도 나는 자연 백금발인 애는 아직까지 B밖에 본 적이 없어. 나는 솔직히 얘가 셀프탈색 장인인 줄 알았어.
3. 백금발에 이목구비까지 날카로워서 그런가, 차가운 느낌이 강해(해리포터에 나오는 말포이 아빠! 그런 분위기야) 그런데 너희들도 그거 알잖아. 차갑고 귀족같은 애가 가끔 덤앤더머처럼 행동할 때가 매력적인 거. 은근 같이 있으면 풀어진 모습을 보게 되는데, 뭔가 새로운 모습 같아서 귀여울 때가 많아.
4. 하이틴 영화에서 학교에서 잘 나가는 사람(여자) 생각하면 치어리더 이미지가 바로 떠오르지? 물론 내가 사는 나라는 그런 문화가 없긴 한데... 다들 얘 보면 "와, 미국 가면 치어리더 하고 있겠네"라고 하더라. 오히려 얘는 옛날부터 운동을 했고, 방과후 운동 팀 활동 중 두 개를 나랑 같이 했어. 난 B랑 얘기하기 전까지 날 싫어하는 줄 알아서... 무서워서 딱 한 번 얘기해 봤지만. 얘가 나 공 진짜 잘 막는대.
5. A는 아직도 B랑 내가 어떻게 무던하게 잘 지내는지 물어봐. 안 얘기할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