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곤 밀리는 차들로 인해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데도 한참, 들어가서 주차시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리곤 엘리베이터 마다 사람들로 만원이라 제일 아래층에 주차를 했는 데도 3번이나 타질 못했다.
아예 타지를 못하니까 사람들이 위층부터 타고 내려와서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은근히 화가 나는지 개판 씨가 투덜거린다.
" 아니, 이 사람들이 할 일들도 없나, 이 밤에 쇼핑은 무슨 쇼핑이야, 그죠? 경자 씨, 애인이 없으니까 이런 데나 알짱거리는 거 아니겠어요. 애인 있는 사람들이 뭐 하러 이런데 오겠어요? 안 그래요? "
난 피식 웃음이 나서 "그러 게요, 다 개판 씨 같은 사람들이네요."
" 네? "
" 그런가? "
머쓱해 하며 웃는다.
이번 엘리베이터도 꽉 찼네. 어쩐다?
" 경자 씨, 이번엔 어떻게 라도 탑시다."
그리곤 정말 억지로 껴들어 타긴 탔는 데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좁아요.
그리곤 겨우 몇 층을 올라가는데도 문이 여러 번 열리고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라도 타보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니 자꾸 조여오고 점점 더 숨이 막히고...
우리의 정의의 사도 개판 씬 제 자리 확보해 주느라 열심 이예요.
정말 개판 씨는 민혁이완 다르게 다정다감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판씨랑 사귀는 여자는 정말 편안하고 공주 같은 삶을 살 거라는 생각 잠시 해봤어요.
정말 한 여자만을 헌신 적으로 사랑 할 거예요.
그리곤 1층!
사람들에 밀려 내리는데 개판 씨가 나를 감싸 안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내려주어서 크게 밀리지 않고 안전하게 내릴 수 있었어요.
" 아휴, 죽을 뻔했네. 아니 무슨 이렇게 개판이 같은 사람이 많냐? 아주 개판이네. 그죠 경자 씨"
아까 내가 한 말을 받아치면서 웃는다.
나도 웃겨서 웃었다.
그리곤 우리는 1층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난 일단 쇼핑을 시작하면 한 곳도 빠짐없이 보기 위해 동선을 고려한다.
그 층의 가게 배치를 고려해 차근차근 둘러보는 것이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 날 보며 개판 씨가 놀라운 듯
" 와, 대단하다. 어쩜 그렇게 꼼꼼하게 보세요. 경자 씨 쇼핑 매니아 같아요."
" 매니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쇼핑자체가 취미랄 수도 있겠다.
기분 안 좋고 우울할 땐 쇼핑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도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쇼핑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개판 씨 때문인가?
개판씬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는 마력이 있다.
민혁 인 옆에 있어도 없는 듯 공허할 때가 많고 곧 사라져 버릴 연기처럼 아련하고 불안한대,
반면 개판씬 옆에 없어도 있는 듯하고 옆에 있으면 재밌고 꽉 찬 느낌, 필요할 땐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잠깐 민혁 이와 개판 씨의 극 과 극 비교체험 시간이었습니다.
1층을 꼼꼼히 구경한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아까의 1층과는 달리 정장 같은 옷들과 좀더 고급스런 옷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저쪽에 있는 보라색의 터틀넥 니트가 눈에 들어왔다.
파스텔 보라색인데 색도 세련되고 예쁘다.
민혁이가 사준 목걸이랑 같이 매치하면 예쁠 것 같다.
" 개판씨, 이 옷 어때요? "
" 와, 예쁘다. 경자 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데요."
" 그럴까요? "
" 네 "
" 저 두 맘에 쏙 들어요"
" 언니 저 보라색 터틀넥 니트 주세요."
" 네, 이게 요즘 반응이 좋아요. 그 미니 시리즈에서 장신영이 입고 나왔잖아요."
" 장신영 이요? 그럼 딱 경자 씨 옷이네 "
" 왜요? "
" 경자 씨, 장신영 닮았어요. 그죠 아가씨! "
" 네... 그러구 보니까 그런 것 같네요."
옷을 사고 나오면서
" 봐요, 경자씨 저 아가씨도 그렇다 잖아요."
" 개판씬, 그럼 거기서 그 아가씨가 안 닮았다고 하겠어요? 아까 그 아가씨 대답할 때 땀 흘리는 거 못 봤어요? "
" 그런가? 근데 저 경자씨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 했었는 데..."
" 그래요? 고맙네요."
그리곤 그 당시의 일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 그럼 제 첫인상이 어땠어요? "
" 어, 뭐 좋았죠. 제가 원래 장신영 팬이거든요. "
" 전엔 정지현이 최고라고 하신 것 같은데..."
" 제가 언제요? "
" 그때 왜 저희 집에 저녁 먹으러 왔을 때요? "
" 언제지, 기억이 안 나네..."
" 그리구 전 개판 씨가 절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절 싫어한다고 생각 했었는 데..."
" 아이구 이거 오해예요. 이래서 사람은 대화를 해야 한다니까. 안 그랬으면 경자 씨가 날 얼마나 오해하면서 미워했겠어요."
" 그럼 그런 걸로 해두죠 "
그리곤 3층...
다 둘러보고 ...
4층...
....
....
" 개판씨, 저 옷 어때요? "
" 어, 제 스타일이 아닌데"
" 왜요,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전 개인적으로 니트종류를 좋아해요. 특히 겨울엔 폭폭 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잖아요."
" 그래요, 그럼 경자 씨가 추천하는 거니까 한 번 입어 볼까요? "
" 저 아가씨, 저기 디스플레이 된 옷 좀 보여주시겠어요? "
내가 얘기했다.
" 네, 이거요? "
" 네 "
그리곤 개판 씨 몸에 대보면서 거울을 보는 데...
내가 볼 땐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 어머 손님 잘 어울리시네요. 애인이신가 봐요? 굉장히 눈썰미가 있으시네요"
" 그래요? "
그냥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곤 그 옷도 사고 ...
" 경자씨, 저 여자가 골라주는 옷 처음 사봐요. "
" 어머, 그래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 데..."
" 무슨 뜻 이예요? "
" 아니 뭐 그냥 무슨 뜻이라기보다... "
" 그러니까 내가 바람둥이 기질이 있어 보인다 그 얘기하려는 거, 아니 예요."
" 아유, 그러구 보니까 오해가 많으시네. 제가 이래봬도 일편단심인 스타일 이예요."
" 전 절대적인 사랑을 믿어요. 언젠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제 마음을 그 사람을 위해서 아껴 둘 거예요."
와! 개판 씨 정말 보기와 다르네요...
개판인 그렇게 1층부터 6층까지 날 쫓아 다녔다.
벌써 4시간이나 지났네.
아! 다리 아프다. 눈도 아프고...
근데 개판 씬 이렇다 하게 투정한 번 안 부리고 잘도 쫓아다니네요.
" 개판 씨 다리 안 아파요?"
" 아니요. 왜요? "
" 전 다리 아픈데... "
" 그래요. 그럼 이제 쇼핑 그만 하고 어디서 좀 쉴까요? "
" 네, 저 윗 층에 올라가서 커피나 한잔해요"
" 그럴까요? "
그는 커피를 마시는 내내 민혁이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질 까봐 그러는 것 같았다.
나도 괜히 기분이 우울해질 까봐 민혁이 생각을 안 하려고 애를 썼다.
" 경자씨 밖에 나가 볼래요. 무슨 이벤트 같은 게 있는 것 같던데..."
" 네 좋아요"
그렇게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밖은 정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무대 비슷한 곳에서 신인인 듯한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곤 그것과 상관없이 그 옆에선 크리스마스 경품행사가 한 창인데...
" 5만원 이상 구매하신 고객 분들께 즉석 추첨권을 배부하고 있느니 많이들 오셔서 사은품도 받아 가시고 고객 카드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산타크로스 복장을 한 미모의 아가씨가 사람들을 향해 마이크에다 대고 얘기하고 있다.
" 개판씨 우리도 저거 할 수 있겠다. 많이 샀잖아요. "
" 어, 저런 게 있었네. 우리는 한 4개 정도는 받겠는데요."
사람들에 밀려가면서 영수증을 내밀고 추첨권 4개를 받아서 나왔다.
" 여기 동전이요. 이것 두 개는 경자씨 꺼 이것 두 개는 제 꺼 예요. "
개판인 긁기 전에 하늘에 대고 당첨권을 보더니
" 보아하니 제건 다 당첨된 것 같은 데요? "
" 어머 개판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 제가 원래 이런 운이 좀 따르거든요"
" 어머 그래요. 전 이런 건 잘 안되던데. 100% 당첨권 아니면 ..."
" 어쨌든 경자씨 제 꺼 만 당첨 됐다 구 달라 그러기 없기예요."
" 알았어요. 으~ 소심하기는 ..."
그리곤 나보고 먼저 긁으란다.
그러면서 손을 턱에다 대고 어디 어떤 게 나오는 지 보자는 여유 있는 포즈다.
역시 둘 다 꽝!
개판 씨가 긁을 차례...
" 아, 기대되는 데..."
능청을 떨면서 첫 번째 것을 긁는다.
" 자, 보세요. 경자씨 어때요. 당첨됐어요."
" 어머, 뭐가요?"
" 만원 짜리 상품권인데요."
" 어머 개판 씨 대단하다. 하나 더 긁어봐요"
" 어, 이것 두 됐네... 이것 두 만원이네."
" 와, 대단하다. 개판씬 정말 운이 좋네요. "
" 그럼요. 저희 아버지가 이름을 지으실 때 좀 우스워 보이는 이름이라도 제물 복이 있고 항상 운이 따르는 이름이라고 지어주신 거예요. 유명한 청학도인한테 가서 비싼 돈주고 지은 이름이라니까요."
" 하하, 진짜 그런가보다."
난 이름도 촌스러운데 왜 운이 안 따르는 거야?
" 경자씨, 우리 다시 들어가서 쇼핑할 까요?"
" 또 요? "
" 이거 쓰고 가야죠. 다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데..."
" 그러네요. 근데 이걸 루 뭘 사죠? "
" 일단 들어가 봐요. 이 가격에 맞는 살걸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그리곤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그리곤 5층 잡화매장으로...
......
......
아! 저기다.
" 아줌마, 저 보라색 장갑 주세요."
그리곤 포장해 달란다.
폭폭 하니 앙고라 털이 잔뜩 붙은 장갑이네요.
손등부분에는 같은 실로 만든 작은 방울이 두 개 붙어 있어요.
그리곤 나에게 준다.
"경자씨,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이 예요. 경자씬 추운 거 못 참잖아요."
" 어머, 뭐 이런걸 "
" 부담 갖지 마세요. 어차피 공짜로 생긴 돈으로 산 거니까요. 색깔 맘에 들어요? "
" 네, 저 보라색 좋아해요."
" 그런 것 같아요..."
그가 집에 데려다 줬을 땐 이미 새벽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집 앞.
" 고마워요, 개판씨. 그럼 가세요."
" 네, 근데 제가 들어가는 거 보고 갈 께요. 먼저 들어가세요. 현관까지만 같이 가죠. 요즘 세상이 하 두 험해서 "
그리곤 내가 문을 잠그는 걸 확인하고 난 후에야 그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불을 켜고 역시 민혁 인 들어오지 않았나?
그의 방문을 열었다.
그는 없다.
2층으로 올라온 나는 너무 피곤했는지 쇼핑한 물건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놓고는 잠이 들었다.
20. 화이트 크리스마스!?
다음날!
너무 곤하게 자고 일어났나 보다.
순간 너무나 개운한 맘으로 일어났다가 어제의 일이 잠시 떠오르면서 마음이 다시 무거워 졌다.
민혁인 아직도 안 들어왔나?
지금 몇 시지?
10시네...
나 두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이렇게 늦게 까지 자다니.
아이, 추워.
보일러 온도를 좀 높여야 겠다.
....
그는 오지 않았다.
배고프다...
주방으로 내려와 식탁을 보니 어제 먹었던 것을 제대로 치워놓지 않아 어수선하다.
일단 어제 먹던 밥이 있어 입맛은 별로 동하지 않으므로 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물에 밥을 넣고 따뜻하게 끊여 먹으니 속이 따스해 지면서 마음까지도 따뜻한 게 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든다.
순간 목욕이 하고 싶어졌다.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누워서 있었으면 ...
우리 집이 좀 춥긴한 데...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놓고는 그 전에 선물 받았던 아로마 향이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것을 찾아내었다.
로즈 마리 네...
설명서를 읽으니 효능에 활기회복, 따스한 느낌, 의욕과 활력고취, 안정 등의 단어가 나열되어 있다.
효능도 맘에 들고...
그것을 욕조에 좀 향이 진하게 나도록 적당량을 넣고는 들어가서 몸을 담궜다.
정말 편안하구나!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난 뒤에야 난 어제 쇼핑했던 쇼핑백들을 발견하고는 그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많이도 샀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하는 나의 습관 중에 하나다.
어제 샀던 터틀넥 니트를 입어 봤다.
품도 딱 맞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라인도 좋고 무엇보다 색깔이 맘에 든다.
각각의 쇼핑백에서 물건들은 꺼내 자기 자리에 놓는 데...
마지막 남은 이 포장지?
아, 어제 개판씨가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였지?
그리곤 열어봤다.
정말 따뜻하고 예쁘다.
끼고는 두 볼에 대 보았다.
촉감이 정말 좋다!
개판씬 마음씀씀이가 참 예뻐!
그렇게 옷을 입고는 일층으로 내려갔다.
커텐을 열어 젖히니 온 세상이 하얗다.
언제 이렇게 눈이 온거야.
이런 미처 바깥세상을 볼 겨를 없이 두시간여가 허비했구나!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진짜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그리고 보면 눈은 참 자기를 포장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비는 자기가 내린다는 걸 미리 알려서 궁금증이나 감동이 적지만,
눈은 자기가 오고 있다는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내려 어느새 쌓이고 ...
무심결에 많이 쌓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놀라움과 감동이 두 배가 되게 한다.
저녁때가 됐는데도 그가 오지 않았다.
일층에 내려가 TV를 보려고 쇼파에 앉다가 문득 탁자에 놓인 포장된 선물을 발견했다.
포장지를 보아하니 굉장히 고급스럽다.
이게 뭐지...?
어제 민혁 이가 나 준다고 가져 나오다가 미처 주지 못하고 떨궈 놓고 간 거 구나.
조심스럽게 뜯어 열어 보았다.
목걸인데...
내가 차고 있는 것과 같은 티파니 진품 목걸이다.
" 아니 얘가, 이걸 뭐 하러. 굉장히 비쌀 텐데."
무엇보다도 똑 같은 걸 사려고 애썼을 걸 생각하니...
순간 감동과 함께 마음 속으로부터 아린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난 그 선물을 그대로 민혁이 방 책상 위에 갖다 놨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지금은 TV에 열중중이다.
사실 집중이 잘 안 돼지만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때 벨이 울렸다.
누구지?
민혁 인가?
민혁인 벨을 누르지 않는 데...
그런 줄 알면서도 일면 민혁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뛰는 심장을 억제하지 못했다.
" 누구세요?"
" 아, 경자씨, 저 개판인 데요. 민혁이 아직 안 들어왔죠? "
" 네..."
그리곤 그가 들어왔고.
" 경자씨, 왜 이렇게 어두워요? 불 좀 켜요. "
하고는 불을 켠다.
벌써 해가 다 졌나?
" 경자씨 저녁은 먹었어요? "
" ... "
" 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 경자씨 이리 와서 앉아봐요."
" 경자씨, 초밥 좋아하세요? "
" 네..."
" 잘 됐네요. 자 이거 먹어요."
" 개판씨, 저... "
" 왜요? 제가 부담스러우세요? 부담 갖지 마세요. 전 민혁이 친구고 경자 씨도 친구처럼 생각이 돼서 그러는 거예요. 제가 원래 친구들 사이에선 인정 많기로 소문났거든요. 그래서 우울해 하는 친구는 꼭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해서 달래주죠."
" 하하, 초밥하나 챙겨주고는 생색 너무 네게 하시네. 무안하게 "
" 개판씨 고마워요..."
"에이, 그만 하세요. 제가 뭘 해드렸다고...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편하죠 "
" 네, 좋아요. 개판씬 참 사람을 편하게 해줘서 좋아요."
" 제가 원래 좀 후덕한 인물이라서... 하하하 "
" 저 경자씨, 민혁이 한텐 전화 안 왔어요."
다소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 아뇨 "
" 그럼 핸드폰 한 번 해 보시죠? "
" 아뇨. 필요하면 전화하겠죠. 뭐 "
" 궁금하지 않아요? "
" 아뇨. 별루... "
" 근데 왜 그렇게 우울해 해요?"
" 제가요? 아니 예요."
" 저 개판씨 우리 크리스마스 파티 해요. "
어제 못 먹었던 케잌과 샴페인이 생각났다.
" 무슨 파티요? "
" 일단 이거 다 먹구요.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요."
그리곤 초밥 두 상자를 우리 둘이 순식간에 비웠다.
개판씬 좀 배가 고플듯한데...
초밥이 원래 양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 서리.
그리곤 은은한 캐롤 음악 틀고 케잌 들고 샴페인 들고 트리 옆에 앉았다.
" 개판씨 불 꺼요. "
" 네? "
" 저기 저 스탠드 켜구요. 그래야 트리 전구 빛을 볼 수 있죠."
" 아! 네 "
순간 안심한 듯한 말투. 뭘 안심한 거지...
그리구 보면 개판씬 겉보기와 틀리게 순수한 면이 있나봐요.
" 저 전구들 말예요. 그 빛이 너무 미약해서 밝은 곳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잖아요. 빛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 할 수 없는데... 근데 이렇게 조금만 어둡게 하고 보면 밝은 빛 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데요. 그죠. 사람도 그럴지 모르겠어요. 우리들이 더 화려한 것만 쫒다가 정말 아름다운 것을 잃어버 리고 사지도..."
난 트리의 반짝이는 전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 그러 게요.....경자씨, 저거 뭐예요? "
그가 트리 밑에 놓인 선물을 가리킨다.
" 그냥 장식해 놓으신 거예요? 아님 진짜 선물 이예요? "
" 아 저거요. 어제 준비한 선물인데 깜박 했네요."
" 그럼 저기 혹시 제껏 두 있나요. 없으면 흑흑!"
" 개판씨 꺼요? 있어요. "
" 진짜요? "
난 내가 민혁일 위해 만들었던 머그잔을 개판이 에게 줬다.
" 와, 감동이다. 저건 민혁이 꺼예요?"
" 네."
민혁이가 만든 머그잔 포장을 가리킨다.
" 그럼 제가 왜 개판씨 걸 준비 안 했겠어요. 전 예전부터 개판씰 친구로 생각했는데.."
" 정말요? "
" 네."
정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맞나보다.
그때 민혁이 에게 개판씨 꺼 라고 농담을 했었는데...
정말 개판씨 것이 됐네.
인생이 다 그런 걸지 두 몰라.
너무 미리부터 구분 지어서 니것 내것 할 것 없을 것 같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결론은 나겠지...
그렇게 샴페인 한잔에 케잌 한 조각을 먹고 있는 데...
"경자씨, 밖에 눈이 와요. 우리 마당에 나갈래요? "
개판 이가 둘이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는지 밖을 내다보며 얘기한다.
" 그럴까요? "
옷 든든히 입구 나오라고 개판인 날 볼 때마다 당부를 한다.
그래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까 개판 씨가 들어왔던 발자국 위로 다시 눈이 덮이기 시작한다.
" 경자씨 우리 눈사람 만들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 세상엔 눈사람이 없구나!
어렸을 때 내가 잘 불렀던 노래 중에 꼬마 눈사람이란 노래가 있었는데...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요즘 아이들도 이 노래를 알까?
"경자씬 머리 만들어요, 제가 몸통 만들게요."
그렇게 우리는 마당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눈을 뭉쳤다.
전에 얘기했나요?
우리 집이 옛날 집 구조라 마당이 조금 넓은 편이고 단풍나무며 은행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젠 겨울이라 다 떨어지고 저쪽 구석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만이 그 푸르름을 과시하고 있구요. 그 은행나무 아래에는 작은 나무 벤취가 있어요.
민혁이와 난 가을에 여기서 해바라기를 한 적이 있었는 데...
개판씬 맨손으로 눈을 뭉치면서 연신 손을 호호 불고 난 개판 씨가 사준 장갑 끼고 만들고...
이젠 다 굴린 눈을 들고 합체. 작은 꼬마 눈사람이 완성됐다.
눈, 코, 입을 소나무 이파리로 만들고 손은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꽂고 그리곤 벤취의 눈을 치우고 앉아 바라보는 데...
" 경자씨 잠깐 만요."
그리곤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들어왔다.
그가 들고 들어온 것은 차에 있던 겨울 방석두개하고 불꽃놀이 폭죽 같은 데...
방석은 벤취에 깔고 폭죽은 불을 붙여서는 눈사람 머리에 두 개를 꽂는다.
" 어때요. 꼭 도깨비 눈사람 같죠? "
" 그러 게요."
폭죽은 지금 잘게 흩어지는 불꽃을 내면서 점점 타들어 가고 있다.
그리곤 그가 내 손에도 하나 쥐어준다. 그의 손에도...
" 정말 예쁘지 않아요. 전 집에 혼자 있거나 우울할 땐 항상 이렇게 불을 붙이곤 창 밖을 내다봐요. 그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기분이 정말 안 좋은 날은 열 개까지 붙여 본적도 있어요."
" 어머, 개판 씨가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
" 그럼요. 저두 사람인데요. "
" 전 개판 씨가 우울해 있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 괜히 우울해 해서 다른 사람들 기분까지 망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같이 슬퍼지면 안되잖아요."
(코믹러브) ** 그럭저럭 살아가던 여자의 쇼킹한 결혼 ** [19][20]
19. 비교체험 민혁이 와 개판이
난 먹던 스테이크를 마져 먹는 중이다.
어떤 여잘까?
민혁이 에게 직접 듣고 싶다.
그냥 만나던 여자 중에 한 사람이 겠지?
일면 맘을 안심시키고...
그래도 여태까지 대했던 여자들 이랑은 좀 다른 것 같은 느낌 ...
일면 불안이 엄습하고...
" 그나저나 경자씨 하고 나만 남았냐? "
결혼도 했다는 데...
특히 이런 날에 ...
남편과 부부 싸움했나? ...
그럴 수도 있겠네...
너무 화가 나니까 잠깐 옛날에 만났던 사람이 생각나서...
오기도 나고 ...
그런걸 거야...
" 저기 경자씨"
" 아, 네... "
" 경자씨, 제가 지금 세 번이나 불렀거든요."
" 언제요? "
" 지금요."
" 왜요. 신경 쓰이세요? "
" 아, 아뇨, 신경은 요? 그냥 좀 걱정은 돼네요. "
" 경자씨, 우리 나갈까요? "
그러는 게 좋겠다.
" 그럴까요? "
"밖에 추우니까 옷 단단히 입고 나와요"
" 경자씨, 우리 어디 갈까요? "
" 우리 쇼핑해요 "
기분이 우울하고 잡생각이 날 땐 정신없이 다니는 게 좋을 것 같았다.
" 쇼핑이요? 좋죠!"
" 그럼 우리 동대문 갈까요? "
" 네, 좋아요."
애써 밝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나니 기분이 좀 좋아지는 것 같기도 하고.
그래 다른 생각 해봤자 달라지는 것도 없는 데...
잊어버리고 나도 나대로의 생활을 즐기자구!
" 와, 저 사람들 좀 봐요."
그리곤 밀리는 차들로 인해 주차장까지 들어가는 데도 한참, 들어가서 주차시키는데도 한참이 걸렸다.
그리곤 엘리베이터 마다 사람들로 만원이라 제일 아래층에 주차를 했는 데도 3번이나 타질 못했다.
아예 타지를 못하니까 사람들이 위층부터 타고 내려와서는 올라가기 때문이다.
은근히 화가 나는지 개판 씨가 투덜거린다.
" 아니, 이 사람들이 할 일들도 없나, 이 밤에 쇼핑은 무슨 쇼핑이야, 그죠? 경자 씨, 애인이 없으니까 이런 데나 알짱거리는 거 아니겠어요. 애인 있는 사람들이 뭐 하러 이런데 오겠어요? 안 그래요? "
난 피식 웃음이 나서
"그러 게요, 다 개판 씨 같은 사람들이네요."
" 네? "
" 그런가? "
머쓱해 하며 웃는다.
이번 엘리베이터도 꽉 찼네. 어쩐다?
" 경자 씨, 이번엔 어떻게 라도 탑시다."
그리곤 정말 억지로 껴들어 타긴 탔는 데 정말 숨도 못 쉴 정도로 좁아요.
그리곤 겨우 몇 층을 올라가는데도 문이 여러 번 열리고 열릴 때마다 사람들은 어떻게 라도 타보려고 안간힘을 쓰다보니 자꾸 조여오고 점점 더 숨이 막히고...
우리의 정의의 사도 개판 씬 제 자리 확보해 주느라 열심 이예요.
정말 개판 씨는 민혁이완 다르게 다정다감한 것 같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판씨랑 사귀는 여자는 정말 편안하고 공주 같은 삶을 살 거라는 생각 잠시 해봤어요.
정말 한 여자만을 헌신 적으로 사랑 할 거예요.
그리곤 1층!
사람들에 밀려 내리는데 개판 씨가 나를 감싸 안으며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 내려주어서 크게 밀리지 않고 안전하게 내릴 수 있었어요.
" 아휴, 죽을 뻔했네. 아니 무슨 이렇게 개판이 같은 사람이 많냐? 아주 개판이네. 그죠 경자 씨"
아까 내가 한 말을 받아치면서 웃는다.
나도 웃겨서 웃었다.
그리곤 우리는 1층부터 구경하기 시작했다.
난 일단 쇼핑을 시작하면 한 곳도 빠짐없이 보기 위해 동선을 고려한다.
그 층의 가게 배치를 고려해 차근차근 둘러보는 것이다.
그렇게 둘러보고 있는 날 보며 개판 씨가 놀라운 듯
" 와, 대단하다. 어쩜 그렇게 꼼꼼하게 보세요. 경자 씨 쇼핑 매니아 같아요."
" 매니아요? 그럴 수도 있겠네요."
쇼핑자체가 취미랄 수도 있겠다.
기분 안 좋고 우울할 땐 쇼핑을 하면 기분이 좋아진다.
지금도 많이 좋아진 것 같은데 쇼핑을 해서 그런가?
아니면 개판 씨 때문인가?
개판씬 사람을 기분 좋게 해 주는 마력이 있다.
민혁 인 옆에 있어도 없는 듯 공허할 때가 많고 곧 사라져 버릴 연기처럼 아련하고 불안한대,
반면 개판씬 옆에 없어도 있는 듯하고 옆에 있으면 재밌고 꽉 찬 느낌, 필요할 땐 언제나 옆에 있을 것 같은 편안함을 준다.
잠깐 민혁 이와 개판 씨의 극 과 극 비교체험 시간이었습니다.
1층을 꼼꼼히 구경한 우리는 2층으로 올라갔다.
2층은 아까의 1층과는 달리 정장 같은 옷들과 좀더 고급스런 옷이 많이 있는 것 같았다.
저쪽에 있는 보라색의 터틀넥 니트가 눈에 들어왔다.
파스텔 보라색인데 색도 세련되고 예쁘다.
민혁이가 사준 목걸이랑 같이 매치하면 예쁠 것 같다.
" 개판씨, 이 옷 어때요? "
" 와, 예쁘다. 경자 씨한테 잘 어울릴 것 같은 데요."
" 그럴까요? "
" 네 "
" 저 두 맘에 쏙 들어요"
" 언니 저 보라색 터틀넥 니트 주세요."
" 네, 이게 요즘 반응이 좋아요. 그 미니 시리즈에서 장신영이 입고 나왔잖아요."
" 장신영 이요? 그럼 딱 경자 씨 옷이네 "
" 왜요? "
" 경자 씨, 장신영 닮았어요. 그죠 아가씨! "
" 네... 그러구 보니까 그런 것 같네요."
옷을 사고 나오면서
" 봐요, 경자씨 저 아가씨도 그렇다 잖아요."
" 개판씬, 그럼 거기서 그 아가씨가 안 닮았다고 하겠어요? 아까 그 아가씨 대답할 때 땀 흘리는 거 못 봤어요? "
" 그런가? 근데 저 경자씨 처음 봤을 때도 그런 생각 했었는 데..."
" 그래요? 고맙네요."
그리곤 그 당시의 일이 떠올라 웃음이 났다.
" 그럼 제 첫인상이 어땠어요? "
" 어, 뭐 좋았죠. 제가 원래 장신영 팬이거든요. "
" 전엔 정지현이 최고라고 하신 것 같은데..."
" 제가 언제요? "
" 그때 왜 저희 집에 저녁 먹으러 왔을 때요? "
" 언제지, 기억이 안 나네..."
" 그리구 전 개판 씨가 절 처음 봤을 때 굉장히 절 싫어한다고 생각 했었는 데..."
" 아이구 이거 오해예요. 이래서 사람은 대화를 해야 한다니까. 안 그랬으면 경자 씨가 날 얼마나 오해하면서 미워했겠어요."
" 그럼 그런 걸로 해두죠 "
그리곤 3층...
다 둘러보고 ...
4층...
....
....
" 개판씨, 저 옷 어때요? "
" 어, 제 스타일이 아닌데"
" 왜요, 잘 어울리실 것 같은데... 전 개인적으로 니트종류를 좋아해요. 특히 겨울엔 폭폭 하고 편안한 느낌을 주잖아요."
" 그래요, 그럼 경자 씨가 추천하는 거니까 한 번 입어 볼까요? "
" 저 아가씨, 저기 디스플레이 된 옷 좀 보여주시겠어요? "
내가 얘기했다.
" 네, 이거요? "
" 네 "
그리곤 개판 씨 몸에 대보면서 거울을 보는 데...
내가 볼 땐 잘 어울리는 것 같은데...
" 어머 손님 잘 어울리시네요. 애인이신가 봐요? 굉장히 눈썰미가 있으시네요"
" 그래요? "
그냥 웃으며 대꾸했다.
그리곤 그 옷도 사고 ...
" 경자씨, 저 여자가 골라주는 옷 처음 사봐요. "
" 어머, 그래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시는 데..."
" 무슨 뜻 이예요? "
" 아니 뭐 그냥 무슨 뜻이라기보다... "
" 그러니까 내가 바람둥이 기질이 있어 보인다 그 얘기하려는 거, 아니 예요."
" 아유, 그러구 보니까 오해가 많으시네. 제가 이래봬도 일편단심인 스타일 이예요."
" 전 절대적인 사랑을 믿어요. 언젠가 제가 정말 사랑하는 사람을 만날 때까지 제 마음을 그 사람을 위해서 아껴 둘 거예요."
와! 개판 씨 정말 보기와 다르네요...
개판인 그렇게 1층부터 6층까지 날 쫓아 다녔다.
벌써 4시간이나 지났네.
아! 다리 아프다. 눈도 아프고...
근데 개판 씬 이렇다 하게 투정한 번 안 부리고 잘도 쫓아다니네요.
" 개판 씨 다리 안 아파요?"
" 아니요. 왜요? "
" 전 다리 아픈데... "
" 그래요. 그럼 이제 쇼핑 그만 하고 어디서 좀 쉴까요? "
" 네, 저 윗 층에 올라가서 커피나 한잔해요"
" 그럴까요? "
그는 커피를 마시는 내내 민혁이 얘기는 입 밖에도 꺼내지 않았다.
내가 다시 기분이 안 좋아질 까봐 그러는 것 같았다.
나도 괜히 기분이 우울해질 까봐 민혁이 생각을 안 하려고 애를 썼다.
" 경자씨 밖에 나가 볼래요. 무슨 이벤트 같은 게 있는 것 같던데..."
" 네 좋아요"
그렇게 우리는 밖으로 나갔다.
밖은 정말 사람들로 인산인해를 이루고 무대 비슷한 곳에서 신인인 듯한 가수가 라이브로 노래를 하고 있었다.
그리곤 그것과 상관없이 그 옆에선 크리스마스 경품행사가 한 창인데...
" 5만원 이상 구매하신 고객 분들께 즉석 추첨권을 배부하고 있느니 많이들 오셔서 사은품도 받아 가시고 고객 카드도 만들어 가시기 바랍니다."
산타크로스 복장을 한 미모의 아가씨가 사람들을 향해 마이크에다 대고 얘기하고 있다.
" 개판씨 우리도 저거 할 수 있겠다. 많이 샀잖아요. "
" 어, 저런 게 있었네. 우리는 한 4개 정도는 받겠는데요."
사람들에 밀려가면서 영수증을 내밀고 추첨권 4개를 받아서 나왔다.
" 여기 동전이요. 이것 두 개는 경자씨 꺼 이것 두 개는 제 꺼 예요. "
개판인 긁기 전에 하늘에 대고 당첨권을 보더니
" 보아하니 제건 다 당첨된 것 같은 데요? "
" 어머 개판씨가 그걸 어떻게 알아요?"
" 제가 원래 이런 운이 좀 따르거든요"
" 어머 그래요. 전 이런 건 잘 안되던데. 100% 당첨권 아니면 ..."
" 어쨌든 경자씨 제 꺼 만 당첨 됐다 구 달라 그러기 없기예요."
" 알았어요. 으~ 소심하기는 ..."
그리곤 나보고 먼저 긁으란다.
그러면서 손을 턱에다 대고 어디 어떤 게 나오는 지 보자는 여유 있는 포즈다.
역시 둘 다 꽝!
개판 씨가 긁을 차례...
" 아, 기대되는 데..."
능청을 떨면서 첫 번째 것을 긁는다.
" 자, 보세요. 경자씨 어때요. 당첨됐어요."
" 어머, 뭐가요?"
" 만원 짜리 상품권인데요."
" 어머 개판 씨 대단하다. 하나 더 긁어봐요"
" 어, 이것 두 됐네... 이것 두 만원이네."
" 와, 대단하다. 개판씬 정말 운이 좋네요. "
" 그럼요. 저희 아버지가 이름을 지으실 때 좀 우스워 보이는 이름이라도 제물 복이 있고 항상 운이 따르는 이름이라고 지어주신 거예요. 유명한 청학도인한테 가서 비싼 돈주고 지은 이름이라니까요."
" 하하, 진짜 그런가보다."
난 이름도 촌스러운데 왜 운이 안 따르는 거야?
" 경자씨, 우리 다시 들어가서 쇼핑할 까요?"
" 또 요? "
" 이거 쓰고 가야죠. 다시 언제 올지도 모르는 데..."
" 그러네요. 근데 이걸 루 뭘 사죠? "
" 일단 들어가 봐요. 이 가격에 맞는 살걸 제가 생각해 놓은 게 있어요."
그리곤 그가 이끄는 대로 따라 갔다.
그리곤 5층 잡화매장으로...
......
......
아! 저기다.
" 아줌마, 저 보라색 장갑 주세요."
그리곤 포장해 달란다.
폭폭 하니 앙고라 털이 잔뜩 붙은 장갑이네요.
손등부분에는 같은 실로 만든 작은 방울이 두 개 붙어 있어요.
그리곤 나에게 준다.
"경자씨, 이거 크리스마스 선물이 예요. 경자씬 추운 거 못 참잖아요."
" 어머, 뭐 이런걸 "
" 부담 갖지 마세요. 어차피 공짜로 생긴 돈으로 산 거니까요. 색깔 맘에 들어요? "
" 네, 저 보라색 좋아해요."
" 그런 것 같아요..."
그가 집에 데려다 줬을 땐 이미 새벽2시를 훌쩍 넘긴 시간이었다.
집 앞.
" 고마워요, 개판씨. 그럼 가세요."
" 네, 근데 제가 들어가는 거 보고 갈 께요. 먼저 들어가세요. 현관까지만 같이 가죠. 요즘 세상이 하 두 험해서 "
그리곤 내가 문을 잠그는 걸 확인하고 난 후에야 그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렸다.
불을 켜고 역시 민혁 인 들어오지 않았나?
그의 방문을 열었다.
그는 없다.
2층으로 올라온 나는 너무 피곤했는지 쇼핑한 물건들을 그냥 아무렇게나 놓고는 잠이 들었다.
20. 화이트 크리스마스!?
다음날!
너무 곤하게 자고 일어났나 보다.
순간 너무나 개운한 맘으로 일어났다가 어제의 일이 잠시 떠오르면서 마음이 다시 무거워 졌다.
민혁인 아직도 안 들어왔나?
지금 몇 시지?
10시네...
나 두 많이 피곤했었나 보다.
이렇게 늦게 까지 자다니.
아이, 추워.
보일러 온도를 좀 높여야 겠다.
....
그는 오지 않았다.
배고프다...
주방으로 내려와 식탁을 보니 어제 먹었던 것을 제대로 치워놓지 않아 어수선하다.
일단 어제 먹던 밥이 있어 입맛은 별로 동하지 않으므로 물에 밥을 말아먹었다.
물에 밥을 넣고 따뜻하게 끊여 먹으니 속이 따스해 지면서 마음까지도 따뜻한 게 몸이 이완되는 느낌이 든다.
순간 목욕이 하고 싶어졌다.
따뜻한 물 속에 몸을 담그고 누워서 있었으면 ...
우리 집이 좀 춥긴한 데...
욕조에 따뜻한 물을 가득 받아 놓고는 그 전에 선물 받았던 아로마 향이 있었던 것이 생각났다.
그것을 찾아내었다.
로즈 마리 네...
설명서를 읽으니 효능에 활기회복, 따스한 느낌, 의욕과 활력고취, 안정 등의 단어가 나열되어 있다.
효능도 맘에 들고...
그것을 욕조에 좀 향이 진하게 나도록 적당량을 넣고는 들어가서 몸을 담궜다.
정말 편안하구나!
그렇게 목욕을 끝내고 난 뒤에야 난 어제 쇼핑했던 쇼핑백들을 발견하고는 그것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많이도 샀네...
스트레스를 받았을 때 하는 나의 습관 중에 하나다.
어제 샀던 터틀넥 니트를 입어 봤다.
품도 딱 맞고 자연스럽게 떨어지는 라인도 좋고 무엇보다 색깔이 맘에 든다.
각각의 쇼핑백에서 물건들은 꺼내 자기 자리에 놓는 데...
마지막 남은 이 포장지?
아, 어제 개판씨가 준 크리스마스 선물이였지?
그리곤 열어봤다.
정말 따뜻하고 예쁘다.
끼고는 두 볼에 대 보았다.
촉감이 정말 좋다!
개판씬 마음씀씀이가 참 예뻐!
그렇게 옷을 입고는 일층으로 내려갔다.
커텐을 열어 젖히니 온 세상이 하얗다.
언제 이렇게 눈이 온거야.
이런 미처 바깥세상을 볼 겨를 없이 두시간여가 허비했구나!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은 진짜 화이트 크리스마스네...
그리고 보면 눈은 참 자기를 포장할 줄 아는 능력을 지녔다.
비는 자기가 내린다는 걸 미리 알려서 궁금증이나 감동이 적지만,
눈은 자기가 오고 있다는 소리도 내지 않고 조용히 내려 어느새 쌓이고 ...
무심결에 많이 쌓여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그 놀라움과 감동이 두 배가 되게 한다.
저녁때가 됐는데도 그가 오지 않았다.
일층에 내려가 TV를 보려고 쇼파에 앉다가 문득 탁자에 놓인 포장된 선물을 발견했다.
포장지를 보아하니 굉장히 고급스럽다.
이게 뭐지...?
어제 민혁 이가 나 준다고 가져 나오다가 미처 주지 못하고 떨궈 놓고 간 거 구나.
조심스럽게 뜯어 열어 보았다.
목걸인데...
내가 차고 있는 것과 같은 티파니 진품 목걸이다.
" 아니 얘가, 이걸 뭐 하러. 굉장히 비쌀 텐데."
무엇보다도 똑 같은 걸 사려고 애썼을 걸 생각하니...
순간 감동과 함께 마음 속으로부터 아린 눈물이 나오려 했다.
난 그 선물을 그대로 민혁이 방 책상 위에 갖다 놨다.
내 것이 아닌 것 같아서...
지금은 TV에 열중중이다.
사실 집중이 잘 안 돼지만 집중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때 벨이 울렸다.
누구지?
민혁 인가?
민혁인 벨을 누르지 않는 데...
그런 줄 알면서도 일면 민혁일 거라는 생각을 하며 뛰는 심장을 억제하지 못했다.
" 누구세요?"
" 아, 경자씨, 저 개판인 데요. 민혁이 아직 안 들어왔죠? "
" 네..."
그리곤 그가 들어왔고.
" 경자씨, 왜 이렇게 어두워요? 불 좀 켜요. "
하고는 불을 켠다.
벌써 해가 다 졌나?
" 경자씨 저녁은 먹었어요? "
" ... "
" 내가 이럴 줄 알았어요."
" 경자씨 이리 와서 앉아봐요."
" 경자씨, 초밥 좋아하세요? "
" 네..."
" 잘 됐네요. 자 이거 먹어요."
" 개판씨, 저... "
" 왜요? 제가 부담스러우세요? 부담 갖지 마세요. 전 민혁이 친구고 경자 씨도 친구처럼 생각이 돼서 그러는 거예요. 제가 원래 친구들 사이에선 인정 많기로 소문났거든요. 그래서 우울해 하는 친구는 꼭 술 사주고 밥 사주고 해서 달래주죠."
" 하하, 초밥하나 챙겨주고는 생색 너무 네게 하시네. 무안하게 "
" 개판씨 고마워요..."
"에이, 그만 하세요. 제가 뭘 해드렸다고... 그냥 친구처럼 편하게 대해 주세요. 그래야 저도 편하죠 "
" 네, 좋아요. 개판씬 참 사람을 편하게 해줘서 좋아요."
" 제가 원래 좀 후덕한 인물이라서... 하하하 "
" 저 경자씨, 민혁이 한텐 전화 안 왔어요."
다소 눈치를 보며 조심스럽게 얘기한다.
" 아뇨 "
" 그럼 핸드폰 한 번 해 보시죠? "
" 아뇨. 필요하면 전화하겠죠. 뭐 "
" 궁금하지 않아요? "
" 아뇨. 별루... "
" 근데 왜 그렇게 우울해 해요?"
" 제가요? 아니 예요."
" 저 개판씨 우리 크리스마스 파티 해요. "
어제 못 먹었던 케잌과 샴페인이 생각났다.
" 무슨 파티요? "
" 일단 이거 다 먹구요. 갑자기 배가 고파졌어요."
그리곤 초밥 두 상자를 우리 둘이 순식간에 비웠다.
개판씬 좀 배가 고플듯한데...
초밥이 원래 양이 그렇게 많지가 않아 서리.
그리곤 은은한 캐롤 음악 틀고 케잌 들고 샴페인 들고 트리 옆에 앉았다.
" 개판씨 불 꺼요. "
" 네? "
" 저기 저 스탠드 켜구요. 그래야 트리 전구 빛을 볼 수 있죠."
" 아! 네 "
순간 안심한 듯한 말투. 뭘 안심한 거지...
그리구 보면 개판씬 겉보기와 틀리게 순수한 면이 있나봐요.
" 저 전구들 말예요. 그 빛이 너무 미약해서 밝은 곳에서는 그 아름다움을 느낄 수 없잖아요. 빛나고 있다는 것조차 인식 할 수 없는데... 근데 이렇게 조금만 어둡게 하고 보면 밝은 빛 보다 더 아름답게 빛나는 데요. 그죠. 사람도 그럴지 모르겠어요. 우리들이 더 화려한 것만 쫒다가 정말 아름다운 것을 잃어버
리고 사지도..."
난 트리의 반짝이는 전구를 바라보며 얘기했다.
" 그러 게요.....경자씨, 저거 뭐예요? "
그가 트리 밑에 놓인 선물을 가리킨다.
" 그냥 장식해 놓으신 거예요? 아님 진짜 선물 이예요? "
" 아 저거요. 어제 준비한 선물인데 깜박 했네요."
" 그럼 저기 혹시 제껏 두 있나요. 없으면 흑흑!"
" 개판씨 꺼요? 있어요. "
" 진짜요? "
난 내가 민혁일 위해 만들었던 머그잔을 개판이 에게 줬다.
" 와, 감동이다. 저건 민혁이 꺼예요?"
" 네."
민혁이가 만든 머그잔 포장을 가리킨다.
" 그럼 제가 왜 개판씨 걸 준비 안 했겠어요. 전 예전부터 개판씰 친구로 생각했는데.."
" 정말요? "
" 네."
정말 말이 씨가 된다는 말이 맞나보다.
그때 민혁이 에게 개판씨 꺼 라고 농담을 했었는데...
정말 개판씨 것이 됐네.
인생이 다 그런 걸지 두 몰라.
너무 미리부터 구분 지어서 니것 내것 할 것 없을 것 같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결론은 나겠지...
그렇게 샴페인 한잔에 케잌 한 조각을 먹고 있는 데...
"경자씨, 밖에 눈이 와요. 우리 마당에 나갈래요? "
개판 이가 둘이 앉아 있는 것이 불편했는지 밖을 내다보며 얘기한다.
" 그럴까요? "
옷 든든히 입구 나오라고 개판인 날 볼 때마다 당부를 한다.
그래서 두꺼운 외투를 입고 밖으로 나갔다.
아까 개판 씨가 들어왔던 발자국 위로 다시 눈이 덮이기 시작한다.
" 경자씨 우리 눈사람 만들어요."
그러고 보니 요즘 세상엔 눈사람이 없구나!
어렸을 때 내가 잘 불렀던 노래 중에 꼬마 눈사람이란 노래가 있었는데...
한겨울에 밀짚모자 꼬마 눈사람...
요즘 아이들도 이 노래를 알까?
"경자씬 머리 만들어요, 제가 몸통 만들게요."
그렇게 우리는 마당 구석구석을 다니면서 눈을 뭉쳤다.
전에 얘기했나요?
우리 집이 옛날 집 구조라 마당이 조금 넓은 편이고 단풍나무며 은행나무들이 심어져 있었는데...
이젠 겨울이라 다 떨어지고 저쪽 구석에 있는 소나무 두 그루만이 그 푸르름을 과시하고 있구요.
그 은행나무 아래에는 작은 나무 벤취가 있어요.
민혁이와 난 가을에 여기서 해바라기를 한 적이 있었는 데...
개판씬 맨손으로 눈을 뭉치면서 연신 손을 호호 불고 난 개판 씨가 사준 장갑 끼고 만들고...
이젠 다 굴린 눈을 들고 합체. 작은 꼬마 눈사람이 완성됐다.
눈, 코, 입을 소나무 이파리로 만들고 손은 소나무 가지를 꺾어서 꽂고 그리곤 벤취의 눈을 치우고 앉아 바라보는 데...
" 경자씨 잠깐 만요."
그리곤 밖으로 나가더니 잠시 후 들어왔다.
그가 들고 들어온 것은 차에 있던 겨울 방석두개하고 불꽃놀이 폭죽 같은 데...
방석은 벤취에 깔고 폭죽은 불을 붙여서는 눈사람 머리에 두 개를 꽂는다.
" 어때요. 꼭 도깨비 눈사람 같죠? "
" 그러 게요."
폭죽은 지금 잘게 흩어지는 불꽃을 내면서 점점 타들어 가고 있다.
그리곤 그가 내 손에도 하나 쥐어준다. 그의 손에도...
" 정말 예쁘지 않아요. 전 집에 혼자 있거나 우울할 땐 항상 이렇게 불을 붙이곤 창 밖을 내다봐요. 그럼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기분이 정말 안 좋은 날은 열 개까지 붙여 본적도 있어요."
" 어머, 개판 씨가 기분이 안 좋을 때도 있어요? "
" 그럼요. 저두 사람인데요. "
" 전 개판 씨가 우울해 있는 건 한 번도 못 봤는데..."
" 괜히 우울해 해서 다른 사람들 기분까지 망치게 하고 싶지 않아서요. 옆에 있는 사람들이 이유 없이 같이 슬퍼지면 안되잖아요."
나 들으라고 하는 소리 같다.
그러면서 내 얼굴을 바라보면서 얘기한다.
" 그러니까 경자 씨도 힘내요. 괜히 나까지 우울해 지려고 하잖아요."
" 네 ..."
그래요. 힘낼 께요.
" 그리구 수혜일 궁금하면 얘기해요. 제가 아는 대까진 얘기 해 줄께요. "
"... "
" 민혁이 좋아하죠? "
" ... "
" 너무 좋아하지 말아요."
" ... "
" 경자씨가 힘들어 질지도 몰라요."
" ... "
" ... "
민혁이가 했던 말이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