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너무 서러워 그리고 죽을 것 같아

ㅇㅇ2021.03.05
조회715

하얀 건 남동생 이름이야

저렇게 카톡 보내려다가
꾹 참고 아빠한테 죽 시켜달라는 말이랑
엄마 약 사오기로 했으면서 왜 이 시간까지 술 먹고 있냔 말,
씽크대에 설거짓감 내놔도 되냐는 말만
딱딱하게 했어



나 사흘째 열 40도야
약 먹을 때만 5~6시간 열 38도로 내렸다가
정확히 6시간 넘어가면 다시 40도 돼
그리고 약이 그저께 아빠가 사다준 타이레놀 1통밖에 없어서
어제 이미 다 먹었어

그리고 이거 우리 가족이 다 알고 있어


나 진짜 온 몸이 끊어질 것 같이 아픈데

우리 가족은 이런 날 먼저 보듬어줄 성격이 아닌 것 같아

엄마 아빠 입장을 다 생각해 봐도
나는 그냥 서러워


제일 비참한 건 내가 지금 '위생적으로 인간이기를 포기했다'는 사실이야
아까 젖먹던 힘까지 빼서 2시간 동안 겨우 샤워했는데
샤워하고 나오자 마자 화장대 옆
짜파게티 컵에 대고 여덟 번을 토했어
어찌할 새도 없이
그 순간 동안 내 몸이 '토를 하기 위한 기계'처럼 바뀌더라
내 의지랑 상관 없이 위랑 식도만 존재하는 느낌이었어
컵은 가득 차고
냄새는 쓰레기같고
작은 데다 대고 토를 했으니 화장대 옆 바닥에 토가 다 튀었어
그리고 난 지금 허리를 구부릴 수 없어서 바닥에 튄 것들을 혼자 치울 수 없어
허리가 아파 옷을 입을 수 없어서 아빠한테 치워달라고 할 수도 없어
그리고 이 중에서도 제일 비참한 건
내가 2시간 동안 용을 써가며
샤워 5가지 단계를 겨우 해냈는데
이 중에 2단계가 망쳐졌단 거야

움직일 수가 없어

난 지금 숨만 붙어 있는 돼지 같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