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조절장애가 있는 배우자

익명2021.03.09
조회2,080

조금 더 공평한 의견을 받고자 글을 쓰는 제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밝히지 않겠습니다. 30대 평범한 직장인이고 5년 이상 연애하고 결혼을 한지 몇해가 지났습니다. 연애하던 시절에도 제 배우자가 불같은 성격을 가진 줄은 알았지만 결혼을 하고 보니 제가 생각하던 것 그 이상으로 폭발적으로 화를 냅니다.

저를 향한 분노나 폭발은 아직 없었지만 언젠가 제가 저 심기를 거스르거나 잘못을하면 저 역시도 다른 사람들과 같은 꼴을 겪을거라고 생각하면 무섭습니다.

평소에는 침착하고 다정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귀촌한 본인의 아버지가 동네에서 따돌림을 당하고 어르신들 술자리에서 무시를 당하고 시비 중에 주먹질을 당했다는 소리를 듣고 앞뒤 사정 청취도 없이 당장 뛰쳐내려가 그 마을 이장 담벼락에 차를 돌진해 담을 무너트리고 그 집 살림을 부수었습니다.

다행히 그쪽에서도 폭력을 저지른 점 등을 인정하여 중간지점에서 합의가 이루어져서 신고나 고소 없이 배상을 해주는 것으로 마무리가 되었지만 본인은 합의할 의사가 전혀 없었고 오히려 사과 하러 가자는 저에게 '나는 하나도 화가 안풀렸다. 다음에 또 그러면 불을 지를 것'이라고 하여 아연한 적이 있습니다.

아직도 부모님 댁에 가면 혼자 이장집을 둘러보는 행동도 멈추지 않고 동네 사람들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언제라도 행동으로 보여줄 수 있다는 식의 보이지 않는 힘자랑 같은 것을 합니다.

그 뿐만이 아니라 산길 운행 중에 상향등으로 위협 운전을 한 운전자를 쫓아가서 시비를 걸고 몸싸움을 걸었습니다. 산길에서 시속 100킬로에 가까운 속도로 위협운전을 한 차를 따라잡았습니다. 차에는 저와 본인의 부모님이 함께 였지만 상관 않고 내려서 상대 운전자에게 욕설을 하였습니다. 세 명이 겨우 말렸지만 분은 풀리지 않았고 결국 돌부리를 강하게 차서 본인의 발가락이 골절되었습니다.

또 본인 할아버님 장례식에서 본인의 부모님을 탓하는 고모님들과 큰 소리로 싸우다가 빈병을 깨고 자해를 한 적도 있습니다. 자해를 할 때 활짝 웃고 있었습니다. 보여주마 보여주겠다 하는 생각만 들었다고 합니다. 팔과 손가락에 깊은 자상을 입어 봉합술을 했습니다. 이 때문에 고모님은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으셔서 졸도를 하셨고 배우자는 가족들과 상의 하에 심리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완벽한 분노조절장애입니다.
분노나 화에 휩싸이면 대화라는 해결방법은 전혀 머리 속에 없습니다. 특히 가족에 대한 위협에 극도로 화를 내며 그 어떤 변명도 통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의아한 것은 평소 우애가 좋은 가족관계가 아니라는 것 입니다. 본인 가족들의 생활에 굉장히 무신경한 편입니다. 일상적인 대화는 곧 잘 주고 받지만 서로 신경이 곤두설 주제는 먼저 꼬리를 내립니다. 다른 사람과의 대립은 좋아하지 않고 오히려 먼저 굽혀 피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평상시에 온화하고 차분한 성격으로 모두에게 인품이 좋은 사람으로 각인 되어 있어서 그 행동이 얼마나 잔인하고 당시 그 자리에 함께 있었던 사람에겐 깊은 트라우마가 남을 일이었다 하더라도 사람들의 보호와 지지를 받습니다. '그럴 사람이 아닌데 얼마나 상대방이 나빴으면 그 착한 사람이 그랬겠어'라고요.

때문에 이러한 이유로 제가 배우자와 이혼을 고려하지만 그 누구의 지지나 동의도 얻지 못하고 있습니다. 꿈에서 배우자가 방으로 쫓아 들어와서 저에게 칼을 꽂습니다. 밤 길에 긴 골목길을 저는 미친듯이 도망치고 배우자는 차로 저를 쫓습니다.

고요하고 평화로운 결혼 생활을 하고 있고 배우자와 누가 봐도 사이 좋게 잘 지내고 있지만 저는 매순간이 위태롭습니다. 말 한마디를 할 때에도 몇 번을 다시 생각하고 배우자의 눈치를 습관적으로 살피게 됩니다. 저에게 충실하고 다정한 배우자라고 하여 이런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다른 분들은 가능하실까요?

이혼을 요구할 사유도 전혀 없고 오히려 이혼을 하자고 하면 미친 사람 받을게 뻔한 상황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저의 안전을 지키고 싶습니다.

이런 저의 생각이 너무 지나친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