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의 경험에 대하여

쓰니2021.0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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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스물셋 여자입니다.

이 글을 읽고 제게 집에서 벗어나라고 하시는 분도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연극배우라는 큰 돈이 필요한(그리고 돈을 쉬이 벌지는 못하는) 꿈을 꾸고 있어서 집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종종 제게 손을 대셨습니다. 그것에 대해 의문이나 반감을 품는 가족은 아무도 없었습니다. 시험 점수가 좋지 않으면 맞았고, 코스프레 행사를 다녀오면 또 맞았습니다. 게다가 맞을 때는 단순히 회초리 등의 도구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었어요. 어머니는 제 목을 조르며 머리를 마구 흔들고, 머리채를 잡아뜯고, 소리를 지르며 저를 폭행했습니다. 집에서 도망쳐 나오면 60통 넘게 욕설 문자와 전화가 왔습니다. 그 와중에 꼭 가야 했던 학원을 원망하며, 지하철에서 저는 내내 울었습니다.

어머니는 저를 혼내실 때마다 제게 개 같은 X, ㅆㅂX, ㅈ같은 X, 거지 같은 X, 창X, 우리 집의 노예라는 둥의 말을 했습니다. 심지어 중학교 2학년 때에는, 글쎄요, 맞은 이유가 잘 기억나지 않습니다만 그 때 맞으면서도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해했던 기억이 납니다. 정말 심하게 맞았거든요. 어머니는 분에 못 이겨 제 명치를 발로 찼고 저는 숨을 못 쉬며 꺽꺽댔습니다. 그러자 어머니는 확인사살하듯 제 명치를 한 번 더 발로 찼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줄기차게 맞았습니다. 그러다 2학년 겨울방학의 끝자락 무렵, 드디어, 간신히, 신고를 결심했습니다. 그러나 경찰서에 간 저는 도로 집으로 되돌려 보내졌습니다. 형사 분까지 오셔서 상담을 하셨는데도요. 이유는 분리를 원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부모님과 분리된다면 연극과 대학이라는 제 꿈은 금전 문제로 당분간 이룰 수 없을 거라고 형사님은 말했습니다. 그래서 참았습니다. 다시 집으로 가면서 그저 멍-했던 기억이 납니다.아무 생각도, 아무 감정도 들지 않았습니다. 마치 다른 사람의 껍데기를 뒤집어쓰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그 이후, 저는 집에서 범죄자 그리고 역적이었습니다. 감히 가족을 신고하다니. 어머니와 할머니는 분노하셨고 아버지는 침묵하셨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없게 하겠다고 서로 약속했고, 저는 그 말을 믿고 그동안 모아 온 모든 증거물들을 지웠습니다. (아마 가족들은 이 글을 보면 웃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가해자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큰 잘못을 저질렀는지 모르는 법이니까요.)

오늘 어머니가 저와 전화를 하시던 중, 나는 널 때린 게 미안하지 않다고 했습니다. 그 말을 벌써 몇 번째 반복하고 계시는지 모르겠습니다. 들을 때마다 속에서 화산이 폭발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이제는 소리내서 우는 법을 잊어버려서, 조용히 숨죽여 우는 게 습관이 되어 버렸습니다.

제가 죽으면, 어머니는 자신의 행동을 후회하실까요? 그리고, 저는 과연 이곳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경찰에게도, 학교 선생님들에게도, 어른들에게 아무런 도움도 받지 못한 저는 그대로 어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제 제 모든 것을 제가 책임져야 한다고 합니다.

이젠 정말 죽는 것밖에 탈출구가 없을지도 모르겠네요ㅎㅎ 그냥 한탄하고 싶어서 써 봤습니다.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