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살 남자 흔한 이별이야기

쓰니2021.0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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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한다고 했는데 정리가 되질 않아서 이렇게 글이라도 쓰면 속이라도 시원해 질까 해서 적어봅니다. 욕이라도 들으면 정신차릴꺼 같아서요. 제 입장에서만 쓴글이라는 점 양해부탁드립니다.

 

저는 올해 33살 중견기업에 다니고 있는 평범한 남자 입니다.

 

그 친구를 20살 재수시절에 만났습니다. 이성에 대한 감정보다는 그냥 편하고 얘기도 잘들어 주고 친구의 감정으로 지냈습니다. 무엇보다 그 친구 목소리가 되게 사람을 안정되게 만들어주는 신기한 매력을 가졌었어요. 재수가 끝나고 그 친구와 저는 각각 대구, 부산 국립대를 들어가게되었고, 핸드폰으로만 연락을 주고 받았었죠. 제가 계속 너무 편하게만 연락했는지 저에게 이제 연락하지 마라고 하더라구요. 몇개월 동안 연락을 하지 않고, 군대가기전에 연락을 하였습니다. 미안하다고 몸성히 잘지내라고 하고 군대 들어갔죠. 연락이 쭉 없다가 제 생일날 당시 하던 싸이월드 방명록에 그 친구가 생일축하 글을 남겼습니다. 너무 반가운 마음에 저도 그친구 싸이월드 가서 방명록에 글을 남겼죠. 편지한통도 받았네요 생각해보면... 전화도 했습니다. 크리스마스 이브에 휴가를 쓸려고 하는데 만났으면 좋겠다구요 ㅎㅎ. 단칼에 거절하더군요. 그 뒤로 연락이 뜸해졌습니다.

 

22살에 전역으로 하고 난 뒤 군대버프로 학과생활 열심히 하는 와중에도 간간히 안부연락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친구가 스위스 교환학생을 간다고 하였습니다. 가기전에 꼭 한번 만나고 싶어서 한번보자고 했는데도 그 친구쪽에서 가족을 봐야한다면서 피하더 라구요. 이때부터 였던것 같습니다. 제가 느끼던 감정이 친구의 감정이 아니라 이성의 감정이 었따는 것을 깨달았던 순간이었습니다. 그 친구는 교환학생으로 떠나고 난 뒤 연락이 전혀되질 않았습니다. 마음속에 상처로 남아 친구들과 술먹고 취할때면 항상 그 친구를 그리워 했었습니다. 인생 목표를 '잘되어서 그 친구앞에 멋있게 등장하자'로 정했구요.

 

열심히 살았습니다. 아르바이트도 부지런히 하고, 휴학하고 거제도 조선소 들어가서 족장 노가다하며 돈도 벌구요. 중간에 짧게 짧게 연애도 해보구요. 어느덧 제 나이는 27살이 되었고 취업을 준비해야하는 나이가 되었습니다. 다들 아시다시피 취업시장은 어려웠고, 저는 더더욱 비주류학과에 문과라서 더욱 취업이 어려웠습니다.

 

어느덧 모아둔 돈은 다 떨어졌고, 28살에 취업준비를 하며  아르바이트 해야했습니다. 단기알바 자리로 우연히 관공서 서류업무 정리자리를 구하게되었습니다. 말이 서류업무 정리지 노가다여서 엄청 편한복장으로 갔었죠. 일 열심히 하고 점심시간 때, 식당에서 밥을 먹고 나오는데

그 친구가 딱 들어오는 겁니다. 시간이 순간 멈춘것 같았습니다. 저는 지금 제모습이 부끄럽기도 하고, 혼란스러워서 도망갔습니다. 핸드폰으로 홈페이지를 검색해서 그 친구가 관공서 주무관으로 일하고 있는걸 확인한 순간, 너무 놀랬습니다.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서 울면서 전화했습니다. 집에가는 길에도 울고요. 복잡한 감정이었던것 같습니다. 그 친구에 대한 그리움, 현재모습에 대한 부끄러움 등 왜 그때 연락안되고 잠수했는지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다음날 점심먹고 기다렸습니다. 그 친구가 많이 놀래더군요. 한달 뒤 단기알바가 끝날시점에 같이 술한잔 했습니다. 왜 연락안되었는지에 대한 대답은 모르겠다 였고, 허무 하더군요. 이전에 썼던 손편지를 조그마한 선물과 함께 주었습니다. 20대 초반 순수했던 당시의 내가 정말 많이 좋아했었다고요. 그리고 가버렸습니다. 3일 뒤 그 친구에게 울면서 전화가 오더군요. 이렇게 하고 가버리면 어쩌냐고... 붙잡았습니다. 놓치기 싫었거든요. 백수이지만 자존심 다 버리고 붙잡았습니다.

 

이후 서로 조심스럽게 잘 만났습니다. 공백기가 있었지만 그 친구는 여전히 배려심 많고, 따뜻한 친구였습니다. 정말 이쁘게 만났습니다. 작은것에 감사할줄 알고, 이곳저곳 여행도 다니면서요. 저도 열심히 취업준비를 했고, 정말 다행이 28살 하반기 취업에 성공하였습니다.

부산으로 지원에서 합격하였지만, 회사 사정으로 인해 서울에서 계속 근무를 해야하였습니다. 어쩔수 없이 저희는 롱디를 해야했고, 자주 볼수가 없었습니다.

남들이 하기 싫어하는 지방발령을 제가 자원하여, 그 조건으로 부산에 내려갈 수 가 있었지만, 그것도 잠시, 다시 서울 TO를 메꿔야하는 시점이되어, 다시 서울로 가게 되었습니다. 롱디커플이었지만 연락을 자주하고, 서로 신뢰를 주며 잘버텼습니다. 결국엔 다시 부산으로 복귀할수 있게 되었구요.

 

문제는 결혼이었습니다. 저는 이 친구만이 전부였고, 꼭 이친구와 결혼하고 싶었습니다. 연애 중간중간 얘기를 꺼내었고, 그 친구도 부정적이진 않았지만 부모님 설득이 걱정된다고 하였습니다.

안정적인 직장을 원하신다고 하셨고, 저는 사기업에 다니는 중이었으니까요.

 

그 친구는 7급 주무관이었고, 저는 중견기업 직원이었습니다.

제 스펙만 굳이 밝히자면 연봉 5천이상 중견기업 대리이고, 자가1채 보유, 주식 일부 보유, 키 174 / 83 에 취미가 헬스라서 덩치도 좀 있고, 사람들한테 인상좋다는 얘기 많이듣습니다. 엄청 잘나진 않았지만 크게 빠진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결혼상대로 나쁘지 않다는 자만심도 있었구요. 무엇보다 결혼해서 그 친구에게 정말 잘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가득찬 상태였습니다.

 

32살 때 쯤에는 꼭 결혼이 하고 싶었습니다. 그 친구에게 너무 부담스럽게 굴었습니다. 결혼 꼭 너와 하고 싶고, 조금씩 준비하면 좋겠다 이렇게요. 부모님께 조금씩 말씀드려 달라고요.

적극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제가 그 친구에게 결혼상대로서 신뢰를 못주고 있는가 싶어서 터놓고 대화해보려고도 했구요. 그 친구도 노력 많이 했습니다.

 

제쪽에서 집을 마련할 때 대출을 끼려고 하는데, 그 부분이 그 친구 부모님입장에서 맘에 안드셨나보더라구요. 빚이 없는걸 원하셨어요. 요새 신혼부부 대출없는 사람들 거의 없다는 점을 그 친구도 잘 알고 있습니다. 그것때문에 부모님과 다투기도 했었구요. 어느 순간 그 친구 의지가 확 꺾이 더라구요. 그냥 이대로 지내는것도 좋지 않겠냐는 말을 하면서요.

저도 지쳐가는게 느껴지고, 그 친구에게 냉정하게 대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면서 깜짝깜짝 놀랐습니다. 마음속으로는 헤어지는게 맞다고 생각하면서 차마, 그 얘기가 밖으로 나오지 않더라구요.

 

20년 5월쯤 헤어지자고 하였다가 1주일만에 바로 잡았습니다. 생전 처음 느껴보는 마음이 무너지는 감정을 견딜 수가 없더라구요. 우리 딱 올해까지만 노력해보고 안되면 헤어지자고 하였습니다. 사실 그때도 알고 있었습니다. 헤어지는게 맞다는 걸요.. 희망고문이었던 것 같습니다.

이쁘게 잘만났습니다. 의지를 보여주고자 대출 끼어서 새집도 장만했구요. 같이 무언가를 하고 싶었는데, 그 친구는 역시 의지가 보이지 않더군요. 이제와서 보면 그 친구가 결혼에 대한 생각자체가 별로 없었던것 같은데 스스로 몰랐던것 같습니다. 평범하게 결혼준비하는 커플과 저희는 너무 달랐습니다. 결국 11월이 되어서, 진전되어있음이 없음에 제가 너무 지쳐서 헤어지자고 하였습니다.

 

못할 소리 많이했습니다. 이제 다른 사람 만나고 싶다. 왜 내 스펙이 그렇게 모자라냐, 금수저빼고 평범한 쪽에서는 나름 연봉받고, 잘 살수 있다. 내가 이 이상 뭐 어떻게 더 해야하냐 며 상처주는 말을 너무 많이했습니다.

 

그 친구도 지쳐서 헤어지자고 하였습니다. 저도 이제 새삶 살아야겠다 마음먹고 열심히 살아보려고 하는데, 잘 안되더군요. 어딘가 공허하고 고장난 느낌이었습니다. 헤어지고 나서도 연락 많이했습니다. 참 그 친구도 착하게 다 받아주더라구요. 이제는 안받아주지만... 이게 맞는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저도 포기하고 연락안하죠. 참.... 다른 사람을 만나봐도 채워지지가 않네요. 감정의 정리가 덜되서 그런것 같기도 하구요.

 

그 친구를 사랑했던 시간이 참 길었던 만큼, 정리하는데도 시간이 필요한데 참 힘든 과정인것 같네요. 다시 만나서 잘되거나 이런생각하지 않습니다. 다시만나더라고 서로 상처줄께 뻔하다는걸 너무 잘알고요. 가끔 너무 목소리가 듣고 싶고, 그리울 때 있습니다. 원망스러울 때도 있구요. 병신같이 울때도 있습니다. 감정에 Delete키가 있다면 연타로 누르고 싶네요.

 

좋은 사람이 다시 나타날꺼라 믿고 스스로 가꾸고 있는 중입니다. 제가 그친구를 원망하는 마음과는 별개로 그 친구가 진정으로 행복하게 잘됬으면 좋겠습니다. 제가 못채워준 부분 더 멋진 사람이 나타나서 채워주길 원하구요. 그 친구가 정말 좋은 사람이라는 것은 그 친구 가족빼고는 제가 제일 잘알거든요. 정말 그 친구를 만나는 사람은 행운아일꺼라 생각합니다.

 

긴 글 두서 없이 주저리주저리 썼는데, 저처럼 같은 실수 안하셨으면 좋겠습니다.

조금 스스로 용서하는 시간을 가져보면서, 그 친구를 놓아주려고 합니다.

쓴소리 달게 받겠습니다. 정신차리게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리고 혹시라도 보게된다면

B야 내 인생 통틀어 정말 많이 사랑했고, 정말 고마웠어. 끝까지 구질구질하게 찌질한 사람인데 한때나마 사랑해줘서 고마워. 넌 강한 사람이라 걱정안하고 잘 이겨낼꺼라 생각해. 최선을 다해 행복해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