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가고싶다

쓰니2021.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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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가고싶다
아니.. 하다못해 인서울 대학이라도 가고싶다

16살에 무슨 바람이 들었는지 공부라곤 2시간도 채 못하던 내가 밤 12시까지 9시간 30분 벼락치기로라도 공부하며 예술고에 가겠다고 그렇게 다짐했는데,
이번에도 이상한 바람이 든건지 예상등급 7등급이 이제는 서울대에 가고싶단다.


아빠는 직업병 때문인지 사소한거에 관해서도 우리를 가르치려고 했고, 우리는 말만 섞어도 싸웠지만 눈만 마주치면 화해하는 언니동생 사이였다. (너나 나나 유튜브보고 같이 게임하고 떠드는걸 제일 좋아했으니까 아마 내가 책상 밑에 숨겨둔 책을 네가 보게 된다면 비웃을지도 모르겠다.)

아빠가 조금 심한 날에는 나나 동생을 때리기도 했는데, 그때마다 우리는 서로 조용히 "내가 정말 공부 열심히 할테니까 작은 원룸에서 살더라도 내가 성인이 되면 우리 둘이서만 살자" 하고 속삭이곤 했다.



나는 구질구질한 동네에서 (아빠 왈)잘나가는 동네로 이사와서 적응도 못하고, 하필이면 예고도 탈락한데다 집에서 학교로 고속도로 타고 15분 걸리는 거리에 있는 자공고에서 진도를 못따라가고 내성적이여서 여고인데도 아직 친한 친구 한명 없고, 수학 동아리에 들어갈 자신감도 가지고 있지 않지만 꿈은 누구보다 크게 꾸고 있다. 혹시 운이 좋다면 이루어질 수도 있다.

그냥 서울대에 가서 알바를 뛰며 수학교육을 배우고, 네가 좋아하는 서울 애니메이션 행사도 같이 가고, 너의 스트리머 생활을 위해 좋은 장비도 사주고 싶다. 네가 이 동네 고등학교를 다니느라 내가 광주에서 서울로 통학하더라도 같이 살자. 그때가 되면 아빠는 정년퇴직해 혼자 자연속에서 그림을 그리고 있을테고, 엄마도 원하시는 인생을 살고 계실거다. 그리고 분명 서울대 재학중인 딸은 우리 가족에게 충분한 자랑거리가 될 수 있을것이다.


3년동안 쥐죽은듯이 살며 하루에 16시간 넘게 공부해야 가는곳이 서울대다. 3년동안 같이 게임도 못해주고, 네가 본 유튜브 영상의 내용에 공감해주지 못할지도 모른다. 한달정도 남은 중간고사를 공부하고, "너 어느대학 갈래?"라는 질문에 인서울이라는 대답을 했을때 우스워 보이지 않는 성적을 가지게 됐을때, 그때 한번 또 케이크 먹으러 걸어가면서 이 얘기를 해주고 싶다. 너도, 나도 서로가 진지하게 하는 말을 믿을 수 있게 되면.




인생에 별 쓸모없는 긴 혼잣말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밑은 그냥 잡담)

저번주까지 우리반 부담임을 맡아주셨던 선생님께서 네이트판을 자기 전에 보신다고 하셨는데, 만약 오늘도 자기 전에 네이트판을 켜신다면 이 글도 보셨으면 좋겠다.(운이 좋으면 엄마가 보실수도 있다) 우리학교 아무 선생님께서라도 보신다면, 선생님, 저 정말 열심히 할게요. 미술에서 수학으로 갈아타는것도 쉬운 일이 아니고, 갑자기 서울권 대학교를 노리는것도 쉬운 일이 아닐테지만 힘이 닿는곳까지 오르겠습니다. 이번주는 온라인이라 직접 뵙지 못하지만, 다음주에 한번 상담하러 가겠습니다. 수업때 뵈요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