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친 아재의 철인왕후 옹호문이라는데...

쓰니2021.0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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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씨에서 읽었는데(지금은 삭제) 좀 길고 쉰내가 나는 것 같긴 하지만 읽으면서 솔직히 좀 놀랐어.


나는 드라마 안 본 상태에서 논란 있다는 글만 좀 봤었거든.


드라마 안 본 사람들은 한번 읽어봐. 억울한 피해자는 최대한 방지해야 하니까.



1.철인왕후는 친중이다?


- 일단 이 드라마에 중국 관련된 것이라곤 생선 가시 처먹은 중국 대사, 중국에서 왔다는 똥개 새끼 한 마리랑 망원경 같이 생긴 장난감밖에 안 나옴.


- 중국 대사한테 생선 요리해주는데 가시 안 나오게 조심하라는 당연한 중국 대사관 직원의 당부에 셰프인 주인공은 “지가 진시황이야?”하고 빈정거리는 바람에 통역관은 매우 당황함. 이걸로 중국에서 혐중이라고 별점 테러당함.


- 철종 시대로 건너간 주인공은 왕이 나쁜 독재자가 될 수 있으니 그 권력을 법으로 제한해야 한다는 사상을 설파하고 철종이 이를 받아들임. 


- 왕을 선거로 뽑는다는 말을 철종과 주인공이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동학농민 운동에 참여한 농민이 부부가 쌍으로 미쳤냐며 어이없어 함.


- 철종이 민주주의의 기틀을 놓았다고 결말에 나옴.


본 드라마는 중국 공산당에서 발작 일으킬 만한 요소인 피지배계급의 반란, 부패하고 무능한 지배 세력 처단, 선거, 민주주의가 주제 의식임.

친중은커녕 계몽군주 철종 덕분에 한국이 조선 말의 비극을 모조리 피해 갔다는 것이 주요 줄거리로 국뽕을 치사량까지 주입한 정신승리에 가까움.

소설에 빗대자면 딱 박씨전. 즉, 절대 친중적인 내용은 아니다.



2. 다음으로 역사 왜곡, 구체적으로는 조선 왕조와 실존 인물에 대한 폄하 논란을 보자. 


- 조선왕조 실록, 종묘제례악을 폄하했다?

주인공은 똘기가 넘치는 망나니로 말 함부로 하는 캐릭터임. 왕한테 자긴 현대로 돌아가면 그만이라며 반말 찍찍하면서 길바닥에 침 뱉을 정도로. 주인공이 진지하게 조선왕조실록의 진위성에 의문을 제기한 적은 없음.

홍길동 아버지는 홍길동 보고 서자로서의 법도를 지키라고 하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에는 ‘니그로’가 수십 번도 더 나오는데 , 그럼 홍길동전은 적서 차별 옹호 작품이고 허클베리 핀의 모험은 흑인 혐오 작품임? 대사의 맥락을 고려해야지. 한 회도 아니고 한 씬도 아니고 대사 한 줄로 한국 폄하 드라마행이라니. 실질적 문맹이냐고.


- 일본 상인이 조선 화약을 사가며 '조선을 다시 침략하기 위해서'라는 식으로 말하기 때문에 식민사관을 담고 있다?? 

이건 그냥 악의가 철철 넘치는 조작. 그 식민 사관스러운 말을 뱉은 일본 상인은 위장한 철종의 최측근임. 철종이 자기 상황이 하도 답이 안 나오니 무기 관리 똑바로 안 했다는 죄목으로 적폐들 날려버리려고 함정수사한 것임. 최측근이 진짜 함정에 걸려버리는 한심한 조선 관료들에게 빈정거리는 대사임.


- 조선 양반이 현대 중국어로 글을 쓴다? 

그 한자로 쓴 글귀 화면에 1초도 안 나옴. 근데 그거 캡처해서 글자 하나하나 해독하고 중국식 한문과 한국식 한문의 차이점에 대해 논하고 있더라. 그런 걸 대체 누가 알아봄? 의심도 이쯤되면 정신병임.


- 조선 왕조와 실존 인물 폄하 논란 

이건 가능한 지적. 하지만 멀쩡히 살아있는 현대 정치인들과 지금의 한국의 조롱하는 마당에 조선 말기에 나라 말아먹은 양반들을 왜 희화화하면 안됨? 심지어 남자와 여자의 영혼이 바뀌는 B급 병맛 코미디 드라마에서? 


철인왕후를 우리 민족 비하죄로 기록말살형에 처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우리의 자랑스러운 화랑 문화를 희화화한 영화 '황산벌' 퇴출! 같은 감독의 '왕의 남자', '사도'도 퇴출! 그 영화에 나온 이준기, 송강호, 유아인, 유해진 퇴출!"


운동도 같이 하면 그러려니 하겠는데 안 그럴 거잖아?



3. 마지막으로 혐/한 작가 원작을 사왔다? 이건 사실임. 작가인 박계옥의 사상이 의심스럽다? 이것도 그럴 수 있음.


그런데 드라마 자체는 이미 알아보았듯 혐한의 요소가 없음. 

혐한 작가 원작을 사왔다는 것은 따로 조사해보지 않으면 알아낼 수가 없는 정보임. 박계옥 작가의 전적 역시 마찬가지.

근거가 없으니 굳이 그런 정보를 조사해낸 다음에 다른 날조된 증거와 짜맞추어 선동에 나서는 것. 


애초에 본 드라마는 원작과 시작 부분 외엔 아예 겹치는 내용이 없음.

"원작 소설가의 신념과 행실 → 원작 소설 → 원작 드라마 → 드라마 <철인왕후>" 로 계속 각색하면 어떤 요소는 사리지고 새로운 요소가 들어가면서 변하는 것이 당연한데 이걸 이해 못하겠다면 당신의 대가리에 묵념을...



4. 결론


뭐 그래도 여전히 드라마가 불편할 수는 있음. 어찌됐든 조선은 노답으로 나오니까. 그러나 그런 식으로 따지면 동북공정 아닌 사극 찾기가 힘들다. 달뜨강에서는 고구려 왕이 고구려 백성 학살하고, 고구려 여자들 중국에 팔려감. 없었던 일 지어내가며 고구려 상ㅂㅅ으로 만들었는데 왜 동북공정 드라마라고 안 함? 철인이나 달뜨강이나 둘 다 결국엔 국뽕 드라마인데 왜 하나는 매국이고 다른 하나는 애국이 됨?


동북공정 드라마 기준이 도대체 뭐임? 여초 커뮤의 기분?


이 모든 반박에 딱히 할 말은 없으면서도, 그래도 불편하니까 이 드라마의 존재를 말소하고 관계자들을 모조리 징벌하기 위해 나서야겠다면 그것은 당신의 자유. 하지만 그런 행위는 극단적 피씨충과 홍위병이나 저지를 만한 짓임.


그 어떤 기준도 없고, 제대로 된 지식 하나 없이 ‘우리 문화를 지키겠다’는 명분으로 검열에 나서며 ‘매국’이라는 끔찍한 언어 폭력을 거리낌없이 행하는 당신들이야말로 이 나라에서 가장 짱개스럽다는 것. 꼭 알아두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