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사용 깍두기 집을 보며... 음식장사의 오적(五賊)

abalone802021.0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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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입니다.

원본 그림의 이름: KakaoTalk_20210330_004603948.jpg

원본 그림의 크기: 가로 400pixel, 세로 507pixel

색 대표 : sRGB

EXIF 버전 : 0221 

▲ 출처 - 김지하 시인,「오적」

 

 

음식 장사의 오적(五賊)

 

  음식(飮食) 장사를 하되 좀스럽게 만들지 말고 똑 이렇게 하렷다.

내 밥 장사에 뛰어든 지 벌써 4년째,

온갖 고난 버티며 이 악물고 버텨 여기까지 왔으나

눈 뜨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식(食)도덕을 상실한 이들을 보고

더 이상은 견딜 수가 없으니, 에라 모르겠다.

같은 자영업자 처지에 쓴소리 들을 때 듣더라도

내 별별 이상한 음식 도둑 이야길 하나 쓰것다.

 

  

첫째 도둑 나온다. 거짓말 하는 놈 나온다.

몇푼 아끼겠다고 원산지 속여

뒤로는 저가 외국산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고,

포장까지 갈아가며 양심을 팔아먹는다.

미국산 섞은 퓨전 국산한우, 유기농 공장제 수제쿠키,

중국산 알몸 김치가 국산으로,

너희들의 원산지는 대체 어듸맨고?

정체불명의 저런 음식 먹고 다들 별탈 없다더냐.

 

또 한 놈이 나온다. 음식 가지고 장난치는 놈 나온다.

흐물흐물 해진 고기 소주에 빨아 손님상에 척,

남이 먹다 남긴 생선탕도 팔팔 끓였으니 ok,

재탕 깍두기는 듬뿍듬뿍, 되는 것도 문제없고 안 될 것도 문제없어.

어제 먹은 국밥이 다 올라온다, 퉤엣-

 

셋째 놈이 나온다. 남의 것 베끼는 놈 나온다.

메뉴부터 설명, 사용하는 그릇까지 모조리 싹 다 갖다 베꼇다.

남이 피땀 흘려 이룬 것을 노력 없이 날ㅡ름,

여보게, 두 다리 뻗고 잠은 잘 자는가.

후안무치가 따로 없다.

따라해도 된다고 내가 언제 그랬더냐 흰구름아 물어보자.

 

넷째 놈이 나온다. 탐관오리 나온다.

제 손에 물 안 묻히고 편하게 돈 벌려는

이놈들 뱃속에는 큰 황소불알만한 도둑보가 겉붙어, 오장칠보.

원가 천 원짜리를 만 원에 쓱싹,

공(功)은 쥐뿔 없는 놈이 하늘 같이 높이 앉아

디룩디룩 방댕이, 불록불룩 아랫배, 방귀를 뽕뽕 뀌며

아그작 아그작 나온다.

 

마지막 놈이 나온다. 악성 불편러 나온다.

하수구에 쳐박힌 치킨, 쓰레기통으로 직행한 떡볶이

어허 저놈 손가락 좀 봐라 낯짝 하나 더 붙었다

 악평거리 찾아 킁킁, 취재기자 받들어 꿍얼꿍얼

별점이 내린다 샤라랄라랄라라

 

 

여봐라 게 아무도 없느냐.

음식 장사꾼 욕 먹이는 오적을 잡아들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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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글은 최근 저희 가게에 셋째 도둑, '남의 것 베끼는 놈'이 들어

그 억울함을 알리고자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형식은 김지하 시인의 오적에 대한 오마주입니다.)

 

저희는 부산과 서울에서 4년 째 전복요리전문점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처음 가게를 시작하면서 음식의 구성은 물론이고

한 글자, 한 글자 고심하여 메뉴의 설명문도 만들었습니다.

음식이 담길 그릇을 수제 식기로 제작하여 사용하는 등

차별화 된 맛과 서비스로 손님들의 인정을 받게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따라하는 업체들이 하나둘씩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동안은 유명세를 치르는 과정의 일부일 거라는 생각에,

또 그 모사의 수준이 낮아 신경을 쓰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젠 정도가 지나친 후안무치(厚顔無恥)의 업체가 나타났습니다.

메뉴 구성, 플레이팅 방식, 음식 소개는 물론이고

저희의 그릇 마저도 제조업체를 수소문해 찾아가 

똑같은 디자인에 색만 달리하여 구매해 사용하고 있습니다.

 

높은 제작비용과 파손률, 비효율성을 감수하면서까지

직접 기획하고, 업체와 함께 디자인을 수정해 만든 그릇들입니다.

빈번한 가격 인상, 불량품 납품에 대한 이의제기에

그 업체는 오히려 거래 중단으로 엄포를 놓았고,

심지어 동일한 메뉴를 취급하는 곳에 같은 제품을 판매하였습니다.

 

장사에는 상도덕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지난해 SBS <골목식당>에서 포항 덮죽집의 레시피를 따라한

프랜차이즈 업체는 결국 사업을 철수하게 되었습니다.

누군가의 고민과 노력, 돈, 시간이 들어간

창작의 결과물을 결코 가볍게 생각하지 말아주십시오.

법적으로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해도

마음의 상처는  평생 용서되지 않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