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홍 기사 보고 옛 생각이 나서 착잡하네요

답답2021.0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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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홍 기사를 보는데 생각보다 기분이 많이 안 좋더라구요. 의식하지 못했는데 옛 기억이 소환되서 그랬더라구요.

어릴때 집이 망해서 가족들은 돈이 전혀 없었어요. 저는 20대 초반부터 돈을 잘 벌었죠. 일은 넘치고 하는 만큼 벌 수 있어서 20대 중반에는 기본 500씩은 벌었었어요. 누군가에게는 큰 돈이 아닐 수 있지만 저희집에서는 큰 돈이였죠.

처음에는 제가 가족들에게 뭔가 도움이 된다는 것이 뿌듯하고 좋았어요. 가족들도 누구보다 저를 자랑스러워했고요. 가족들이니까 누구보다 내 일을 자기 일처럼 기뻐해줬어요. 집안에서 가장 존중받는 역할을 한다는게 좋았죠.

근데 점점 그게 당연한 일이 되더라구요. 선물을 사주고 맛있는 밥을 사주고 여행을 보내주고 용돈을 드리면 좋아하면서도 그 돈 있으면 그냥 달라는 식이랄까요. 부모님이 빌려간 돈이 쌓였고 언젠가 뭔가에 도전하고 싶어서 돈이 들어오면 갚아 달라고 했는데 불같이 화를 내더라구요. 그때 알았죠. 다시 돌려 받을 수 없다는 걸요. 게다가 오히려 욕을 먹는다는 걸요.

부모님은 돈이 있으면 첫째 오빠에게만 지원했지 돈이 많은 저에게 돈을 갚을 생각 같은 건 없었어요. 첫째오빠가 직장에 어렵게 취직을 하게 됐는데 당장 출근할 때 입을 옷이 없다며 그 전까지 쓰게 카드를 빌려달라고 했어요. 이제 월급을 받으니까 갚을 수 있다고. 흔쾌히 빌려줬었죠.

그리고 그 날부터 이런저런 지출 내용이 제 핸드폰에 뜨는데 저는 평소에 생각도 못한 비싼 물건들이 찍히더라구요. 양복은 이해가 되는데 다른 것들도 계속 찍혔어요. 그리고 출근 전에 제 카드 한도 300만원을 꽉채워서 다 사용하더라구요. 제가 세상 물정을 몰라도 신입 월급이 어느 정도 정해져 있는데 그 한 달 월급보다 많은 돈을 한번에 쓴다는 것도 이해가 가지 않더라구요. 그리고 그 돈을 쓰러다니는 내내 부모님과 오빠가 함께 했구요.

점점 더 저를 답답하게 만들었던 건 가족들이 점점 일을하지 않는다는 거였어요. 제가 제 수입을 자랑스럽게 항상 얘기를 했었는데 한달에 천만원 가까이 번다고 얘기한 뒤로는 다들 일을 안하거나 쉽게 그만두더라구요. 각자 월급을 받으면 가족 모두 합쳐서 천만원 벌 수 있을텐데 그 역할은 그냥 저만하게되는 느낌이였죠. 점점 생활비를 드리게되고.. 가족들이 점점 무능해져가는 걸 느꼈죠.

부모님은 항상 첫째 오빠를 편애했었고 제가 오빠한테 돈을 주지 않으려 하는 걸 알고 본인들이 받아서 오빠에게 주더라구요. 그걸 알고 오빠는 매번 부모님께 손을 벌리고 도움을 받을 구실을 만들었구요.

가족들이 저를 자랑스러워하는 건 여전히 똑같았지만 저를 아끼는 것 같지는 않았어요. 빌려간 돈 얘기하면 섭섭해하고 미친듯이 화를 내고ㅜㅜ 왜 돈을 벌러 가지 않는지 살짝 물어도 돈 잘 번다고 다른 사람들 힘든거 이해 못한다는 식으로 화를냈죠.

제가 살고 싶은 삶에서 점점 멀어지고 가족들도 멀어지고 더이상 돈 버는 것도 재미가 없더라구요.

나는 계속 돕고 있는데 왜 계속 나한테 화를 내는지. 막 펑펑 울기도 하고.. 저는 힘들게 며칠동안 일해야 버는 돈을 받아서 아주 쉽게 쓰더라구요. 저에겐 쉬쉬하며 자기들끼리.

어느 날 결정을 했어요. 앞으로 미래가 없다는 걸요. 제 미래가 아니라 가족들이 무능해지는 미래가 보였어요. 제가 부모님께 집을 해드려도 그게 오빠거가 될거라는게 눈에 훤히 보였죠. 저의 효도가 모두에게 독이 될거라는 거. 이 상태가 그대로 지속되면 효녀는 될수 있을지 모르지만 서로 점점 원망하는 관계가 될 거라는게 보였죠.

계속 이렇게 살든 나쁜년이 되든 둘중에 하나라고 마음 먹고, 그리고 나쁜년이 되기로 결정했죠. 그날부터 가족들에게 돈을 주지 않았어요. 선물이나 밥은 샀지만 돈은 쉽게 주지 않았죠. 그동안 빌려준 돈은 받지 않기로 결정하고 털어버렸어요. 그대신 내 돈 원없이 내가 하고 싶은거에 다 썼어요. 그렇게 실컷 쓰고 다시 정신차리고 돈을 벌어서 80% 이상을 강제 저금을 했어요. 처음엔 저에 대한 섭섭함이 각자 다른 사람들의 섭섭함으로 돌아가더라구요.

친척들은 사정도 모르고 돈 잘 번다면서 부모 형제 안 챙기는 이기적인 년이라고 욕하고 수근대고. 그래도 잘한 것 같았어요. 다들 일을 하기 시작했고. 도와주면 고맙다는 말도 하고.

그 뒤에도 다들 내게 큰 돈을 해달라고 하고 안해주면 섭섭해하는 일들이 있었어요. 첫째 오빠는 상냥했지만 결국 제게 하는 모든 얘기가 돈이였죠. 마치 내가 자기 지갑이라도 되는 것처럼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큰 일이 있을때는 정말 크게 도움을 줬는데도 기대만큼이 아닌지 반응이 썰렁했어요.

경험상 가족들은 최소한 내가 버는 돈의 30%이상 각각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더라구요. 그래도 가족들만큼 제가 힘들 때 나서주는 사람들은 또 없기 때문에 소중해요. 미워도 잘되길 바라구요. 하지만 도움을 주면 30%보다 더 많이 받아야된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어요.

저는 깍쟁이처럼 굴어도 이런 일들이 있었어요. 돈을 많이 벌어서 잘 했는데도 불구하고 저는 나쁜년이에요ㅎㅎ 이 밖에도 빚, 몰래 대출받기등 괴로운 일들이 많았지만 저에 대해 알수 있을 만한 것들은 뺐습니다. 지금까지 이런 얘기를 어디서도 하지 못했어요. 누워서 침뱉기니까.

박수홍 기사보고 박수홍의 가족들과 부모의 현재 마음이 어떨지 잘 느껴져서 제가 다 힘들었어요. 너무 답답해서 여기서 질러봤습니다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