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THE MASK)-10

바람2004.02.25
조회271

 

곰같이 묵직한 목소리로 말하며 웅(熊)이 무기를 꺼내 들었는데 그의 덩치에
잘 어울리는 것이었다.
여섯 척(1.8m) 정도 크기의 방망이였는데 끝이 공처럼 둥근 것이 특이해 보였다.
말을 마친 웅(熊)은 거대한 방망이를 휘두르며 막개를 향해 빠르게 치고 들어왔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가벼운 몸놀림이었다.
무겁게 들어오는 방망이를 보며 막개는 검으로 쳐내지 않고 옆으로 피했다.


쿵!!


막개가 피하는 바람에 방망이가 동굴에 있는 석순 쳐 산산이 부셔졌다.


"하하하. 어디 계속 피해봐라!"


웅(熊)은 통쾌하게 웃으며 방망이를 다시 휘두르기 시작했다.
방망이는 무거운 병기답지 않게 빠르게 움직였는데 막개의 좌측과 우측을
모두 포위하며 들어왔다.


얼핏보면 단순한 방망이질 같았지만 그 변화는 단순한 것이 아니었다.
방망이 끝의 둥근 공이 막개의 좌측 대혈을 공격하며 들어가는 것 같지만 사실은
어깨의 견정혈(肩井穴)을 공격하기 위한 허초에 불과 했다. 그러나 막개가
어깨의 견정혈(肩井穴)을 막기위해 손을 쓴다면 좌측으로 공격하던 방망이는
허초가 아닌 실초가 되어 다시 막개를 공격하는 것이다.
좌측의 대혈(大穴)과 우측 어깨의 견정혈(肩井穴)이 모두 공격권 안에 포위
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형국인 것이다. 그러나 어느 쪽의 공격도 막아내지
못할 것 같던 막개의 몸이 흐릿해지며 순간 시야에서 사라졌다.
깜짝 놀란 웅(熊)이 헛바람 소리를 냈다.


"헛!"


막개의 종적을 찾던 웅은 자신의 뒤쪽에서 차가운 기운이 덮쳐오는 것을 느끼고
회전하며 방망이로 쳐냈다.


창!!


맑은 금속성이 동굴에 울려 퍼졌다.
검과 방망이가 부딪힌 것이다.
그 충격으로 웅(熊)은 세 걸음씩이나 물러나고도 방망이를 통해 전해오는
강한 기운에 인상을 썼다.


 막개 또한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한 걸음 물러나며 기혈을 진정시켰다.
막개는 초개의 치료를 위해 너무 무리하게 기운을 쏟아 이미 자신의 무공을
반도 사용할 수 없었다. 더구나 초개의 치료 중 한독공(寒毒功)의 독 기운이
몸으로 흘러 들어와 위험한 상태였다. 일단은 혈도(穴道)를 봉쇄하여 더 이상
독이 퍼지는 것을 막아 놓았지만 오래 갈 수 없었다. 

 
 싸움을 지켜보던 호(虎)가 웅(熊)에게 말했다.


"물러나라. 네 상대가 아니다!"


호(虎)의 말에 웅(熊)은 불만스런 표정을 지었으나 아무 말 없이 물러났다.
그는 자신이 상대를 너무 얍잡아 보아서 한 수 밀린 것이라 생각했다.
다시 겨룬다면 밀리지 않고 이길 자신이 있었으나 첫째인 호(虎)의 말을
무시 할 수 없어 미적거리며 물러났다.


 막개는 웅(熊)이 물러나고 호(虎)가 나오자 긴장되었다.
웅(熊)과는 몇 초 겨루어 보지 못했으나 그 강인한 힘과 무공이 독특하여
함부로 상대할 수 없는 상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첫째인 호(虎)가 나선 것이다.
막개는 호(虎)가 웅(熊) 보다 더욱 상대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자신이 큰 부상만 입지 않았다면 신경쓰지 않았을 테지만 지금은 사정이
그렇지 못했다.
막개는 주위를 둘러보며 상황을 정리했다.
백의인이 다섯 남았고 호웅사묘(虎熊獅猫) 네명이 포위하고 있었다.


'백의인들은 별 문제가 없으나 호웅사묘(虎熊獅猫)가 힘들겠구나 하나도 대적하기
 힘든 상황에 그들이 모두 덤빈다면 큰일이다!'


그는 생각을 계속 할 수 없었다.
호(虎)가 앞으로 걸어나왔기 때문이었다.


"상천제 막개! 듣던 대로 대단하구나!"


"별말씀을..."


"우리 그럼 다시 한번 겨루어 볼까...난 둘째와는 틀리다."


말을 마친 호(虎)가 순식간에 달려들며 공격했다.
그의 공격은 무척이나 빠르고 특이했는데 손을 갈퀴처럼 구부려서 가슴을 공격해
왔다. 그 모양세가 호권(虎拳)을 닮았는데 치고 빠지며 달려드는 것이 더욱 무섭고
날카로 왔다.


짧은 순간에 그는 십 여 초를 공격했고 막개는 급하게 피해야 했다.
호(虎)는 마치 맹수처럼 사납게 달려들며 공격하였는데 갈퀴 손으로 가슴을
연달아 할퀴는가 하면 발을 들어 막개의 복부을 걷어차기도 했다.
막개는 호(虎)의 독특한 권법(拳法)에 맞서지 못하고 계속 밀리기만 했다.
막개는 칠성보(七星步)를 사용하여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모면하곤 하였는데
그 모습을 지켜보는 치우는 가슴이 조마조마 했다.
몇 번의 공격이 실패로 돌아가자 호(虎)는 소리치며 공격의 형태를 바꾸었다.


"호표칠장(虎慓七掌)!!"


순간 그의 두 손이 하나에서 둘로 둘에서 넷으로 보이기 시작하더니
수 십 개의 손이 막개의 모든 대혈(大穴)을 노리고 들어가기 시작했다.


 계속 피하기 바빴던 막개는 순식간에 상대의 손이 수 십 개로 불어나 자신의 모든
퇴로를 막으며 혈도를 노리고 달려들자 당황했다.
좌측과 우측 그리고 위와 아래가 모두 공격 권에 들어가 있었다.


'이런! 내가 너무 방심했구나!'


막개는 후회하며 소리쳤다.


"칠성지연검(七星之軟劍) 쾌풍초(快風超)!!"


외침과 함께 막개의 검이 하얀 괘적을 그리며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
이 검은 이름과 같이 검초가 무척이나 빠르고 날카로 왔는데 싸늘한 검기가
지나가는 곳마다 공격해 들어오던 호의 손이 사라져 갔다. 그러나 수 십 개의 손을
모두 벗어나지는 못했다.


찌익!


막개의 옆구리 쪽 옷이 찢어져 나가며 살점이 떨어져 나갔다.
상대의 공격이 순식간에 이루어진 것이고 막개는 계속 공격에 밀리고 있던
상황이라 제대로 초식을 전개하지 못해서 당한 것이다.
고통에 찬 막개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으윽!"


막개가 상처를 입자 치우는 놀라며 달려가려 했으나 그럴 수 없었다.
치우가 달려오려는 것을 보고 막개가 고개를 흔들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미 승기를 잡았다고 생각한 호(虎)가 이러한 기회를 놓칠리 없었다.
상처 입은 막개를 향해 쐐기를 박으려는 듯 빠르게 달려들었다.


"호표칠장(虎慓七掌) 호골조(虎骨爪)!!"


그의 손이 갑자기 하얗게 변하기 시작하더니 이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호표칠장(虎慓七掌)의 호골조(虎骨爪)는 원래 손을 단련하는 무공으로 그 깊이가 클수록

손의 색깔이 하얗게 변하며 나중에는 투명하게 변하여 바위라도 깰 수 있는 무서운 무공이었다.
지금 호(虎)는 칠성까지밖에 익히지 못해 하얗게 손 색깔이 변한 것이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낼 수 있었다.


 막개는 호(虎)의 하얀 손이 무섭게 공격해 들어오자 함부로 막을 수 없어
옆으로 피했다.
호(虎)의 하얀 손은 막개의 얼굴을 살짝 옆으로 비켜갔는데 그것만으로도
막개는 얼굴이 얼얼하고 쓰려와서 깜짝 놀랐다.


'호웅사묘(虎熊獅猫)의 무공들이 이렇게 독특하고 무서울 줄이야'


호(虎)의 공격은 멈추지 않고 계속 되었는데 그 때마다 막개는 칠성보(七星步)의
빠르고 교묘한 움직임을 이용하여 피 할 수 있었다. 그러나 언제까지 피해 다닐
수만은 없었다.
막개는 검을 회전시키며 원을 그리기 시작했다.
천천히 그려지던 원이 점점 그 속도가 빨라지더니 어느 순간 원이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그저 하얀 기운이 막개의 온 몸을 감싸며 퍼지고 있었는데 점점 막개의 몸이
그 기운에 가려져 보이지 않았다.


 호(虎)는 안개같은 기운에 가려 막개가 보이지 않자 긴장하기 시작했다.
막개의 몸과 검이 보이지 않으니 언제 어떤 공격이 이루어질지 몰랐다.
상대를 보며 그 공격을 막는 것과 상대를 보지 못하며 공격을 막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였다.


호(虎)의 손이 더욱 하얗게 빛을 발했다.
호골조(虎骨爪)를 극성으로 끌어올린 것이다.
호(虎)는 천천히 안개 같은 기운 덩어리를 돌며 공격의 빈틈을 찾기 시작했다.
그러나 끝임 없이 흘러나오는 하얀 기운은 빈틈을 보이지 않고 점점 그 크기가
커져 나가기만 했다.


 약간의 시간이 지났을까.

하얀 기운 주위를 돌던 호(虎)의 크고 날카로운 눈이 번쩍 빛나더니

 번개 같이 하얀 기운 덩어리를 향해 쏟아져 들어갔다.


순간.


차차창!!


기괴한 울림이 동굴에 울려 퍼지며 빠르게 치고 들어갔던 호(虎)가
모습을 나타내었다.
그의 입가에는 가느다란 핏줄기가 흘러내리고 있었는데 작은 내상을 입은 듯 보였다.
 막개를 감싸던 하얀 기운도 점차 사라져 막개가 모습을 들어냈는데 그 또한
무사하지 못한 것 같았다. 그의 칼은 두 동강 나서 부러져 있었고 입가에 핏자국이
있는 것이 그 또한 내상을 입은 것 같았다.


 상황을 지켜보던 치우는 끝내 참지 못하고 막개에게 달려갔다.


"아저씨! 괜찮아요?"


"크...괘...괜찮다. 걱정마....크......컥!"


말을 하던 막개가 갑자기 붉은 피를 토해냈다. 내상이 가볍지 않았던 것이다.
이미 많은 내력을 소모한 상태에서 호(號)와 또다시 무공을 겨루었으니 그의 몸이
견딜 수 없었던 것이었다. 더구나 한독공의 강한 독기운이 몸속으로 퍼져서
제어가 힘들었다.


"아..아저씨!!"


놀란 치우가 소리쳤으나 막개는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괜....괜찮다!"


치우는 막개의 말을 믿지 않았으나 그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막개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치우에게 말했다.


"걱정마라! 죽음에서 살아난 내가 아니냐. 후후"


막개의 웃음에 치우는 잠시 안심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뿐.

여태껏 상황을 지켜보기만 할뿐 아무 소리도 않던 사(獅)가 음울하게 말했다.


"대단하군! 큰 형님을 이렇게 만들다니!"


회색빛 눈동자가 막개에게 향하며 계속 말했다.


"어디 나와도 겨루어 보자!"


 사(獅)의 음울한 말을 듣자 치우는 화가 나서 소리쳤다.


"대단하군! 정말 호웅사묘(虎熊獅猫)는 대단해!!"


음울한 사(獅)의 목소리 대신 묘(猫)의 맑은 소리가 동굴에 울려 퍼졌다.


"뭐가 대단하는 거지?"


"흥! 대단하지 않구 한 사람을 상대로 여러 명이 숫자를 믿고 덤비다니
 대단하지 않느냐? 너희들은 한 사람만으로는 우리 막개 아저씨를 못이길 것
 같으니까 돌아가면서 겨루는 것 아니냐?"


치우의 말에 호웅사묘(虎熊獅猫)의 얼굴은 금새 굳어졌다.
 사실 그들은 호승심이 강한 인물들이었다. 그래서 그 누구와 싸워도 결코

협공은 하지는 않았다. 물론 지금 막개와 싸운것도 엄밀히 말해서 협공으로

싸운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싸워서도 반드시 이긴다고는 할 수 없지만
결코지지 않을 자신은 있었다. 그런데 한 소년으로부터 떼거지로 덤빈다는
말을 들었으니 어찌 기분이 좋을 수 있겠는가.
묘(猫)가 짜증난다는 듯이 말했다.


"흥! 뭐가 한 사람을 상대로 여러 명이서 덤벼? 그럼 여태껏 일대일로 겨룬 것은
 뭐야? 실력이 없어서 못이기면 그렇다고 말할 것이지..."


치우는 지지 않고 계속 맞섰다.


"그럼 너희들이 숫자를 믿고 덤비지 않았단 말이야? 창피한 줄도 모르고...
 거지들이 싸워도 일대일로 정정당당히 싸운다. 그런데 무공을 익혔다는
 사람들이 부상당한 사람과 거지를 포위하고 싸우면서 정당하다는 것이냐?"


치우의 말에 묘(猫)는 할말을 잃고 날카롭게 째려보기만 하였다.

그 모습을 보며 치우는 계속 말했다.


"아까 분명히 내가 말했잖아? 천지환은 이미 그 청도삼괴라는 놈들이 가져갔다고
 그런데도 왜 떼거지를 쓰며 사람을 핍박하냐? 정말 생각이 없구나!!"


치우의 말에 묘(猫)가 발끈해서 소리쳤다.


"뭐야? 너 죽고싶어? 우리가 뭐 청도삼괴라는 멍청이들처럼 바보인 줄 아느냐?
 가짜가지고 좋아하게..."


그때였다.
어디선가 음침한 목소리가 들렸다.


"크크크. 네년이 입이 찢어 졌다고 함부로 말하는 구나!"


순간 동굴로 세 사람이 들어왔는데 그들은 청도삼괴(靑島三怪)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