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결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책임감에 의해서......그것도 단 한 번의 말도 안되는 엉뚱한 실수로 인해서 말이다...... 그 비참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자신이 저질렀던 그 말도 안되는 실수.....그건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집에 일찍 들어가곤 싶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가족들에게 시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은은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노래방을 찾았다.
서은은 타고난 음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은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키득거리거나 딴청을 하거나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건 석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었다.
더욱이 그녀 보다 앞서 노래를 부른 사람은 가수와 다름이 없을 정도여서 더욱 비교가 됐을 것이다. 서은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치뤄야할 만만찮은 전쟁을 치르기 전에 전의를 불태우기 위해 있는 대로 소리를 질러 노래를 불러댔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어쩜 이렇게 박자와 음정을 제멋대로 벗어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러는 사이 정말 신기하게 조금은 기분이 풀려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서은은 뒤로 넘어갈 뻔했다.
늦게 올거라고 생각했던 석훈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가족과 그와의 관계였다.
서은이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그는 사근사근한 사위로 변해 있었고 가족들은 세상에 더할 나위 없는 사위 맞듯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서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서은을 보자마자 한마디했다.
"왜 이제야 오는 거야? 김서방은 아까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괞찮습니다. 어머님..... 볼일이 있었겠죠. 밥은 먹었어? 안그래 도 어머님이 이렇게 잔뜩 차리셨어. 아직 안먹었으면 어서 와서 식사 해....."
서은은 미쳐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머..... 김서방 자상한 것좀 봐라. 서은인 넌 정말 복터졌다. 세상에 이 런 남편이 어디 있니?"
"잠깐 나좀 볼래요?"
서은은 이를 갈며 말했다. 석훈의 눈빛은 다정했다.
"그러지. 뭐..... 어머님 잠깐만요."
어머니는 흐뭇한듯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서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석훈도 따라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러면 내가 얼마나 곤란해지는지 알아요?"
"뭐가 곤란해지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여잔 얼마든지 있을텐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거에요?"
"어.....여잔 얼마든지 있을만큼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유들유들한 표정이다. 서은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아요. 나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 알아요....하지만 이건 적당한 복수가 아니라고요......오늘이 좋은 기회에요. 우리 이혼하겠다고 어른들한테 말해요."
"당신 이렇게 화목한 분위기를 망칠 셈이야?"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복수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어요.....하지만 그 일이라면 이미 나도 댓가를 치를만큼 치뤘어요. 당신을 만난 것 자체가 그렇다구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 면 아니...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도 절대로 당신을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당신 왜 이렇게 입이 거칠어졌지? 예전엔 안 그랬는데.....그땐 나한테 사근사근했잖아."
"미안해요. 그 일은 사과하겠어요. 하지만 난 당신한테 강요하지 않았어 요. 그런데 당신이 결혼을 강행한 거라구요. 당신 애인과 당신을 갈라놓 은 결과가 됐지만 당신이 원했다면 얼마든지 당신 애인과 잘 될 수 있었 을 거라구요."
"당신 갈수록 더 기대하게 만드는군. 이젠 톡톡 제법 쏠줄도 알고. 하지 만 내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아. 그리고 짐이나 서둘러 챙기는 게 좋겠 어. 당신한테 필요한 것만 가져가면 돼. 옷가지나 챙겨. 다른 건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거든. "
석훈이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서은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가 달라졌다. 짐들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이미 서은의 짐을 챙겨놓은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이가 없었다. 서은은 어이가 없어 거실로 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김서방을 연발하고 있었고 가까운 친척들은 부러움과 함께 뿌듯해하고 있었다.
"엄마. 내 짐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다니? 당연히 김서방이 갈 때 너도 따라가야지.....부부가 너 무 오래 떨어져있으면 안 좋아. 너도 이제 주부니까 철없이 굴지 말고 남 편한테 잘해...."
"누구 맘대로? 난 계속 이 집에 있을 거야."
어머니는 당혹한듯 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애가 아직 철이 안들어서......"
"아닙니다. 당연하죠. 그렇게 오래 떨어져있었는데요.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데려가겠습니다."
"정말? 그럼 나야 정말 고맙지....큰 방을 줄까?"
"아니요. 서은이 방이면 됩니다. 그 방도 훌륭하던데요."
서은은 그 자리에서 졸도할 지경이었다. 이건 예상 밖이었다.
이 남잔 지금 오늘 당장 서은과 한방을 쓴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집에 있는 사람들 모두다 그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좋겠어. 도대체 얼마만에 같이 보내는 거야? 아 부럽다....."
고모가 부러운듯 보고 있다.
서은은 무슨 말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도통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석훈이 웃었다. 서은은 그의 면상에 뭔가 던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은은 할말을 잃고 앉아있었다. 우울함이 전신에 퍼지는 듯 했다.
그것도 아주 급속도로 말이다. 그때부터 시간이 신경쓰였다.
초침소리가 환각처럼 또박또박 들렸다.
어두워지면 석훈과 정말 한방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위까지 쓰린다.
진수성찬을 두고도 배고픈지를 모르겠다.
다른 때 같으면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이 진수성찬 앞에서 말이다. 가족들의 모임은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친척들은 일어나서 집에 돌아갔다. 어머니는 침대시트를 갈아놓고는 아버지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만난 지운과 서은을 위한 배려인듯 싶었다. 잠시 석훈과 서은에게 어색함이 흘렀다.
"뭐해? 그만 우리도 들어가자고."
"당신과 내가 한방에서 잔다는 건 말도 안된다구요?"
"우린 부부야. 도대체 뭐가 잘못 됐다는 거야? 아..... 삐친 거구나? 오랜만 에 만났는데 신부를 안고 방까지 안들어간다고...."
"오버하지 말아요."
갑자기 그가 서은을 안아들었다. 서은은 당황해서 버둥거렸다.
"무슨 짓이에요? 내려놔요."
"가만히 있어.... 그러면 날 더 자극하는 거라고....지금 보니까 제법 무 게가 나가는데.....난 좀더 먹고 살좀 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서은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신 어쩜 이렇게 뻔뻔해졌어요?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다 당신 덕분이지....몰랐어?"
석훈은 서은을 안고 방까지 들어갔다. 그리고는 서은을 침대에 내려놨다.
"이젠 뭘 해야할까? 열정적인 키스라도 해야하는 건가?"
"장난하지 말아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말과는 달리 서은의 가슴은 방망이질을 했다.
이 좁은 방에 석훈과 같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당신은 나한테 연락조차도 안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러는 건 정말 말 도 안된다구요."
"화났군? 무심한 남편이라고 바가지 긁는 건가?"
"말을 자꾸 그런 식으로 돌리지 말아요."
갑자기 석훈이 서은의 옆에 누웠다. 서은은 놀라서 일어났다.
"겁먹었군.....내가 어떻게 할 것 같아?"
"장난하지 말아요...."
석훈은 갑자기 서은의 얼굴 위로 얼굴을 가져다댔다.
석훈의 숨소리가 들렸다.
서은의 가슴은 무나 크게 두근거려서 그에게도 들킬까봐 신경이 쓰였다.
"당신은 이제 정말 어른이 됐군.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무슨 말이에요?"
석훈의 얼굴이 더 가까이 오자 서은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석훈은 어린아이처럼 반응을 보이는 서은이 흥미로운지 서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는 서은의 볼을 어루만졌다.
"부드럽군."
석훈이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볼에 느껴졌다. 서은은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어떤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다음에 다가올 것에 대해 서은은 거부할 생각을 잃었다.
그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그래 어쩜 이 결혼은 잘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를 잃고 싶지 않다. 그때 갑자기 그의 몸이 그녀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안으려 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서은은 움직이지 않고 석훈을 안았다.
그가 이렇게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서은은 깨달았다.
'아직도 석훈을 사랑하고 있어.......'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여전히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다음날 서은이 일어나니 석훈은 없고 서은에겐 이불이 덮어져 있었다. 그리고 메모가 놓여져 있었다.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간다. 난 출근해야해서 먼저 가고 짐을 가지러 사람을 보내겠다. 학교에 갔다가 그냥 우리집으로 오면 돼.>>
아주 간단한 메모였다. 우리집......서은은 그 단어에서 계속 눈을 뗄수가 없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그와 한집에서 부부로 살아가는 것일까? 서은은 학교에 가면서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강의실에 도착했을 땐 거의 수업시작 전이었다.
자리를 잡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누가 손을 들어보였다. 민석이었다. 아, 그는 서은은 남자친구였던 것이다. 갑자기 서은의 머리가 지근거리기 시작했다.
야들야들 결혼서약(2)-세상에 그와 한방에서 머물다?
#2. 세상에! 그와 한방에서 머물다?
서은은 터벅터벅 걷고 있었다.
석훈은 서은이 사무실을 나올 때까지 더 이상은 아는 척을 하지 않았다.
머쓱해진 서은은 혼자서 슬그머니 사무실을 나온 것이다.
그냥 이렇게 넘어갈 수는 없다.
오늘 집에서 담판을 짓는 것이다.
이 결혼은 잘못된 거라고 가족들에게 사실대로 말하고 종지부를 찍어야한다.
그럼 모두 제대로 해결되는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석훈의 반응은 예상 외였다.
이혼은 그가 더 좋아할 거라고 생각했었다. 그는 결혼을 원했던 사람이 아니었다.
울며 겨자먹기 식으로 어쩔 수 없이 이루어진 결혼이었던 것이다.
그것도 순전히 책임감에 의해서......그것도 단 한 번의 말도 안되는 엉뚱한 실수로 인해서 말이다......
그 비참함은 지금도 잊을 수가 없다.
하지만 다시는 떠올리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자신이 저질렀던 그 말도 안되는 실수.....그건 두 사람의 인생을 바꿔놓았던 것이다.
집에 일찍 들어가곤 싶지 않았다.
들어가자마자 가족들에게 시달릴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서은은 평소에 노래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지만 노래방을 찾았다.
서은은 타고난 음치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서은이 노래를 부를 때마다 키득거리거나 딴청을 하거나 어이없는 반응을 보이곤 했다. 그건 석훈도 마찬가지였다.
그는 키득키득 거리며 웃었었다.
더욱이 그녀 보다 앞서 노래를 부른 사람은 가수와 다름이 없을 정도여서 더욱 비교가 됐을 것이다.
서은은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그리고 집에 들어가서 치뤄야할 만만찮은 전쟁을 치르기 전에 전의를 불태우기 위해 있는 대로 소리를 질러 노래를 불러댔다.
하지만 자신이 생각해도 어쩜 이렇게 박자와 음정을 제멋대로 벗어날 수 있는지 정말 신기하기만 할 따름이었다.
그러는 사이 정말 신기하게 조금은 기분이 풀려있었다.
집에 도착했을 때 서은은 뒤로 넘어갈 뻔했다.
늦게 올거라고 생각했던 석훈은 벌써 도착해 있었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건 가족과 그와의 관계였다.
서은이 보기에도 놀랄 정도로 그는 사근사근한 사위로 변해 있었고 가족들은 세상에 더할 나위 없는 사위 맞듯이 소란을 피우고 있었던 것이다.
서은은 자신의 눈을 의심할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는 서은을 보자마자 한마디했다.
"왜 이제야 오는 거야? 김서방은 아까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데......"
"괞찮습니다. 어머님..... 볼일이 있었겠죠. 밥은 먹었어? 안그래
도 어머님이 이렇게 잔뜩 차리셨어. 아직 안먹었으면 어서 와서 식사
해....."
서은은 미쳐서 돌아버릴 지경이었다.
"어머..... 김서방 자상한 것좀 봐라. 서은인 넌 정말 복터졌다. 세상에 이
런 남편이 어디 있니?"
"잠깐 나좀 볼래요?"
서은은 이를 갈며 말했다. 석훈의 눈빛은 다정했다.
"그러지. 뭐..... 어머님 잠깐만요."
어머니는 흐뭇한듯이 그 모습을 지켜봤다.
서은은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고 석훈도 따라들어왔다.
"이게 무슨 짓이에요? 이러면 내가 얼마나 곤란해지는지 알아요?"
"뭐가 곤란해지는데?"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거에요? 여잔 얼마든지 있을텐데 나한테 왜 그러는 거에요?"
"어.....여잔 얼마든지 있을만큼 내가 그렇게 대단한 사람이었어?"
유들유들한 표정이다. 서은은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그러지 말아요. 나한테 복수하고 싶은 거 알아요....하지만 이건 적당한 복수가 아니라고요......오늘이 좋은 기회에요. 우리 이혼하겠다고 어른들한테 말해요."
"당신 이렇게 화목한 분위기를 망칠 셈이야?"
"도대체 나한테 얼마나 복수하고 싶었는지는 알겠어요.....하지만 그 일이라면 이미 나도 댓가를 치를만큼 치뤘어요. 당신을 만난 것 자체가 그렇다구요. 시간을 되돌릴 수만 있다
면 아니...다시 선택할 수 있다면 나도 절대로 당신을 만나는 일은 절대 없을 거예요."
"당신 왜 이렇게 입이 거칠어졌지? 예전엔 안 그랬는데.....그땐 나한테
사근사근했잖아."
"미안해요. 그 일은 사과하겠어요. 하지만 난 당신한테 강요하지 않았어
요. 그런데 당신이 결혼을 강행한 거라구요. 당신 애인과 당신을 갈라놓
은 결과가 됐지만 당신이 원했다면 얼마든지 당신 애인과 잘 될 수 있었
을 거라구요."
"당신 갈수록 더 기대하게 만드는군. 이젠 톡톡 제법 쏠줄도 알고. 하지
만 내 생각은 전혀 바뀌지 않아. 그리고 짐이나 서둘러 챙기는 게 좋겠
어. 당신한테 필요한 것만 가져가면 돼. 옷가지나 챙겨. 다른 건 이미
다 준비가 되어 있거든. "
석훈이 그렇게 말하고는 방을 나갔다. 서은은 어이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뭔가가 달라졌다. 짐들이 정리가 되어 있었다.
어머니가 이미 서은의 짐을 챙겨놓은 것이다.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지 어이가 없었다.
서은은 어이가 없어 거실로 나갔다.
아버지와 어머니는 김서방을 연발하고 있었고 가까운 친척들은 부러움과 함께 뿌듯해하고 있었다.
"엄마. 내 짐 어떻게 된 거야?"
"어떻게 되다니? 당연히 김서방이 갈 때 너도 따라가야지.....부부가 너
무 오래 떨어져있으면 안 좋아. 너도 이제 주부니까 철없이 굴지 말고 남
편한테 잘해...."
"누구 맘대로? 난 계속 이 집에 있을 거야."
어머니는 당혹한듯 했다.
"미안해서 어쩌지? 애가 아직 철이 안들어서......"
"아닙니다. 당연하죠. 그렇게 오래 떨어져있었는데요. 오늘은 이곳에서
자고 내일 데려가겠습니다."
"정말? 그럼 나야 정말 고맙지....큰 방을 줄까?"
"아니요. 서은이 방이면 됩니다. 그 방도 훌륭하던데요."
서은은 그 자리에서 졸도할 지경이었다. 이건 예상 밖이었다.
이 남잔 지금 오늘 당장 서은과 한방을 쓴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이 집에 있는 사람들 모두다 그 사실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좋겠어. 도대체 얼마만에 같이 보내는 거야? 아 부럽다....."
고모가 부러운듯 보고 있다.
서은은 무슨 말인가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도통 할말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석훈이 웃었다. 서은은 그의 면상에 뭔가 던졌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서은은 할말을 잃고 앉아있었다. 우울함이 전신에 퍼지는 듯 했다.
그것도 아주 급속도로 말이다.
그때부터 시간이 신경쓰였다.
초침소리가 환각처럼 또박또박 들렸다.
어두워지면 석훈과 정말 한방을 쓰게 될지도 모른다. 위까지 쓰린다.
진수성찬을 두고도 배고픈지를 모르겠다.
다른 때 같으면 정말 행복했을 것이다. 이 진수성찬 앞에서 말이다.
가족들의 모임은 늦은 밤까지 계속되었다.
11시가 훨씬 넘어서야 친척들은 일어나서 집에 돌아갔다. 어머니는 침대시트를 갈아놓고는 아버지와 방으로 들어가버렸다.
아무래도 오랜만에 만난 지운과 서은을 위한 배려인듯 싶었다.
잠시 석훈과 서은에게 어색함이 흘렀다.
"뭐해? 그만 우리도 들어가자고."
"당신과 내가 한방에서 잔다는 건 말도 안된다구요?"
"우린 부부야. 도대체 뭐가 잘못 됐다는 거야? 아..... 삐친 거구나? 오랜만
에 만났는데 신부를 안고 방까지 안들어간다고...."
"오버하지 말아요."
갑자기 그가 서은을 안아들었다. 서은은 당황해서 버둥거렸다.
"무슨 짓이에요? 내려놔요."
"가만히 있어.... 그러면 날 더 자극하는 거라고....지금 보니까 제법 무
게가 나가는데.....난 좀더 먹고 살좀 쪄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서은의 얼굴이 화끈거렸다.
"당신 어쩜 이렇게 뻔뻔해졌어요? 예전엔 이 정도는 아니었는데?"
"다 당신 덕분이지....몰랐어?"
석훈은 서은을 안고 방까지 들어갔다. 그리고는 서은을 침대에 내려놨다.
"이젠 뭘 해야할까? 열정적인 키스라도 해야하는 건가?"
"장난하지 말아요.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쯤은 알고 있잖아요?"
하지만 말과는 달리 서은의 가슴은 방망이질을 했다.
이 좁은 방에 석훈과 같이 있다는 게 믿기지가 않았다.
"당신은 나한테 연락조차도 안했어요. 그런데 갑자기 이러는 건 정말 말
도 안된다구요."
"화났군? 무심한 남편이라고 바가지 긁는 건가?"
"말을 자꾸 그런 식으로 돌리지 말아요."
갑자기 석훈이 서은의 옆에 누웠다. 서은은 놀라서 일어났다.
"겁먹었군.....내가 어떻게 할 것 같아?"
"장난하지 말아요...."
석훈은 갑자기 서은의 얼굴 위로 얼굴을 가져다댔다.
석훈의 숨소리가 들렸다.
서은의 가슴은 무나 크게 두근거려서 그에게도 들킬까봐 신경이 쓰였다.
"당신은 이제 정말 어른이 됐군. 기다린 보람이 있는 것 같아....."
"무슨 말이에요?"
석훈의 얼굴이 더 가까이 오자 서은은 얼른 입을 다물었다.
석훈은 어린아이처럼 반응을 보이는 서은이 흥미로운지 서은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리고는 서은의 볼을 어루만졌다.
"부드럽군."
석훈이 속삭였다. 그의 입술이 볼에 느껴졌다.
서은은 가슴이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그리고는 어떤 기대감이 차오르는 것을 느꼈다.
그리고는 눈을 감았다.
다음에 다가올 것에 대해 서은은 거부할 생각을 잃었다.
그는 너무나 매혹적이다.
그래 어쩜 이 결혼은 잘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들었다.
그를 잃고 싶지 않다. 그때 갑자기 그의 몸이 그녀를 짓눌렀다.
하지만 그는 그녀를 안으려 한 것이 아니라 그대로 잠이 들어버린 것이다.
그러면서도 그는 그녀를 끌어안았다.
서은은 움직이지 않고 석훈을 안았다.
그가 이렇게 자신과 함께 있다는 것이 믿기지가 않았다.
서은은 깨달았다.
'아직도 석훈을 사랑하고 있어.......'
그것이 얼마나 힘든지 알면서 여전히 조금도 나아지지 않은 것이다.
다음날 서은이 일어나니 석훈은 없고 서은에겐 이불이 덮어져 있었다.
그리고 메모가 놓여져 있었다.
<<피곤할 것 같아서 그냥 간다.
난 출근해야해서 먼저 가고 짐을 가지러 사람을 보내겠다.
학교에 갔다가 그냥 우리집으로 오면 돼.>>
아주 간단한 메모였다.
우리집......서은은 그 단어에서 계속 눈을 뗄수가 없었다.
실감이 나지 않는다. 정말 그와 한집에서 부부로 살아가는 것일까?
서은은 학교에 가면서 자신이 정말 잘하는 것인지 생각했다.
강의실에 도착했을 땐 거의 수업시작 전이었다.
자리를 잡으려고 두리번거리는데 누가 손을 들어보였다.
민석이었다.
아, 그는 서은은 남자친구였던 것이다. 갑자기 서은의 머리가 지근거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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