맘충. 이런경우도 해당이 되나요

코코2021.04.12
조회37,632
추가합니다.
댓글로 위로해주시고 공감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손이 덜덜 떨렸다는 말이 주작같다는 분은... 이런 상황 안겪어보셨거나 아니면 엄청 담이 쎈 분인거 같습니다.
저는 외국에서 학창시절을 보내고 한국에는 결혼 후에야 들어왔고 그래서 아직도 때로는 노골적이고 직설적인 대화 방식에 깜짝깜짝 놀라곤 하는데 그렇게 무례하게 큰 소리로 다 들리게 맘충이라는 단어를 쓰는 종업원의 말에 그냥 얼어버렸던것 같습니다. 괜히 그불편한 자리에서 빨리 도망치고 싶은 생각도 들고... 많은 분들 말씀대로 그자리에서 뭐라고 얘기라도 해주고 나왔어야하는건데 아무래도 제 성격의 문제인것 같기도 하네요.
식사하시는 다른 손님들도 있고 또 아이도 많이 배가 고프고 해서 그냥 얼른 나가서 딴데 가서 먹자 하고 나온건데 집에 오는 길에 생각할 수록 더 속이 상하고 그말 들었을때의 찝찝한 그 기분이 계속 맴돌아서 글을 쓰게된거구요...

아무튼 위로 격려 해주신분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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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활성화 된 채널을 빌려 글을 씁니다. 양해 부탁드립니다.
가끔씩 커뮤니티 글들은 인스타에 올라오는 정도 눈팅만 하다가 이렇게 아이디를 만들어 글을 쓰게 되네요.


저는 30대 초반 만 두살 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제가 글을 쓰는 이유는 특정 업장에 피해가 가게 하기 위함이나 분란을 조장하기 위함이 아니라,
무조건적으로 사회에 어린아이들과 부모가 “기어나오는 것” 조차 엄청난 민폐라며 손가락질 하시는 분들께 간곡한 마음으로 읍소하기 위해서 입니다.

저녁식사를 위해 저와 남편, 그리고 아이 이렇게 셋이 서울의 한 식당을 찾았습니다.
자리에 앉아 메뉴를 보고 주문을 받기 위해 20대 초반으로 보이는 한 남학생(?)이 왔습니다.
저희는 해물파전 하나, 쌈밥 정식 (2인 메뉴) 하나 그리고 아이에게 먹일 돌솥 비빔밥 하나를 시켰습니다. 주문하면서 저는
“돌솥 비빔밥은 계란과 고추장 양념은 빼주실 수 있을까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그러자 주문받던 분이 한숨을 크게 푹 쉬면서 정확히 “애가 먹어요?” 라고 물어보더군요. 그래서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랬더니 “아 물어볼게요”라고 말하고는 카운터로 가더군요. 자리가 멀지 않고 식당이 크지 않아 카운터에 있는 다른 젊은 여자 종업원에게 “지새끼 밥은 좀 지가 싸가지고 다닐것이지 맘충 존x..”라며 고개를 저으며 말하는 겁니다.
아이 키우는 2년동안 주위에 피해 끼치지 않기 위해 최대한 외출도 자제하고 공공장소에서 버릇 없는 아이로 자라게 하지 않기위해 정말 많이 노력하면서 아이를 키웠는데... 직접 처음 그런 말을 들으니 손이 덜덜 떨리더라구요. 결국 남편과 저는 큰 소란을 만들고 싶지 않아서 그냥 바로 카운터로 가서 방금 주문은 취소해주시라고 하고 식당에서 나왔습니다.

식당에 잠시 앉아서 주문하는 짧은 5분 가량의 시간동안 저희 아이는 한번도 큰소리를 내거나 돌아다니지도 않았고 자기 자리에 앉아서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있었습니다...
또 두돌이 지난 아이라 더이상 이유식이나 특별한 유아식은 하지 않기에 데리고 나가서 식사 할 일이 생기면 식당에 있는 메뉴중에 골라서 먹이는 편입니다... 어제 갔던 식당 메뉴에서는 그래도 아이가 가장 잘 먹을 수 있는게 비빔밥 같은데, 아이가 계란 알러지가 있고 아직 매운걸 못먹기에 그 두가지를 빼달라고 주문한 것인데... 이게 정말 맘충이라고 욕을 들을만한 행동이었나요..?
비빔밥 먹으면서 매운걸 잘 못먹거나 하는 사람이 고추장 양념을 따로 달라거나 빼고 달라는 경우는 없나요?
저희가 인원보다 적게 메뉴를 시킨 것도 아니고... 아이가 먹을거니 돈 받지 말고 서비스로 달라고 진상을 부린 것도 아니구요...

만약 저희 아이가 두살이 아니라 성인이었다면 안들어도 될 이야기였겠죠. 매운걸 잘 못먹고 계란 알러지가 있는 성인이 그렇게 주문을 했더라면요... 아무리 생각해도 저희가족이 무엇을 잘못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요즘 한국에선 특히 아이를 보는 시선이 곱지 못하다는것 압니다.
여기저기 노키즈존이 생기는데는 이유가 있겠죠.
그래서 몇배로 더 조심하고 신경씁니다. 그런데도 이런이야기를 듣게 되는건 그냥 편견에서 비롯되는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실제로 일부 잘못하는 부모들도 있겠지요. 하지만 그렇다고해서 모든 아이엄마들이 맘충인건 아니지 않나요...
식당에 아이가 들어오면 무조건 눈에 불을 켜고 뭐 하나 잘못 하나 안하나 벼르고 보는 시선들이 따갑습니다.
저희 어린 시절에는 식당이나 공공장소에서 그렇게까지 주눅들고 죄지은 사람마냥 행동해야 했던 것 같지 않은데 왜 시간이 지날수록 더 사회가 이렇게 되는 걸까요...
답답한 마음에 몇자 끄적여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