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아침햇살

쓰니2021.0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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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버지는 한 가지 밖에 모르셨다.

그 한 가지는 시간이 흐르면 다른 것으로 바뀌기도 하셨지만, 여전히 한 가지 임에는 변함이 없으셨다.

어느샌가부터 주말마다 우리집 냉장고에는 아침햇살이 한 병씩 있었다.

분명 언젠가 내가 흐르듯이 아침햇살을 좋아한다고 말한 걸 들으신 것 같다.

일주일에 한 번 집에 오시는 아버지는 나와 같이 시간을 보낸적이 거의 없었다.

그 때문인지 우리 부자는 서로에 대해 아는 것이 별로 없었다.

매주 빈 병으로 냉장고 밖에 옮겨지던 아침햇살은 시간이 지날 수록 바깥 구경을 하는일이 더뎌졌다.

이윽고 달 주기로 없어질 무렵 나는 더 이상 아침햇살을
찾지 않게 되었다.

그럼에도 꾸준하게 아버지는 아들이 좋아하는 아침햇살이 없어질 때마다 언제나 묵묵히 새것으로 사다주셨다.

나는 차마 그만 사다달라는 말을 꺼낼 수가 없었다.

아마도 그건 아침햇살을 사오실 때마다 아버지의 슬며시 올라가 있던 입꼬리를 보았기 때문이라.

시간이 많이 흐른 지금 더 이상 아버지가 사다주시진 않지만,
그 때를 생각하고 그대를 기억하며 그 시절의 색깔이 묻어있는 옛 한 가지를 다시금 떠올리며 입에 머금는다.

당신의 아침햇살은 무엇이었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