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 걸린 우리 시어머니

외국사는새댁2008.12.02
조회122,871

저런 저런 또 톡 됐네요 감사감사. 별 내용 없어서 톡 안될줄 알았는데 톡되는 기준은 뭔가요?

진짜 궁금 ...

 

시엄마랑 저랑 그냥 음식 문화 차이 때문에 이런 갈등을 겪는게 아닌데 오해하시는 것 같아서..

시엄마 성격이 좀 특이하세요. 자기가 싫으면 무조건 싫고 정말 드라마틱하게 오버하시고.

저는 앞에서 암말도 못하죠. 남편이랑 시아버지가 시엄마한테 그런 태도 좀 버리라고 잔소리

하시고.. 저는 이렇게 톡에서 뒷담화 ㅋㅋㅋ

시엄마가 몸이 많이 안좋으세요. 병이 있거나 그런건 아닌데 나이가 있는 분이 음식을 골고루

드시지도 않아요. 토마토도 안먹고 마늘이라면 펄쩍 뛰시고 호두, 시금치 기타 등등

지난번엔 식구들끼리 아주 진지하게 어머니 식사습관에 대해 토론을 한적이 있어요.

남편이 한국음식을 맹목적으로 신뢰해서 그런가 마늘이 만병통치약이다 이러면서 어머니한테

잔소리를 했는데 우리 시엄마 눈물을 툭 떨어뜨리면서..  "I hate the smell. you will never

ever make me eat that shit."  정말 당황스럽더군요.. 뭐 한가지 음식을 싫어하는 거라면

암말도 안할꺼에요. 과일쥬스도 싫다 호두도 싫다 토마토 케찹은 먹어도 토마토는 안먹는다..

하여간 이러네요 ..

 

제가 저 결혼전에 있었던 일 한번 얘기해드릴께요

저는 한국에서 결혼식 올리고 여기 와서 리셉션했거든요. 결혼식 참석하시려고 시댁 어른들도

한국에 오셨구요. 장녀라 첫 결혼시키는 친정 엄마, 게다가 외국인 사돈이니 신경 많이 쓰셨

어요. 청담동에 있는 비싼 한정식 집에서 상견례(?)를 했었지요. 옆에서 가야금도 타주고

한국무용공연도 하고.. 물론 다 친정엄마가 쏘셨지요 ㅎㅎ 외국인이랑 결혼한 복이라면 복으로

집이니 예단이니 혼수니 이런거 아무것도 안했어요. 정말 짐만 가지고 남편집에 들어갔다는..

여하튼 코스식으로 음식들이 줄줄이 나오기 시작하는데 시엄마 표정이 안좋으시대요

그러면서 여기엔 뭐가 들어가냐 이건 뭐냐 물으시더니 서툰 젓가락질로 몇번 맛만 딱 보시고

자기랑은 입맛에 안맞아서 안먹겠대요. 처음 사돈 뵙는 자리에서 그런말하는건 한국에서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실례겠지요? 외국에서 오래 생활하셔서 영어 듣기는 정말 잘하시는 친정

엄마, 순간 잘못 들은줄 아셨는지 나중에 밥 다먹고 나가면서 저한테 확인하시대요. 그렇게

말씀하신거 맞냐고.

뭐 지금이야 제가 준비한 저녁 시엄마 입맛에 안맞으신다 맛없다 하시면서 냉장고에서 치즈랑

소다 꺼내와도 별로 신경 안쓰여요. 어쩔껀데요. 자기가 음식할것도 아니면서.

여기 와서 한 두달은 정말 시엄마 비위맞춰드린다고 별짓을 다했는데 그러다보니까 내가 여기

하녀로 들어왔나, 서커스 클라운도 아니고 왜 맨날 내가 청소하고 시엄마 웃기지도 않은 농담

나만 재밌는척 해야하나 싶더라구요. 그래서 그냥 포기했어요.

요즘엔 시친결 들어와서 다른분들 사는 얘기도 보고 리플달린것도 보고 스트레스 해소도 하고

좀 맘도 편해지고 느긋해졌어요. 이런글 쓰면서 카타르시스까진 아니여도 좀 짐을 더는 것 같

구요. 또 많이 배우기도 하구요. 저랑 공감하지 않는 분들 리플보면서 일리가 있구나 끄덕이

기도 하고 충고해주신 분들한테 너무 고맙고.. 여기 혼자 시골구석에 밖혀서 너무 외로운가 ㅎ

남편이 맨날 하는 말 don't turn out to be like my mum. i might have to divorce you then.

이 사람도 엄마한테 질렸나바요 ㅋㅋ

 

여하튼 읽어주신 분들 감사합니다

 

 

안녕하세요. 외국 사는 새댁이에요. ㅋ 자꾸 새댁 새댁 하니까 웃긴데 달리 뭐라고 할지 몰라서.
그냥 외국 사는 아줌마라고 할까요?

지난 몇일 동안 저희 시할머니가 오셔서 지내다가 가셨어요. 처음에 무쟈게 긴장했었는데

지내다보니까 너무 좋으시고 어쩔땐 귀여우시기까지..

게다가 시할머니가 완전히 제 편이 되어주셔서 더욱 더 팬이 되었다는.. ^^;;

우리 시엄마 완전 딱 걸리셨죠. 시할머니한테 너 알츠하이머 아니냐는 소리까지 듵고 ㅋ

지난 주말에 남편이랑 딴 도시에 잠깐 다녀왔어요. 남편이 하루라도 빨리 이 집을 벗어나야

살 것 같다면서 회사에다가 전근 신청도 하고 여기저기 부탁도 했던 모양이에요.

다른 브런치에서 인터뷰 오라고 연락이 와서 겸사겸사 저도 따라갔었어요.

몇일 후에 집에 오니까 시엄마가 집안을 다 뒤집어 엎어놨더라구요. 제가 청소한게 마음에

안들었던 거죠. 안봐도 비디오, 혼자 투덜투덜 쭝얼쭝얼거리면서 온갖 욕은 다 했을텐데..

황당했던 거.. 냉장고에 있던 고추장 한통이 없어졌더라구요.

몇킬로인지 모르겠는데 제일 큰 사이즈 있잖아요. 그게 사라졌더라구요.

기가 막혀서 정말, 김치, 오징어, 젓갈 이런건 냄새 나서 집안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그나마

고추장 포장된거 사서 정말 한국 음식 먹고 싶을때 당근이니 오이니 찍어먹었는데..

물어보니까 시엄마 왈, 냉장고에서 냄새가 나서 이상한거 (weird stuff 라고 표현하시더군요)

다 버려버렸대요. 아니 뚜껑도 닫혀있는 고추장이 냄새가 왜 나요 정말 ㅜㅜ

그거 거의 5만원 돈 주고 산건데.. 서럽대요 정말.

그 후로 남편이랑 시엄마랑 크게 다투고 아직까지 말도 안해요

여하튼 저희 집에 돌아오고 나서 시할머니가 오셨어요. 시아버지 생신이라고..

시할머니 진짜 꼬장꼬장하세요. 전형적인 영국인 할머니라고 하나.. 게다가 사립학교에서

교육도 많이 받으신 분이라 예의범절 무척 따지시고 보수적이세요.

시엄마 긴장하는게 눈에 보이대요 ㅋ 한 이틀은 저도 무서워서 묻는 말에만 대답하고 괜히

말 섞었다가 트집잡힐 거리 만들까봐 좀 피했는데, 알고보니까 시할머니 꽤 쿨한 분이더군요

게다가 저나 남편은 어리니까 뭘 해도 다 귀엽게 보이시나봐요.

저녁에 tea (영국할머니들은 저녁이 tea 에요) 먹다가 마늘 얘기가 나왔어요 ㅎㅎㅎ

남편이 시할머니한테 할머니 마늘 먹냐고 일부로 물어본거에요.

시할머니 지중해 음식이라면 사죽을 못쓰시대요. 세상에 마늘, 올리브오일이 없으면 먹을게

뭐가 있겠냐는 말씀까지.. ㅋ 시엄마 표정 완전 굳고..

결국 고추장 버린 얘기까지 나오고 시엄마 완전 공격 당하고 한마디도 못하고 밥이 코로 들어가

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막 먹고 목욕하러들어가더군요 하하하하 너무 통쾌해요

시할머니 계셨던 일주일이 꿈만 같아요 (쫌 오버)

할머니 덕분에 맛있는 마늘도 먹고 ㅋ 그리스식 샐러드에 칼라말리에.. 아주 배터지게 매일

먹다가 오늘 다시 집으로 가셨어요.

에휴.. 내일은 또 시엄마가 어떻게 나올지 쫌 걱정은 되지만..

남편 직장이 얼마 안있으면 결정이 날 것 같으니 그때까진 좀 참아야겠죠

사실 아직도 고추장 버린건 용서가 안돼요. 어떻게 복수할지 고민 중.

좋은 의견 있으심 남겨주세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