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의 결혼 얘기를 들었다.

ㅇㄹ2021.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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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의 결혼 얘기를 들었다.

넌 끝까지 좋은 사람이었다. 우리를 소개시켜준 언니에게 내 안부를 물었다고 했다. 나에게 고맙다고 전해달라고도.

난 니가 날 원망하길 바랬다. 그저 나 같이 모질고 이기적인 사람은 잊고 "우리"를 함께 그릴 수 있는 사람을 만나길 바랬다. 네가 좋아하는 일들을 네 꿈을 찾아가길 바랬다. 그리고 넌 내 바램대로 된것 같다. 네 꿈을, 그리고 너와 함께할 수 있는 좋은 사람을 찾은것 같다. 그래서 난 정말 기쁘다.

우리가 헤어진 그 때로 다시 돌아간대도, 난 같은 선택을 했을것이다. 나와 함께 있기 위해 꿈을 서서히 포기하는 너의 모습을 보는게 힘들었다. 우리 둘 인생을 책임지기에 그때의 나는 너무 어렸고, 벅찼다. 우리는 점점 지쳐갔다. 나는 나의 꿈이 "우리"보다 더 중요했고, 결국 끝까지 나는 나를 위해서 헤어짐을 종용했다.

그런데도 너는 끝까지 착해빠져서 나에게 고맙댄다. 내가 자꾸만 악역을 자처하는 기분이라 너의 말에 안도가 되면서도 마음이 아리다. 기쁨도 슬픔도 아닌 눈물이 새어나온다.

내 감정이 복잡한건 왜 일까. 이것은 기쁨일까 안도감일까 서운함일까 아쉬움일까. 단 하나 분명한건, 내가 이 감정을 느끼고 있다는건, 그 때의 우리가 열심히 사랑했고, 현실의 벽에 치열하게 부딪혔기 때문이겠지. 헤어지고 몇 년이 지났지만, 그 후유증이 아직 아련함으로 남아있나보다.

관계의 끝이 해피엔딩이어여만 꼭 행복한것만은 아닌것같다. 결국 우리는 각자 자기의 꿈을, 위치를 찾아간다. 모든것엔 타이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타이밍을 탓하지는 않겠다. 우리는 그저 운명이 아니였을 뿐이라 덤덤히 받아들이겠다.

너와 지내며 참 배운것이 많다. 나도 너에게 고맙고, 진심으로 너의 행복을 빌어본다. 항상 그랬듯이 앞으로도 너를 응원할것이다.

행복하게 잘 살아, 오빠. 언젠가 마주치게 된다면 서로에게 웃어줄 수 있기를. 덕분에 잘 살았다 말해줄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