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한 친구와 거리두기 하고 싶어요

ililiiliillluuu2021.05.21
조회4,933

안녕하세요!
현명한 인생 선배 톡커님들께 조언을 구하고 싶어 제일 조회수가 많이 나오는 결시친에 글 올려봐요.
방탈 죄송합니다.

제목처럼 임신한 친한 친구와 거리두기를 좀 하고 싶은데요..
사실 임신은 친구만 한 게 아니라 저도 했습니다..
그래서 더 예민하고 아니꼽게 받아들여 지는 것 같아요 ㅠㅠㅠㅠㅠ

저와 친구는 중학교 때 만나 29살인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오고 있어요.
학창시절 성적 얘기부터, 서로의 집안, 인생, 연애 얘기들... 너무 속속들이 잘 알고 있구요.
둘 다 한참 열정적으로 살았던 20대 초중반에는 술마시고 노는거 좋아하는 망나니인 우리가 결혼이나 하겠냐며 함께 다니곤 했었는데
정신차리고 보니 둘 다 29살이 되자마자 결혼을 했네요..ㅎㅎ

막역하다고 생각했던 친구를 피하고 싶어진 건 결혼식 준비를 하면서부터 였던 것 같아요.

서로의 결혼식은 5주 정도 차이가 났고, 결혼식 준비하는 시기부터 비슷했어서 준비 과정이나 고민들을 주고 받느라 평소보다 연락하는 일이 잦아졌어요.
평소에도 친구는 자잘한 것들에 신경을 많이 쏟으며 디테일을 챙기는 편이고, 저는 중요한 것만 해결되면 더 신경쓰지 않는 편이예요...

그렇다보니 결혼 준비하면서 먼저 연락 하는 쪽은 거의 친구 쪽이었어요.
꼼꼼하게 준비하는 친구에게 감탄하고, 신기해하며 얘기를 많이 나눴는데
돌이켜 생각해보면 이 때도 친구는 자기가 준비하는 것들에 대한... 좋게 말하면 정보 공유 또는 조언, 나쁘게 말하면 고나리질... 같은 언사들이 있었어요.
(나는 시댁에 이거 하는데 너는 왜 안해? 너도 내가 한거 같이 해!! 같은..? ... 필요하면 어련히 알아서 할텐데^^;;)

또.. 아무래도 신경쓰는 게 많아지면 스트레스도 커지는 법이잖아요...? 친구는 결혼식이 다가올 수록 매일매일 볼멘소리에 우는 목소리를 들려줬어요.

심지어 코.로.나. 예식....ㅠ....

한참 잠잠해지는 것 같더니 작년 말에 갑자기 확진자 폭증하며 결혼식 날짜에 인원제한조치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 친구는 진짜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았고 시댁 욕, 예비신랑 욕까지 매일같이 하면서 저에게 그 스트레스를 푸는 듯 했어요.

저는 친구의 감정 쓰레기통이 된 걸 알면서도
오죽하면 그러겠나 싶어서 피곤해도 그냥 다 들어줬어요.
속상한거 다 털어놓으면 좀 해소가 되기도 하잖아요.
같은 시기에 같은 일을 준비하는 입장이니까, 제일 잘 들어줄 수 있고 공감할 수 있는 사람이겠거니 싶어서요.

여차저차.. 좋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모든 예식이 그렇듯, 어떻게든 친구의 결혼식이 끝은 났고 언제 힘들었냐는 듯 아-주 평온해졌어요.

그리고 제 예식까지 일절 연락이 없었습니다ㅋㅋㅋ
섭섭하거나 그랬던 건 아니예요.
신혼생활 행복한가보네~ 했고, 얘 연락에 시달리고 있다는 생각까지 하게 된 터라... 차라리 핸드폰이 조용한 편이 나았거든요.

저도 친구에게 연락하지 않았어요.
제 결혼식 막바지 준비에 정신이 없었던데다
코로나가 뭐 내 힘으로 어쩔 도리가 있는 것도 아니고.. 친구한테 제 고민걱정 얘기한다고 해결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까요.

5주 뒤의 제 결혼식도 인원제한이 여전한 채로 여차저차 잘 끝났고,
한동안은 결혼식 준비 이전처럼 안부나 묻고 심심하면 농담이나 하며 지냈습니다.

그러다 친구의 임신 소식을 알게 됐고,
얼마 안되어 저도 임신 소식을 전하게 됐어요.
4주 정도 차이가 나는데, 둘 다 결혼도 임신도 어떻게 이렇게 될 수가 있냐며 꺄르르 웃고 축하해줬습니다.

그렇게.... 끝났으면 좋았을텐데....
한 달 선배가 되어서 그런가....

바우처는 받았어? 카드 어디꺼 했어? 어디 카드가 좋아, 사은품 받는 사이트는 여기가 좋고 사은품은 뭐가 좋으니까 너도 그걸로 해.
병원은 어때? 헐 여기 왜케 낡았어;; 나는 자연주의분만하는데로 꼼꼼히 알아보고 했는데 너도 다시 알아봐
엽산 뭐 먹어? 왜 그거 먹어; 이게 더 좋으니까 이거로 바꿔~~~~
입덧 어때? 힘들지?? 원래 그 땐 그래 ㅠㅠ 나도 힘든데 그래도 지나갈거야~~

이런 톡을...ㅋㅋ.... 계속... 해요...
이젠 고나리질이라고 느껴질 정도예요..
뭐 애 한 셋 낳은 출산 선배님도 아니신데...ㅋㅋㅋ 저렇게 얘기하는게 웃기면서도 짜증나요...ㅜㅜ

연락 활발히 하기 싫어서... 답장 느리적거리며 하고있고,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할 때마다
나도 알아보고 정한거야
나한테는 그거보단 이게 필요해서
라고 답하다가 적당한 타이밍에 톡 씹고는 있는데..

조금 더 현명하게 당분간 거리를 둘 방법을 모르겠어요....
친구가 유리멘탈인데다 오랜시간 친하게 지낸 친구라 싸우거나 상처주고 싶지는 않고....
근데 연락을 다 받아주기엔 저도 호르몬의 노예가 되어있어서 마음이 좁아져있거든요....ㅠㅠ

애 갖고는 일주일에 한 번씩 연락 오는데..
제가 이 친구에 대한 피로감을 가라앉힐 때 까지 적당히 거리를 둘 방법이 있을까요...?ㅠㅠㅠ

도와주세요 인생 선배님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