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윈난성으로 여행을 갔다오느라 못쓰고 있었습니다...윈난(雲南)...정말 재밌게 다녀왔습니다.
이거 다쓰면 그거 쓰도록 하죠....귀차니즘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 센터로 가서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또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전을 때려주었다. 잠시후 역시 사람이 가득찬 버스가 와서 나를 태우고 원시산림을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쾌활한 남자였는데, 승객들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썰렁한 농담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새끼는 예전에 구연동화라도 배웠는지 '어린이 여러부~운'하는 목소리로 미소까지 지으면서 승객을 상대로 애교를 섞어 구역 설명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반응은 없었지만. 길을 얼마 들어가지 않아서 파란색 호수가 저쪽 멀리 보였다. 차가 빨리 지나가 감상까지는 힘들었으나 내려오는 길을 기대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몇개의 호수를 지나고 나서 가이드는
"휴우~여러분 덥죠~? 저도 너어~무 덥네요....더운데 말을 너무 많이 했나봐요. 하하! 중간부분은 특별히 볼꺼리가 없으니 좀 쉬겠습니다아~!"
혼자 주절주절 지껄이더니 자리에 털썩 앉아 쉰다. 중간부분은 정말 볼 것이 없었다. 그냥 우면산에도 있을 것 같은 산길이 이어져있었을 뿐이였다.
"자! 여러분! 여기는 '백조호'입니다!!!!지금은 백조가 없지만요~백조가 철이 되서 날아오면 정말...캬아아!! 그런 멋진 장관도 없습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정말 멋지지않겠어요?"
.....다시 호수가 나오자 벌떡 일어나서 그놈이 떠들어 댄다. 이걸 하루에 몇번이나 해댈텐데 지치지도 않는 놈이군 싶었다. 백조호를 지나자 정상이 나와 모두들 내렸다. 역시나 사람들을 잽싸게 원시산림 간판이 들어가도록 자리를 잡고 사진을 팡팡 찍어댔다. 원시산림이 뭔지는 관심도 없는 듯이 말이다. 그냥 '원시산림'이라는 말을 들으면 공룡이 튀어나올 것 같은 밀림을 생각하게 되는데, 와보니 그정도는 아니고, 좀 특이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세워진 숲이였다. 나도 약간 실망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욱 실망한 듯 사진만 찍고 스윽 둘러보더니 곧바로 버스로 돌아가 버렸다. 여기서 난 잠시 고민을 했다.
이 사람들과 함께 내려갈 것인가. 여기서 개길 것인가.
아직 시간은 꽤 있었다...아니 꽤 있는 건 아니지만 빡시게 내려가면 6시전에는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하면 항상 결론은 똑같다...
걸어간다. 난 가이드에게 내 의사를 전달했다. 가이드는 만화에 나올 듯한 '아이 어쩌징~'하는 표정을 짓더니 "거기가 얼마나 먼데요~ 그냥 왠만하면 타고 가시지...그리고 규정상도 힘들어요~" 라고 했다. 규정은....좆까고 있네. 그럼 보도를 만들지 않았겠지. 난 좀 졸라봤다. 그러니 가이드는 '이럼 안되는데~'하는 표정으로 차에서 종이를 한장 꺼낸다. 그럼 알았다고 하며 그 종이에 싸인을 해달란다...뭐, 뭐 그러지. 마음도 급하고 해서 대충 읽어보고 싸인을 했는데 대충 보니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않겠습니다.' 라고 써있는 듯 했다. 대단히 무책임한 각서였다-_- 씨,씨발 아무리 걸어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 사고나면 보호해줘야 되는거 아니야?-_- 이러다 발 헛디뎌서 죽으면 분명 이쪽에선 이 종이 복사본만 딸랑 한장 집으로 보내주면서 '아드님이 사고사했으나 이 각서에 따라 저희는 책임이 없습니다(유후~)'할 것 아닌가. 씨팔. 좋다. 그럼...살아내려가면 된다. 일단 버스가 떠난후 난 별볼일 없긴 했지만 원시삼림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막상 들어가보니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다. 그곳이 대단히 멋져서 그랬다기 보다, 일반적으로 숲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상쾌함같은 것이였다. 그리고 나혼자 이런 으스스하고 특이한 숲에 있다는 스릴도 즐길만 했다. 치안 문제도 있고 해서 더 깊이는 안들어가고, 중간 부분에서 다시 밖으로 돌아나와 멀고먼 17km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은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있어서 마치 알프스의 하이디라도 된 기분이였다. 멀리 보이는 설산을 보니 절로 요들송이 흘러나올 지경이였다. 아까 차로 올라오며 존나 가깝게 느껴졌던 '백조호'는 은근히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저쯤이겠지..저쯤이겠지..를 서너번 반복하고 나서야 그 푸르른 호수를 마주할 수가 있었다. 비록 백조는 없었지만, 햇살이 호수위로 내리쬐는 광경은 사진작가나 화가들이 이런 걸 찾아다니게 하는 이유를 짐작케 할 정도로 훌륭했다. 이 호수위로 백조가 푸드득 날아와 앉는 장면을 생각해보았다.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대충이긴 했지만, 정말 눈이 부실 장관이란 건 느낄 수가 있었다. 이런 곳에 하루종일 앉아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책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즐길때는 아니였다. 백조호는 특이하게 내부 보도가 없었기 때문에 찻길로 지나갔었다. 햇살이 꽤 따가웠기 때문에 눈도 부시고 덥기도 했는데, 그런 걸 알기라도 했는지 조금 더 가자 시원한 숲속으로 나있는 내부 보도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진짜 진이 빠지도록 멀었던 것이다. (백조의호수 나~나나나나..→) 울창한 나무들도 처음엔 신기했으나, 1시간이 넘게 계속 숲속만 지나가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날 심심치 않게 했던건 이곳에서만 자란다던 겉 껍질이 셀로판처럼 벗겨지는 특이한 붉은색 나무였다. 그 껍질은 마치 그 나무에서 나온게 아닌 것처럼 보였을 정도로,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일부러 누가 지겹지 말라고 심어놓기라도 한듯 군데군데에 뭉쳐서 자라고 있었다. (그래도 나름대로 신기햇던..↓) 그러나 그 나무로도 나의 지친몸과 정신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그래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렸다. 최근에 듣던 곡부터 해서 본죠비의 옛날노래와 심지어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까지 거슬러 올라갔으나 아직도 이 길은 끝나지가 않았다. 아마 혼자 숲길을 걸어가며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를 부르는 남자는 이 붉은 나무보다 더 희귀한 것이였으리라. 그만큼 지겨웠다..ㅠ.ㅠ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데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난 앞머리가 내려와서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나무에 걸려 어디론가 튕겨가버린 것이다. 사실 뭐 헤어밴드따위 없어도 여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던 관계로 머리가 서울역 그지같은 꼴이 되버렸다는게 문제였다. 쪽팔리니까. 그래서 난 그게 있을 법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정한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나무사이에 끼여있는 헤어밴드를 발견하고 그곳에 손을 갖다대는 순간, 근처에 있던 독성식물에 쏘인 것이다. 씨팔-_- 손 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저려오기 시작했다. 난 스티븐 호킹같이 한쪽팔을 비정상적으로 뒤튼 자세로 가까스로 일어나 비실비실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독성이 상당히 강한 듯 싶었다. 지금 그렇게 힘든 건 아니였지만, 이게 더 퍼질까봐 걱정이였다. 그렇지만 아까 그 새끼들에게 써낸 '사고 각서'가 생각나니 절로 이가 악물려졌다. '댁의 아드님은 이런 각서를 작성하고 혼자 걸어가다 독성식물에 쏘여 오징어포같은 자세로 사망하였습니다. 확인부탁드립니다.'
..........그럴 순 없었다-_- 다행히 20분쯤 걷자 다리부터 마비가 풀리면서 손도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숲길도 끝이 보였다. 그것이 끝나자, 아까 가이드가 팬더를 사육한다고 말한 곳이 나타났는데 딱 보고 첫인상은 '씨발 저기 팬더가 있으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 였다. 예상대로 팬더는 없었으나, 과거에 사육했었던 것 같은 시설물들이 남아있었다. 관리하는 인간도 없었다. 무슨 쥬라기 공원에 온 것 같았다. 따가운 햇살을 맞으면서도 뭔가 있을까 해서 한바퀴 빙 둘러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 팬더가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없었다면 완벽한 '예산낭비' 였다. 그나마 나온 이것조차 좆도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든 생각은
'여러분 버스타고 가세요~'이다.
나는 보다시피 걷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버스타고 휙휙 보는 건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이곳은 달랐다. 몇 키로가 이어지는 똑같은 숲길, 그끝에 하나씩 나오는 호수...도착하기도 전에 지치기 십상인 것이다. 뭐 가는 길이 괜찮으면 모르겠지만 그다지....그런 길을 좋아한다면 북한산에 가시라. 어쨌든 난 '아냐 그래도 버스타는 것보다는 좋은 경험이야'라고 자위하며, 계속 걸어내려갔다. 신기한 것이 내려오는 버스가 거의 전무했다. 시간은 4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아직 폐장까지 많이 남았는데 이런 일이..얻어타는 것도 포기해야 할 듯 했다. 다시 노래를 반억지로 흥얼거리면서 내려가다가 레파토리가 떨어질때쯤 드디어 호수가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일단 뭔가 구경거리가 나왔다는 것이 더 기뻤다. '숑마오하이(熊猫海-팬더호)'라는 곳인데, 이곳 지우쟈이코우에 서식하는 팬더가 가끔 내려와서 밥먹고 똥싸고 간다는 곳이다. 물론 팬더는 없었다. 그렇지만 만약 이 푸른 호수에 팬더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면 정말 신선의 장소같은 느낌일 것 같았다. (팬더는 없지만↓) 이곳 호수에도 밑바닥에 흰 통나무가 놓여진듯 놓여있었는데, 아랫쪽보다 더 원시적인 느낌이 들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호수 주변을 빙 둘면서 구경하다보니 아까의 지루함이나 피곤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그래도..버스를 타고 오는게 낫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중간의 쓸데없는 길은 전부 생략하고 이런 곳만 보게 해줄테니 말이다. 뭐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지우쟈이코우는 최근에 개발된 곳이라 그런지 내부의 시스템은 꽤나 잘되있는 편이였다. 특히 표지판은 적절한 곳에 배치되있을 뿐만 아니라, 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잘 표시되어 있어 그나마 막연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숑마오하이를 지나니 두갈래길이 나왔다. 하나는 곧바로 내려가는 길이고, 하나는 '우화하이(五花海)'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난 시간이 없지만 우화하이를 들려서 가기로 했다. 뭐 씨발 발이 좀 고생해서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다면야. 10키로도 넘게 걸어왔기 때문에 체력은 바닥이 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볼껀 보고 가야겠다 나는. '우화하이' 앞에 서는 순간, 난 나의 선택이 시애틀이 이치로를 데려온 것 만큼이나 적절한 것이였다는걸 알 수 있었다. 이름의 유래를 한눈에도 알 수 있듯이, 물속에 마치 꽃이 핀것처럼 군데군데 일정하지 않은 반점같은 무늬들이 마치 내가 바다 깊은 곳이라도 내려온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가이드북에는 물속에 탄산물질이 있어 엽록소가 다른 물풀들이 뭉쳐 살아 햇빛 반응에 의해.....라고 복잡한 과학적인 설명이 있었지만 그딴거 몰라도 충분히 이 광경은 즐길 수가 있는 것이였다. 이걸 지나니 '숑마오하이' 폭포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올라오는 길에 폭포를 보고 상쾌하게 올 수 있었던지라, 이걸 보고 다시 기운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으나, 폭포의 시원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음..표지판보다는 먼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고 더 내려가 봤으나, 시원한 물줄기는커녕 애새끼 오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게 뭐야 씨팔...하고 고개를 돌린 순간 정말 씨팔 소리 나오는 광경을 발견했다. 내가 서있는 곳 뒤에는 '숑마오하이 폭포' 라는 간판이 있었는데, 그 뒤에는 폭포가 아닌 절벽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이,이건.....폭포는 깨끗하게 말라 있었다. 이건 씨발..'숑마오하이 절벽' 이라고 고쳐야 되지 않나 싶었다. 윗쪽에 물이 충분히 있는데 여기는 왜 말라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눈앞에 펼쳐진 건 장나라 가슴같은 절벽 뿐이였다. (젠장..오빠가 적셔줄까? 응?↓)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건 남은 키로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였다. 시간도 거의 없고, 일단 존나게 힘들고...제발 남은 풍경이 후딱 나오고 정류장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내려가는 길은 매점도 하나 없어, 난 라면 먹으면서 마시던 쥬스를 끝으로 갈증과도 싸워야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젼주탄(珍珠灘)' 폭포 정도였는데, 위의 숑마오하이 폭포의 몰골을 보니 과연 그 밑의 폭포는 제대로 흐르고 있을까하는 의혹이 생겼다. 그렇지만 얼마를 더 걸어가자 날 기쁘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콸콸콸"
아아아아...얼마나 듣고 싶던 소리인가. 17km 밑에 있는 폭포의 소리. 고대생 100명이 막걸리 사발불고 토해도 이보다 호쾌한 소리가 날 순 없을 듯 했다. 폭포가 시작되기 전에 '젼주탄(珍珠灘)'이라는 뭐랄까...언덕 같은 곳이 있었는데, 이 두꺼비 등딱지처럼 갈색으로 우둘툴툴한 언덕에 물살이 부딪혀 흰색으로 튀어오르며 햇빛을 받는 광경은 정말 거의 박살난 내 다리에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곳에는 관광객이 안에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징검다리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걸 딛고 들어가 '진주 한복판'에서 귀가 따가울 정도의 물소리를 들으니 속이 다 후련할 지경이였다. 원래 난 스스로의 사진을 찍는걸 싫어하는데 이곳에서만큼은 내 모습을 남겨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곳이 동화같은 곳이라고 해도 다람쥐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서 계단을 내려가니 젼쥬탄 폭포가 나타났다.
젼쥬탄 폭포....정말 장관이였다!!!!
아까의 슈졍폭포보다도 높고 거대한...그야말로 '폭포스러운' 모습이였다. 젼쥬탄을 거침없이 지나 이곳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여태까지의 나의 피로를 한번에 다 씻어주는 느낌이였다. 트라스트보다 더욱 효과가 좋았다. 난 가장 폭포에 가까운 돌을 딛고 들어가서 그 갈색 돌들 사이로 떨어지는 흰 물줄기를 들여다 보았다. 이런 곳에서 수련하는 도인의 모습이 생각났다. 실제로 들어가다간 수압에 짓눌려 돌에 대가리찧고 뇌가 사방팔방 튀겠지만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했다. 난 시끄러운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이 폭포앞에 서서 가만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싶었다. 이 감흥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싶었다. 천천히...그리고 오래오래...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지만, 그래 맞는 말이다, 그때의 감정따위는 하나도 없는 '사진' 만 남는다. 그렇지만 난 이떄의 감흥들을 가슴속에 남겨놓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해발 2500미터의 호수옆에서 반바지를 입은 채로 자고 싶진 않았다. 정거장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가면 버스가 있을 것이다. 그걸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면 드디어 지우쟈이코우의 여행도 끝이 난다. 자..이 숲을 지나면..지나면....
헉!! 이런 씨팔!!!-_- 숲을 빠져나오면 버스가 주욱 늘어서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광장이 하나 나타났다. 당황한 나는 가이드북의 지도를 꺼내어 비교해 보았다. 정확하지는 않은 지도였지만, 확실한 것은 이곳은 쟝하이와 원시산림이 갈라지는 그 중심 정거장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였다. 지도와 현재위치를 찬찬히 비교해보니 아직도 그곳까지는 꽤나 남아 있었다. 사람이란 게, 앞에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할때는 존나게 힘을 낼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그게 잘못된 목표였다는 걸 알면 힘이 주욱 빠지게 된다. 처음부터 100미터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과, 80미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20미터가 더 있는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온몸에서 기운이 쏙 빠지는게 느껴졌다.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4시간 전으로 돌아가서 버스를 타고 싶었다. 그렇지만...내게 남은 선택은 앞에 있는 차도(더이상 인도도 나오지 않았다) 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 뿐이였다. 차도를 지나는 차량은 한대도 없었다. 아니, 쓰레기차가 날 미친 놈 보듯 쳐다보며 한번 지나가긴 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저거라도 얻어탈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휙 지나간 뒤였고 이미 정원인 2명이 채워진 상태이기도 헀다. 지우쟈이코우를 둘러보는데 보통 하루나 이틀을 잡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직접 와보니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대충 보고 자세히 보고 문제가 아니고, 한 셔틀버스의 전구역 도는 시간이 그정도 밖에 안걸린단 말이다. 중요한 부분만 내려서 보는데다가 그 시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니, 밥먹어도 2-3시면 다 보고 내려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암담해졌다. 이 시간까지 남아서 보고 있을 사람이 없을테니 말이다. 사실 중간 정거장까지는 이를 악물고 걸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날 걱정하게 하는 건 그곳에도 만약 버스가 없어서 입구까지 걸어가야 되는 최악의 사태의 가능성이였다. 그 거리는 절대 못걸어간다. 이봉주도 중간에 쓰러져서 쌍꺼풀이 부들부들 떨릴 것이다. 난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천근만근이대근같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걸어나아갔다. 정말 너무나도 힘이 들어 가드레일을 잡고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난 또 쓰레기차나 공사차려니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끼이이익!!!!
내앞에 선 차를 보니...놀랍게도 셔틀버스였다!!! 아니 셔틀버스의 모습을 한 구세주였다!!!!!! 기사는 나를 보더니 빨리 올라타라고 한다. 올라와 파멜라 엔더슨의 가슴보다 푹신한 의자에 앉으니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버스는 나를 태우고 곧바로 유턴해서 입구쪽으로 향했는데 의아해서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저기..어디 가시던 길이였어요?" "손님찾으러 왔어요!! 지금 이 전 풍경구내에 손님 혼자 남았다구요!!"
아..-_-
말은 장난스럽게 했지만 분명 속으론 '이 미친 새끼, 귀찮아 죽겠구만....빠르지도 않은게 걷고 지랄이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난 그말을 면전에 들어도 하나도 기분나쁘지 않을 만큼, 편안하고 행복했다. 중간 정류장을 지나 입구까지의 길은 내 생각보다 더 멀었다. 만약 이 길을 걸어갔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해가 뉘엇뉘엇 져가는 호수는 정말 아름답긴 했지만, 만약 걸어오며 그걸 보았다면 죽음의 늪이라도 본거같은 느낌이였을 것이다. 버스는 드디어 입구에 도착하여 나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난 힘들지만 비할 곳 없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지우쟈이코우를 빠져나왔다. 문 밖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청두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근데....난 어쩔 것인가!!! 청두로 돌아가? 아니면..또 다른 곳으로?
난 '황룽(黃龍)'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고?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은 공사 관계로 막혀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오기전부터 몇번 들은 거라서 거의 확실해 보여서 맘속으로는 황룽을 포기하고 있었다.
.....귀가 솔깃했지만 너무 비쌌다. 260위엔까지 깎았으나 그밑으로는 절대 깎아주려하지 않는다. 거리도 얼마 안되면서..씹탱. 기사는 손님을 태워야 하므로 내게 갈꺼면 8시에 택시 정류장으로 오라고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날 엄청난 갈등에 빠뜨리고 말이다. 260위엔은 확실히 비싸다. 그렇지만..그렇지만..황룽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얌수(호텔삐끼)가 "하~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며 나타난다. 난 좀 못미덥긴 하지만 얌수에게 황룽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어 보았다. 얌수는 잠시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말한다.
"택시 그 가격이면 비싼거 아닌데...다 그렇게 부를꺼예요. 아마....오토바이로 가면 모를까..."
그러더니 지 오토바이로 가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결국...그 얘기가 하고싶던 거군-_- 200위엔 뭐야 씨팔...결국 60위엔 차이아닌가!! 그럴꺼면 택시를 타겠다. 난 얌수를 조르고 졸라 160위엔까지 가격을 깎았다. 피곤해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하루라도 절약하자는 마음으로...그리고 2시간만 그놈허리에 붙어 있으면 내일 아침부터 황룽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지만 현실을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였다. 얌수는 날 8시에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난 밥을 먹기 위해 음식점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아침에 보았던 '국토 순례반' 같은 한국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잘모르는 눈치로, 흘끔흘끔 보면서도 말은 걸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가서 "어머나 한국인이시군요!!! 이런데서 만나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답니다^^" 하는 짓꺼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군대 햄버거 패티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배가 고파 있었기 때문에 나온 음식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구출당한 조난자 마냥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데 한국학생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말을 건다.
"한국인이세요?" "(꾸역꾸역) 예"
그들은 샹하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유학생들이였다. 샹하이는 비교적 사스가 덜했던 곳이므로 아직 많이 남아 있단다. 그렇지만 이렇게 모여서 여행오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택시를 한대당 800위엔으로 불러서 쳥두까지 가려고 하고 있었다. 뭐..그래봐야 두당 200위엔꼴이니 나쁜 건 아니였다. 버스도 100위엔쯤 하니까 말이다. 나 혼자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그들은 친구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며 밥쳐먹고 있는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먹다가 남은 탕을 하나 주었다. 늦게 나와서 손도 안댄거라곤 하지만 뭐...그렇지 않더라도 난 그렇게 게걸스럽게 똑같이 먹었을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간식으로 복숭아 2개까지 쥐어주며 나의 순탄한 여행을 바란다며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난 그렇게 떼거지로 다니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이 여행이 즐거웠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빵빵!!!"
돌아보니 얌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레니게이드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타요! 출발해야죠!!"
그렇다!! 출발해야지!!!!! 난 파김치가 된 몸이였지만 황룽을 향한 기대를 에너지 삼아 힘차게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자!! 황룽을 향해 출발!!!!!!!!!!!!!!!!!!!!
...........그러나 이 씹새끼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지네 집에 가서 춥다면서 외투를 입고 나오질 않나, 호텔에 들리질 않나, 가게에 들리질 않나....약 30분가량은 지 용무를 보느라 시간을 써댔다. 그리고는...드디어..진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출발!!!!!!!!!!!!!!!!
.......했지만 상쾌한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지금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 나왔는데, 그 먼지바람은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였다. 눈까지 매워져서 가방에서 땀에 쩔은 나시티를 꺼내 얼굴을 가리고서야 그나마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공사구역은 예상외로 엄청나게 길어 1시간가량을 그렇게 가서야 드디어 아스팔트길을 볼 수가 있었다. '휴우 이제부터는 편하게 가겠군' 하고 생각하여 나시티도 집어 넣고 마음을 좀 놓았으나, 그건 엄청난 오산이였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하였다. 견딜만은 했지만, 딸랑 후드티와 반바지만 입고온 나의 복장상태가 약간 후회되었다. 날은 어두워져 산속에는 우리가 탄 오토바이의 라이트외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었다. 갑자기 이 새끼가 이 상태로 날 이상한데로 끌고가서 삥이라도 뜯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기우가 아니라 진짜로 할 수도 있는 일이였다. 아무도 없잖은가...그리고 날 산속에 버려두고 가면 내가 어찌하겠는가. 난 존나 소심하게도 가방속의 맥가이버칼을 살짝 꺼내 주머니에 넣고, 심지어 칼까지 세워놓는 추잡한 짓을 했다. 그래도...만일을 위해서니까..흠흠.
"자, 여기서부터는 차로 못가요. 오토바이니까 갈 수 있죠! 핫하!!"
얌수는 돌아보고 우쭐한 표정으로 한마디하고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엄청나게 차가워졌다. 여름이였지만 여기는 해발 3500m쯤 되는 곳이란 말이다. 바람이 견디기 힘들어져 난 고개를 푹 숙이고 반바지에서 튀어나온 두다리를 최대한 오므렸다. 무지막지 하게 추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군대에서 훈련받아봤다고 이정도는 견딜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한참을 그렇게 어둠속을 달리는데 저 앞에 수많은 차가 멈춰 있는게 보였다. '헛! 저건 혹시!? 드디어!?'라는 허튼 기대도 잠시, 가까이 가니 공사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레인과 레미콘차외에도 일반차량이 있었는데, 공사차량에 걸려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었다. 한대가 고장나서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얌수의 작은 오토바이로도 그곳을 지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였다. 얌수는 오토바이를 멈추더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게 말한다.
"내가 저 구석으로 어떻게 빠져나가 볼테니까, 걸어서 저 앞에 길뚫린데까지 걸어가봐요."
....얌수가 혹시나 안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뭐 따지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였다. 그리고 오토바이의 맞바람이라고 생각했던 엄청난 추위는 실제의 온도로, 더이상 달리고 있지 않는 내 온몸을 멈출 수 없도록 떨게 만들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아 씨팔 남극에서 핫팬츠입고 배스킨라빈스 먹는 것만큼 춥다." 라던지 "케냐에서 밍크코트입고 런닝머신하는 것만큼 덥다." 같은 말들을 했는데, 중국 해발 3500m의 산꼭대기에서 반바지입고 덜덜 떨고 있는 난 마치 그걸 실천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힘도 없는 얼어붙은 다리를 움직여서 한대 한대 차들을 빠져나가 길이 뚫린 곳으로 나오니 다행히 얌수는 오래지 않아 나타나 주었다. 그때만큼 그놈이 멋있어보인 적은 없었다. 존나...구세주같았다. 다시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조금 더 가자 다시 아스팔트길이 나타났다. 얌수에게 얼만큼 남았냐고 물어보니 아직 1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하,한시간?! 이미 우리는 출발한지 2시간이 넘었단 말이다. 말이 한시간이지, 지금은 정말 1분 1초가 지옥과도 같았다. 내 맨살을 드러낸 다리는 끊임없이 개다리춤을 추고 있었고, 흐르는 콧물을 닦는 건 이미 포기했으며, 얼굴 근육은 '오아시스' 주연으로 나가도 손색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겪는 혹독한 추위였다. 군대의 혹한기 훈련도 이거에 비하면 봄나들이였다. 얌수도 괴로운지 아까 가끔씩 지껄이던 말도 뚝 끊겼다. 그는 내게 천천히 갈까하고 물어봤지만, 바람이 좀 줄긴 하더라도 그 1시간이 더 늘어나는건 절대로 견딜 수 없었다. 지금 이대로 가자고 했다. 난 목구녕까지 '으아아아!! 못참겠어!! 이제 그만가자!!! 나 내려줘!!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이 올라오는 걸 몇번이나 삼키면서 나를 달래고 있었다. 난 잠시후에 맞게 될 호텔의 온수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사고능력조차도 얼어버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산에서 내려오면서 보는 공장지대(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의 모습은 잠시 추위를 잊게 해줄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화이날 환타지의 한장면을 보는 듯 했다. 어둠 속에 빛나는 공장의 불빛들과 작업장의 불들.....마치 그림처럼 멀리서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이 죽음같은 추위속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내가 끝없는 바다속의 해저도시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바람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였지만, 그렇게 흐르자 정말로 울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정신의 끈을 놓아버리면 정말 쓰러질 것 같아 이를 악물고 다시 참아냈다. 얌수는 날 위로하려는 건지, 진짜인지 다왔다고 금방 도착한다고 말했다. 지금 가는 곳은 사실 황룽이 아니다. 황룽에도 호텔이 있긴 하지만, 영업여부가 불투명해 황룽에서 가장 가까운 '추안주스(川主寺)'라는 마을에 가서 묵고 내일 아침 출발하려는 계획이다. 마을이 가까워져 오자 불이 켜진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곳은 추안주스 마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3시간만에 맡는 사람냄새는 감동스러울 지경이였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그럼 따뜻한 이불과 온수가 있다....그렇게 머리속으로 천번도 더 되뇌이며 이를 악물고 있자니, 저 앞에 추안주스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말이다. 정말...구원의 불빛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추안주스 마을 땅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었다. 마을로 들어서니 그곳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큰 마을은 아니였지만, 황룽가는 손님들을 위한 고급. 중급 호텔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11시에 도착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날껀데 왠만하면 좀 싼데를 가고 싶다는 '계산적 이성' 이 이런 상황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얌수에게 이야기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허름한 여관으로 날 데려갔다. 그따위 여관에서 받기엔 많은 돈인 80위엔을 내고 난 방을 얻었다. 온몸은 아직도 덜덜 떨리고 있었으며 빨리 올라가서 쓰러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나도 오늘 정말 대단한 짓을 했지만, 사실 더 대단한 건 얌수다. 왜냐고? 얌수는...지금 왔던길을 다시 돌아간다-_- 다시 그 산길을 말이다......놀라운 인간이다. 물론 외투를 입고 긴바지를 입었지만 난 때려죽여도 다시는 못돌아간다. 160위엔 받고 할 짓이 아니였다. 그렇지만 그는 160위엔을 받고 콧물을 한번 쓰윽 닦더니 다시 오토바이로 향했다. 어찌됐건 고마웠던 그녀석에게 난 얼어붙은 얼굴을 애써 웃게 만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드디어..방문을 열고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물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난 너무나도 기뻐서 이불로 날아가듯이 뛰어들어 얼어붙은 몸을 모포로 감쌌다. 비록 그렇게 따뜻한 건 아니였지만 이러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렇지만 내 몸의 떨림은 무려 20분 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아마 밑의 방에 사람이 있었으면 떡이라도 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만큼 심하게 떨려댔었다. 그리고 몸이 좀 가라앉을 만하자 화장실로 가서 온수를 틀었....틀었......틀.....었으나 나오지가 않는다!!!-_- 난 프론트에 전화를 때렸다. 그러자 그들은 온수공급시간이 지나서 안나온다고, 그러니까 차를 위해 갖다놓은 온수로 세수하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나불댔다. 그렇지만 따질 힘도, 해결방안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난 그 찔찔거리며 나오는 물로 얼굴의 먼지만 고양이세수로 대충 씻고 쥐새끼처럼 이불로 다시 들어갔다. 이불은 대단히 얇아서 나는 옆 침대의 모포와 시트까지 가져와서 덮고나서야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내일 아침 6시에 첫 셔틀버스가 있다고 한다. 주인이 깨워주겠단다. 그래...내일 아침이면 이 개고생해서 온 황룽에 갈 수 있겠구나....난 내가 뭐라도 해낸 듯한 성취감같은 걸 느끼며 이불속에서 몸을 둥글게 말아 잠을 청했다.
<<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7-2 지우쟈이코우-황롱편
제가 윈난성으로 여행을 갔다오느라 못쓰고 있었습니다...윈난(雲南)...정말 재밌게 다녀왔습니다.
이거 다쓰면 그거 쓰도록 하죠....귀차니즘이 발동하지 않는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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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터로 가서 직원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또 귀찮다는 표정으로 무전을 때려주었다. 잠시후 역시 사람이 가득찬 버스가 와서 나를 태우고 원시산림을 향해서 올라가기 시작했다.
가이드는 쾌활한 남자였는데, 승객들의 냉담한 반응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썰렁한 농담을 쏟아내고 있었다. 그새끼는 예전에 구연동화라도 배웠는지 '어린이 여러부~운'하는 목소리로 미소까지 지으면서 승객을 상대로 애교를 섞어 구역 설명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반응은 없었지만.
길을 얼마 들어가지 않아서 파란색 호수가 저쪽 멀리 보였다. 차가 빨리 지나가 감상까지는 힘들었으나 내려오는 길을 기대시키기에는 충분했다.
몇개의 호수를 지나고 나서 가이드는
"휴우~여러분 덥죠~? 저도 너어~무 덥네요....더운데 말을 너무 많이 했나봐요. 하하! 중간부분은 특별히 볼꺼리가 없으니 좀 쉬겠습니다아~!"
혼자 주절주절 지껄이더니 자리에 털썩 앉아 쉰다. 중간부분은 정말 볼 것이 없었다. 그냥 우면산에도 있을 것 같은 산길이 이어져있었을 뿐이였다.
"자! 여러분! 여기는 '백조호'입니다!!!!지금은 백조가 없지만요~백조가 철이 되서 날아오면 정말...캬아아!! 그런 멋진 장관도 없습니다!! 상상해보십시오! 정말 멋지지않겠어요?"
.....다시 호수가 나오자 벌떡 일어나서 그놈이 떠들어 댄다. 이걸 하루에 몇번이나 해댈텐데 지치지도 않는 놈이군 싶었다.
백조호를 지나자 정상이 나와 모두들 내렸다. 역시나 사람들을 잽싸게 원시산림 간판이 들어가도록 자리를 잡고 사진을 팡팡 찍어댔다. 원시산림이 뭔지는 관심도 없는 듯이 말이다.
그냥 '원시산림'이라는 말을 들으면 공룡이 튀어나올 것 같은 밀림을 생각하게 되는데, 와보니 그정도는 아니고, 좀 특이한 나무들이 빽빽하게 세워진 숲이였다. 나도 약간 실망했지만, 다른 사람들은 더욱 실망한 듯 사진만 찍고 스윽 둘러보더니 곧바로 버스로 돌아가 버렸다.
여기서 난 잠시 고민을 했다.
이 사람들과 함께 내려갈 것인가. 여기서 개길 것인가.
아직 시간은 꽤 있었다...아니 꽤 있는 건 아니지만 빡시게 내려가면 6시전에는 도착할 것 같았다. 그러나 이런 고민을 하면 항상 결론은 똑같다...
걸어간다.

(그래도 나름대로 신기햇던..↓)
난 가이드에게 내 의사를 전달했다. 가이드는 만화에 나올 듯한 '아이 어쩌징~'하는 표정을 짓더니 "거기가 얼마나 먼데요~ 그냥 왠만하면 타고 가시지...그리고 규정상도 힘들어요~" 라고 했다.
규정은....좆까고 있네. 그럼 보도를 만들지 않았겠지. 난 좀 졸라봤다.
그러니 가이드는 '이럼 안되는데~'하는 표정으로 차에서 종이를 한장 꺼낸다. 그럼 알았다고 하며 그 종이에 싸인을 해달란다...뭐, 뭐 그러지.
마음도 급하고 해서 대충 읽어보고 싸인을 했는데 대충 보니 '사고가 나도 책임을 지지않겠습니다.' 라고 써있는 듯 했다. 대단히 무책임한 각서였다-_- 씨,씨발 아무리 걸어간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 사고나면 보호해줘야 되는거 아니야?-_- 이러다 발 헛디뎌서 죽으면 분명 이쪽에선 이 종이 복사본만 딸랑 한장 집으로 보내주면서 '아드님이 사고사했으나 이 각서에 따라 저희는 책임이 없습니다(유후~)'할 것 아닌가. 씨팔. 좋다. 그럼...살아내려가면 된다.
일단 버스가 떠난후 난 별볼일 없긴 했지만 원시삼림안으로 들어가 보았다. 막상 들어가보니 기분이 굉장히 상쾌했다. 그곳이 대단히 멋져서 그랬다기 보다, 일반적으로 숲에 들어가면 느껴지는 상쾌함같은 것이였다. 그리고 나혼자 이런 으스스하고 특이한 숲에 있다는 스릴도 즐길만 했다.
치안 문제도 있고 해서 더 깊이는 안들어가고, 중간 부분에서 다시 밖으로 돌아나와 멀고먼 17km길을 걸어내려가기 시작했다. 산꼭대기에서 바라본 풍경은 피로를 느끼지 못하게 할 정도로 멋있어서 마치 알프스의 하이디라도 된 기분이였다. 멀리 보이는 설산을 보니 절로 요들송이 흘러나올 지경이였다.
아까 차로 올라오며 존나 가깝게 느껴졌던 '백조호'는 은근히 만만치 않은 거리였다. 저쯤이겠지..저쯤이겠지..를 서너번 반복하고 나서야 그 푸르른 호수를 마주할 수가 있었다.
비록 백조는 없었지만, 햇살이 호수위로 내리쬐는 광경은 사진작가나 화가들이 이런 걸 찾아다니게 하는 이유를 짐작케 할 정도로 훌륭했다. 이 호수위로 백조가 푸드득 날아와 앉는 장면을 생각해보았다. 상상력에는 한계가 있어서 대충이긴 했지만, 정말 눈이 부실 장관이란 건 느낄 수가 있었다. 이런 곳에 하루종일 앉아서 음악이나 들으면서 책을 보면 얼마나 좋을까....하지만 지금은 그런 여유를 즐길때는 아니였다.
백조호는 특이하게 내부 보도가 없었기 때문에 찻길로 지나갔었다. 햇살이 꽤 따가웠기 때문에 눈도 부시고 덥기도 했는데, 그런 걸 알기라도 했는지 조금 더 가자 시원한 숲속으로 나있는 내부 보도가 나타났다. 그러나 그런 기쁨도 잠시. 다음 목적지까지의 거리는 진짜 진이 빠지도록 멀었던 것이다. (백조의호수 나~나나나나..→)
울창한 나무들도 처음엔 신기했으나, 1시간이 넘게 계속 숲속만 지나가자 지겨워지기 시작했다. 그나마 날 심심치 않게 했던건 이곳에서만 자란다던 겉 껍질이 셀로판처럼 벗겨지는 특이한 붉은색 나무였다. 그 껍질은 마치 그 나무에서 나온게 아닌 것처럼 보였을 정도로, 이질적으로 느껴졌다. 게다가 일부러 누가 지겹지 말라고 심어놓기라도 한듯 군데군데에 뭉쳐서 자라고 있었다.
그러나 그 나무로도 나의 지친몸과 정신을 달래기에는 역부족이였다. 그래서 혼자 노래를 흥얼거렸다. 최근에 듣던 곡부터 해서 본죠비의 옛날노래와 심지어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까지 거슬러 올라갔으나 아직도 이 길은 끝나지가 않았다. 아마 혼자 숲길을 걸어가며 우타다 히카루의 노래를 부르는 남자는 이 붉은 나무보다 더 희귀한 것이였으리라. 그만큼 지겨웠다..ㅠ.ㅠ
한참을 내려가고 있는데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난 앞머리가 내려와서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는데, 그게 나무에 걸려 어디론가 튕겨가버린 것이다. 사실 뭐 헤어밴드따위 없어도 여행하는데는 문제가 없었다. 그렇지만 오랜 시간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던 관계로 머리가 서울역 그지같은 꼴이 되버렸다는게 문제였다. 쪽팔리니까.
그래서 난 그게 있을 법한 곳을 찾기 시작했다. 그때 진정한 돌발사태가 발생했다. 나무사이에 끼여있는 헤어밴드를 발견하고 그곳에 손을 갖다대는 순간, 근처에 있던 독성식물에 쏘인 것이다. 씨팔-_-
손 뿐만 아니라 다리까지 저려오기 시작했다. 난 스티븐 호킹같이 한쪽팔을 비정상적으로 뒤튼 자세로 가까스로 일어나 비실비실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독성이 상당히 강한 듯 싶었다.
지금 그렇게 힘든 건 아니였지만, 이게 더 퍼질까봐 걱정이였다. 그렇지만 아까 그 새끼들에게 써낸 '사고 각서'가 생각나니 절로 이가 악물려졌다. '댁의 아드님은 이런 각서를 작성하고 혼자 걸어가다 독성식물에 쏘여 오징어포같은 자세로 사망하였습니다. 확인부탁드립니다.'
..........그럴 순 없었다-_-
다행히 20분쯤 걷자 다리부터 마비가 풀리면서 손도 자유로워지기 시작했다. 그때 마침 숲길도 끝이 보였다. 그것이 끝나자, 아까 가이드가 팬더를 사육한다고 말한 곳이 나타났는데 딱 보고 첫인상은 '씨발 저기 팬더가 있으면 내손에 장을 지진다' 였다.
예상대로 팬더는 없었으나, 과거에 사육했었던 것 같은 시설물들이 남아있었다. 관리하는 인간도 없었다. 무슨 쥬라기 공원에 온 것 같았다.
따가운 햇살을 맞으면서도 뭔가 있을까 해서 한바퀴 빙 둘러봤으나, 아무것도 없었다. 원래 팬더가 있었다면 모르겠으나, 없었다면 완벽한 '예산낭비' 였다.
그나마 나온 이것조차 좆도 아닌 것으로 판명되고 든 생각은
'여러분 버스타고 가세요~'이다.
나는 보다시피 걷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하는 주의이다. 버스타고 휙휙 보는 건 의미가 없다. 그렇지만 이곳은 달랐다. 몇 키로가 이어지는 똑같은 숲길, 그끝에 하나씩 나오는 호수...도착하기도 전에 지치기 십상인 것이다. 뭐 가는 길이 괜찮으면 모르겠지만 그다지....그런 길을 좋아한다면 북한산에 가시라.
(팬더는 없지만↓)
(젠장..오빠가 적셔줄까? 응?↓)
어쨌든 난 '아냐 그래도 버스타는 것보다는 좋은 경험이야'라고 자위하며, 계속 걸어내려갔다. 신기한 것이 내려오는 버스가 거의 전무했다. 시간은 4시가 다 되가고 있었다. 아직 폐장까지 많이 남았는데 이런 일이..얻어타는 것도 포기해야 할 듯 했다.
다시 노래를 반억지로 흥얼거리면서 내려가다가 레파토리가 떨어질때쯤 드디어 호수가 하나 보이기 시작했다. 호수 자체도 아름다웠지만 일단 뭔가 구경거리가 나왔다는 것이 더 기뻤다.
'숑마오하이(熊猫海-팬더호)'라는 곳인데, 이곳 지우쟈이코우에 서식하는 팬더가 가끔 내려와서 밥먹고 똥싸고 간다는 곳이다. 물론 팬더는 없었다. 그렇지만 만약 이 푸른 호수에 팬더가 물놀이를 하고 있다면 정말 신선의 장소같은 느낌일 것 같았다.
이곳 호수에도 밑바닥에 흰 통나무가 놓여진듯 놓여있었는데, 아랫쪽보다 더 원시적인 느낌이 들어 마치 하나의 예술작품 같았다. 호수 주변을 빙 둘면서 구경하다보니 아까의 지루함이나 피곤함은 많이 사라졌지만, 그래도..그래도..버스를 타고 오는게 낫다는 건 부정할 수 없었다. 중간의 쓸데없는 길은 전부 생략하고 이런 곳만 보게 해줄테니 말이다. 뭐 시간의 제약을 받는다는 단점이 있긴 하지만....
지우쟈이코우는 최근에 개발된 곳이라 그런지 내부의 시스템은 꽤나 잘되있는 편이였다. 특히 표지판은 적절한 곳에 배치되있을 뿐만 아니라, 온 거리와 남은 거리가 잘 표시되어 있어 그나마 막연함을 덜어주고 있었다.
숑마오하이를 지나니 두갈래길이 나왔다. 하나는 곧바로 내려가는 길이고, 하나는 '우화하이(五花海)' 쪽으로 돌아가는 길이였다. 난 시간이 없지만 우화하이를 들려서 가기로 했다. 뭐 씨발 발이 좀 고생해서 하나라도 더 볼 수 있다면야. 10키로도 넘게 걸어왔기 때문에 체력은 바닥이 나고 있었지만, 그래도 볼껀 보고 가야겠다 나는.
'우화하이' 앞에 서는 순간, 난 나의 선택이 시애틀이 이치로를 데려온 것 만큼이나 적절한 것이였다는걸 알 수 있었다. 이름의 유래를 한눈에도 알 수 있듯이, 물속에 마치 꽃이 핀것처럼 군데군데 일정하지 않은 반점같은 무늬들이 마치 내가 바다 깊은 곳이라도 내려온 듯 한 착각을 불러 일으켰다. 가이드북에는 물속에 탄산물질이 있어 엽록소가 다른 물풀들이 뭉쳐 살아 햇빛 반응에 의해.....라고 복잡한 과학적인 설명이 있었지만 그딴거 몰라도 충분히 이 광경은 즐길 수가 있는 것이였다.
이걸 지나니 '숑마오하이' 폭포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올라오는 길에 폭포를 보고 상쾌하게 올 수 있었던지라, 이걸 보고 다시 기운을 내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래서 표지판을 따라 계단을 내려갔으나, 폭포의 시원한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음..표지판보다는 먼 모양이군..'이라고 생각하고 더 내려가 봤으나, 시원한 물줄기는커녕 애새끼 오줌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게 뭐야 씨팔...하고 고개를 돌린 순간 정말 씨팔 소리 나오는 광경을 발견했다. 내가 서있는 곳 뒤에는 '숑마오하이 폭포' 라는 간판이 있었는데, 그 뒤에는 폭포가 아닌 절벽이 하나 있었던 것이다. 이,이건.....폭포는 깨끗하게 말라 있었다. 이건 씨발..'숑마오하이 절벽' 이라고 고쳐야 되지 않나 싶었다. 윗쪽에 물이 충분히 있는데 여기는 왜 말라 있는지 알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눈앞에 펼쳐진 건 장나라 가슴같은 절벽 뿐이였다.
그래도 위안을 삼을 수 있는건 남은 키로 수가 많이 줄어들었다는 점이였다. 시간도 거의 없고, 일단 존나게 힘들고...제발 남은 풍경이 후딱 나오고 정류장이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내려가는 길은 매점도 하나 없어, 난 라면 먹으면서 마시던 쥬스를 끝으로 갈증과도 싸워야만 했다.
이제 남은 것은 '젼주탄(珍珠灘)' 폭포 정도였는데, 위의 숑마오하이 폭포의 몰골을 보니 과연 그 밑의 폭포는 제대로 흐르고 있을까하는 의혹이 생겼다.
그렇지만 얼마를 더 걸어가자 날 기쁘게 하는 소리가 들렸다.
"콸콸콸"
아아아아...얼마나 듣고 싶던 소리인가. 17km 밑에 있는 폭포의 소리. 고대생 100명이 막걸리 사발불고 토해도 이보다 호쾌한 소리가 날 순 없을 듯 했다.
폭포가 시작되기 전에 '젼주탄(珍珠灘)'이라는 뭐랄까...언덕 같은 곳이 있었는데, 이 두꺼비 등딱지처럼 갈색으로 우둘툴툴한 언덕에 물살이 부딪혀 흰색으로 튀어오르며 햇빛을 받는 광경은 정말 거의 박살난 내 다리에 활기찬 에너지를 불어넣어 주었다.
이곳에는 관광객이 안에 들어가서 볼 수 있도록 징검다리같은 것이 설치되어 있었는데, 그걸 딛고 들어가 '진주 한복판'에서 귀가 따가울 정도의 물소리를 들으니 속이 다 후련할 지경이였다.
원래 난 스스로의 사진을 찍는걸 싫어하는데 이곳에서만큼은 내 모습을 남겨보고 싶었다. 그렇지만 아무리 이곳이 동화같은 곳이라고 해도 다람쥐보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거기서 계단을 내려가니 젼쥬탄 폭포가 나타났다.
젼쥬탄 폭포....정말 장관이였다!!!!
아까의 슈졍폭포보다도 높고 거대한...그야말로 '폭포스러운' 모습이였다. 젼쥬탄을 거침없이 지나 이곳으로 떨어지는 물줄기는 여태까지의 나의 피로를 한번에 다 씻어주는 느낌이였다. 트라스트보다 더욱 효과가 좋았다.

난 가장 폭포에 가까운 돌을 딛고 들어가서 그 갈색 돌들 사이로 떨어지는 흰 물줄기를 들여다 보았다. 이런 곳에서 수련하는 도인의 모습이 생각났다. 실제로 들어가다간 수압에 짓눌려 돌에 대가리찧고 뇌가 사방팔방 튀겠지만 한번 들어가보고 싶은 충동이 생기기도 했다.
난 시끄러운 관광객이 아무도 없는 이 폭포앞에 서서 가만히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싶었다. 이 감흥을 가슴깊이 간직하고 싶었다. 천천히...그리고 오래오래...남는 건 사진밖에 없다지만, 그래 맞는 말이다, 그때의 감정따위는 하나도 없는 '사진' 만 남는다. 그렇지만 난 이떄의 감흥들을 가슴속에 남겨놓고 싶었다.
그렇지만 내게는 시간이 너무도 부족했다. 해발 2500미터의 호수옆에서 반바지를 입은 채로 자고 싶진 않았다. 정거장까지는 얼마 남지 않았다. 가면 버스가 있을 것이다. 그걸 타고 이곳을 빠져나가면 드디어 지우쟈이코우의 여행도 끝이 난다. 자..이 숲을 지나면..지나면....
헉!! 이런 씨팔!!!-_-
숲을 빠져나오면 버스가 주욱 늘어서 있을 것이라는 나의 예상과는 달리 눈앞에는 아무것도 없는 광장이 하나 나타났다. 당황한 나는 가이드북의 지도를 꺼내어 비교해 보았다. 정확하지는 않은 지도였지만, 확실한 것은 이곳은 쟝하이와 원시산림이 갈라지는 그 중심 정거장은 절대 아니라는 것이였다.
지도와 현재위치를 찬찬히 비교해보니 아직도 그곳까지는 꽤나 남아 있었다. 사람이란 게, 앞에 얼마 안남았다고 생각할때는 존나게 힘을 낼 수가 있다. 그렇지만 그게 잘못된 목표였다는 걸 알면 힘이 주욱 빠지게 된다. 처음부터 100미터라고 생각하고 가는 것과, 80미터라고 생각하고 갔는데 20미터가 더 있는건 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온몸에서 기운이 쏙 빠지는게 느껴졌다. 그냥 이대로 주저앉고 싶었다. 타임머신이 있다면 4시간 전으로 돌아가서 버스를 타고 싶었다. 그렇지만...내게 남은 선택은 앞에 있는 차도(더이상 인도도 나오지 않았다) 를 터벅터벅 걸어가는 것 뿐이였다.
차도를 지나는 차량은 한대도 없었다. 아니, 쓰레기차가 날 미친 놈 보듯 쳐다보며 한번 지나가긴 했다. 절박한 심정으로 저거라도 얻어탈까하는 생각도 했지만, 이미 휙 지나간 뒤였고 이미 정원인 2명이 채워진 상태이기도 헀다.
지우쟈이코우를 둘러보는데 보통 하루나 이틀을 잡는다고 한다. 그렇지만 직접 와보니 반나절이면 충분했다. 대충 보고 자세히 보고 문제가 아니고, 한 셔틀버스의 전구역 도는 시간이 그정도 밖에 안걸린단 말이다. 중요한 부분만 내려서 보는데다가 그 시간이 그렇게 긴 것도 아니니, 밥먹어도 2-3시면 다 보고 내려갈 수 있는 충분한 시간이였다.
그렇게 생각하니 더욱 암담해졌다. 이 시간까지 남아서 보고 있을 사람이 없을테니 말이다. 사실 중간 정거장까지는 이를 악물고 걸어갈 수 있다. 그렇지만 날 걱정하게 하는 건 그곳에도 만약 버스가 없어서 입구까지 걸어가야 되는 최악의 사태의 가능성이였다. 그 거리는 절대 못걸어간다. 이봉주도 중간에 쓰러져서 쌍꺼풀이 부들부들 떨릴 것이다. 난 혹시라도 그런 일이 생길까봐 천근만근이대근같은 다리를 억지로 움직여 걸어나아갔다.
정말 너무나도 힘이 들어 가드레일을 잡고 비틀비틀 걸어가고 있는데, 저 앞에서 차소리가 들렸다. 그렇지만 난 또 쓰레기차나 공사차려니 하고 쳐다보지도 않았다. 그러나...
끼이이익!!!!
내앞에 선 차를 보니...놀랍게도 셔틀버스였다!!! 아니 셔틀버스의 모습을 한 구세주였다!!!!!!
기사는 나를 보더니 빨리 올라타라고 한다. 올라와 파멜라 엔더슨의 가슴보다 푹신한 의자에 앉으니 온몸이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버스는 나를 태우고 곧바로 유턴해서 입구쪽으로 향했는데 의아해서 기사에게 물어보았다.
"저기..어디 가시던 길이였어요?"
"손님찾으러 왔어요!! 지금 이 전 풍경구내에 손님 혼자 남았다구요!!"
아..-_-
말은 장난스럽게 했지만 분명 속으론 '이 미친 새끼, 귀찮아 죽겠구만....빠르지도 않은게 걷고 지랄이야'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지금 난 그말을 면전에 들어도 하나도 기분나쁘지 않을 만큼, 편안하고 행복했다.
중간 정류장을 지나 입구까지의 길은 내 생각보다 더 멀었다. 만약 이 길을 걸어갔다면...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해가 뉘엇뉘엇 져가는 호수는 정말 아름답긴 했지만, 만약 걸어오며 그걸 보았다면 죽음의 늪이라도 본거같은 느낌이였을 것이다.
버스는 드디어 입구에 도착하여 나를 내려주었다. 그리고 난 힘들지만 비할 곳 없는 환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지우쟈이코우를 빠져나왔다.
문 밖에는 의외로 사람들이 꽤 많았다. 청두나 다른 곳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기다리고 있는 듯 했다.
근데....난 어쩔 것인가!!! 청두로 돌아가? 아니면..또 다른 곳으로?
난 '황룽(黃龍)'에 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그럴 수 없었다. 왜냐고? 지금 그곳으로 가는 길은 공사 관계로 막혀있다고 하기 때문이다. 그 얘기는 오기전부터 몇번 들은 거라서 거의 확실해 보여서 맘속으로는 황룽을 포기하고 있었다.
끼익~
택시기사가 내옆에 선다.
"어디까지가요?"
"호텔있어요. 그냥 걸어갈꺼예요."
"쳥두안가요? 싸게 해줄께요."
버스로 8시간 걸리는 거리다. 싸게 해줘봤자-_-
"황룽은 안가요? 황룽?"
....흠??! 황룽?
"거기 길막혀있다고 하던데 어떻게 가요."
"택시로 산넘어가면 되요. 400위엔!"
.....귀가 솔깃했지만 너무 비쌌다. 260위엔까지 깎았으나 그밑으로는 절대 깎아주려하지 않는다. 거리도 얼마 안되면서..씹탱.
기사는 손님을 태워야 하므로 내게 갈꺼면 8시에 택시 정류장으로 오라고 말을 남기고 사라졌다. 날 엄청난 갈등에 빠뜨리고 말이다. 260위엔은 확실히 비싸다. 그렇지만..그렇지만..황룽도 놓치고 싶지 않았다.
한참 고민을 하고 있는데 얌수(호텔삐끼)가 "하~이!"라고 반갑게 인사하며 나타난다. 난 좀 못미덥긴 하지만 얌수에게 황룽으로 가는 다른 방법이 없는지 물어 보았다.
얌수는 잠시 수염을 만지작거리더니 말한다.
"택시 그 가격이면 비싼거 아닌데...다 그렇게 부를꺼예요. 아마....오토바이로 가면 모를까..."
그러더니 지 오토바이로 가는게 어떻겠냐고 한다. 결국...그 얘기가 하고싶던 거군-_-
200위엔
뭐야 씨팔...결국 60위엔 차이아닌가!! 그럴꺼면 택시를 타겠다. 난 얌수를 조르고 졸라 160위엔까지 가격을 깎았다. 피곤해죽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하루라도 절약하자는 마음으로...그리고 2시간만 그놈허리에 붙어 있으면 내일 아침부터 황룽을 맘껏 즐길 수 있다는 생각으로.
그렇지만 현실을 그렇게 쉬운 것이 아니였다.
얌수는 날 8시에 데리러 오겠다고 하고는 어디론가 사라졌고, 난 밥을 먹기 위해 음식점으로 내려갔다. 그곳에는 아침에 보았던 '국토 순례반' 같은 한국 학생들이 있었다. 그들은 내가 한국인인지, 일본인인지 잘모르는 눈치로, 흘끔흘끔 보면서도 말은 걸어오지 않았다. 그렇다고 내가 가서 "어머나 한국인이시군요!!! 이런데서 만나서 얼마나 반가운지 모르겠답니다^^" 하는 짓꺼리는 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은 군대 햄버거 패티만 먹어도 맛있을 정도로 배가 고파 있었기 때문에 나온 음식이 그렇게 꿀맛일 수가 없었다. 구출당한 조난자 마냥 허겁지겁 밥을 먹고 있는데 한국학생들이 밖으로 나오면서 말을 건다.
"한국인이세요?"
"(꾸역꾸역) 예"
그들은 샹하이에서 학교를 다니는 유학생들이였다. 샹하이는 비교적 사스가 덜했던 곳이므로 아직 많이 남아 있단다. 그렇지만 이렇게 모여서 여행오기는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들은 택시를 한대당 800위엔으로 불러서 쳥두까지 가려고 하고 있었다. 뭐..그래봐야 두당 200위엔꼴이니 나쁜 건 아니였다. 버스도 100위엔쯤 하니까 말이다. 나 혼자라면 엄두도 못낼 일이지만.
그들은 친구도 없이 혼자 돌아다니며 밥쳐먹고 있는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먹다가 남은 탕을 하나 주었다. 늦게 나와서 손도 안댄거라곤 하지만 뭐...그렇지 않더라도 난 그렇게 게걸스럽게 똑같이 먹었을 것이다.
그들은 심지어 간식으로 복숭아 2개까지 쥐어주며 나의 순탄한 여행을 바란다며 인사를 하고 택시를 타고 사라졌다. 난 그렇게 떼거지로 다니고 싶지 않지만 그래도 그들에게는 이 여행이 즐거웠으면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빵빵!!!"
돌아보니 얌수가 오토바이를 타고 레니게이드같은 미소를 짓고 있었다.
"타요! 출발해야죠!!"
그렇다!! 출발해야지!!!!! 난 파김치가 된 몸이였지만 황룽을 향한 기대를 에너지 삼아 힘차게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탔다. 자!! 황룽을 향해 출발!!!!!!!!!!!!!!!!!!!!
...........그러나 이 씹새끼는 곧바로 출발하지 않고 지네 집에 가서 춥다면서 외투를 입고 나오질 않나, 호텔에 들리질 않나, 가게에 들리질 않나....약 30분가량은 지 용무를 보느라 시간을 써댔다.
그리고는...드디어..진짜 상쾌한 바람을 맞으며 출발!!!!!!!!!!!!!!!!
.......했지만 상쾌한 바람은 오래가지 않았다. 조금 지나자 지금 관광단지로 개발하고 있는 지역이 나왔는데, 그 먼지바람은 숨을 쉴 수가 없을 지경이였다. 눈까지 매워져서 가방에서 땀에 쩔은 나시티를 꺼내 얼굴을 가리고서야 그나마 숨을 쉴 수가 있었다.
공사구역은 예상외로 엄청나게 길어 1시간가량을 그렇게 가서야 드디어 아스팔트길을 볼 수가 있었다.
'휴우 이제부터는 편하게 가겠군' 하고 생각하여 나시티도 집어 넣고 마음을 좀 놓았으나, 그건 엄청난 오산이였다.
산을 오르기 시작하면서 바람이 점점 차가워지기 시작하였다. 견딜만은 했지만, 딸랑 후드티와 반바지만 입고온 나의 복장상태가 약간 후회되었다.
날은 어두워져 산속에는 우리가 탄 오토바이의 라이트외에는 아무런 불빛도 없었다. 갑자기 이 새끼가 이 상태로 날 이상한데로 끌고가서 삥이라도 뜯으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기우가 아니라 진짜로 할 수도 있는 일이였다. 아무도 없잖은가...그리고 날 산속에 버려두고 가면 내가 어찌하겠는가. 난 존나 소심하게도 가방속의 맥가이버칼을 살짝 꺼내 주머니에 넣고, 심지어 칼까지 세워놓는 추잡한 짓을 했다. 그래도...만일을 위해서니까..흠흠.
"자, 여기서부터는 차로 못가요. 오토바이니까 갈 수 있죠! 핫하!!"
얌수는 돌아보고 우쭐한 표정으로 한마디하고 다시 비포장도로를 달리기 시작했다. 바람은 엄청나게 차가워졌다. 여름이였지만 여기는 해발 3500m쯤 되는 곳이란 말이다.
바람이 견디기 힘들어져 난 고개를 푹 숙이고 반바지에서 튀어나온 두다리를 최대한 오므렸다. 무지막지 하게 추웠지만, 그래도 나름대로 군대에서 훈련받아봤다고 이정도는 견딜 수 있을꺼라 생각했다.
한참을 그렇게 어둠속을 달리는데 저 앞에 수많은 차가 멈춰 있는게 보였다. '헛! 저건 혹시!? 드디어!?'라는 허튼 기대도 잠시, 가까이 가니 공사판이라는 걸 알 수 있었다. 크레인과 레미콘차외에도 일반차량이 있었는데, 공사차량에 걸려 옴짝달싹도 못하고 있었다. 한대가 고장나서 길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었던 것이다.
얌수의 작은 오토바이로도 그곳을 지나갈 수가 없는 상황이였다. 얌수는 오토바이를 멈추더니 잠시 고민을 하다가 내게 말한다.
"내가 저 구석으로 어떻게 빠져나가 볼테니까, 걸어서 저 앞에 길뚫린데까지 걸어가봐요."
....얌수가 혹시나 안오면 어쩌나 걱정이 되긴 했지만 지금은 뭐 따지고 자시고 할 상황이 아니였다. 그리고 오토바이의 맞바람이라고 생각했던 엄청난 추위는 실제의 온도로, 더이상 달리고 있지 않는 내 온몸을 멈출 수 없도록 떨게 만들었다.
고등학교때 친구들끼리 농담으로 "아 씨팔 남극에서 핫팬츠입고 배스킨라빈스 먹는 것만큼 춥다." 라던지 "케냐에서 밍크코트입고 런닝머신하는 것만큼 덥다." 같은 말들을 했는데, 중국 해발 3500m의 산꼭대기에서 반바지입고 덜덜 떨고 있는 난 마치 그걸 실천하고 있는 듯이 느껴졌다.
힘도 없는 얼어붙은 다리를 움직여서 한대 한대 차들을 빠져나가 길이 뚫린 곳으로 나오니 다행히 얌수는 오래지 않아 나타나 주었다. 그때만큼 그놈이 멋있어보인 적은 없었다. 존나...구세주같았다.
다시 그의 오토바이에 올라타고 조금 더 가자 다시 아스팔트길이 나타났다. 얌수에게 얼만큼 남았냐고 물어보니 아직 1시간이 남았다고 한다. 하,한시간?! 이미 우리는 출발한지 2시간이 넘었단 말이다.
말이 한시간이지, 지금은 정말 1분 1초가 지옥과도 같았다. 내 맨살을 드러낸 다리는 끊임없이 개다리춤을 추고 있었고, 흐르는 콧물을 닦는 건 이미 포기했으며, 얼굴 근육은 '오아시스' 주연으로 나가도 손색없을 만큼 일그러져 있었다.
정말 태어나서 처음 겪는 혹독한 추위였다. 군대의 혹한기 훈련도 이거에 비하면 봄나들이였다. 얌수도 괴로운지 아까 가끔씩 지껄이던 말도 뚝 끊겼다. 그는 내게 천천히 갈까하고 물어봤지만, 바람이 좀 줄긴 하더라도 그 1시간이 더 늘어나는건 절대로 견딜 수 없었다. 지금 이대로 가자고 했다.
난 목구녕까지 '으아아아!! 못참겠어!! 이제 그만가자!!! 나 내려줘!! 죽을 것 같아!!!!!!!!'라는 말이 올라오는 걸 몇번이나 삼키면서 나를 달래고 있었다.
난 잠시후에 맞게 될 호텔의 온수나,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상상해보려고 했지만 사고능력조차도 얼어버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그렇지만 산에서 내려오면서 보는 공장지대(아직도 불이 켜져 있었다)의 모습은 잠시 추위를 잊게 해줄만큼 아름다웠다. 마치 화이날 환타지의 한장면을 보는 듯 했다. 어둠 속에 빛나는 공장의 불빛들과 작업장의 불들.....마치 그림처럼 멀리서 어둠을 밝히고 있었다. 이 죽음같은 추위속에서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마치 내가 끝없는 바다속의 해저도시로 떨어지는 듯한 느낌도 들었다.
눈에서 눈물이 흘렀다. 바람 때문에 나오는 눈물이였지만, 그렇게 흐르자 정말로 울어버리고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렇지만 그렇게 정신의 끈을 놓아버리면 정말 쓰러질 것 같아 이를 악물고 다시 참아냈다.
얌수는 날 위로하려는 건지, 진짜인지 다왔다고 금방 도착한다고 말했다.
지금 가는 곳은 사실 황룽이 아니다. 황룽에도 호텔이 있긴 하지만, 영업여부가 불투명해 황룽에서 가장 가까운 '추안주스(川主寺)'라는 마을에 가서 묵고 내일 아침 출발하려는 계획이다.
마을이 가까워져 오자 불이 켜진 집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물론 그 곳은 추안주스 마을은 아니였지만, 그래도 3시간만에 맡는 사람냄새는 감동스러울 지경이였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그럼 따뜻한 이불과 온수가 있다....그렇게 머리속으로 천번도 더 되뇌이며 이를 악물고 있자니, 저 앞에 추안주스 마을의 불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드디어 말이다. 정말...구원의 불빛이 이런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추안주스 마을 땅에 입이라도 맞추고 싶었다.
마을로 들어서니 그곳에 따뜻한 기운이 흐르고 있는 듯한 착각도 들었다. 큰 마을은 아니였지만, 황룽가는 손님들을 위한 고급. 중급 호텔들이 영업을 하고 있었다.
아무데나 들어가서 이불속에 들어가고 싶었지만, 그래도 11시에 도착해 내일 아침 일찍 일어날껀데 왠만하면 좀 싼데를 가고 싶다는 '계산적 이성' 이 이런 상황에서도 고개를 들었다. 얌수에게 이야기하자 잠시 생각하더니 유령이라도 나올 것 같은 허름한 여관으로 날 데려갔다.
그따위 여관에서 받기엔 많은 돈인 80위엔을 내고 난 방을 얻었다. 온몸은 아직도 덜덜 떨리고 있었으며 빨리 올라가서 쓰러지고 싶은 마음 뿐이였다. 나도 오늘 정말 대단한 짓을 했지만, 사실 더 대단한 건 얌수다. 왜냐고? 얌수는...지금 왔던길을 다시 돌아간다-_- 다시 그 산길을 말이다......놀라운 인간이다. 물론 외투를 입고 긴바지를 입었지만 난 때려죽여도 다시는 못돌아간다. 160위엔 받고 할 짓이 아니였다.
그렇지만 그는 160위엔을 받고 콧물을 한번 쓰윽 닦더니 다시 오토바이로 향했다. 어찌됐건 고마웠던 그녀석에게 난 얼어붙은 얼굴을 애써 웃게 만들며 인사를 했다.
그리고..드디어..방문을 열고 푹신한 침대와 따뜻한 물이 있는 방으로 들어왔다!!!!!!! 난 너무나도 기뻐서 이불로 날아가듯이 뛰어들어 얼어붙은 몸을 모포로 감쌌다. 비록 그렇게 따뜻한 건 아니였지만 이러고 있다는 자체가 너무 행복했다. 그렇지만 내 몸의 떨림은 무려 20분 동안이나 멈추지 않았다. 아마 밑의 방에 사람이 있었으면 떡이라도 치는 줄 알았을 것이다. 그만큼 심하게 떨려댔었다.
그리고 몸이 좀 가라앉을 만하자 화장실로 가서 온수를 틀었....틀었......틀.....었으나 나오지가 않는다!!!-_- 난 프론트에 전화를 때렸다. 그러자 그들은 온수공급시간이 지나서 안나온다고, 그러니까 차를 위해 갖다놓은 온수로 세수하라는 청천벽력같은 소리를 나불댔다.
그렇지만 따질 힘도, 해결방안도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난 그 찔찔거리며 나오는 물로 얼굴의 먼지만 고양이세수로 대충 씻고 쥐새끼처럼 이불로 다시 들어갔다. 이불은 대단히 얇아서 나는 옆 침대의 모포와 시트까지 가져와서 덮고나서야 그나마 온기를 느낄 수가 있었다.
내일 아침 6시에 첫 셔틀버스가 있다고 한다. 주인이 깨워주겠단다. 그래...내일 아침이면 이 개고생해서 온 황룽에 갈 수 있겠구나....난 내가 뭐라도 해낸 듯한 성취감같은 걸 느끼며 이불속에서 몸을 둥글게 말아 잠을 청했다.
(17일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