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취할 때 있었던 일

쓰니2021.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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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일찍이 일을 시작한 편에 속합니다.
22살에 제대로 일을 해보고자 타지로 가서 일을 하였습니다.
한 1년정도 일하다가 6개월 정도만 더 일하고 다른 곳으로 갈 생각이었기에
보증금이 끝나는 시기에 맞춰서 보증금 없는 월셋방을 찾아다녔습니다.
하지만 그 곳이 나름 시골아닌 시골이라 지금의 고시텔이라던지 무보증 월룸같은 것들이
활성화 되있던 시절이 아니었습니다. 그래서 종종 시장을 오다가다 예전엔 벽에 누가 분필 같은
아니 검정색 숯같은 거라고 해야할까요? 월셋방 있음. 화살표. 00 여인숙 이런식으로 되어
있는 것입니다.
저는 어차피 6개월이니 조금 불편하더라도 낫겠다 싶어 그 벽에 씌여진 광고?를 보고 그 여인숙을
찾아냈습니다.
그곳은 입구가 여느 주택과 비슷하였고 문은 활짝 열려있었습니다.
대낮인데도 불고하고 들어가는 통로는 상당히 어두었습니다.
동굴같은 느낌이 드는 복도와 여러 통로 사이사이에 단칸방들이 있었는데
방을 보러와서 소리내어 사람을 불러내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나마 사람 사는 것 같아 보이는 큰 방에서 철창문이 열리며 할머니 한 분이 나오시는
것입니다.
그 할머니가 주인인 듯 보였습니다.
그 할머니는 젊은 사람이 온다는 것이 흔치 않은일이라 생각을 하셨는 지 나름 반갑게
맞아줬던 걸로 기억합니다.
그 할머니는 저보고 하룻밤 묵을 거냐고 물었습니다.
당시 제가 가방을 메고 두 손에 또 큰가방 2개를 들고 있었기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저는 몇달동안 살려고 하는데 방이 혹시 있냐고 물었습니다.
그 할매는 방이 있다고 말하며 제가 서있던 바로 뒤에 방을 안내해줬습니다.
정말 기가막힌 공간이었습니다.....
진짜 한명 딱 누울 공간과 밥상을 깔고 밥만 먹을 수 있는 엄청 좁은 방이었습니다.
그게 10년전의 일이지만 그 당시에도 이런 방이 현존할 수 있는 것인지 의아해했습니다.
창문도 있었지만 열어봐야 통로가 보이는 내부공간이었기에 그냥 닫아두기로 하였습니다.
그렇게 손에 들고 있던, 메고 있던 가방들의 짐을 싹 풀고나니 방이 더욱 좁아보였습니다.
겨우 지상파만 나오는 TV와 오래된 선풍기 비디오 테이프 기계 두꺼운 겨울 이불과 베개
구석에 짱박혀 있는 전기장판 모기 살충제....
그런 좁은 곳에 살아본적이 없는 저는 쓰레기들을 이따금씩 모아뒀다가 한번에 버리는 습관을
가지고 있었는데 어느날 저녁엔가 이마를 뭐가 기어다니고 귓가를 간질이는 무언가가 지나다니
길래 이게 뭔가 싶어서 빡쳐가지고 불을 켰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없었고 도대체 이게 무언가 싶어서 리모콘으로 TV 를 켜서 그 불빛으로 서서히
밝혀지는 내 주변을 고개를 돌려보니 바퀴벌레 수마리가 내 이불과 머리맡에서 기어다니는
것이었습니다.
놀래서 말도 안나오고 이불을 들어내고 밖으로 뛰쳐나갔습니다.
저는 그 뒤로 절대 쓰레기를 집에 방치하지않고 바로 버리고 편의점에서 산 바퀴벌레약으로
그 좁은 방을 방역하듯이 1통을 전체 뿌려댔습니다.
그리고 환기를 쫙하니 그 뒤로 바퀴벌레가 보이지 않더군요.
물론 바퀴벌레 퇴치하는 붙이는 도구도 여러개 설치 하였구요.....
그렇게 그 좁은방에 익숙해져갈 두세달 무렵.....
저녁 12시 넘어서 였을 것입니다.
말씀드렸다시피 그 여인숙은 주택처럼 생겼으나 내부가 틀리고 문을 항상 열어놓습니다.
취객이 한번씩 들어와서 문을 여는 행동을 자주 합니다.
문도 사실 고리로 잠그는게 끝이라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위험한 곳에 있던 것이었습니다.
이번에도 그 취객이 들어온 듯 싶었습니다.
누가 내 방의 문을 열었습니다. 
난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 누구세요
라고하였습니다.
그러자 문을 연자는
- 죄송합니다
라고 하며 문을 닫았습니다.
일어나보니 고리를 안잠그고 자고 있었고 얼른 고리를 잠그고 잠을 다시 청하였습니다.
아마 술을 먹다 잠들어 그런듯 하였습니다.
그렇게 수십분이 흘렀을까...
갑자기 누군가 방문을 세게 두드리며 깨웠습니다.
- 계세요!! 잠깐 뭣 좀 물어보겠습니다!!!
- 누구세요!
- 아, 다름이 아니라 뭣 좀 물어볼게 있어서요 잠깐 문 좀 열어주시겠습니까?
- 경찰이세요? 누구신데요
- 아 급하게 여쭤볼게 있어서요. 잠시 협조 좀 해주세요.
- 네. 잠깐만요!
자다가 또 깨버린 나는 엄청 짜증이 났고 문으로 앉은상태로 기어가 고리로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각해보니
누군지도 모르는데 문을 여는 내모습이 말이 안되기 시작되었다.
정신을 가다듬고
난 되물었다.
- 저기 그런데 누구시죠?
탕탕탕
- 잠깐 문 좀 열어달라니까요. 물어볼게 있어요.
이제 슬슬 화가나기 시작한 나는
- 아니 그니까 누구냐고요!! 누구신데 그러냐고요!!!
- 하.....야!! 문 안열어??!!!
난 그 말을 듣자마자 심장이 차가워지며 몸이 굳는 냉랭함을 느꼈다.
아마도 이게 진짜 소름이라는 것인가 보다.
- 야 문열라고. 열라고. 안열어?!
그 자식은 내 방문을 손으로 때려부실듯이 두드렸다.
난 당황해서 일을 다니던 회사 출입증을 꺼내들었다.
사실 그게 아무도움도 안되는걸 알면서도 22살의 청년이 당황하다 보니 아무짓이나 한 것 같다.
그리고 이불을 뒤집어쓰고 침착하게 조용하게 경찰에 신고하였다.
그 당시 오원춘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안되었을 시기였기에 전화를 받은 경찰이 빠르게 일처릴
해주었고 정확히 5분뒤 경찰이 오는 듯 싶었다.
- 계세요??!!!! 신고받고 들어왔습니다!!!
그 강도자식이 안쪽으로 급히 뛰어가는 소리를 내며 어딘가에 숨는듯 보였다.
난 너무나도 무서워 경찰이 와도 나가지 못하였다.
그 경찰은 주인 할머니방을 찾아 대화를 하였으며
하필 여인숙 마당에 취해있던 취객을 범인으로 생각하고 쫒아내었다.
생각해보니 그 문을 뿌실듯한 난리를 쳤었어도 주인 할머니 부터 같이 사는 사람들이
손톱만큼도 미동하지 않았던 사실을 생각하면 오히려 그게 더 소름이 돋는다....
하다못해 10분간 실랑이를 하였는데도 내가 직접 신고를 한셈이니...말 다했다.
그렇게 경찰은 범인이 아닌 취객을 데리고 나가고 잠잠해졌다.
또 다시 10분이 흐르고 발자국 소리가 가까이에서 들리더니 방문앞에서 멈췄다.
난 털끝이 곤두섰다.
바로 그 범인 자식이었다.
그자식은 이 말을 넘기고 떠났다.
- 하 이자식. 경찰에 신고해? 야. 너 오늘 운좋은 줄 알아라.

난 22살에 경찰은 믿을 것이 안된다는 것을 뼈져리게 느끼었고 그냥 일반인과 다를바없다는 것을또 뼈저리게 느꼈다.....
그 일이 있고난 뒤 난 돈을 아끼기위해서 더 살았으며 옆옆 방으로 옮겨 똑딱이 손잡이가 달린
방에서 3개월 정도를 더 살다 그 지방을 떠났다.
한참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그 일이 잊혀지진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