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물같은 아버지 때문에 연 끊었습니다

2021.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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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40대구요 집(친정)에서 삼남매중 맏이입니다.
어디서부터 얘기를 해야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아버지의 자식 기준은 돈을 잘 벌어야 합니다.
어렸을때부터 자기말 잘 들어야하고 공부 잘해야하고 대학생때는 아르바이트 잘해야 자식 취급 받았다는걸 늦게 깨달았습니다. 한마디로 남들한테 이렇다할 얘기꺼리가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자식이었습니다.

제가 맏이다보니 어렸을때는 동생들보다 좀 잘했습니다. 그때 동생들이 많이 혼나고 매도 맞고 언니한테 대든다고 또 혼나고 그런일들이 빈번했었는데 동생들이 혼내는 아버지를 원망하는지 알았는데 이 원망이 저한테 있었더라구요.

대학교 졸업하고 일을 할 때 제가 좀 잘 벌었고 집에서 돈을 모아준다기에 믿고 줬어요. 화근의 시작은 여기서부터 였네요
결혼할때쯤 남편이 사정이 좋지 않아서 모은돈 좀 달랬더니 나 키운면서 돈 들어간거 얘기하면서 한 푼도 받지 못했습니다. 제 남편은 다음 생애 다시 결혼해도 좋을 괜찮은 사람인데 능력도 있었지만 당시 사정이 있어서 잠깐 안좋았어요. 지금 당장 돈없는 남편을 무시하고 그 사람이랑 결혼하는 저도 진짜 뭐 취급 받았습니다.
저는 바로 임신과 동시에 외벌이였는데 어려운 형편이었습니다.
와...제가 이때 아버지에게 당한 그 무시는 십수년이 지난 지금에도 기가 찰 정도였고 내가 당하는건 참겠는데 제 아들이 당하는건 눈 돌아가더군요.

이 때쯤 둘째(여동생)가 승승장구하고 있었는데 편애의 강도는 더 극에 달했습니다. 돈 잘버는 동생은 너무너무 이쁘고 저랑 대화 할때는 말끝마다 으이구~ 하면서 싸늘합니다.
기가 막혀서 눈물만 나더라구요. 이 때 연을 확 끊었어야 했는데 엄마의 간곡한 부탁으로 발길을 못 끊고 있었어요.
이 때 느끼겠더라구요. 동생들이 어떤 취급을 당했고 어떤 심정이었을지요. 사실 둘째도 20대 중반에 집을 뛰쳐 나가서 악착같이 살다가 성공하기까지 꽤 오랜시간 걸렸어요.

몇 년 지나지 않아서 저는 곧 안정세로 돌아섰고 부동산과 각종 재테크로 여유있게 살 무렵 그 극에 달했던 편애가 슬슬 덜해지더라구요. 어디가서 남편 자랑까지 해대는데 막말로 같잖더라구요.

그렇게 무디게 시간 흘러가다 이번에는 막내에서 터졌습니다. 나이가 좀 어려서 사회경험이 많이 없었던 막내는(돈을 잘 못벌었어요.취업도 잘 안되고)툭하면 비교대상이 되었고 강직했던 막내가 참다참다 지방으로 날랐습니다. 아버지 장례식에도 가지 않을꺼라며 자기의 소식은 전하지도 말고 전할거면 인연 끊자고 했습니다.

이렇게 세 남매는 각자의 인생을 살고 저는 그래도 엄마랑 연락은 하고 있는데 편하게 보는 사이는 아닙니다. 저한테 그래도 어렸을때는 이뻐하지 않았냐고 자꾸 그러는데 저는 그게 너무 듣기 싫어요.

아버지는 남에게는 세상 좋은 사람인데 가족한테는 함부로 하는 경우가 많아요. 가령 친척 동생들은 누구도 우리집에 먼저 전화하거나 찾아오거나 하는 일이 1도 없는데 우리 남매에게는 친척 동생들 만나서 밥도 사주라고하고 친척 어른들에게 안부 전화하고 찾아가서 인사하길 강요합니다. 걔네들은 뭐 조금만 잘해도 용돈주고 칭찬하는데 우리집은 잘하면 본전이고 조금만 못해도 질타와 욕으로 돌아 오거든요.

결정적으로 계기가 된 건 친척과 언쟁이 한 번 붙었은데 분명 제가 억울한거 알면서도 저더러 사과하라고해서 이성의 끈 놔버렸습니다. 엄마도 분노했고 아버지랑 대판 했는데도 저를 어르고 달래서 한 번 지랍니다 ㅎㅎ 자신은 친척들과 얼둘 붉히고 싶지 않고 좋은 사람이어야하니 저만 참으면 다 된다는 거였죠.

남편은 착하고 능력있고 여러모로 괜찮은 사람인데 이런 사정 알면서도 그래도 처가집이라고 제가 친정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 자잘한 것들은 다 도와주고 용돈도 넉넉히 주고 애들 데리고 같이 놀러도 다니고 그런 사람이었는데 연 끊으니 아쉬웠는지 남편한테 한번씩 톡이 오더라구요. 그런데 그 착한 사람도 십수년이 지난 지금은 치를 떨고 차단했어요.

지금 다시 생각해도 죽을때까지 안보고 살고 싶어요. 친구는 가족관의 관계가 가장 힘든데 그래도 세상 무슨 일이 있어도 마지막까지 내 편에 드는 사람은 부모라며 원래 부모란 나이가 많을수록 더 그렇다며 저보고 이해하고 무시하고 살되 연을 끊는것 까지는 아니라는데 많은 생각이 듭니다.

제가 더 나이가 들면 생각이 바뀔까요? 아이들 키우면서 제가 부모에게 받았던 것들이 순간적으로 튀어나올까봐 혹은 제 아이들이 저처럼 부모랑 연 끊고 사는게 당연한 것처럼 될까봐 생각이 많아지네요.

긴 글 죄송합니다. 욕이라도 좋으니 제가 번쩍 정신 차릴 수 있게 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