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는 형이 박카스를 사들고 피씨방에 가요

박카스2008.12.07
조회972

바로 본론으로 넘어가자면.

 

군대에서 저보다 2달 위였던 고참이 한명 있었습니다.

프라이버시상 이름을 밝히지는 못하겠네요 ;; 혹시나 볼까봐.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2달 차이는 거의 친구처럼 지내죠.

저희도 제법 많이 친했습니다.

 

이병때부터 엄청 빠졌다, 개념 없다 소리 들어가며 2년을 버틴 그 형과 같이 휴가를 나오게 되었습니다. 생각하는 건 이미 6차원을 벗어난 인물이지만, 이병 때, 어리버리 탈 때부터, 일병 때는 조낸 같이 일만 하고. 같이 힘든 세월을 버텨온(?) 동지의 심정이었을지도 모릅니다.

 

휴가를 같이 나와 형 동네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캐정색을 하더니,

 

형 : 나 이번 휴가 때 던파 만렙 찍고 들어가야 돼.

 

나 : 미친. 무슨 휴간데 게임을 해? 그냥 놀러가자.

 

형 : 형은 군대 오기 전에 피씨방 주인이 짱깨를 서비스로 주신 몸이라구.

       휴가 나와서 만렙을 못 찍으면 내 꼴이 뭐가 돼?

 

나 : 꼴이 뭐가 되긴. 군바리가 되는거지. 아, 그만하고 술 마시러 가지?

 

형 : 닝기리. 너 혼자 술 쳐마셔. 형은 방앗간을 지나칠 수 없다.

 

-_- ;;; 단호한 형때문에 어쩔 수 없이 피씨방을 가게 되었습니다.

캐정색의 단호함이 그 형과 저를 피씨방으로 부르게 되었고, 정말 미친듯이 게임만 해대더군요. 전 게임하다 죽었다는 사람이 꼭 뉴스에서만 볼 수 있다는게 아니란 걸 깨달았습니다. 6시간이 지났을까요 ?

 

나 : 형. 나 진짜 게임 안 하는데 이건 아니라고 본다. 술 마시러 가자~

 

형 : 오. 지저스 크라이스트. 형도 피곤하려고 한다.

 

나 : 피곤이 막 달려오지 ? 자 술마시러 가자.

 

그 때, 파란 상추잎들이 제 앞으로 떨어지더군요.

 

형 : 야 쌰발. 안 되겠다. 박카스 사와라. 오랜만에 왔더니. 준비를 덜 해가지고 왔네.

      그리고 레종 4갑도 사와라. 블루로.

 

박카스 ? 박카스를 사와 ?

 

나 : 형. 언제까지 게임할 건데? 정말.

 

형 : 휴가가 9박 10일인데 6박 7일은 찍어줘야 휴가 다녀왔다 할 수 있는거지. 하루는 자고.

 

닝기리. X됐다. 대구에서 일산까지 놀러왔는데 피씨방만 6박 7일 하게 생겼네.

 

지금 생각하면 정말 아찔한 경험이었습니다.

제가 그때 내일 내려가야 된다고 무지 졸라서 결국 술 마시고 놀긴 했지만. 그 형은 그 다음날 저를 데려다 준 날 박카스를 사들고 다시 피씨방으로 ㄱㄱㅅ했다고 하더군요.

 

주변에 이런 분 없나요 ? 어떻게 습관을 고쳐줄 순 없을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