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이 참 좁단걸 느낍니다

딱풀이2021.06.27
조회4,231

안녕하세요 :)
결혼2년차 동갑내기부부, 11월출산예정 예비맘입니다

초등-중학교때 절 괴롭히던 같은아파트 살던 아이가
이 좁은 세상에서 얽히고설켜 결국 파혼하게 되었어요

사이다도 아니고, 고구마도 아닌 글이지만 어디에라도 얘기하고 싶어 끼적여보려고 해요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던 우리 가족이 아빠회사의 부도로 인해 부모님의 고향인 강원도로 이사오게 되었어요
그때 제 나이는 11살, 초등학교 4학년이였네요

성격자체가 낯가림 심하고, 조용조용한 내성적인 성격의 저는 학기 중 전학오게 된 학교에서 당연히 적응이 힘들었고
이런 저의 성격에 대해 걱정이 많으셨던 엄마는 같은아파트에 사는 같은반 친구어머니 몇분, 다른반 어머니 몇분 등등 제 또래 어머니들과 친목을 다지셨어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이 아이들에게 저랑 친하게 지내달라 하셨고, 자주 함께 놀 수 있는 자리를 만들며 절 위해 노력해 주셨어요

그 중 A와B라는 아이는 절 유독 싫어하였으며, 학교에서는 같은반 아이들에게 저와 놀지 말라고 하고,
우리 아빠가 ㅇㅇ동(시골동네)이란 곳에서 다른 사람 논일, 밭일한다고 헛소문도 퍼뜨렸습니다.

저희 아빠가 논일, 밭일 한건 맞으나 그건 저희 땅이였고
할머니 할아버지와 함께 농사를 짓는거였어요
농사가 저희 가족의 생계였으며, 땅이 넓어 외부 인력을 고용하여 여러명이 함께 농사를 지은거구요
근데 A와B는 이야기를 와전하여 헛소문을 퍼뜨리며 절 '거지같은 아이'라고 지칭하며 학교에선 주도적으로 따돌림을 조장하였어요.
그리곤 하교하여 동네에서 마주치면 저에게 친한척을 하고, 저희 부모님께 아주 예의바르게 행동하는 친한친구인 행세를 했구요

바보같은 전 이 사실을 초등학교가 졸업할 때 까지 부모님께 알리지 않았고
중학생이 되어 A, B친구와 다른학교로 진학하게 되며 따돌림에서 약간은 벗어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완전히 벗어나지 못한 것은
A와B의 절친한 친구들 중 저와 같은 중학교로 진학한 친구들이 여전히 절 미워하고, 무시하고, 괴롭혔기 때문입니다
그치만 중학교에서 마음 맞는 좋은 친구들을 사귀게 되고 시간이 흐를수록 따돌림의 강도는 약해지더니 더이상 절 괴롭히는 아이들도 없었습니다

이렇게 어린시절의 시간이 지나고, 18살 독서실에서 만나 친해진 남학생과 같은 대학은 아니지만 같은 지역 대학에 가게 됐어요
서로 타지역에서의 대학생활을 의지하며 친하게 지내다 연애를 시작하고, 긴 연애끝에 결혼하게 된게 2년전이네요

현재 뱃속에 있는 우리의 아이로 하루하루가 행복한 요즘
이달 초에 만난 남편의 아주 절친한 친구가
내년 봄에 형이 결혼할 것 같다고 하더라구요
아직 정식적으로 상견례를 하거나, 날을 잡은건 아니지만 양가 부모님께 결혼 전재로 인사드린 상태고 다음 달 쯤으로 상견례 날 잡으려고 하는 상황이였어요
남편 친구가 형수님 되실 분이 우리와 동갑이고 진짜 예쁘고 성격도 시원시원하다고 하며 보여준 사진에는 A가 있었어요

잊고산 줄 알았던 A의 사진을 보자마자 전 잊은게 아니더라구요
A의 사진을 보고 얘 ㅇㅇㅇ아니냐고 하니
역시 @@시(저희의 고향)는 좁다며 아는애냐고 묻더라구요
무슨 생각이였는지.... 그 자리에서 다 말했어요.
성격이 시원시원하다고? 이 아이가 이제 갓 전학온 전학생을 어떤식으로 얼마나 영악하고 약게 괴롭힌 줄 알고 하는 얘기냐고 하며 다 얘기해버렸어요

남편은 대략 제 초등학교 생활이 힘들었단건 알고 있었지만 그 주축에 A가 있었단 것에 분노하며
형이 그 여자와 결혼하고 안하고는 형의 인생이니 뭐라 안하겠지만
앞으로 너네 가족은 못보겠다, 너도 앞으로 내 앞에서 너희 가족얘기 하지말아라 라고 했어요
즐거웠던 부부동만 만남은 안좋은 분위기로 헤어지게 되었구요

그 뒤로 그 집에 한바탕 폭풍이 불고 있단건 저도 알았어요
모르는 번호로 온 전화를 무심코 받았는데 A였고
A는 너무 어릴때의 일이여서 자신도 잊고 살았다며
너무 어릴 때 자신의 철없던 행동이 이렇게 큰 상처를 입힌 줄 몰랐다고 정말 미안하다고 사과해왔습니다
거의 20년만에 들려온 제 소식이 제가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는 것에 반가우면서도, 자신의 철없던 과거나 너무 부끄럽고 미안하다며 ㅇㅇ오빠에게 한번만 잘 얘기해달라고 사과하고 애원해왔습니다
A에게 너의 사과는 너의 말처럼 거의 20년이나 지난 과거일이고, 우린 더이상 어린아이가 아닌 성인이니 받아주겠다
그러나 내가 왜 ㅇㅇ오빠에게 전화해서 널 용서했다고 말하며, 널 변호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넌 나에게 사과했고, 난 사과를 받았고 이거로 끝인거다
그 뒤에 너에게 남겨진 일들은 너의 행동으로 벌어진 일들이니 네가 감당해라, 난 너가 감당해야 할 일을 대신 해줘야 하는 이유가 없다 하고 전화를 끊었어요

그 뒤 거의 한달이 다되어가는 지금 들려온 소식으로는
파혼했다고 합니다.
사실 날을 잡은것도 아니기에 결별이 맞는거네요.

이번 일을 통해 세상 한번 참 좁구나 느끼게 되며
사람은 뿌린대로 거둔다는 옛 말이 틀리지 않았나 보다라고 느끼게 되었네요
곧 태어날 저의 아이는 절대 A같은 아이로 자라나지 않도록,
인성이 바른 아이로 자라날 수 있도록 노력해서 키워야겠다고 다짐하게 되네요

특별히 사이다도 없는 글이지만
누구에게라도 얘기해보고 싶어 끼저여봤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