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동생의 피부는 뒤집어졌어요. 명확한 원인도 치료방법도 아직 나오지 않은 아토피라는 병입니다. 아토피는 3살 때부터 있었고요, 부모님 두 분 다 한의학 전공자셔서 지금까지 정말 여러가지 치료들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추가합니다. 두분 다 한의대를 나오셔서 아빠는 한의사이시고, 엄마는 육아로 휴직하셨다가 최근에는 공부를 조금 하기 시작하셨어요. 오해의 여지 드려서 죄송합니다.)
모르실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아토피는 굉징히 간지러운 병이에요. 심하지 않게 많은 분들이 앓고 계신 꽤 유명한 병입니다. 제 동생 같은 경우에는 심한 거고요.
다시 보니 상처가 많이 깊어 모자이크 처리하고 사진 첨부하겠습니다.
원래 심하긴 했으나 낮에는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몸 곳곳에 상처가 있는 것 빼고는 굉장히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지난 목요일 밤에 무척 간지러워하더니 잠들고 나서도 여러번 깨다가 결국 새벽 2시경 옆방에서 자는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보통 동생과 엄마는 같이 잡니다. 최근 엄마 건강이 나빠지셔서 며칠 간 따로 자보기로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동생 이불을 보니 피가 평소 묻어있던 피랑 수준이 다르게 묻어있더라고요.
그날 동생 다리에서는 진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다리에 낸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신 엄마는 동생에게 조금 긴 바지를 입히셨는데, 상처 부위에 닿은 바지 밑자락이 피와 진물로 젖어있었다고 해요. (아침에 봤을 때는 피가 상처에 고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점점 나빠져 첨부한 지금 모습이 됐네요.
보통 상처가 많이 나있긴 하지만, 이 정도였던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적어도 어렸을 적에는 엄마 말씀을 잘 듣기라도 했지, 이제는 고집도 생기고 생각도 할 줄 알게 되어 아이스팩을 갖다대자, 찬 물로 샤워를 한번 하자, 식염수로 적신 거즈를 붙이고 있자 등 여러 제안을 받아도 듣지를 않습니다.
보통 11시~12시에 잠들어(가끔 잠 못 들면 1시에도 잡니다.) 중간중간 깨고, 칭얼대다가 6시 쯤 다시 깹니다. 엄마께서는 못 긁게 잠 기운과 싸우시며 긁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시다 7시 전후로 잠드시고요. 엄마께서는 현재 49세이십니다. 고혈압에 최근 뇌동맥류? 진단도 받으셨어요. 근데 아픈 동생을 돌보시느라 잘 못 자세요. 하루라도 따로 자게 되면, 지난 목요일과 같지는 않아도 동생은 밤새 긁어요. 저는 계속 봐줄 상황이 아니고, 거의 눕자마자 잠들거든요. 아빠는 매일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셔서 출근해야 하셔서 봐줄 수가 없으십니다. 근데도 어젯밤에는 동생이 다리를 못 긁도록 오셔서 다리 두드려주시고 많이 돌보아주셨어요.
저희 가족은 동생을 무척 예뻐라합니다. 아토피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서인지, 체구가 작아 기본적으로 귀엽고, 가끔 미운 짓을 할 때도 있지만 사랑스럽거든요. 그런 아이가 아토피로 이렇게 고생한다는 것이 너무 속상해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쨌든, 지금 이렇게 피부가 급격하게 나빠져 동생은 식단관리(과채류 등 건강한 것들만 먹기, 군것질 아예 끊기 등), 물 하루 6잔 마시기 등을 실천하고 있어요. 너무 간지러워 이러면 안 된다는 것, 오히려 더 악화시킬 거라는 것을 다 알지만, 일단 손이 먼저 향하나 봐요. 감히 그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최근에 서운한 적이 있었어요. 여느 때와 같이 동생에게 계속되는 엄아의 잔소리, 또 한번 그런 것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니 계속 들리는 동생의 다리 긁는 소리가 듣기 싫어 엄마께 장난스럽게 투정을 부렸었어요. 엄마께서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장 힘든 건 동생이고 우리는 그저 곁에서 바라보는 존재들이라는 걸 일깨워 주셨어요. 한편으로는 아차하고 찾아온 저 자신에 대한 실망감, 한편으로는 '나도 내 일에 집중 못 해서 짜증났는데. 속상했는데.' 같은 생각이 들어 속상함, 또 더 힘들었을 동생을 미리 생각해 주지 못했던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합쳐져 펑펑 울었었네요. 이제는 제 불평이 잘못 됐었다는 걸 잘 알고 동생에게 관대해지고 더 잘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동생이 까칠하게(저한테 특히 더 심한 것 같아요. 워낙 평소에 거리낌 없이 부딪히고 놀았던 사이니까요.) 구니까... 조금 못된 마음이 드네요.
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쓴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 가족이 힘든 상황에서(동생 아토피를 제외하고도 힘든 일은 더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까요? 시간이 부족하기는 하겠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예요.
둘째, 자꾸 동생이 미워지고, (정말 이러면 안되지만) 어떨 땐 조금 엄살이 더해진 것 같이 동생을 바라보는 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곳에 아토피 유경험자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조언 얻고자 올립니다. 어쩌면 제 얘기를 맘껏 적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시 한번 방탈 죄송합니다 ㅠ
댓글 하나 하나 읽어봤어요.
우선 지금 동생은 스테로이드, 아토피 연고, 약 등 다른 아토피 환자 분들이 효과를 봤다는 것들은 다 시도를 해본 상태입니다. 부모님께서 한의학만 고집하시는 건 아닙니다. 학의학 관련해서는 한약 먹는 것밖에 없어요. 주로 약, 로션, 병원 치료 등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또 보험 들어서 주기적으로 약 처방받고 있고, 피부과도 가서 자외선 치료 같은 거 자주 받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지난 약 7년 동안 대부분 해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약이 안 통해요. 알러지 검사는 작년, 재작년에 해서 그때부터 관련된 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어요. 샤워를 하는 건 그렇게 하고 나면 조금 침착해지고 피부도 가라앉아서 그렇게 했는데 오히려 독이 된다니 피할게요ㅠㅠ 이불에 진드기 있는지도 다 확인했고, 매일 모든 이불을 세탁해요. 화장실 물, 먹는 물도 더 좋은 물로 교체했어요. 뭔가를 바꾸면 좋아지나 싶다가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더라고요.
오늘 동생은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교과서 보고 공부했대요. 학교를 갔다간 너무 심해질 것 같고, 또 전에도 팔에 난 상처를 보고 다른 아이가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곱지 못한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밤에 아빠 오시면 다같이 상의해야죠. 종일 따라다니며 놀아주고 긁는 거 막고 하니까 새살이 올라오는 거 같아요 ㅎㅎ
댓글들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야 봤는데 너무 힘이 됐어요. 예쁜 동생과 힘내서 어떻게든 치료할게요!!
+추가)아토피 환자 동생 다리에서 피가 나요
안녕하세요. 초등학교 4학년 여동생을 둔 중학생 언니입니다.
제 동생의 피부는 뒤집어졌어요. 명확한 원인도 치료방법도 아직 나오지 않은 아토피라는 병입니다. 아토피는 3살 때부터 있었고요, 부모님 두 분 다 한의학 전공자셔서 지금까지 정말 여러가지 치료들을 시도해 보았습니다. (+추가합니다. 두분 다 한의대를 나오셔서 아빠는 한의사이시고, 엄마는 육아로 휴직하셨다가 최근에는 공부를 조금 하기 시작하셨어요. 오해의 여지 드려서 죄송합니다.)
모르실 수도 있는 분들을 위해 간단히 설명해 보자면, 아토피는 굉징히 간지러운 병이에요. 심하지 않게 많은 분들이 앓고 계신 꽤 유명한 병입니다. 제 동생 같은 경우에는 심한 거고요.
다시 보니 상처가 많이 깊어 모자이크 처리하고 사진 첨부하겠습니다.
원래 심하긴 했으나 낮에는 학교도 가고 학원도 가고 몸 곳곳에 상처가 있는 것 빼고는 굉장히 정상적으로 살아가고 있었습니다. 근데 지난 목요일 밤에 무척 간지러워하더니 잠들고 나서도 여러번 깨다가 결국 새벽 2시경 옆방에서 자는 엄마를 찾아갔습니다. (보통 동생과 엄마는 같이 잡니다. 최근 엄마 건강이 나빠지셔서 며칠 간 따로 자보기로 했었습니다.) 그리고 그 다음 날 동생 이불을 보니 피가 평소 묻어있던 피랑 수준이 다르게 묻어있더라고요.
그날 동생 다리에서는 진물이 끊임없이 흘러내렸습니다. 다리에 낸 상처가 얼마나 심각한지 알게 되신 엄마는 동생에게 조금 긴 바지를 입히셨는데, 상처 부위에 닿은 바지 밑자락이 피와 진물로 젖어있었다고 해요. (아침에 봤을 때는 피가 상처에 고여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게 점점 나빠져 첨부한 지금 모습이 됐네요.
보통 상처가 많이 나있긴 하지만, 이 정도였던 적은 없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적어도 어렸을 적에는 엄마 말씀을 잘 듣기라도 했지, 이제는 고집도 생기고 생각도 할 줄 알게 되어 아이스팩을 갖다대자, 찬 물로 샤워를 한번 하자, 식염수로 적신 거즈를 붙이고 있자 등 여러 제안을 받아도 듣지를 않습니다.
보통 11시~12시에 잠들어(가끔 잠 못 들면 1시에도 잡니다.) 중간중간 깨고, 칭얼대다가 6시 쯤 다시 깹니다. 엄마께서는 못 긁게 잠 기운과 싸우시며 긁는 걸 필사적으로 막으시다 7시 전후로 잠드시고요. 엄마께서는 현재 49세이십니다. 고혈압에 최근 뇌동맥류? 진단도 받으셨어요. 근데 아픈 동생을 돌보시느라 잘 못 자세요. 하루라도 따로 자게 되면, 지난 목요일과 같지는 않아도 동생은 밤새 긁어요. 저는 계속 봐줄 상황이 아니고, 거의 눕자마자 잠들거든요. 아빠는 매일 6시 반에서 7시 사이에 일어나셔서 출근해야 하셔서 봐줄 수가 없으십니다. 근데도 어젯밤에는 동생이 다리를 못 긁도록 오셔서 다리 두드려주시고 많이 돌보아주셨어요.
저희 가족은 동생을 무척 예뻐라합니다. 아토피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서인지, 체구가 작아 기본적으로 귀엽고, 가끔 미운 짓을 할 때도 있지만 사랑스럽거든요. 그런 아이가 아토피로 이렇게 고생한다는 것이 너무 속상해 가슴이 먹먹합니다.
어쨌든, 지금 이렇게 피부가 급격하게 나빠져 동생은 식단관리(과채류 등 건강한 것들만 먹기, 군것질 아예 끊기 등), 물 하루 6잔 마시기 등을 실천하고 있어요. 너무 간지러워 이러면 안 된다는 것, 오히려 더 악화시킬 거라는 것을 다 알지만, 일단 손이 먼저 향하나 봐요. 감히 그 고통을 상상하고 공감할 수도 없습니다.
사실 최근에 서운한 적이 있었어요. 여느 때와 같이 동생에게 계속되는 엄아의 잔소리, 또 한번 그런 것들이 신경쓰이기 시작하니 계속 들리는 동생의 다리 긁는 소리가 듣기 싫어 엄마께 장난스럽게 투정을 부렸었어요. 엄마께서 우리가 아무리 힘들어도 가장 힘든 건 동생이고 우리는 그저 곁에서 바라보는 존재들이라는 걸 일깨워 주셨어요. 한편으로는 아차하고 찾아온 저 자신에 대한 실망감, 한편으로는 '나도 내 일에 집중 못 해서 짜증났는데. 속상했는데.' 같은 생각이 들어 속상함, 또 더 힘들었을 동생을 미리 생각해 주지 못했던 저 자신에 대한 죄책감이 합쳐져 펑펑 울었었네요. 이제는 제 불평이 잘못 됐었다는 걸 잘 알고 동생에게 관대해지고 더 잘해 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그런데도 동생이 까칠하게(저한테 특히 더 심한 것 같아요. 워낙 평소에 거리낌 없이 부딪히고 놀았던 사이니까요.) 구니까... 조금 못된 마음이 드네요.
제가 이렇게 장문의 글을 쓴 이유는 세 가지예요. 첫째, 가족이 힘든 상황에서(동생 아토피를 제외하고도 힘든 일은 더 있습니다.) 저는 어떻게 하는 것이 가장 도움이 될까요? 시간이 부족하기는 하겠지만 가족을 위해서라면 얼마든지 가능할 거예요.
둘째, 자꾸 동생이 미워지고, (정말 이러면 안되지만) 어떨 땐 조금 엄살이 더해진 것 같이 동생을 바라보는 저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이 곳에 아토피 유경험자 분들이 많은 것 같아 조언 얻고자 올립니다. 어쩌면 제 얘기를 맘껏 적고 싶었는지도 몰라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다시 한번 방탈 죄송합니다 ㅠ
댓글 하나 하나 읽어봤어요.
우선 지금 동생은 스테로이드, 아토피 연고, 약 등 다른 아토피 환자 분들이 효과를 봤다는 것들은 다 시도를 해본 상태입니다. 부모님께서 한의학만 고집하시는 건 아닙니다. 학의학 관련해서는 한약 먹는 것밖에 없어요. 주로 약, 로션, 병원 치료 등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또 보험 들어서 주기적으로 약 처방받고 있고, 피부과도 가서 자외선 치료 같은 거 자주 받고 있어요. (기술적으로 할 수 있는 건 지난 약 7년 동안 대부분 해본 것 같아요.)
기본적으로 약이 안 통해요. 알러지 검사는 작년, 재작년에 해서 그때부터 관련된 건 아무것도 먹지 않고 있어요. 샤워를 하는 건 그렇게 하고 나면 조금 침착해지고 피부도 가라앉아서 그렇게 했는데 오히려 독이 된다니 피할게요ㅠㅠ 이불에 진드기 있는지도 다 확인했고, 매일 모든 이불을 세탁해요. 화장실 물, 먹는 물도 더 좋은 물로 교체했어요. 뭔가를 바꾸면 좋아지나 싶다가도 다시 원래 상태로 돌아오더라고요.
오늘 동생은 학교를 가지 않고 집에서 교과서 보고 공부했대요. 학교를 갔다간 너무 심해질 것 같고, 또 전에도 팔에 난 상처를 보고 다른 아이가 나쁜 의도는 아니었을 테지만 곱지 못한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밤에 아빠 오시면 다같이 상의해야죠. 종일 따라다니며 놀아주고 긁는 거 막고 하니까 새살이 올라오는 거 같아요 ㅎㅎ
댓글들 너무 감사합니다. 이제야 봤는데 너무 힘이 됐어요. 예쁜 동생과 힘내서 어떻게든 치료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