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 죽음의 드라이브

thdus0002021.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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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새 날씨 탓인가 병든 닭마냥 무기력한 내가 걱정됐는지 간만에 근교에 드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고 오자며 엄마는 나를 차에 태워 어디론가 향했다.
멀미가 심한 편이라 멀리 나서기 귀찮았지만 나보다 들떠보이는 엄마를 보니 못이기는 척 함께 나설 수밖에 없었다.
요 근래 운전 중 사소한 실수가 잦았던 엄마인지라 장거리 운행도 내심 맘에 걸렸지만 오늘은 내가 옆에 있으니까..

창문을 살짝 여니 불어오는 바람이 꽤나 상쾌해 아! 그래도 나오길 잘 했구나 싶었다.

그렇게 바깥 풍경을 만끽하던 중
돌연 차가 흔들, 반대 방향에서 달려오는 차가 날카로운 경적소리를 울렸고 우리 차가 중앙선을 넘어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엄마! 왜그래!" 짜증섞인 말투로 황급히 옆을 돌아봤지만 상황 파악을 하기도 전에 구불거리는 산 꼭대기 도로를 달리고 있던 우리 차는 커브길에서 맥없이 허공을 향해 돌진해버렸다.

하늘을 나는 기분. 진공상태에서 시간이 멈춰서있는 느낌. 죽기 전 삶의 모든 순간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던 말은 느긋하게 임종의 순간을 맞이할 때에나 해당되는 건지, 난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내 생이 5초 가량도 남지 않았다는 걸 직감하자마자 절박함보다는 초연한 느낌이 더 지배적으로 전신을 감쌌다.

본능적으로 운전석에 있는 엄마 손을 꼭 잡으며 말했다.
"엄마 사랑해"
이 말 한마디면 가루가 돼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아직 천국 문으로의 진입 시간이 2초가량 남은 듯 했다. 잡은 손에 힘을 더 실어 한번 더 꾹 쥐며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낳아줘서 고마워."

슬프기보다는 죽기 전에 이 말을 할 수 있어서 오히려 행복하다고 해야할까.. 여한이 없다는 표현이 바로 이거구나.. 난 이제 괜찮다.. 하며 눈을 질끈 감았는데

통!
.
.
.
.
.
.
?

좀 높은 방지턱을 넘은 정도의 불쾌한 꿀렁임과 동시에 무사안착.

개꿈이다.

그렇게 생사를 오갔던 나의 서스펜스 휴머니즘 가족 드라마는
통! 하고 끝이났다.

안도인지 허무인지 모겠지만 어찌됐든 사지에 힘이 풀려 유령처럼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며 꿈에서 미처 돌아보지 못한 서른 중반의 인생을 되돌아보고있는데 휴대폰 진동이 울렸다. 엄마다.

걱정할까봐 꿈 얘기를 할까 말까 잠시 망설이다 징징대는 막내딸의 특권을 누리고팠다. 다만 부끄러우니 내 사랑 고백 부분은 편집하고.. 사고난 꿈 얘기를 하자

"꿈은 반대잖아~ 좋은 일 생기려나보다 그치~?"

너무나도 해맑은 우리 엄마..

난 지금도 이걸 쓰면서 다시 꿈을 복기시키니 눈물이 왈칵 나는데ㅠㅠ

친구들에게 얘기했더니 안전착지가 코메디라고 가지가지 한다며 비웃음을 샀지만
인생에 큰 의미로 남는 꿈이 될 것 같아 이렇게나마 글로 남겨본다..

이거 마무리 어떻게 하지

엄마 사랑해♡ 헤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