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프지만 아름다운>

마리킹2008.12.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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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프지만 아름다운>

 

‘약속‘ 이란 영화에서 보면 박신양이 전도연을 두고 떠나야 하는 장면에서 그렁그렁 맺힌 눈물과 함께 다음과 같은 말을 한다.
“저에게 네 죄가 뭐냐고 물으신다면, 이 여자를 만나고, 이 여자를 사랑하고, 이 여자를 홀로 남겨두고 가야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전도연은 박신양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하며 서로의 사랑을 확신한다.
"다른 여자 만나는 것만이 배신이 아니야. 니 맘속에서 나를 지우는 것도 배신이야. "

 

박신양이 저 대사를 할 때 내 눈에 비친 화면은 마치 볼록거울을 보는 듯 했다. 나도 사랑이라는 걸 해봤기 때문이다. 나카타니 아키히로가 지은 ‘20대에 하지 않으면 안될 50가지’ 라는 책에 보면, 그 중에 하나가 ‘가슴이 찢어지는 듯한 사랑에 빠져보라.’ 이다. 도대체 사랑이 뭐길래? 다음의 이야기가 그 대답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한다.

 

리하르트 조르게는 ‘2차대전의 방향을 바꾼 스파이’ 또는 ‘역사상 최고의 스파이’라 불리는 인물이다. 그는 원래 독일 출신이지만 나치에 대한 반감으로 조국을 등지고 소련의 스파이가 된다. 그러나 냉철함과 섬세함을 동시에 갖춘 그도 사랑때문에 돌이킬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1941년 10월의 어느 밤, 조르게는 일본에서의 마지막 밤을 맞이하고 있었고, 그가 사랑한 일본인 무희에게 달려가고 있었다. 탈출 직전 마지막 밤을 그녀와 함께 보내려던 것이었다. 여기서 부터 비극이 시작된다.

 

조르게는 애인의 처소로 가기 전 일본에 구축한 수백 명의 조직원 중 한명으로부터 “일본인들이 매우 가까이 접근해왔으니 서둘러 도피하라”는 쪽지를 전달받는다. 그러나 그는 마지막으로 연인을 만나러 간다는 설렘 때문인지 평소라면 당연히 불태웠을 쪽지를 찢어서 바닥에 내버리고 만다. 결국 그가 버리고 간 쪽지를 회수해 맞춰 본 일본에 의해 그가 스파이 였음이 드러나고, 그날 밤 일본인 무희의 집에서 체포된다. 그리고 1944년 말 그는 결국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다.

 

냉철한 이성을 가진 역사상 최고의 스파이도 사랑 앞에서는 그냥 평범한 남자였을 뿐이다. 그가 죽은 뒤 몇년 후, 냉철한 스파이를 사랑앞에 무기력하게 만든 그녀가 그의 무덤에 찾아온다. 그리고 그 뒤로도 몇년 간 국화꽃을 들고 찾아왔다고 한다. 국화의 꽃말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고 한다. 자신의 생명을 걸고 한 여자를 사랑한 그의 마음을 그녀도 알고 있었을 것이다.

 

영화 ‘약속’의 삽입곡 GOOD BYE 의 시작과 끝, 두 구절을 중얼거려보며 이야기를 마칠까 한다.

I can see the pain living in your eyes.
당신 눈에 고인 아픔을 알 수 있어요.
(중략....)
there's nothing left to say but goodbye
안녕이라는 말밖에 달리 할말이 없군요.

 

GOOD BY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