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점장은 동일 인물이며, 님자 붙이지 않고 지칭하겠습니다.
저는 편의점 일을 정식으로 해 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습니다. 면접 왔을때도 친구 대신 단 하루 일해본 게 다라고 했었고요. 집이 편의점에서 차로 7분정도, 버스로는 5정거장이 넘는 거리라 편의점 알바 치곤 멀었는데, 암만 멀어도 지각 절대 안 한다고 하니 사장은 그것도 OK라 하시고, `팔을 수술한지 얼마 안 돼서 회복 중이다. 그래서 자기 대타로 단기만 일할 사람을 구한다` 고 하시면서, 어찌됐든 면접을 본 그 다음 주부터 바로 근무를 서게 되었습니다.
문제는 첫 근무 전 인수인계부터 시작이었습니다. 근무 시작 전, 하루 시간을 내서 제 타임과 같은 시간에 근무하는 분께 인수인계를 하기로 했고, 점장도 그 근무자한테 말해놓겠다고 했었는데 면접 본 지 5일이 지났는데도 전혀 전달이 안 된 겁니다. 그래서 제 교육을 해주실 근무자 분도 급작스러운 상황에 당황해 하셨고, 30분간 간략한 인수인계가 진행되었습니다. 사전에 연락이 된 것도 아니었으니 제대로 이뤄질 리가 있나요. 그래도 끝나고 전화를 해 보니 자신이 지금 타지역에 있다, 깜빡했다 등의 말씀을 하시길래, 사정이 있었나보다 하고 넘겼습니다.
그 후 며칠 뒤, 약속된 날에 근무를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아무리 수습기간이라지만 시급도 7천원밖에 안 되고, 저는 편의점에선 첫 근무였거든요. 첫 근무고, 인수인계도 제대로 못받았는데 얼마나 잘 하겠어요? 첫날부터 자잘한 실수가 있었습니다. 그제서야 좀 못마땅해 하시다가, 점장이 카운터를 보면서 제게 자잘하게 알려주시더라고요.
이후로도 제가 한 달 조금 넘게 근무하면서 자잘한 실수를 몇가지 했습니다. 하지만 다 제 선에서 수습이 가능한 일들이었고, 괜히 나중에 알려져 배로 혼나기 싫어서 실수한 것은 점장에게도 솔직하게 바로바로 보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이게 악영향이 된건지, 점장에겐 제가 실수 많이하는 만만한 인간이 되어버린 듯 했습니다.
아무리 `일 치기 전에 모르는 건 전화로 먼저 물어보라` 고 하지만, 10가지를 모른다고 전부 전화해서 여쭤보기엔 점장이 아직 몸이 아픈걸 알았고, 늘 신경쓸 게 많다 하시기에 그 짐을 덜어드리고자 저 혼자 유튜브 검색해서 알아보고 제 재량껏 일을 처리하기도 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실수한 걸 말씀드리면, 못마땅해 하시면서도 우선은 알았다고 하시거나 말 몇마디 나누면서 마무리되었고, 저도 크게 혼나지 않아서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으로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다짐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며칠 전에 일이 터졌습니다. 가게를 혼자 보는데, 어떤 손님이 공병 수십 개를 힘들게 가져오시기에 POS기에 있는 공병수거 기능을 혼자 알아보고 환불을 해드렸습니다. 그 후에 공병이 많은데 어디에 두냐고 점장께 말씀드리니, 그제서야 `지금 공병수거 안되는데 왜 받았어?`, `먼저 처리하지 말고 제발 확인부터 해` 라며 짜증을 내시는겁니다. 솔직히, 그간 제가 실수했던 것들은 화를 내는게 당연하다고 해도 이 부분에 뭐라 하시는 건 이해가 안 되었습니다. 사전에 말을 해주신 것도 아니고, POS기에도 떡하니 공병환불 메뉴가 나와 있었거든요. (나중에 안 사실인데, 전산상 공병환불이 안 돼서 손님분께 양해를 구했다고 하십니다. 근무자들에게 전달된 내용은 한 개도 없었지만요.)
평소같았으면 그간 제 실수도 있었고 하니 그냥 죄송하다고 넘어갔을지도 모릅니다. 그런데, 객관적으로 점장도 지나쳤던 것들이 상당부분 있었습니다.
하나는 공병사건이 있기 바로 직전 주에 월급날이 너무 길게 남았던지라, 사정상 꼭 그 주 주말에 돈 쓸 일이 있어서 큰 돈도 아니고 3만 5천원 가량을 가불해줄 수 있냐고 여쭈었고, 점장도 이 말에 알았다고 대답한 상황에서 나흘이 지나도록 입금이 되지 않았습니다. 언제쯤 입금 가능하시냐고 묻는 말에도 대답을 않으시다가, 결국 그 돈이 필요한 주가 다 지나고, 그 다음 주 저의 근무 전날이 되어서야 입금되더라고요. 그냥 싫으면 싫다고 하셨으면 될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감사인사를 남기며 안부를 여쭸으나 그 연락 역시 무시하셨습니다.
또, 제가 점포에서 집까지 거리가 꽤 되는 편이지만 단 1초도 지각을 한 적은 없었습니다. 오히려 5분, 10분, 20분 이르게 도착해 전 근무자분들과 일찍 교대를 해드렸을 수준입니다. 하지만 제 다음 타임인 점장 아드님은 5분 일찍 오는 건 고사하고 가끔 제시간에 맞춰 오면 고마울 수준이고, 늘 5분, 길면 15분정도 지각을 하셨습니다. 이것때문에 제 일정에 차질이 생긴 적도 허다했지만 그냥 그러려니 하고 불편한 기색 하나 없이, 불평하지도 않고 넘어갔습니다. 제가 하루 12시간 근무해서 중간에 교대하고 겨우 4시간 (버스로 집까지 왕복하는 시간까지 고려하면 3시간이 채 안 되는 시간입니다.) 쉬는 날에도 10분 넘게 지각하시곤 했습니다. 그뿐이면 감사할 수준입니다. 3시간 겨우 쉬고 다시 와서 교대해야 하는 날이면, 본인 시간에 온 물건을 다 정리하지도 않은 채로 퇴근하는 일도 부지기수였습니다. 그래도 속으로 욕할지언정, 말이나 태도로 그것을 드러낸 적은 결코 없었습니다.
그러나 공병 사건이 있었던 날도 바로 이런 날이었습니다. 3시간 쉬다 교대하고 다시 밤 늦게까지 있어야 하는데, 이 날은 인수인계를 마치고 나니 무려 원래 교대시간에서 20분이나 지난 뒤였습니다. 또, 당분간 일주일 중 하루만 8시간을 추가 근무하기로 했는데, 그 일정에 대해서는 확정적으로 연락받은 바가 없었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래서 원래 일정이 끝나고 일정을 잡아두었으나, 본 근무 당일날 제가 직접 `이번 주는 오후(저녁)시간 안 나가나요?` 하며 연락을 드려보니, 갑작스레 `OO아 오늘 오후 근무하는거야` 라 하시더라고요. 정말 황당했지만 늘 잘 잊으시니 이번에도 참기로 했었습니다. 제 약속들은 다 파토가 났지만요.
하지만 바로 이 날, 이번에는 또 미리 전달이 되지 않은 사항으로 쿠사리를 당하니 너무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공병 처리건으로 뭐라고 하시는 말에 긴 문자로 ≪사과의 말, 점장의 미흡한 대처때문에 곤란했던 점들, 아드님이 자주 지각하셔도 군말 안 했고, 열심히 하고 있으니 조금만 이해해달라. 점장님과 친해지고 싶어도 실수 때문에 그러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 는 식으로 정성스럽게 이야기했습니다. 그런데 아니나다를까, 이번에도 역시 읽고서 대답을 안 해주시더라고요. 심지어 바로 다음 날 다시 근무했을 때, 전달사항(상한 과일 폐기 등)이 있어 문자를 보내드리니 그것도 보셨을 게 확실하지만 아무런 반응을 않는 태도로 일관하셨습니다.
전날의 점장의 태도와 그간 아쉬움이 겹쳐 서러움이 폭발했습니다. 7000원씩 받는다고 제가 7000원짜리 인간이 된 기분이었습니다.
매장에 점장님 가족분들이 오시면 저는 늘 다른 손님들이 오실 때보다 더 친절하게 응대해드렸고, 심지어는 자주 찾으시는 상품이 도착하면 미리 빼 두었다가 전달해드리는 식으로 열심히 챙겨드리기도 했습니다. (미리 빼달라는 요청도 없었지만 제 호의로 더 챙겨드렸습니다.) 싫은 소리 한 번 하지 않고요. 그래서 진심으로 호소하는 말에도 기분나빠 하시며 연락 한 번 하지 않으시는 태도에 더더욱 실망했기 때문에 그만둔다는 말을 통보식으로 보내 드렸습니다. 무슨 말을 해도 무시당한다는 생각에 일부러 더 예의차리지 않고 할 말만 적었습니다. 공병 수거거부하면 불법이라더라, n시간 얼마나 일했으니 확실하게 입금해달라. 그렇게 하니까 문자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바로 전화가 오더라고요.
당시 전 사람 많은 버스 안에 있어 전화를 받을 상황이 되지 않아 받지 않았고, 그제서야 그토록 기다리고 기다리던 점장의 문자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인수인계조차 제대로 받지 못한 상황에서 첫 근무를 했던 점은 생각 않으시고, 오히려 `너 전화 안 받을거지? 공병 왜 안 받는지 아느냐, 다른 근무자들은 최소한만 알려줘도 너같은 실수 안 한다` 며, 저를 나무라시더라고요. 편의점이니 최저 못받는 건 그렇다 쳐도 근로계약서도 안 써, 점포 튀김 진열시간 한참 안지키는건 기본(안팔리는 튀김은 이틀은 진열되어있음)이고 튀김기 기름도 에스프레소를 연상케하는 색깔이 되어서야 갈고, 아드님 매일 늦으시고 할 일 다 안끝낸 채로 퇴근하시고, 아이스크림케이크 박스에 명시된 진열 및 판매기간이 지났는데도 손님한테 팔아버리고, 이것저것 잘 잊어서 기본적인 연락도 제대로 안 이뤄지는둥.... 진짜 말할 것들 많았는데 본인 할 말만 하시고 반응을 않으시기에 일부만 이야기하고 끝났습니다.
이후에 사촌언니의 도움으로, 시급이라도 더 쳐서 최저시급의 수습급여와 가까운 7800원씩 계산해 이번 주 안으로 입금 받는 것으로 종결되었고 저도 격양된 마음을 가라앉히고서 아쉬웠던 부분들 속상했던 부분들을 말씀드리며, 사과할 건 사과하고 점장한테도 '불만스러운 점이 있었다면 꼭 알려달라. 답장 기다리겠다' 며 진중하고 예의차려 솔직하게, 길게 말씀을 드렸지만, 돌아온 건 제게 보낸 것도 아닌, 제 사촌언니 편으로 "이게 대체 뭐하자는 건지... 답장 안 할 거니까 이런 거 보내지 말라고 해주세요" 가 전부였습니다.
언니와 점장이 이야기한 토요일에 돈이 다 들어온다면 일이 다 끝나는 거겠지만 정말 속상해서 이틀을 울면서 보냈어요. 저도 우리 집 귀한 딸이고, 어디 가서 처음보는 사람에게 싸가지없단 말은 단 한 번도 들은 적 없었는데 암만 다신 안 볼 사이라지만 이런 식으로 미친 사람 취급을 당하니까 정말 제가 이상한 사람이라도 된 것 같더라고요. 이제는 뭐, 지금이라도 일찍 나와서 차라리 호구보다 좀 미친 사람이 된 게 다행이라고 생각하지만요. 처음 보는 사람이랑 일하는 거의 첫 일이었는데 이런 경험으로 마무리 된 게 아직도 속상하네요.
그만둘 때 저도 예의없이 군 것 알고, 실수가 당연하다고 생각한 적도 한 순간도 없었습니다. 또, 점장님 입장도 충분히 이해는 되지만, 제가 그간 존중해드리고 잘보이려고 애썼던 것이 한 순간에 무너져버린 기분이라 너무 답답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