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친구가 네다리를 걸쳤습니다

ㅇㅇ2021.07.12
조회1,686
틈틈이 메모로 썼다 저장하고 반복해서 써서
내용이 너무 장황할 수도 있는 점에 양해 부탁드립니다.

저랑 여자친구랑 둘 다 30대 초반이고
회사 동료의 여자친구 소개로 만나 지금까지 2년 조금 넘게 만났습니다.
20대 때 두 번의 연애 이후 결혼까지 생각할 정도로 여자친구를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런데 그것도 저만 그런 거였네요.

인스타는 지인들 팔로하고 여친 게시물 좋아요 눌러주는 용도로만 쓸 정도로 SNS를 안하는 편인데
일주일 전쯤 점심에 모르는 남성 분한테 메시지가 와있더라고요.

“ㅇㅇ씨랑 헤어지셨나요?”

다짜고짜 너무 어이없는 메시지에 누구냐고 무슨 소리냐고 했더니 현재 남자친구라고 하는 겁니다.
순간 섬뜩하고 무슨 상황인지 머리를 잠깐 굴려보고 일단 근무지니 퇴근하고 연락해야 할 것 같다고 하니
전화번호를 주시면서 연락달라고 하시더군요.
그리고 퇴근 후 연락을 했습니다.

그분 - 현재 ㅇㅇ이랑 일년 반 정도 사귀고 있는데 ㅇㅇ이랑 헤어진 거 아니었나요?
저 - 전 2년 넘게 ㅇㅇ이랑 사귀고 있는데 무슨 소리시죠?
그분 - 하… 지금 어디세요? 만나서 말해야될 것 같네요

그러시길래 저녁에 여친집 간다는 약속도 잠시 미루고 그분과 급하게 만나게 됐습니다.
타지까지 차로 40분 타고 약속 장소 도착하니 남성 세 분만 보이시고 아무도 없길래 잘못왔나 싶어서 전화하니 일행 중 한 분이시더라고요.
근데 그중 한 분을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기억이 안나려던 찰나 기억이 났습니다.

여자친구 회사 동기였습니다.
2년 전에 여자친구가 이직한 회사를 여자친구가 너무 좋아할 정도로 회식을 자주 가서
입사 초기에는 회식이 끝나면 제가 마중을 몇 차례 나갔었는데 그때 몇 번 인사하고 마주쳤었습니다.

계신 분이 세 명이니까
여자친구 동기 분을 동
메시지 보내신 분을 메
나머지 분을 그냥 달 이라고 하겠습니다

동 - 저 기억 나시죠? 몇 번 뵌걸로 기억하는데..
저 - 아 예 근데 왜 여기 세분이나 계시죠..?

그러고 동기분께서 말씀을 이어가시는데
상황은 이랬습니다.

입사 초기에 동기 분은 여자친구와 함께한 저의 존재를 이미 알고 계시고 동기다보니 여자친구와 친한 사이랍니다
근무 중 일 없을 때나 쉬는 시간이면 수다떠는 거 이외에 쇼핑을 자주했다고 합니다.
지난 5월에 여자친구가 슬리퍼(남성용)를 보고 있길래 동기분이 남친 선물 보는거냐고 해서 여자친구가 그렇다고 했답니다.
동기분이 상품을 보는데 슬리퍼가 생각보다 굽이 높길래 근데 남친 내 기억으로는 키가 많이 큰걸로 기억나는데 굽이 너무 높은거 아니냐 했더니
여자친구가 아차 싶었던지 아닌데요 저랑 비슷한데요~? 그랬다고 하더군요.

동기분은 그렇게 말하니 그냥 그런가 내가 잘못 기억했나 싶었답니다.
그러고 그 이틀 후에 동기분도 인스타를 하시는데 게시물을 보다가 여자친구가 보던 슬리퍼가 타부서 남자동기가 신고 있는게 올라왔다네요.
그래서 이 슬리퍼가 꽤 유행하나보다 해서 여자친구한테
ㅁㅁ님도 이 슬리퍼 신나보네요 요새 이게 잘나가나봐요~ 하니 여자친구가 갑자기 당황하면서 머쓱해해서 그냥 넘어갔는데
동기분은 자기가 뭘 잘못말했나싶어 괜히 찜찜한 상태였다고 합니다.

그러고
메 - 근데 거기한텐 아직 말 안한거죠?
동 - 네 저도 회사를 다니기 때문에 섣불리 하기는 그러네요

하시는데 역시 들은바로는 그 여자친구 회사 타부서 남자동기가 또다른 남자친구..인 것 같더라고요

나중에 동기님이 그 타부서 동기 분한테 슬리퍼 이쁘다고 하니 여친이 준거라고 낙인을 찍은 이상 의심의 여지도 없다고 합니다.. 저한테는 뭐 슬리퍼 준 적도 없으니 말 다했죠

저희 모인 자리는 동기님 제외하고 여자친구의 남자친구 3명이니 플러스 1해서 여자친구는 네다리를 걸친거죠.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네다리를 걸치려 해도 걸칠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들어서 다른 두분 얘기를 듣는데 소름이 끼쳤습니다.

메시지 보내신 분 입장은 이렇습니다

1년 반 사귐
꽂꽂이 주말 클래스에서 만남

제가 토요일은 격주로 출근하는 날이라 오후 조금 넘어서까진 여자친구를 못보는데
여자친구가 저를 못보는 동안 취미생활이라도 해야겠다고 시작한게 꽃꽂이였습니다.

메 님은 남자지만 여친 생기면 꽃선물 이쁘게해서 주고싶어서 수업을 등록했었고 거기서 제 여자친구랑 눈이 맞았다고 합니다. 이젠 제 여자친구라는 표현도 부질없네요.
또 여자친구 회사에서 15분쯤 되는 카페에서 알바하고 있어서 가끔 배달 요청오면 회사까지 가서 여자친구를 잠깐씩 만나기도 했다고… 하

동기분은 그래서 메 님을 알고 있었는데 여자친구가 그냥 대학 동기라고 해서 그렇구나 하고 넘어가셨다고 합니다
그것도 또 어느 순간에 아닌 걸 알게 된 건 여자친구가 메 님한테 좀 진득한 스킨십을 한걸 보고 눈치챘다고..

한 회사에 다른 부서에 남자친구
그 회사로 가끔씩 들리는 남자친구

참 대담하면서도 어떻게 지금까지 속였지 하면서 괘씸함이 들더라고요. 그러면서도 결혼까지 생각했던 제가 많이 멍청하다고 자책합니다.

메 님한테까지 동기분이 확신하고 알려야겠다는 상황까지는 가지 않았었는데
문제는 나머지 분인 달 님과 엮여있어서 확신이 됐다고 합니다.

위에서 언급했다시피 여자친구가 인스타를 하고 저는 그냥 좋아요만 눌러주는 기계처럼 거의 하지 않습니다.
여자친구는 팔로하는 사람만 700명에 육박해서 누가 누군지도 모르겠지만 아무튼 많은 사람을 팔로했습니다.

그 중 한 명이 나머지 분인 달 님인데
달 님의 상황은

어쩔 수 없는 자칭이라고 부끄럽다고 하시지만
타칭 겸 자칭 인스타 훈남
광고 협찬으로 소소하게 돈벌면서 인생 즐기는 20대
어느날 여자친구가 메시지로
자기가 만든 꽃이랑 잘 어울리게 생겼다며 칭찬하는 연락과 함께 몇 번 만나보면서 연애까진 아니더라도 썸타던 사이

라고 합니다.
어떻게든 사람은 다양하게 만나는구나 실감했습니다..
이 분도 동기 분이 불러낼 수 있던 이유는 또 회사 사건이라고 합니다.

여자친구 회사 부서가 남녀가 반반 정도라 너무 무겁지 않은 분위기라서 대부분 다 친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주말에 꽃꽂이 수업하는 것도 알고 꽃 찍어서 보여주고 이쁘다 이쁘다 한답니다.

어느 날은 부서에서 사무실 분위기를 바꿔보자는 이야기가 나와서 상사분이 ㅇㅇ씨(여자친구)가 꽂꽂이 하니까 사무실에 화분같은거 놓으면 이쁠것같다는 얘기를 하면서
여자친구가 한번 만들어보겠다고 한 이야기부터 시작됐다고 합니다.
이 이야기는 저한테도 했기 때문에 잘 아는 내용이었고요.
그래서 일요일 저녁까지 여자친구 집 가서 같이 포장하고 청소하고 여자친구 차에 싣는 것까지 같이 했죠.

화분을
부서 사람들 수 8명 + 창가에 놓을 화분 3개

싣고 갔으니 혼자 들고 올라갈 수 없어서 동기분과 여자직원 한 분이 내려가셨고
큰 봉투 안에 두개 씩 담겨있어서 여자친구가 수를 잘못 생각했다고 하나 빼놔야 한다고 화분 하나를 뺐다고 합니다
근데 여자직원 분이 빼는 화분을 보면서

그거 너무 이쁘다 그걸로 내책상에 놓으면 안될까??

하니 여자친구가

아~~ 이건 따로 줄 곳이 있어서요

라고 하는걸 듣고 동기분께서는
아까는 수 잘못 맞췄다고 했는데 갑자기 또 줄 사람이 있다고 하니 의아했는데 괜히 저번처럼 뭐 잘못 말할까 싶어 가만히 계셨다고 합니다.

동기분께서도 보시기에 눈에 띌 정도로 노란색 꽃이 이뻤다고 기억에 남았다고 하시는데 확실히 제가 여친집 가서 도왔을 때도 유독 하나가 두드라지는 게 있긴 했습니다.
다 똑같은데 그냥 내가 꽃 보는 눈이 없어서 눈에 띄니보다 하고 무시했는데 이게 시초였네요.

화분을 갖고 사무실에 다 놓은 후에 하는 얘기로 같이 들고 왔던 여성 직원분이

확실히 꽃이 있으니까 분위기가 산다~ 근데 아까 남긴거가 진짜 이뻤는데 아쉽다~~

이러니 다른 직원분이 왜 뭔데 얼마나 이뻐서 @@씨가 아쉽다고 할 정도야~ 뭐 남자친구 주는거야??

하니 여자친구는
아뇨~ 남자친구는 아니고 아는 동생이 모델하는데 잘 어울릴 것 같아서 주려고요

했답니다. 동기 분이 보기에 웃으면서 무마하자니 누구한테 주는건지 물어보기를 포기하실 분들이 아니라서 그렇게 말한 것 같다고 합니다.
그것도 그 반응이 모델?? 무슨 모델?? 로 되어버려서 여자친구가 당황하기 시작했다면서 동기 분이

에이~ 우리 다 아는 모델이면 진작에 말씀해줬겠죠~
하면서 아쉬운 분위기로 무마됐답니다.
그 때까지도 화분 가지러 갔을 때의 의심이 사라지지 않은 상태여서 뭔가를 캐봐야겠다고..

그래서 동기분이 좀 잠잠해지고 나서 몰래 여자친구한테 그 모델 누구냐고 나만 몰래 알려주면 안되냐고 묻고
여자친구는 한번 거절했다가 그래도 동기분한테 고마워서인지 저와 같이 자리한 ‘달’님의 인스타를 동기분한테 보여주셨다고..
괜히 다른 의심이 안잡히게 오우 괜히 모델이 아니네 맞장구치며 여자친구를 안심시키고 동기분은 이후에 달 님 인스타 조사를 하기 시작하셨다고 합니다..

동기 분이 안계셨다면 절대 풀리지 않았을 일들이고..
전 그냥 평범한 연애 평범한 결혼을 하고 할 줄만 알았는데 평범과는 전혀 먼 삶을 살고 있었네요.

그러고 동기님이 관찰한 결과
며칠 후 달 님 인스타에는 역시 여자친구가 만든 화분이 올라왔고
내용도 단지 하트 하나 올라온 걸 봐서는 또 다른 관계라는 걸 확신했다고 합니다…

달 님은 원래 동기 님 연락 받고 안오려고 했답니다. 동기 분이랑 연락했을 때

달 - 어차피 썸이고 바람맞은거면 그냥 끊고 쌩까면 된다 굳이 거기까지 갈 이유 없다
동 - 그래도 다른 분들한테 신뢰를 좀 드려야할 것 같은데 한 번만 도와주시면 안되냐
달 - 내가 돕기엔 오지랖이고 다들 결국 어장 걸린사람들끼리 만나는거 아니냐 서로 보기에 쪽팔려서라도 못간다
동 - 그러면 뭐라도 바라는 거 있으면 말씀해줘라
달 - 별 생각 없는데 그렇게까지 말하고 뭐 해결나는것도 없으면 난 안가겠다 원하는거 생각나면 나중에 말해주겠다

이렇게까지 저 대신? 누구의 대신이라고 할지도 모르겠지만 자기 일도 아닌데 저렇게까지 혼자 연락해주시고 부르셨다고 합니다.. 진짜 은인.. 맞죠?

그래서 뭐 어떻게 해야하는가?
의 결론을 내리기도 너무 답이 보이는 걸 알면서도
그저 지난 시간과 그토록 즐거웠던 평범한 연애를 위해 쏟았던 노력들이 너무 헛것으로 변해버렸다는 것에 대해 분하기도 슬프기도 했습니다.
뭔가 복수를 하자니 그것도 미련만 남는 부질없는 짓같기도 하고 말입니다.

동기 분을 비롯한 저희 남자친구들(?)은 그렇게 여자친구가 이랬니 저쨌니 하면서 있었던 일들의 교차점을 짚고 또 화도 내고.. 뭐 거의 메 분만 저를 비롯해서 1년 넘는 기간동안 만나고 있었기 때문에 서로만 감정 소통이 많았죠..

이 자리에 없는 여자친구 회사의 타부서 동기..는 아무것도 모르고 있으니 그저 내버려 둬야하는 건지 같이 사자대면을 해야하는 건지 상의도 하고,
결국 그날 모임의 결과는 일단 앞으로 어떻게 무엇을 할지는 몰라도
저희가 다 알고있다는 걸 여자친구가 눈치채지 못하게 하는 것을 중심으로 해서..
그 자리에서 달 님부터 여자친구와 연을 끊었습니다. 여자친구 생겼다는 이유로 보지말자고 메시지 보낸 것으로 끝냈네요.

이후 메 님과 저의 움직임은 크게 두고 있지 않았는데 아마 그건 관계에 대한 억울함이 크겠죠..
동기 분이 쏘아올린 모임에 있던 저희들은 많이 말하진 않아도 연락이란 걸 하고 있네요.
오히려 처음엔 저희에게 관심도 없던 달 님이 형님 하면서 친하게 대해줘서 더 고맙기도 하고요.
지금도 생각해야 할 일이지만.. 여자친구와의 관계는 물론 끝내야겠지만 어떻게 끝낼지 모르겠네요.
좋은 이별이라는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그냥 미련해지는 것 같아서 참 그렇네요..
좋은 이별의 방안 같은 게 있으면 많이 얘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은 꼭 좋은 사람 만나시길 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