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고양이의 죽음

김신선2021.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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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고양이의 죽음

 

고양이가 죽었다.

우리집 시고르자부종이 물어죽였다.

백수가 된 뒤, 나는 건달산 밑에 전원주택을 짓고, 닭과 개와 토끼를 길렀다.

닭은 40마리 정도 기르다가, 수탉을 정리하고 나니 20마리가 되었다. 개는 번식이 싫어 암놈만 2마리 기른다. 토끼는 10마리 정도 기르다가 번식과 먹이대기가 감당하기 어려워 몽땅 처분하여 오리 3마리로 바꾸었다.

개가 문제다. 리트리버 잡종 한 마리, 진돗개 잡종 한 마리.

리버는 말을 잘 듣지만 진돗개 잡종, 이 자유분방한 녀석이 오늘 사고를 쳤다.

어느 땐가, 등이 검고 배가 하얀 펭귄 스타일의 길냥이 숫놈이 찾아왔다.

아주 구슬피 울었다. 덩치에 어울리지 않게, 너무 구슬퍼 나의 애간장이 그냥 녹았다. 닭을 주려고 준비한 돼지껍데기를 썰어서 그에게 먹였다. 잘 먹었다.

 

출가한 딸에게 연락하여 고양이 사료를 장만하였다. 삼식이처럼 방문하는 냥이에게 나는 때맞춰 시식을 제공했다.

그러던 어느 날 이 길냥이가, 노란 냥이를 데려 와서 내게 인사를 시켰다. 인사란 게 다른 게 아니라, 내가 차려준 먹이를 나 보는 앞에서 같이 냠냠하는 것이다. 노냥이는 가냘펐지만 배가 불렀다. 마누라인 것을 눈치챘다.

그후론 노냥이가 매일 먼저 왔다. 임산부인 그녀를 위해 나는 성의를 다해 밥상을 차렸다. 우리집에서 살라고 했지만, 밥만 먹고 그녀는 어디론가 갔다. 그런데..... 그녀가 간 곳은..... 그리 멀지 않았다. 바로 옆집이었다. 옆집은 나랑 한날 한시 명퇴한 허교감네였다.

허교감네 어수선한 원두막에다 노냥이는 몸을 풀었다. 애기는 4마리. 노랑이 2, 검냥이 2. 정확하게 지 닮은 거 2에다 애비 닮은 거 2을 출산한 거다. 이걸 출산의 법칙이라 해야 하나, 유전의 법칙이라 해야 하나..... 밥은 울집에서 먹고, 잠은 옆집에서 자는 동가식서가숙의 생활이 시작된 거다.

그렇게 한 달인가, 두 달인가 흘렀다. 애기들도 울집에 와서 밥 먹고, 어디론가 가서 자고 하는 날들이 계속됐다. 내 딸은 고양이 마니아라서, 새끼들 잘 먹이라고, 에미가 너무 나약하다고 걱정하며, 참치 통조림까지 보내왔다. 어느 날 막둥이가 죽었다. 무녀리는 살기 힘들다고 하더라.

오늘 무척 더웠다. 오후에야 노냥이가 왔다. 왜 늦게 왔니? 묻고서 사료랑, 참치랑 담아서 내놓았다. 애기들이랑 에미랑 다정하고 즐겁게 먹었다. 그리고.... 밤이 깊었다. 아침에 1번, 밤에 1번 개장에서 개들을 풀어서 집밖 풀밭에 풀어서 배변을 시키는게 내 규칙이다. 테크와 마당에 고양이 일가가 없는 걸 확인하고, 개들을 풀어 주었다.

아아, 그것이 돌이킬 수 없는 실수였다. 여름이(리트리버 잡종), 봄이(진도잡종)는 개장문을 열자마자 풀밭으로 달려나갔고...... 곧이어 고양이의 비명소리...... 고양이 애기들의 대탈주! 아들을 불러 대문 앞 널디넓은 풀밭으로 달려갔을 땐 상황이 끝나버렸다. 애기들은 어디론가 피신했지만, 끝까지 저항하던 노냥이는 눈을 뜨고 뻗어 있었다.

아들에게 개들을 끌고 가게 하고, 절명상태인 노냥이를 안고 가면서 눈물을 흘렀다.

노냥이에게 미안하다, 내가 잘못했다. 제발 살아다오.......

내가 지어 준, 그러나 며칠 살다 뭐가 불편해서 이사 간 집에, 노냥이를 넣어주면서

나는 미칠 것 같았다. 눈을 뜨고 뻣뻣해진 그녀의 몸뚱이. 얼마든지 달아날 수 있지만, 애기들을 위하여 버티고 저항했던 노냥이!

나는 개장으로 가서 '봄이'를 개패듯 팼다. 똥누라 했지, 고양이 물어죽이라 했냐.

얻어맞으면서도 죽어라 내게 안기는 봄이. 4월에 내게 와서 이름이 봄이가 된 진돗개 잡종. 사냥 본성에 너무도 충실한 놈.... 그의 얼굴을 붙잡고, 말했다.

"노냥이도 우리 식구라고 말했자나... 야심 먹지 말라고 했지? 애기가 셋인데 네가 물어죽이면, 애기들은 어쩌라고. 오늘도 엄마 젖을 빨던데... 이놈아 네가 책일질래?"

노냥이를 묻어주려고 품에 안았는데, 아직 눈동자가 움직였다. 회생하긴 어려워 보였지만, 차마 땅에 묻어버릴 수가 없었다. 아내가 내일 밝는 날 묻으란다. 나는 부화장 밑에 꾸민 냥이집에다 다시 내려놓으며, 노냥이에게 말했다. 제발 살아주렴.

다용도실에 들어와서 보니, 바지에 노냥이가 배설한 똥들이 묻어 있었다. 배변했구나. 가겠구나. 냄새가 진했다. 옷을 벗고 샤워를 했다. 그리고 아들과 아내가 잠든 깊은 밤, 홀로 소맥을 마시노라니 눈물이 난다. 내일 노냥이 장례식을 치르고 난 후, 봄이를 개장수에게 줄까, 아니면 얼마 전 개를 처분하여 무견이 된 옆집 허교감에게 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