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외고 재학생입니다. 제발 한 번만 읽어주세요.

ㅇㅇ2021.07.28
조회5,876

안녕하세요, 저는 강원외고 재학 중인 한 학생입니다.

이 글을 쓰기까지 정말 많이 고민했습니다. 몇 번이다 쓰고 지우고, 이 글도 곧 삭제될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한 달 전 한 학생이 자살을 선택했고, 많은 분들이 슬퍼하고 분노하셨습니다.

감히 이런 말을 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저 또한 많이 울었습니다.

그저 사실이 아닌 것들은 사실이 아니라고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씁니다.

어떤 분들은 이 글을 읽으시고 제게 분노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이 글을 쓸 힘으로 그 아이를 살릴 수는 없었냐고요.

저도 그 생각을 정말 많이 했으니까요.

복도에서 몇 번 마주쳤던 그 친구가 그렇게 힘들어했을 줄 몰랐다는 말밖에 할 말이 없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사실이 아닌 걸 알아서, 말하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선생님들이 그 일에 대해 함구령을 내렸다는 것은 사실이 아닙니다.

학교에서는 코로나 방역 수칙을 지키기 위해 교실과 면학실로 나누어서 면학을 합니다.

현섭이가 그런 선택을 한 날, 교실 면학인 친구들은 구급차가 오고, 경찰차가 오고...이런 장면을 모두 보았습니다.

현섭이를 본 친구들도 많았고, 소식을 듣고 놀란 친구들도 많았기에 면학시간 내내 울음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날은 일요일이었기 때문에 퇴근하셨던 선생님들이 다들 바로 학교로 오셨고, 계속 아이들을 달래셨습니다.

다음 날은 학교 전체가 울음으로 가득했는데, 이날도 선생님들이 계속 아이들을 달래셨습니다.

반마다 다르지만 대체로 각 반 담임선생님들께서 외부 지원 상담과 별개로 당일과 학생들과 상담하셨고, 제게도 몇 번이나 심정을 물어보시고 달래셨습니다.

우는 선생님들도 계셨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설명하시는 담임선생님의 목소리도 떨렸습니다.

그 후로도 선생님들은 꾸준히 학생들에게 상태를 물어보셨고, 시험 전 마지막 수업에서도 학생들을 위로하며 잊지 않을 거라고 말씀하시는 선생님도 계셨습니다.

대체 함구령이 내려졌다는 말이 어디서 시작한 건지는 모르지만, 사실과 전혀 다릅니다.

누구에게도 없던 일이 될 수 없는 일이라서 누구도 없던 일로 만들려 하지 않았습니다.


저희 학교에서 학생과 학부모의 연락을 차단하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닙니다.

핸드폰을 제출하는 것은 맞지만, 토요일 정해진 시간에 돌려받고 이 외에도 선생님께 말씀드리면 핸드폰을 꺼내주십니다.

복도와 사감실에 자유롭게 이용가능한 발신 가능 전화기가 8대 정도 있습니다(이건 정확한 개수는 모르겠습니다.) 이 전화기들은 쉬는 시간, 점심 시간 등 아무 때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2인 1실인 기숙사 각 호실마다 수신 가능한 전화기가 있습니다.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하는 일과 시간 제외하고 자유롭게 쓸 수 있습니다.

없는 안정실도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안정실에도 전화기가 있어서 조기입실해서도 전화할 수 있습니다.

수업 시간이 아니라면 모든 시간에 부모님과 연락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대입 실적만을 생각해 학생들의 인권을 짓밟는다는 것.

이건 제가 강원외고에서 12년을 모두 다닌 것이 아니므로 단정지어 말씀드릴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슬퍼하던 중 왜 갑자기 뉴스에서는 학교 선생님들의 대입지상주의 때문이라고 보도하는지, 저와 제 친구들에게는 이상하게 느껴졌습니다.

저는 선배들의 다른 건 차치하고서 선생님들이 정말 좋다는 말을 듣고 이 학교에 입학한 것입니다.

자칫하면 글을 쓴 목적이 오해받을까봐 짧게 말씀드리려 합니다.

좋은 대학을 간다고 끝나는 것이 아니다, 공부만 잘하면 되는 것이 아니고 주변을 돌아보라는 말 정말 많이 들었습니다.

반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1년에 4번 이상, 한 반에 30분~1시간 정도 각 반 학생들이 담임선생님과 상담을 하는데, 친구관계, 기숙사생활 등에 대해서 많이 이야기하게 됩니다.

울면 무슨 일이 있는지, 괜찮은지 시간이 지나도 물어보시고, 힘들어보이는 제게 조입시켜줄 테니 쉬라 하셨던 사감선생님.

공부 힘들지 않냐며 학교 옆 꽃섬으로 다 같이 산책을 갔던 선생님.

애들이 공부하느라 고생이니 학교에서 뭐라도 해보자며 먹고 싶은 것, 놀러가고 싶은 곳을 취합하셨던 선생님.

저는 이 학교에서 한 번도 존중받을 학생이 아니라 공부하는 대입 기계로 취급받은 적이 없습니다.

이 부분은 주관적인 판단이니 제가 무작정 사실이 아니라고 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침묵하는 모든 학생들이 지금까지 공부 기계로 취급받은 것에 동의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이런 글을 써야 해서, 이 모든 상황이 슬픕니다.

최근 한 달은 슬프다는 생각, 이건 사실이 아니라는 생각만 계속 들었습니다.

모르겠습니다.

제가 강원외고 학생이라는 것을 증명할 수 있는지 생각해보았는데, 딱히 방법도 없고 그렇게까지 하고 싶지도 않습니다.

다만 같은 강원외고 학생이라면 교실면학, 면학실, 조입 등의 단어로 제가 강원외고 학생임을 알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만 마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