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가난한데 대학 가도 돼?

ㅇㅇ2021.08.03
조회22,831
정말 말할 곳이 없어서 여기다 쓰네ㅎㅎ
일단 난 특성화고 디자인과 고3이야. 인문계 가려하다가 학원 다니면서 온갖 지원 다 받고 공부하는 애들 모여있는 곳에서 열등감 느끼면서 공부 할바엔 전문계고 가서 취업이나 할 생각으로 진학했다(중학생때 공부 잘하는 편이었음 오해ㄴㄴ)

인문계 가지 않은 거 후회 안함 디자인 배우는 거 재밌더라고 처음에는 진짜 뭔 소리인지 ㅈ도 모르겠고 어려워서 뒤집어 엎고 싶었는데 배우다보니 짬바 생겨서 흥미까지 생겼다! 어쨌든 중요한 건 이게 아니고 내가 내신이 2등급 초반이라 4년제는 무리여도 전문대는 다 도전해볼만 하단 말이야. 알다시피 디자인은 실기 위주라서...4년제는 진즉에 포기함. 입시미술 너무 비싸거든! 그래서 그냥 비실기 전문대 디자인과 가려하는데 부모님이 반대한다 그래, 내가 애초에 취업 하고 싶어서 전문계고 온 건 맞지만

내신 너무 잘 챙겼단 말야! 출결 괜찮고 수상내역(교과우수상,교내미술대회 등등) 생기부도 꽤나 묵직한데 대학 안 가면 너무 아깝단 말야ㅠㅠ 사실 원래는 취업 하려다가 주변 친구들이 야 너 내신 좋잖아~ 그럴 바에 나 줘라. 이러고 우리 담임쌤도 대학 갔으면 좋겠다고 디자인에 재능있다고 계속 그러셔서 결국 대학을 가기로 했는데 아니 엄빠가 계속 가지 말래ㅠㅜ원서 넣을 날까지 얼마 안 남아서 계속 싸우는 중임

우리집은 차상위 계층이고, 지금 살고 있는 빌라도 나라에서 임대?잘 모르겠는데 어쨌든 그런 걸로 전세 지원 받아서 살고 있어. 내 밑에 고1남동생이랑... 여기서 충격 주의. 나보다 17살이나 어린 늦둥이 동생이 있다...미쳤지? 엄빠가 무슨 생각으로 그 나이에 애를 낳았는 지는 모르겠지만 학교 끝나면 맨날 집 와서 애기 보냐고 내 할 일도 못 할 정도였다고ㅠㅠ

남들은 방학이라 신나하는데 나는 최악이었음... 막내를 하루 종일 보게 됐거든ㅠㅠ 와 진짜 육아 너무 힘들어. 그런 와중에도 나는 자격증 공부도 틈틈히 해서 벌써 다섯 개나 취득했어 기능사 자격증도 땄고ㅎㅎ 그렇다고 내신을 안 챙긴 것도 아냐. 1,2학년 중.기말 다 3등급 밑으로 내려간 적 없고 보통 1~2등급에 머물렀어. 특성화고도 학원 다니는 친구들 많았는데 나 정말 태어나서 학원 한 번도 안 다녀보고 이 정도면 꽤 노력했다 싶거든?

처음에는 서양화 전공 미대를 가고 싶었지만 너희들도 알 걸. 가난한 집안에서 예체능 쪽으로 가려는 건 정말 사치라는 걸. 그래서 깔끔하게 포기했어! 가끔 취미로 연예인 얼굴이나 친구들 얼굴 그려주고 칭찬 받고 그러는 재미로 살고 있지. 그치만 아직 조금 아쉽긴 해ㅎㅎ 나 그림 그리는 걸 되게 좋아하거든. 여튼 엄빠가 졸업하고 그냥 취업해서 막둥이 키워주길 원하는데

자기들은 이제 늙어서 키울 힘이 없다고... 취업이나 얼른 하라는 거야 대학은 꿈도 꾸지 말라고ㅠㅠ등록금도 없으니까 대줄 것도 없다고 알바 뛰면서 개고생 하면서 대학 다닐거냐고. 나는 지금까지 8평 반지하에 살고 옷이 없어서 똑같은 옷을 5일 내내 입고 다녔다는 이유로 몇년 내내 왕따를 당했어도 가난에 대해 원망한 적 없어. 맞벌이가 아니라서 아빠만 일용직으로 돈 버는 거 알고 있었고 딱히 원망하진 않았단 말야.

근데 요즘 원망이 되더라. 대학을 포기하라는 이유가 고작 가난 때문이라니! 엄마는 맨날 돈돈 타령하는데 솔직히 이해가 안돼. 엄마 아빠가 좀 뭐랄까. 적극적으로 돈을 벌지 않거든ㅋㅋ그냥 없으면 일하러 나가고 다 쓰면 일하러 나가고.. 요런 식? 그래서 우리집은 적금이라던가 저축통장 하나가 없다ㅎㅎ

심지어는 내가 어렸을 때 아빠는 술만 먹으면 수시로 나를 때렸는데, 이제는 익숙해져서 아무 생각도 안 들어. 주변인들한테 아빠한테 맞아서 코뼈 부러진 거 얘기하면 다들 기겁하던데 나는 익숙해진만큼 무뎌져서 덤덤해지더라고. 나 좀 호구 같긴 해 그래도 아빠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다녔거든. 지금은 머리가 좀 컸으니까 아 이건 아니다! 싶긴 한데 뭐라고 해야 되나. 음, 이미 정신이 나간 것 같애.

지금 상황에 익숙해진거지. 돈을 벌지 않으면서 폭력적인 부모님에게 반항을 크게 해본 적도 없는데 이번이 처음이야! 나 대학이 정말 가고 싶거든. 시각디자인은 못가더라도 산업디자인 쪽이라도 꼭 가고 싶어! 그리고 알바도 하면서 못 배ㅇ웠던 그림도 배워보는 게 내 꿈이야...



나 현실직시 못하는 머리 꽃밭 같아?
그냥 취업하고 어린 동생 키우면서 사는게 내 인생이랑 맞는 것 같아? 음 사실 나도 잘 모르겠어서 질문하는거야. 나 대학 가도 괜찮을까? 엄마 말대로 괜히 가서 개고생하는 거 아닐까 싶긴 한데 내가 가고 싶은 걸 어쩌라고... 개고생을 하더라도 가고 싶어! 내가 노력한 2년 6개월이 물거품이 되지 않았음 좋겠고..나 열심히 했으니까 그래도 된다고 생각해!

나쁜 말은 삼가해줘ㅠㅠ 읽어줘서 고마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