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

황재호2004.03.01
조회358


왜 지금은 8시인걸까-_-
어제 분명히 아침 6시에 셔틀버스가 온다고 했는데 말이다. 설마 내가 깨우러왔는데 그냥 자고 있지는 않았을테고. 난 물어보러(따지러?) 프런트에 내려갔다. 주인장은 유령처럼 프론트 안의 방에서 스르륵 기어나왔다.

 

"6시에 간다면서요?"
"아...그게...요...같이 가기로 한 부부가 있었는데 둘이 부부싸움을 해서 못가게 되서요..."

 

-_-+


 원래 그 호텔에서 어떤 부부가 황롱을 가기로 했는데, 날 거기에 낑겨서 보내려고 했던 모양이였다. 그래도 그렇지..씨팔..이렇게 그냥 날 내버려두면 어떡하라고-_-
 하여튼 이러고 있을 시간은 없었다. 짐을 싸서 체크아웃을 하고 나와 거리를 둘러봤지만, 황롱으로 가는 버스는커녕 정류장 자체를 찾기가 어려웠다.
 그렇게 두리번거리고 있는 나에게 택시들이 계속 멈춰서 말을 걸어왔다.

 

"어디가요?"
"황룽이요.."
"100위엔!!"

 

....비싸다.

바로 근처라고 생각했는데. 그러나 그 가격은 택시협회에서 동결이라도 한듯 모두 똑같아서 더 깎아주지를 않았다. 그래서 나는 하는 수 없이 그중의 하나를 잡아서 황룽으로 향했다.
 
"길이 막혀서 못들어간다고 하던데요?"
"...아, 택시나 미니버스 등의 본토사람 차량은 들어갈 수 있어요."
"흐음..."

 

 항상 막혔다는 길로 들어가는 그들의 이유는 '본토사람' 이다. 이 '도로공사'도 어디까지가 사실인지 믿을 수가 없었다. 그냥 사실이면 좆되니까 안전빵을 택하고 있는 것 뿐이다.
 한번은 베이징에서 이런 일이 있었다. 처음 도착해서 얼마 지나지 않아 다같이 '싼리툰(유명한 바와 클럽거리...한국의 홍대쯤 된다)'에 놀러간 적이 있다. 신나게 놀고 돌아오는 길에 사람이 많아서 택시를 두대로 나눠 타고 왔는데, 갈때 불과 30위엔이였던 길을 기사가 존나게 존나게 돌아가는 것이였다. 그것도 우리에게 담배까지 권하고, 자기 마누라가 조선족이라 한국의 이미지가 좋다는 칭찬을 늘어놓으면서.
 그냥 우리는 가만히 있다가 참다못한 누군가가 "근데 이거 돌아가는거 아녜요?" 라고 대놓고 물어보았다. 그러자 그는 당황한 기색도 없이 "아 지금 가는 쪽 길은 전부 수리중이라 이 길 밖에 없어요." 라고 태연하게 말을 했다. 우리는 좆나게 못미더웠지만 그냥 참고 그가 가는 길을 따랐다.
 도착해서 보니 우리와 같이 출발한 택시는 이미 도착해 있었고, 사람들은 우리를 걱정하며 밖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왜 이렇게 늦게 왔어?"
"...저새끼 돌아왔어..씨발..니네 얼마 나왔냐?"
"갈때랑 똑같이...30위엔정도."

 

그때 우리는 60위엔쯤 요금이 나온 상태였다. 빡이 돌대로 돈 한 형이 기사가 보는 앞에서 그의 택시번호를 적었다. 그러자 그 새끼...황급히 형의 펜을 막더니 왜 이러냐고 했다.

 

"당신이 우릴 속였잖아. 당신 공안에 고발할꺼야."
"..........아니 그게 아니라.."

 

그새끼는 변명을 할게 없었다. 같은데서 30위엔내고 온 사람들이 바로 옆에 있으니까 말이다. 그새끼는 말문이 막힌듯 주머니에서 주섬주섬 돈을 꺼내 다른 택시와의 차액을 쥐어주며 고발하지 말라고 부탁을 하고 사라졌다.
 얘기를 들으니 그런 걸 공안에 고발하면 택시기사 면허가 정지된다고 한다. 그래서 그들은 '공안' 얘기만 나와도 벌벌 떠는 것이다. 좋은 방법 아닌가? 중국가는 사람은 한번 써먹어 보시길.
 어쨌든....황롱까지 거리는 그다지 멀지는 않았으나, 산을 넘어가야 되는 관계로 시간이 꽤걸렸다. 기사는 내게 어떻게 돌아올껀지 물어보았다. 난 뭐 그냥 거기서 버스가 있으면 잡아서 간다고 했다.

 

"그냥 왕복으로 하시죠?"
"200위엔 내야되나요?"
"170위엔까지 해드릴께요."

 

흠....아아아아 자꾸 이렇게 지출이 커지면 안되는데-_- 그렇지만 버스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무작정 기다리는 것도 그랬다. 좋다..근데 그대신에 조건을 붙였다.

 

"저기 저 황룽갔다가 츄안주스로 안돌아가고 송판(松藩)으로 갈껀데 거기까지 170위엔으로 하죠."
".......흠..알았어요. 그렇게 하죠."

 

낙찰. 내일 청두로 돌아갈꺼긴 하지만, 그래도 아무것도 없는 추안주스에서 또 하룻밤을 보내고 싶진 않았다. 송판...사실 잘모르는 곳이긴 하지만 장족(티벳족)의 마을이라는 정도와 이곳에서 그렇게 멀지 않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황룽으로 가는 길은 대단히 아름다웠다. 해발 4000미터 가량되는 산을 넘어가는지라 거기서 보이는 경치가 정말 예술이였다. 푸르게 뒤덮인 경사가 완만한 산에는 야생마가 풀을 뜯어 먹고 있기도 했다. 마치 디즈니 애니매이션 '스피릿'의 한장면을 연상케 했다.
 '스피릿' 하니까 생각나는데, 난 중국어 공부를 위해 애니메이션 디비디를 많이 사는 편이다.(디즈니꺼는 중국어/영어 더빙이 되어 있다) 그래서 스피릿을 포함한 몇개의 애니메이션을 샀는데, 이놈의 스피릿....막상 대화는 하지 않고 말새끼들이 눈빛을 주고 받거나 '이히힝~'소리로 의사소통을 하는게 대부분이라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던....아픈 기억이 있다.
 어쨌든 그런 멋진 고산지대의 풍경을 몇개 돌고 나니 드디어 황룽에의 입구가 나타났다. 어제 얌수가 황룽 입구에는 200위엔이 넘는 3성급 호텔 하나 밖에 없다고 말했는데, 이 구라쟁이 새끼....황룽 앞쪽에는 여러 급수의 호텔이 나란히 줄서 있었다. 사람은 없어보였지만.

 

"자, 여기가 입구예요. 여기서 표 끊고 들어가면 되요."
"언제까지 오면 되죠?"
"..음...3시간이면 충분하니까 1시정도에 여기서 보도록 하죠."

 

세시간이면 충분할까 싶기도 했지만, 왕복 8-9km니 그럴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케이. 하여튼 드디어 황룽 입장!!!!!!!!!
 매표소에 들어가니 거기서 노가리까고 있던 매표원들의 눈이 일제히 나에게 쏠리는걸 느낄 수 있었다. '아니 씨발 사스에다가 길공사때매 내국인도 안오는데 뭐야..이 외국인새끼...'라는 시선이였다. 그곳에는 입장자가 등록을 하게 되어 있었는데, 그곳에 '한국인'이라고 기재하자 지네끼리 '한국인이래 한국인.'하고 속닥거렸다. 다들리게-_-
 명부를 보니 오늘 입장한 사람은 모두 6명이였다. 그렇지만 모두 일찍 들어왔는지 입구를 통과하고 시야가 닿는 곳까지는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황룽에 대한 첫인상은...뭐랄까..지우쟈이코우와는 좀 달랐다. 지우쟈이코우가 '백조의 호수' 류의 밝은 동화의 세계라면, 이곳은 '빨간 두건' 류의 좀 어두운 동화적 분위기였다. 들어가니 숲이 있고 그 숲 군데군데에 신비하게 생긴 연못이 있는 식으로 말이다.
 그런데 신기한건 그 연못이였다. 일반적인 연못처럼 땅이 파여서 물이 고인 것이 아니라, 누가 일부러 흙담을 쌓고 물을 담아놓은듯 그릇같은 곳에 물이 담겨 있는 것이였다. <<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
 이러한 작은 연못은 위로 갈수록 많아지고 이어지기 시작했는데, 마치 그것은 달의 표면을 연상케 했다. 신기한 것은 흙들이 그렇게도 황토빛을 띄고 있는데 거기에 담겨있는 물은 지우쟈우코우와 같은(약간 더 엷은) 푸른 빛을 띄고 있다는 점이였다. 아..자연의 신비란...과학적 지식이 짧은 나는 그냥 모두...자연의 신비였다-_-
 이러한 연못들 가운데는 녹색 잎사귀가 달린 나무들이 자라고 있는 것도 있어서 그 신비함을 더해주고 있었는데, 마치 난 어디 생명체가 존재하는 다른 혹성에 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저구녕에서 수련했다는↓)
 조금 더 가니 '시션동(洗身洞)' 이라는 동굴이 하나 나왔다. 그 동굴에서 옛 선인들이 수련을 했다고 하는데, 거기서 수련을 했다면 도인이 분명했을 것이다. 왜냐면 그 동굴이라던 것은 개구멍만큼이나 작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절벽의 한복판에 나있어서 요기 다니엘도 들어가기 힘들 것으로 사료되었다.
 시션동을 지나자 드디어 나무숲이 걷히고 환한 전경이 나타났다. 그 모습은 왜 이곳이 황롱(黃龍)으로 불리는지 충분히 알 수 있게 하였다. 황토빛 울퉁불퉁한 땅위로 반짝이며 흐르는 물은 마치 용의 비늘과도 같은 느낌이였던 것이다. 게다가 이 황롱 풍경구 전체는 마치 한마리 용과도 같이 길고 구불구불한 모습을 하고 있었다.
 내가 서있는 곳 저멀리 앞에는 눈덮인 산이 구름에 아스라이 보였는데, 그걸 보고 있자니 난 마치 한마리 누런 용을 타고 날아가는 것 같이 느껴지기도 했다. 정말..신비롭고도 멋진 광경이였다.
 그곳에서 한참을 구경하다가 앞으로 나아가니 다시 숲이 나오기 시작했다. 숲 안쪽에는 '펀징츠(盆景池)'라는 곳이 있었는데, 그곳은 황롱 내에서도 절경이라고 불리우는 곳으로 다시금 내가 탄성을 지르지 아니할 수 없게 했다.<<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                                    (연못속에 나무가 자랐다...잘..안보이지만-_-↓)
 역시나 황토빛으로 잘 빚어진 것 같은 연못에 마치 누가 일부러 조경을 위해 심어놓기라도 했듯, 가운데쯤 보기 좋은 나무가 자라고 있었다. 상상해보시라...자연이 만든 그릇 속에 담겨있는 맑은 물과 아름다운 나무...신의 정원이 있다면 이런 모습이 아닐까 싶다.
 황롱의 숲길에는 간간히 꽃이 피어 있었는데, 개인적으로 꽃보기를 좆보듯이 하는 나조차도 그 드문드문 핀 아름다운 꽃에 정신이 팔릴 정도였다. 약간은 음침한 숲길 속에 핀 꽃들...매우 독특한 아름다움이였다.
 숲이 끝나고 다시 뻥 뚫린 길이 나왔는데, 이곳은....황롱의 아름다움을 그대로 보여주는 곳이였다. 눈앞에는 황롱 특유의 작은 연못이 끝없이 이어져 있었다. 정말 신기한 것은 물이 만약 계속 흐르는 것이라면 몇백년이 지나는 동안 이 작은 연못 모양이 다 깎여 나갔을 법도 한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 만약 물이 흐르지 않고 고여있는 것이라면 이렇게 깨끗할 수가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어쨌든 이 황롱은 이 자체가 전부 신비함의 연속인 것 같다.
 여기에는 더욱 자세히 보라고 친절하게 내부 전망대까지 만들어 놓았는데, 오히려 그게 하나의 장식품처럼 풍경과 어우러져 더욱 멋진 모습을 보이고 있었다. 푸르른 하늘과 황토빛 그릇에 담긴 푸른 물, 그리고 그곳에 오두막집처럼 자리잡은 전망대....모든게 아름다웠다.<<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
 그곳을 천천히 관람하며 올라가자 절이 하나 보였다. 절의 위치는 절묘해서 뒤의 설산과 어우러져 운치있는 모습을 하고 있었는데, 가까이 가보니 다 때려부수고 내부공사를 하고 있어서 좀 깼다. 인부들은 나를 보고 신기했는지 뭐라고 크게 외쳤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헬로우~!"라고 한 것 같았다. 난 손을 들어 인사하고 옆에 있는 황롱구 내의 유일한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곳에는 여러 요리를 판매할 수 있는 배식대와 심지어 안쪽에는 공연을 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추고 있었으나 현재 사스관계로 여행객이 급감하여....다 때려치고 컵라면에 물을 부어 팔고 있었다-_-
 라면은 무려 15元(2100원)으로 한국으로 쳐도 비싼 좆같은 가격이였는데, 안에는 쓸데없이 어울리지도 않는 쏘세지가 들어있었으며 맛 역시나 좆같았다. 그래도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허기를 달래고 다시 정상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밖에는 갑작스럽게 비가 오고 있었는데, 그렇게 거슬리지 않는 가랑비라서 오히려 시원한 느낌으로 걸어갈 수 있었다. 게다가 연못과 꽃, 나무들은 살짝 내리는 비 속에서 더욱 아름답게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위쪽엔 아까보다 더욱 멋있는 '황롱스(黃龍寺)'라는 절이 있었다. 절은 가랑비와 주변의 푸른 풍경들 속에서 황롱스는 한폭의 그림처럼 보였는데, 막상 안에는 그다지 볼 게 없었다. 안에 보다 그 옆의 꽃밭에서 펼쳐진 기묘한 풍경이 나를 더 놀라게 했다.
 한 중년남녀였는데 그 남자는 꽃밭에 들어가서 도저히 중년 남자로서는....아니 '남자'로서는 하기 힘든 엽기적인 표즈를 취하고 있었던 것이다. 턱을 괴고 누워서 다리를 90도로 올리고 싱긋 웃고 있다던지, 스트리트 화이터 사가트 스테이지처럼 옆으로 눕는다던지...그것도 양복을 입고 비오는 날에 말이다.
 중국인들은 희한할 정도로 꽃밭에서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베이징에서 기숙사 직원 여자애들이 있었는데 하루는 지네끼리 사진을 찍고 싶다고 사진기를 빌려달라고 하였다. 그래서 하루 빌려주고 다음날 보니 전부 꽃밭에서 웃고 있는 거라던지, 턱을 괴고 있는...마치 70년대 뮤직비디오같은 모습들 뿐 이였다. 우리가 그런게 촌스럽다는 인상이 박혀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어쨌든 실소를 자아내게 하는 사진들이였다.
 그러나 그때 그 직원들은 10대 후반이기라도 했지, 저 중년아저씨는 도대체...-_- 사진을 찍으려는 찰나 그의 화보촬영은 끝이 나서 아쉽게 사진은 남기지 못했다.
 이 황룽스를 넘어가자, 이제 정말 이 황롱 관람의 백미가 나타났다. 여태까지 본 작은 연못 언덕(이렇게 밖에 말을 못하겠다..명칭이 있나?-_-) 도 아름다웠지만, 이건 정말 그 정수를 보여주는 듯 각 연못이 더욱 크고 더욱 깊었다. 하나 하나가 미니 풀장 정도 되었다. 따뜻한 물만 받아놓을 수 있다면 욕조로 써도 될 것 같은..<<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                                                       (존나...연못의 콤보↓)
 이 연못들은 가까이 봐도 아름답고 신비롭지만 언덕 위에 있는 전망대에서 내려다보면 그 진가를 알 수 있다. 마치 우주인의 메시지처럼이나 기하학적인 모양으로 푹푹 패인 채 물을 담고 있는 그 웅덩이들..그리고 그 사이에 우뚝 솟은 황롱스...자연과 인공의 절묘한 조화가 아닐 수 없다.
 그 절경을 한참 감상하다 보니 아쉽게도 이제는 내려가야 할 시간이 다가왔다. 젠장할...그렇지만 여기에 죽때리고 있는 것도 뭣하므로 슬슬 내려갈 채비를 하기로 했다.
 올라오다 보니 풍경구 옆쪽으로 내려가는 길이 따로 나있는 것이 보였다. 그래서 내려갈때도 그곳으로 내려오며 풍경을 또 감상하면 되겠군!! 하고 생각을 했으나, 그것은 오산이였고, 밖으로 난 길은 굉장히 짧아 나머지는 전부 별 의미없는 숲속길 뿐이였다.<<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 (황롱 꼭대기에서 ↓)
 볼 게 없는 관계로 한달음에 잽싸게 아래까지 내려가 택시기사를 찾았다. 그는 차에서 자고 있다가, 내가 문을 두드리니 일찍 온것에 놀란듯한 표정으로 문을 열어주었다.


"왜 이렇게 일찍 왔어요?"
"비가와서요.."


일일이 설명하기 귀찮았다. 비 속에서 아까 내려왔던 풍경은 또 색다르게 보였다. 난 밖의 풍경을 보며 방금전의 아름다운 황롱의 모습을 음미했다.
 기사는 다시 그 산을 넘어서 취엔주스로 돌아와서, 택시를 잠시 세웠다. 취엔주스에서 송판까지는 20여분 밖에 안걸리는데 이 새끼는 자꾸 거기서 차를 세우고 두리번 두리번 거렸다.


"왜 여기 서있어요?"
"아니...잠깐만요..혹시 같이 가는 사람있으면 태우고 갈까해서...."

 

 첨엔 뭔말인지 몰랐는데 알고 보니 합승을 시키겠다는 거였다. 중국택시는 합승이라는 게 없다. 그냥 태우고...가는거다. 승차거부도 없고. 비록 가끔 사기는 칠지언정.
 그러나 지금 이 새끼는 합승을 하려고 하고 있다. 내가 이미 돈을 내놨으니 어찌 할 수 없다고 생각한건지...이런 씹새..
 그러나 그새끼의 바램과는 달리 이 곳에는 워낙 인간 자체가 없는지라, 10분 이상을 기다려도 송판에 가려는 사람이 없었다. 이 새끼...좀 당황한 듯한 표정으로


"저기 한번만 더 돌고 없으면 그냥 가죠."


라고 한다.
 후우 드디어 가는구나 생각했는데, 재수없게도 마지막 한바퀴에서 승객이 걸리고 말았다. 얼굴이 시뻘겋고 등빨이 있는 백정같은 아저씨 둘이였는데 뒤의 비좁은 자리에 껄껄거리면서 밀고 들어왔다.
 사투리가 심해서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그 아저씨들은 그 미지의 언어로 기사와 실컷 대화하다가 이제서야 나를 발견했는지 담배를 권했다. 담배를 하지 않는 나는 거절을 했는데, 그 아저씨는 내가 잘못알아듣는 줄 알고 어깨를 으쓱거리고 다시 떠들어 대기 시작했다.
 얼마가지 않아서 '송판'의 입구가 등장했다. 그곳은 옛날의 성문이 대단히 잘 보존되어 있어서 마치 아직 사람의 손이 닿지 않는 옛날 세계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시내에는 깔끔한 호텔보다는 허름한 여관이 많았는데, 난 요며칠 너무 힘들어서 좀 좋은 호텔을 찾아서 성문 밖에 있는 곳을 찾아 갔다. 그렇지만 가격은 생각보다는 저렴한 120元이였다. 그렇지만 워낙 지금 관광객이 없는 시기라서 난 에누리를 시도해보았다. 게다가 버스터미널에서 산 표는 내일 아침 6시인지라 묵는 시간도 짧잖은가.


"100元이요."
"좀만 더 깎아주세요...내일 아침 6시라니까요."


...사실 내일 아침 6시에 가던 11시 59분에 가던 그들에게는 상관없는 일이였다. 그렇게 우기다가 좀 밀린다고 생각이 들어 주변을 돌아보니 수리중인 엘리베이터가 보였다.


"엘리베이터도 고장났잖아요. 좀 깎아줘요..."


지겨웠는지 안쓰러워보였는지 그들은 80元까지 깎아주었다. 그것도 대단히 싼건 아니였지만 깔끔한 방에 비하면 전혀 아깝지 않은 가격이였다. 브라보.
 며칠새 뜨뜻한 물에 몸을 담구질 못했기 때문에 난 먼저 욕조에 물을 받고 들어가 몸을 녹였다. 캬아아아아.....이며칠간의 피곤함이 이 뜨거운 물에 태평양 설록차처럼 녹아 내렸다.
 원래는 그냥 오늘은 방에서 쉬고 싶었다. 그래야 내일부터 또 룰루랄라 돌아다닐 수 있을테니 말이다. 그렇지만 기껏 송판에 온거...그리고 어짜피 저녁을 먹어야 하는거....나가서 좀 돌아다니고 싶어졌다. 잠이야 뭐..내일 버스에서 더 자면 된다.
 아까 말했듯이 이곳에는 옛 성벽이 거의 원형 그대로 보존이 되어 있었다. 의외로 올라갈 수가 있게 되어 있었는데, 처음 올라가서 맞닥드린 것은 의외로....'염소' 였다. 왜 이런 성벽위에 염소가 있는지 모르겠는데, 염소는 성문 위에 묶인채로 '햏'한 얼굴로 날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이래뵈도성벽위↓)
 성문에서 바라본 송판은 정말 옛도시같은 느낌을 가지고 있었다. 해가 뉘엇뉘엇 지고 있는 작고 소박해 보이는 송판은 매일 그렇게 지겹도록 보던 크고 차가운 서울 저녁과는 확실히 다른 모습이였다.
 그렇게 편안한 마음으로 성문 위를 돌아다니다가, 내려와서 티벳 전통 공예품 가게에 들어가서 몇가지 물품을 샀다. 원래 여행다니면서 가방 무거워져서 별로 안사는 편이 있으나, 여기는 다른 곳에 비해서 가격이 재수좋으면 반값인지라 어쩔 수 없이..지갑을 열었다. 내가 산거 중에는 은장도같은  칼이 있었는데, 이것도 세관에서 위험하지만 여기엔 여우목도리. 족제비목도리, 물소대가리 등 세관을 쌩까는 듯한 제품이 더욱 많았다.
 그리고 비염에 좋다는 검은 가루를 마치 히로뽕같이 코로 들이키는 티벳 전통 약이 있어서 한번 해봤는데 콧물이 안난다기 보다...뭐랄까...이 가루가 엉켜서 안에서 붙어버린 것 같았다-_-
 이 송판이란 도시..사실 잘은 몰랐지만 꽤나 유명한 관광지인 모양으로 지나갈 때마다 사람들이 "헬로~!"라고 인사를 건내고, 내가 외국인인 것에 별로 신기해 하지 않았다. <<중국여행기>>非常시기飛上#18-황롱/송판편(송판시내↓)
 송판에는 대체로 티벳족이 많았는데, 많은 이들이 전통 복장으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들의 전통 헤어스타일은 레게 파마같이 땋은 것인데, 그 동네의 미용실에서는 이 헤어스타일은 전문으로 하고 있는 듯 했다. 뭐...시대가 바뀌긴 했지만 뭔가 미용실에서 머리를 하고 있는 전통 복장의 아주머니를 보니 참으로 이상야릇했다.
 자, 이제는 내 방이다. 모처럼 푹신하고 좋은 방에 와서 티비를 보면서 잠을 청했다. 정말 힘들고도 재밌는 곳들이였다. 내일 돌아가는 곳은 쳥두지만 난 마치 내 집으로 돌아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18일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