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반의 연애, 갑작스런 이별

I2021.0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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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너와 3년 반을 만났다.
우리는 주변 지인들의 축복을 받으며 예쁘게 사랑했다.

너는 내 군생활의 마지막까지 함께 해주었고, 나는 그런 너에게 너무나도 감사함을 느끼며 하루 하루 예쁜 미래를 그리고 있었다.

이번년도 초 내가 전역을 함과 동시에, 과CC 였던 우리는 서로의 진로를 찾아 각자 다른 학교로 편입을 했다.

그렇게 학기가 시작되고, 거리가 멀어져 자주 볼 수 없어 아쉽고 힘들었지만 종강만을 바라보며

버티고 또 버텼다.

하지만, 너는 그게 아니었다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남기고 잠이든 뒤, 새벽에 잠시 깨어 너에게 답장이 와있을까 휴대폰을 확인했지만

너의 답장은 없었다.

시험기간이라 많이 피곤해서 잠들었나보다. 생각하고 다시 잠을 청했다.

날이 밝고 눈을 뜬 뒤, 휴대폰을 켜보니 너의 연락이 와 있었다.

네 개의 카톡이 와있었고, 마지막 말은
"아침부터 미안해" 였다.

아침부터 미안하다길래, 연락 없이 잠든게 미안했나보다 싶어 사랑으로 감싸주려 서둘러 카톡방에 들어갔다.

장문 편지가 와있었다.

아니, 3년 반 이라는 시간을 정리하기엔 너무나도 짧은 내용이었다.

"연애에 지쳤다, 몸이 멀어지니 마음이 멀어진다, 방학이 된다고 해도 서로 할 게 많고 바쁠테니 어차피 많이 보지 못 할 것이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듯이, 우리는 여기까지인 것 같다. 미안하다."


날벼락을 맞으면 이런 기분일까? 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나를 시험해 보는거냐고, 장난치지 말라며 부정했다.

우리가 서로 힘든 일이 있을 때, 무엇이든 털어놓고 함께 이겨내자고 했던건 기억나지 않느냐, 라고 물었다.

너의 대답은

"말해도 바뀌는 건 없어서" 였다.

바로 전 날 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주 좋은 관계였다고 생각했고, 그런 느낌을 전혀 받지 못했기에 장난을 치는줄만 알았다.

하지만 너는 진심으로 하는 말이었다.
너는 나와의 관계 회복이라는 것을 시도조차 않고 혼자서 마음 정리를 하고 있었다.

만나온 시간이 이렇게 긴데, 카톡으로 이 시간을 정리하기엔 받아들이기 힘들어,

정리 하더라도 만나서 정리하자고 너를 설득했다.
피하려던 너는 결국 알겠다고 했고

다음 날 너를 찾아갔다.

지금 돌아보면, 난 너를 정말 사랑했나보다.
이렇게 예의없는 갑작스런 통보에도

너가 좋아했던 도넛이 보여 나도 모르게 그 도넛을 사들고, 비바람이 몰아치는 그 날 밤

혹시라도 도넛이 물에 젖을까 품에 꼭 안고 너를 찾아갔다.

그렇게 나는 너와 만나 이야기를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이야기를 해도, 너는 정말 단호했다. 이별을 통보할 때 나에게 했던 그 말을 다시 한번 읽어주는 것 같았다.

"혼자만의 시간이 필요하다."

"내 선택을 존중해 달라."

"우리는 안 맞는 것 같다."

"오빠가 다른 여자랑 있는 걸 상상해봐도 아무런 느낌이 없다."

충격이었다.

이미 돌이킬 수 없기에, 늦은 밤이기도 하고 비도 오지만, 나랑 조금만 걸어달라, 그러다 나도 돌아가겠다. 하며 같이 걸으려던 찰나,

너는 털어놓았다. 죄책감이 들어서 그렇다고.
알고보니, 팀플에서 만난 그 남자에게 관심이 생겼다고 한다.

그 남자도 그녀에게 호감이 있는 것 같다더라.

카톡으로 이별을 통보한 날 저녁, 너의 답장을 기다리고 밤새 눈물로 보내던 그 날에,

너는 그 남자와 카페에서 같이 시험 공부를 했다.


그렇다.

환승이별이다.

믿었던 너가, 나를 두고 다른 남자에게 갔다.

심지어 그 남자는, 너가 남자친구가 있는 걸 아는데 그렇게 다가왔고, 너는 그런 사람에 흔들려
나를 배신했다.

너가 나에게 이별을 통보하기 전 날,
너가 그 남자와 나를 재던 그 날,
나는 몇개월이나 남은 너의 생일 선물을 미리 생각하고 있었다.

이별 후, 아직까지 마음이 너무 힘들다.
너와의 미래를 생각하고 있는 순간, 너는 나와의 끝을 생각했다는 점이.

하지만, 난 너의 모든걸 다 받아주고, 내 나름 후회 없이 헌신했다고 생각한다.

좋은 사람을 만나라는 너의 말은, 단지 너는 지금 믿는 구석이 있기에 그렇게 하는 말인 것이라고 느낄 뿐이다.

2개월이 지난 지금, 주변 지인이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그 남자와 카페에서 함께 찍은 사진이더라.
너는 아주 밝게 웃고 있었고, 나와 연애를 시작했을 때 수줍게 웃던 그 미소를 보이고 있었다.

이별의 아픔이라는 큰 무게는 단지, 나 혼자만 짊어지고 있었다.

하긴, 너는 이미 이별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마음을 정리한 뒤 나에게 말을 했기에

나만큼 아프지 않을 것이다.

너와 만나고 돌아간 그 날 후로부터 3주 뒤, 나는 다시 너에게 연락했었다.

그 당시엔, 너가 단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 나가느라 의지할 사람이 곁에 있었으면 싶어

잠시 흔들렸다고 생각했고, 상처 받은 내 마음을 사랑으로 덮으며 너를 다시 한번 돌아봤다.

하지만 지인이 보여준 그 사진을 본 나는
너무나도 허망함을 느꼈다.

애초에 너는 그 사람을 원했다는게 느껴졌기에.

너가 후회했으면 좋겠다.
나의 소중함을 뒤늦게라도 깨달았으면 좋겠다.
나에게 이별이라는 아픔을 안겨준 너에게는 정말 죄책감이라는게 있긴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