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어머니 전화

2021.09.05
조회28,753


며칠 전 전화가 왔네요. 시어머니가 힘들답니다. 도와달라시네요. ㅎ 나이 80이 넘으셔서 제사 준비 하실라니 엄두가 안나시겠죠.


전 50넘은 맏며느리. 95년에 결혼했죠. 그땐 장남 우선. 그래서 우리가 생신, 제사 , 경조사 다 챙기고. 정작 우리는 전세 살면서 무슨 재벌처럼 시댁 생활비 댔었네요. 막내 시동생 학비대며. 아침 8시부터 밤 10시 까지 미친듯 일했어요. 아이들 둘 키우며 으래 그렇게 살려니 하며 바보짓 많이 했네요.
시부모님은 능력은 안되고, 체면은 중요하고. 시아버지는 장남차 타고 고향가는 낙으로, 시어머니는 장남 돈으로 동생들 나눠주는 낙으로 사시던 분들 입니다.


근데 가족법이 바뀌고, 시부모들은 더 내놓기를 바라고.
시아버지는 "니가 동생들에게 집 살 돈 보테주고 교통정리해라" 더군요. 제사에 동생들이 안온다 했더니(시동생들 모두 결혼해 애들도 있고 서울 살아요.) 시동생들은 시댁 집 살때 남편돈 들어간건 모른척 하며, 돌아가시면 자기들 나눠가질 생각하더군요.


명절은 물론이고 시어머니 팔순때도 며느리는 나만 있었어요. 가발쓰고 갔죠. 동서들은 결혼하고 한두해 명절만 오다 안와요. 대학생이 된 제 애들은 항상 물어요. "이번에도 우리 뿐이야?" 제사, 생신 , 명절에 우리와 시부모 뿐. ㅎㅎ


몇년전 올스톱하고 칼 같이 N분의1만 합니다. 내가 암 걸리면서죠. 항암하고, 방사선, 다시 항암까지 마쳤어요. 암덩어리가 커서... 남편도 나도 정신 차렸죠. 가발 쓰고 팔순에 선물 준비해가고, 선물 드린건 우리 뿐 ㅡ 밍크 조끼. 돈은 같이 내고, 부페는 남편이... 시아버님 나한테 한마디 하시더군요. "얼굴 좋아보이네." 항암제 먹는 중이었는데.



깨끗이 마음 털리던 순간이네요. 미소가 지어지더군요. 인제 다시는 얼굴 안본다고 각오했구요. 시어머니는 월요일마다 같이 백화점 가서 놀자더군요. 점심 사줄테니 같이 쇼핑 하자시네요.


내가 암 걸려 제사 준비할 일꾼이 없어, 제사는 추석 전 한번으로 줄였어요. 시부모는 다른 아들 며느리에게 전화 했는지 안했는지 몰라요. 나한테는 전화 하셨네요. 혼자 준비할려니 엄두가 안난다고. 너 나았지 않냐고 떠보시네요. 흥.


난 5년 암 추적 감시동안 시댁 안갈꺼에요. 물론 그 후에도 안가요. 먼저 전화도 일절 안해요. 나 아프고는 한번만 동서들 오고 다음 명절과 생신 아무도 안와요.



그냥 푸념이네요. 쓰고나니 후련하기도 하고.
시어머니 전화에 화 났는데 가라 앉기도 하고.
이런저도 있으니 며느리 여러분 할말 하고 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