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랖 넓혔다가 빡친 애견인입니다

xoxo2021.09.05
조회1,501
97년부터 지금까지 강아지 넷 키웠었고, 현재는 1마리만 남았어요. 제가 꼼꼼하고 살뜰하지 못해 아이들이 고생한 면도 많았던 것 같아요. 얼마 전 노환으로 떠난 아이는 18년 1개월 살았지만 제가 더 관리를 잘 했다면 20살 넘겼을 것 같아요. 워낙 심하게 튼튼 건강했거든요.

그런데 얘가 8살 정도에 심장약을 먹은 적이 있어요. 어느날 잘 걷지 못하길래 동네 병원 데려갔더니, 관절 같은 건 문제 없는데 얜 심장이 문제다, 심장이 커서 내일 터져도 안 이상할 정도라나... 그래서 거기서 지어준 약 2주 먹이고 나서 이왕이면 큰 병원으로 가보자 해서 갔더니 이거 왠걸요. 오장육부 너무 건강하답니다. 심장, 매우 건강하고 그냥 타고나길 큰 거랍니다. 걷지 못하는 것이야말로 문제가 있었습니다. 환축추아탈구인데 그거야말로 그냥 두면 몸이 마비가 올 수도 있는 거였습니다(목 깁스 후 나아짐). 그러고 10여년을 더 있다 떠났지요.

요즘 산책 시 자주 마주치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그분 강아지가 동네 병원에서 심장 안 좋다 해서 약을 먹인다고 하시더군요. 제 경험 얘기해주며 큰 병원 가서 확인해보는 것도 좋겠다, 요즘은 심장 전문으로 하는 사람도 있더라 했습니다. 본인도 동네 병원이 마땅치 않다 생각했다면서 병원 어디가 좋은지 묻길래, 제가 그 자리에 서서 아반강고 검색해서 청담동 모 병원 모 선생님 찾아 예약하고 진료하라고까지 말해주었습니다. 병원비를 걱정스레 궁금해 하길래, 그건 나도 모르니 병원에 물어보라 답했고요. 

그러고 며칠 지났습니다. 그 사이 전 강아지 데리고 여행 갔었고요.
안 그래도 궁금하던 차에 오늘 우연히 마주쳤습니다. 그래서 내가 다가가 어떻게 되었나 물었더니,
대뜸 그분이 나한테 화가 난답니다. ㅡㅡ; 왜냐고 물었더니 그 의사가 사기꾼이랍니다. 자기 딸이 검색했는데 2017년에 사기로 기소되었다며 병원비도 100만원이 넘어나왔다고 그러더군요. 평소 가던 동네 병원에서는 50만원이 안 넘었다면서요. 

사실, 그 의사 기소된 거 맞고 사기혐의도 인정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그 사기라는 것이, 제자의 논문을 대필해주고 돈을 받았던 거였어요. 제자 연구업적을 가로챈 것이 아니었고요. 물론 그것도 도덕적이지 못하죠. 하지만 실력에 관해서는 여전히 국내 톱이란 것이 대다수의 의견입니다. 우리 강아지가 심장이 안 좋다면 전 기꺼이 진료 받으러 갈 거에요(그 사람 과오보다 내 새끼가 중요함). 별로라면 청담동의 그 병원에서도 굳이 이 사람을 초빙할 리도 없지요. 사기 관련한 글도 있지만 태반이 치료하고 진료받은 후기 글인데 그런 글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았나 봅니다. 
그리고 100만원은 비싸지만 초진이니 그만큼 되리라 싶어요. 검색해보니 심장의 경우 다른 사람들도 다 그렇고, 다른 병원도 비슷하더군요. 생각해보니 저의 다른 강아지도 심장병이었는데 그때도 다른 종합병원 갔는데 2015년에 초진이 78만원이었습니다. 동네병원과는 설비도 다르고 검진도 다르니 당연히 많이 나올 수 밖에 없고요. 
아무튼 그러더니, 제가 그 의사의 사촌동생이나 부인 아닌가 싶기도 했답니다. 헐... 게다가 제가 그 후로 안 보여서(여행 간 거였음) 이상하게 생각했답니다. 허허... 절 사기꾼 병원 삐끼 같은 걸로 생각했나봅니다. 어느 사기꾼이 100만원 낚고, 동네 뜬답니까? ㅡㅡ 

100만원 나왔다고 그런 과대망상까지 한 게 황당했지만 아이 상태도 궁금했습니다. 검사결과 뭐라고 하더냐 물었더니, 그건 의사가 뭐라고 하긴 했는데 자기가 못 알아들어서 기억 안 난다나요. ㅡㅡ;;; 이럴 거면 왜 병원에 간 건지 모르겠습니다.

본인이 원래 사람을 잘 믿는다고 하더군요. 마치 내가 속이고 자기가 낚였다는 식으로 말이죠. 그러더니…
"뭐, 하는 수 없죠. 그쪽 만나 그 병원 간 것도 내 운이지, 뭐." 이러더군요. 
마지막 말에 저도 빡쳐서, "네, 제가 괜히 말했네요. 들어가세요."하고 지나쳤습니다. 

제가 떠나보낸 강아지 세 마리의 사인은 의료과실, 심장병, 노환이었고요, 그래서인지 아픈 강아지나 나이 든 강아지 보면 정말 남일 같지 않았어요. 말도 못하는 애들이 앓는 것도 너무 마음에 아팠고요.
근데 정말 괜히 오지랖 떤 것 같습니다. 병원비가 신경 쓰였으면 미리 물어보던가... 검색해보니 물어보는 사람도 많고 전화로도 대충 어느 정도다 얘기해주는 듯 하더군요.

그러면서도... 그 강아지가 걱정되네요. 이왕 간 거 제대로 진찰 결과나 듣고 올 것이지 저게 뭔 짓인지...엄마한테 말해봤자 그러게 왜 오지랖 떨었냐 할 것 같고 ㅠ 열받아서 여기다 싸지르고 있네요 ㅠ
산책 때 또 봐야 하는데 것도 짜증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