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폐 의심 아동 보육교사입니다

ㅇㅇ2021.09.07
조회11,089
아이 어머니들이 많은 채널이라 여기에 글써요.
백신 휴가로 겨우 하루 쉬게되니 지난 학기가 주마등처럼 지나갑니다.
저는 국공립어린이집 만 2세반 담임을 맡고 있어요. 통합어린이집이라 작년엔 장애통합반이 있는 위에 반 일반 아동 담임도 했지만 올해는 정말 최악이에요.
코로나 베이비로 자란 아이들이다보니 정말 놀랄만큼, 이직한 동료 등등을 물어봐도 공통적으로 발달이 쳐졌어요. 마음아픈 일이지만 직업이 직업인지라 그만큼 난이도가 올라가 늘 긴장상태입니다. 제가 좀 고생해도 아이들이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 나름의 보람도 있고요.
문제는 저희 반에 자폐 성향 아이가 둘 있다는 건데요…. 두 가정 어머니들 반응이 너무 다릅니다.
한명은 정말 어머니가 말씀 안하셨으면 단순 발달 지연에 좀 산만한 친구인가보다 했을 정도인데, 작년부터 언어치료 놀이치료 인지치료 응용행동발달 뭐더라 그 치료도 받는다는데 그래서 매일 오후 세시 반이면 하원했었어요.

폭력성향 없고 식사나 자조도 그냥 반 아이들 하는 만큼 하고, 순해요. 애교도 많아서 잘했어~~ 하면 부끄러워하면서 와서 교사를 안아주거나 자기 볼에 뽀뽀해달라고 볼을 내밀면서 씩 웃어요.

그냥 말이 잘 안되어서 수업이 조금 어렵긴 한데, 그래도 모방을 잘해서 교사 말 알아먹은 애들이 하는거 보고 따라하면서 곧잘 놀아요. 물론 말로 이해해야하는 규칙에서는 응? 하는 표정이다가 억울해서 울기도 하지만 이정도쯤이야 정상발달아이들 사이에서도 너무너무 흔해요.

친구도 좋아하는 편이라 미숙한 상호작용이긴 해도 자기가 놀던 장난가 같이 가지고 놀자고 친구한테 들고가거나 과자먹는데 다먹은 친구가 맛나겠다 하면 먹여주고요.

그런데 학기 초 상담에서 말을 잘 못하고 상호작용 수준이 낮아서 두돌 전부터 추적검사 대학병원 검사 다 하면서 발달 수업 다 들려주고 있다고 당장은 고기능 자폐 의심에 언어발달지연이라고 하시면서 아이 특이사항(이랄것도 없지만) 등등 알려주시고 혹시 문제행동 나오면 가정에 꼭 알려달라 하시더라고요…

아이러니한건, 제가 글을 쓰는 이유가 되는 다른 자폐 의심 아동이에요. 얘는 의심이 아니라 확신이에요… 통합반에서 자폐 아이들 적지 않게 봤는데, 그 행동 그대로 다 있어요.

호명 전혀 안되고요, 눈맞춤 없고요, 자동차 뒤집어 바퀴만 굴리고 굴러가는걸 눈 가까이 대고 몇시간이고 보려고 들고 (제가 휴가인 날 대체 교사샘이 말리다가 자동차에 찍히고 물어뜯기고 발로 차이고 하셔서 진짜 병원가셨어요. 인대 쪽 진단 나왔고 일주일 못나오셨어요… 이 친구는 만2세반인데 체중이 20키로 한참 넘어요….) 친구랑 평행놀이도 불가능 다른 누가 다가오면 괴성지르먄서 고개 털고 손가락 피아노치듯이 하면서 눈가에 가져다 보고 까치발에 걷는거 미숙 뛰는거 불가 점프 불가… 생일이 느린 친구도 아니에요. 이미 세돌 전에전에 지났어요.

자조 전혀 없고 기저귀에 똥싸면 손넣어서 주물럭거리고 다른 애들한테 닦거나 벽에 닦아서 울고 (앞서 말한 다른 자폐의심아동이 얘한테 똥칠당하고 지지라고 말하고 울면서 교사 손끌며 화장실 가서 닦아달라 할 정도) 밥도 밥이 밥인줄 몰라서 못먹고 좋아하는 고기반찬 나오면 거의 눈 뒤집어져서 배식통 끌어안고 거기에 손넣고 자기가 맨손으로 집어먹겠다고 난리치다 못하게 하면 선생님들 다 물어뜯어요.

덩치는 정말정말 초등학생이라해도 믿겠고 힘은 겪어본 적 없는 힘이에요. 다칠까봐 어른들이 힘을 제대로 못쓰는 것도 있지만 정말 어른 네다섯이 붙어도 다 멍투성이….

그나마 다행인건 그냥 상동행동이나 자기자극 하는거 내버려두면 몇시간이고 구석에서 혼자 놀아요… 저도 교육적 자극 해주고 싶은데 여력이 없어요. 제가 거기 가면 다른 애들 다 방치인걸요.


이러다보니 학부모들 항의가 줄을 이었어요. 이 두번째 친구는 치료 전혀 해본 적 없고 검사받아보시라하니 아이 아빠가 여덟살에 말했는데 그래서 그런가보다고 막 웃으세요. 폭력행동 주의부탁드리면 나중에 강호동 되는거 아니냐고 학기말에 아이 사인 주신데요. 진짜 진리입니다 아이랑 어머니 세트설…

결국 말이 안통하니 원장님이 나섰는데, 그 과정에서 전체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원장님이 실수를 좀 하셨어요. 첫번째 아이 어머니께도 사실 반 아이들이 자폐성향 있는 친구들이랑 같이 보육받다보니 힘들어한다고 말씀을 하신거죠.

첫번째 아이는 정말 너무 순진하고 순하고 애교쟁이에 응용이나 확장능력도 뛰어나서 지능은 정말 높아보였고 조심성도 많아서 정상발달 아이들, 그러니까 말 안느린 애들 대비 말만 느리지 다 괜찮은 친구에 외모가 굉장히 뛰어나서 그 친구 좋아한다고 주변 맴돌며 돌려는 친구들 늘 많았어요.

그런데 그런 말씀을 들으니 어머니가 폐를 끼쳐 죄송하다 하시고 고민해보시겠다 해서 원장님이 검사를 권하면서 외부 수업 현황이라던가를 들으시다가 아, 이집이 아니구나 싶어서 착각했다고 친구는 굉장히 잘한다고 나중에 계속 걱정이시면 위에 반 진학 할 때 장애통합반 해주신다 했는데 그 다음주로 퇴소의사 밝히더라고요 ㅠ
장애전담어린이집으로 옮기고 놀이학교랑 발달교실 짝치료 스케쥴 잡으셨다고요…

통합반 선생님께 들어보니 그렇게 돌리려면 정말 월에 돈 천 나간다해서 너무 죄송스럽기도 하고 아이가 절대 그정도 상태가 아닌데 싶어서 또래 모방도 잘하고 자극도 받고 괜찮다 했지만 아니라고 자기가 너무 그간 안일했다고 어머님이 딱잘라 말씀하시고 감사했다고 하시더라고요… 이 친구가 퇴소할때 짐 챙기는데 너무 눈물났어요. 마지막날에 저한테 와서 엄마~ (선생님을 못해서…) 하고뽀뽀도 해주고 안아도 주고 앞에서 춤도 춰주는데 아 원장님도 원망스럽고 너무너무 보고싶을 친구였어요. 가끔 아침에 젤리 주머니에 숨겨와서 다른 친구들 못보게 저 구석에 데려와서 앞치마 주머니에 젤리 넣어주던 친구인데… 너무 빨리 가버려서요 ㅠ 이런 친구도 자스인가 혼란스럽던 와중 문제의 두번째 친구 ㅎ

원장님 상담하시다 얼굴 붉히시며 팩폭 던지시며 자폐만 있을지 지적도 있을지 등등 빨리 검사하시고 개입하셔야 그래도 좀 낫다 하셨는데 왜 애플이 나오고 주식 천재 누구가 나오나요…. 그 사람들도 다 자폐인데 대성했다고 남과 같으면 남들처럼밖에 못산다고 너네가 획일화된 교육 속에서 천재를 못알아본단 식이에요 ㅎㅎㅎㅎㅎㅎㅎㅎㅎ

농담같으시죠…. 진담이십니다 ㅋ

그래도 언어 느린건 맞으니 최소 언어치료라도 하시라고 바우처로 소액만 부담하시면 수업 받을 수 있으니 도와드리겠다해도 거절 ㅎㅎㅎㅎ 치료비 쓸거 있으면 외식하고 여행가시겠데요. 오죽하면 원장님이 첫번째 아이 치료받는 센터 받은 검사 물어보시고 추천해드려도 그집은 여유가 많네 그집은 ㅇㅇ아파트 살죠? 부모 직업이 뭘까요? 끝… 그집은 형편이 좋아서 그냥 오바해서 쓴다는논리…

결국 보조교사 하나 더 들이신다던 원장님, 보조교사샘들 그 친구한테 물어뜯기고 정말 일과시간 중에 앰뷸런스로 병원가는 사례가 나올 정도가 되니 퇴소 요청했는데 민원올라가고 죽겠어요.
다른 학부모들이 견디다 못해 같이 민원쓰고 다친 애 진단서 보내고 하다가 결국 몇몇분들은 외부 강사인지 누구 고용해서 집집이 돌아가며 공동보육하신다는 것 같은데…

저도 진짜 퇴사하고 싶어요. 접종하려고 팔 내리니 애가 물어뜯고 할퀸 자국들에 의사 간호사 전부 놀라고 직업 듣고도 갸웃하세요.
도대체 왜 멀쩡한 친구가 가고 아닌 친구는 죽자고 버텨서 다 죽을 판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고 속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