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만에 만난 첫사랑과 연애중입니다

ㅇㅇ2021.09.15
조회943

2014년 한창 연애 세포가 뿜어져 나올 중2 때
난 처음으로 첫사랑을 경험했다.

그 남자애는 칠판 바로 앞자리에 늘 꼿꼿한 자세로 수업을 듣는 우리 반을 대표하는 범생이었다
그 애의 자리 덕에 나는 그 애를 수업을 듣는 척 바라보기 좋았다 또래 남자애들보다 훨씬 더 큰 키에 대형견상 얼굴.. 그 애는 인기도 많던 완벽 그 자체였다
그 애가 다른 여자애 수학 문제 푸는 걸 도와주기라도 하면 질투가 난 괜히 방해도 해보고..
그러다 2학기 끝자락에 가서야 그리고 바래왔던 짝이 되었고 내 노력 끝에 친해지긴 했다
그냥 그때는 공기 자체가 달콤했던 것 같다

용기가 없었던 나였기에 그렇게 1년 반을 친구로만 지냈다 너무 좋아했지만 고백하고 차이면 친구로도 못 남게 될까봐 무서워서 표현 한 번도 못 해보고..

그리고 후회되었던 순간, 16살 겨울,
학원을 마치고 버스가 오길 기다리며 대화를 나누다가 그 애가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야 ○○○ 너 나 이사 가면 어떨 것 같냐

난 놀랐지만 그냥 뭔 헛소리냐며 웃어넘겼다
그 앤 그런 나를 보며 씁쓸한 얼굴로 자기 이사간다는 얘기를 주절주절 설명했다

그래. 그 애는 나랑 달랐다
공부를 잘해서 서울에 있는 공부 엄청 잘 하는 애들만 모여있는 고등학교에 간다고..

멍해진 얼굴로 그 애의 이야기를 들으며 터벅터벅 걷다보니 어느새 집 앞에 도착했다
그렇게 손을 흔들며 잘 들어가 인사하던 겨울의 냉기로 빨개진 그 애의 얼굴이 참 예뻤던 것 같다

그 애가 이사가기 전까지 2주 남았던 그때, 그 2주동안 내가 어떻게 살았는지 모르겠다 그냥 하루종일 멍했다

그렇게 그 애가 이사가는 날, 중학교 친구들과 함께 그 애가 떠나는 길을 마중 나갔다
그 애가 나에게 줄 게 있다고 해서 친구들이 모두 가고 남았을 때, 그 애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간식들을 담은 큰 상자를 내 품에 안겨주며 말했다

잘 지내라 연락 자주 해

그제서야 쌓인 눈물이 터졌다
그렇게 그 추운 날 어쩔 줄 몰라하는 그 애의 가슴에 고개를 파묻고 그 애의 겉옷이 젖는 것도 모르고 그렇게 한참을 울었다

좋아한단 말 한 마디가 뭐 그리 어렵다고.. 그거 하나 못 해본 내가 너무 초라해졌다 내가 너무 불쌍해서 미쳐버릴 것 같았고 그 애가 미치도록 미웠다 진짜 모든 게 끝난 느낌.

그때, 난 다짐했다.
혹시라도 정말 혹시라도 그럴 일 없겠지만 그 앨 다시 마주한다면 말하겠다고

너를 많이 좋아했어

그로부터 1년 동안 맘고생을 심하게 했었다.
하지만 결국엔 시간문제였던 걸까
입시 준비를 하며 바쁘게 살다 보니 그 애는 점점 내 머릿속에서 잊혔다
잊혀지고 변하고.. 많은 것이 바뀌었지만 그래도 바뀌지 않은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그 애가 내 첫사랑이라는 것, 그리고 그 애를 만난다면 좋아했었다고 말해주겠다는 그리운 마음

2020년 9월 2일 오후 3시쯤
저장되어 있지 않은 번호로 전화가 왔다
익숙한 번호였다 나의 첫사랑이었다

여, 여보세요

○○○! 잘 지냈냐?

5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그 애는 아무렇지 않게 안부를 물었다 그때 그 내가 너무나도 좋아하고 그리워했던 따뜻한 목소리
너무 놀란 나머지 나는 그때 우리가 15분 동안 무슨 대화를 했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대충 네가 번호를 바꿔서 애들한테 네 번호 알아내기 힘들었다... 뭐 이런 이야기
대화를 해보니 그 애가 있는 곳은 내가 사는 곳과 그리 멀지 않았다 우리는 당장 만나기로 했다

오묘한 기분으로 서둘러서 그 애를 만나러 가는 길,
나의 다짐이 떠올랐다
너를 좋아했었다고 말하기로 한 후회에 가득 찬 나의 다짐

우리는 만나자마자 서로를 끌어안았다
마치 장거리 연애를 해서 오랜만에 만나는 연인처럼 신기하게 5년 만인데도 별로 어색하지가 않았다
근처 공원 벤치에 앉아 서로의 이야기를 하느라 좋아했었다고 말하려던 걸 잊었다
그런데 너무도 바라고 바라왔던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니 그거 아냐? 나 옛날에 너 좋아했었다

심장이 마비되는 느낌
눈물이 터져버렸다 그리고 그 애는 그때처럼 나를 꼭 안아주었다

그리고 또다시 들려오는 목소리

보고 싶었어 우리 이제 연애하자

그로부터 1년 나는 꿈만 같은 연애를 하는 중이다
사랑하는 내 남자친구는 지금 내 옆에서 영화를 보다가 잠들었다
오늘따라 잠든 네 얼굴이 예쁘다
지독히도 평범한 내 인생을 특별하게 해준 넌 늘 내게 과분한 사람이다
우리, 10년만 더 연애하고 결혼하자 사랑해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