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제 인생에 결시친에 글 쓸 날이 오리라곤 상상도 못했는데
결혼 반 년 만에 그 날이 오네요.....
혼자선 해결이 안 되어 객관적인 의견을 여쭙고자 합니다.
결혼 전에 뵌 시댁 어른들은 따뜻하고 좋은 분들이셨기에,
결혼식 후에도 그 마음만 가지고 대했어요.
전 저희 부모님께도 당장 해결해야 하는 궁금증 아니면 안부전화 한 번 해 본 적 없는 딸이지만,
시댁엔 1, 2주에 한 번 전화도 드리고, 백신 접종하시는 날 기억했다 어떠시냐 부러 묻기도 하고...
저희 시어머니 요리도 잘 하시고, 손도 많이 크셔서
시댁 한 번 다녀오면 맛있는 것 엄청 받아와 감사하는 마음으로 먹고 살았습니다.
문제는 첫 어버이날 (결혼 두 달 뒤) 터졌어요.
점심엔 친정에서 배달 음식 / 저녁엔 시댁 어른들과 외식을 하기로 하였고,
당일 아침 외출 준비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남편에게 시누이 연락이 왔어요.
"엄마가 샤브샤브 해먹쟤"
남편이 나가서 먹는 거 아니었냐고 물었더니 이미 재료 준비 다 해 두셨다고,
그래서 원래 약속 시간이었던 6시 맞춰 시댁으로 가면 되겠다 했어요.
친정에서 점심에 과일 먹고 나니 4시 정도가 되었고,
저희 엄마 빨리 가라 하셔서 일단 나온 후에
시댁 동네로 가 (차로 40분 거리) 남편이 결혼 전 다니던 미용실에서 머리를 잘랐어요.
이건 갑자기 추가된 일정이 아니고, 남편이 몇 주 전부터 벼르던 일이에요.
그런데 예약 없이 간 미용실이라 시간이 좀 걸렸고,
어머님 출근하시고 혼자 음식 준비 하느라 고생했을 아가씨가 걸려 아이스크림 선물 좀 사느라 시간이 더 지체돼
6:10 에 시댁에 도착했어요.
10분 늦은 것 정말 죄송했어요 이건 저희 잘못이에요 ㅠㅠ
시댁에 들어섰는데 어머님 나오시며 남편에게
"어르신 오셨습니까." 하시는데 제가 그 때까지 눈치를 못 채고...
"어머님~ 오늘 어버이날인데~~ 대접 받으셔야 하는 날 요리를 하시고 ㅠㅠ 왜 고생을 하셨어요 ㅠㅠㅠㅠ" 라며 주방에 들어선 거죠.
제 대사에 어머님 폭발하셔서 "그래!!!!!! 이게 뭐야!!!!!!!!!!!" 하면서 소리치시기 시작했고,
하나가 철이 없으면 다른 하나라도 철이 있어야지, 둘 다 철딱서니가 없고 생각이 없다며 화를 내기 시작하셨어요.
화장실 갔던 남편이 나와서 "왜 그래 뭔데 나한테 말해" 하니
어머님이"넌 나가 있어, 이런 데 끼는 거 아니야!" 하셨는데
남편이 안 나가고 버티고 서 있으니 공기가 무거워
전 제 도리가 그건 줄 알고... 남편한테 나가 있으라고 손짓했고
어머님과 단둘이 남게 된 주방에서 저는 한동안 호통을 들었어요.
시간이 지나도 기억에 남는 몇 가지는
1. 어버이날인데 아침에 전화도 없었다
(전 저녁에 직접 뵈러 가니 아침 전화 인사는 상상도 못했어요...)
2. 날이 날인데 일찍 와서 상 준비를 같이 해야지 생각이 없다
(원래 외식하기로 했던 일정이라 제가 시간 당겨 가 요리를 해야 하는 건 생각도 못 했고 남편도 엄마가 당일에 갑자기 바꾼 약속이니 그냥 6시 맞춰 가면 된다고 했어요 ㅠㅠ)
3. 너희 친정엄마도 그렇다, 애들을 빨리 가라고 해야지 붙잡고 있느냐
(저희 집에선 당일 저녁에 시댁으로 가는 걸 모르셨어요. 제가 그 전에 어린이날에 시댁 식사할 것 같다고 하고 바뀐 일정을 말 안 드려서... 그러다 오후 세시반쯤 일정을 아시고 어머 그럼 빨리 나서라, 하고 내보내신 거에요)
친정 얘기 하실 때는 정말 눈물이 찔끔 났는데 어머님이 너무 화가 나 있으시니 일단 죄송합니다, 한 마디 하고 고개 수그리고 있었죠.
손으로는 계속 요리를 하시면서
중간에 "너 잡채 할 줄 아냐?" 하셔서 "...아니요....." 했더니
무섭고 못마땅한 얼굴로 혼자 잡채 만드시고...........
제가 할 줄 아는 거 없는 것 맞아서 또 고개 푹.....
남편은 어머님이 저한테 뭐라고 하신 거 때문에 화가 나서 저녁 먹는 동안 고개 돌리고 말 한 마디 안 하고,
어머님은 "그렇다고 너 그렇게 꽁해 있니?!" 하셔서
제가 분위기 푸느라 어른들 말씀 혼자 다 받아드리고, 남편 뭐 먹여주며 계속 기분 풀고,
집에 갈 때 쌩하고 나가 버리는 남편 뒤에서 어머님 얼굴 굳히고 따라 가시기에
제가 "어머님 죄송해요,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담부턴 일찍 올게요...!" ...했네요.
어머님 안색 확 풀어지시며 "그래!" 하시는 것 보고 집에 왔어요.
착한 며느리병이라고 지적받을 것 같은데.....
그날은 제가 그렇게 하는 게 가정의 평화를 유지하는 현명한 길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ㅠㅠ
그런데 시댁 밖에 나와서는 갑자기 긴장이 풀리며 너무 서럽더라고요. 차 안에서 펑펑 울었어요.
남편 너무너무 미안해하며 자기도 밤늦게까지 울고, 정말 미안하다 했고
남편 보고 살면 되지 뭐 하고 그날은 마무리.
그 이후로 시댁 산소에 새댁 인사 가거나 제 생일 챙겨주신다고 세 번 정도 더 뵈었는데,
피해의식인지 저는 이상하게 매번 지적을 받는 기분이 드는 거에요.
남편이 "우리 신혼여행 때 더워서 물을 얼려놨는데 담날 가지고 나가는 걸 깜빡했다 ㅎㅎㅎ" 웃으며 말씀드리니까,
제 쪽으로 고개 돌리시며 "니가 잘못했네!" 하신다던지,
평일 저녁에 전화 드려서 "저는 일하고 XX씨는 게임 잠깐 하면서 소화시키고 있어요" 했더니
"게임을 하게 하니, 책을 읽게 해야지" 하셔서
남편이 "엄마도 평생 못 한 걸 왜 며느리한테 그러시냐 ㅎㅎㅎ" 하면
"그건 다르지, 남자가 엄마 말은 안 들어도 자기 여자 말은 듣거든." 하신 것 등,
몇 번 뵙고 전화를 드릴 때마다 제가 뭔가 잘못하는 게 들춰지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어 긴장하게 됐고,
때마침 제가 여름 세 달 간은 몰아쳐 바쁜 직종에 있어
그 동안은 남편이 전담하여 시댁에 연락드리고
저는 뭐 주셔서 감사인사 드릴 때만 전화를 드렸죠.
남편은 이 모든 감정에 대해 다 알고 있고,
엄마가 직설적인 분이라 자라며 부딪힌 적도 많았는데,
자식들은 익숙해서 이해하게 됐다.
악의는 없는 분이고 말버릇이고 장난이니 서운하게 받아들이지 말자.
다만 어버이날 사건은 본인 엄마가 잘못하신 게 맞다. 그건 정말 너무너무 미안하다.
내가 앞으로 잘하겠다. 한 상태.
실제로 저희 남편은 양가 어른들께 본인이 나서서 정말 잘합니다.
저는 생전 저희 집에 전화 한 통을 안 하는데 남편이 먼저 저희 집에 종종 전화 드리고, 카톡도 드리고,
엊그제는 남편 주도로 친정 식구들이랑 산 속 휴가도 며칠 다녀 왔어요. 참 고맙죠.
시댁 어른들께도 알아서 연락을 잘 하고 저는 그걸 전달 받으니,
아 그렇구나 잘 하고 있구나~ 마음 놓은 한 달 정도가 지났어요............
많이 길었죠?
이제야 제가 이 글을 적는 이유가 등장합니다 ㅠㅠ
여기까지 읽어주신 분들 적립쿠폰이라도 찍어드리고 싶고 어떻게 해드려야 하나 감사해요 흑흑
어제 저녁 남편이 추석 방문 문제로 (언제 가면 좋을지, 필요하신 게 있는지) 전화를 드렸다가
크게 부딪히고 얼굴을 굳힌 채로 나왔어요.
요지는
"왜 자꾸 너만 전화를 하니,
내가 분명히 너희 결혼할 때 아들 목소리보다 며느리 목소리를 더 듣고 싶다고 이야기를 했었는데,
내가 서운하게 한 게 있니? 삐졌니?
아무리 생각해 봐도 이유를 모르겠는데 내가 산후조리원 얘기한 것 때문이니?" 하셨다는 거에요.
그 전화 이후로 연락이 없다고.
제가 지금 임신 15주인데,
몇 주 전 통화를 하면서 어머님께
"이제 산후조리원 예약을 하려고요~ 뱃속부터 경쟁이 있어서 12주 넘어가면 예약이 힘들다고 하더라고요!" 이런 말씀을 드린 적이 있어요.
그 때 어머님이
"글쎄 난 모르겠다, 난 내가 갇혀있는 게 너무 싫어서... 넌 니가 알아서 하겠지. 내가 산후조리 해 준다고 하면 너가 불편할 거고... 친정엄마랑 얘기를 잘 해봐라. 난 내가 산후조리원 그런 게 싫어서..." 라고 하셨고요.
전 사실 저 말씀엔 아무 상처도 받지 않았어요. 전 어른들이 뭐라고 생각을 하시든 무조건 산후조리원에 갈 거여서요...?
저희 엄마한테 출산 직후 조리를 부탁드릴 마음도 없고,
전 몸도 맘도 편하게 전문가들 손에 맡기고 싶어서
아 어머님은 본인이 출산하면 안 가신다는 말씀이구나, 네~~ 하고 끊었죠.
어머님은 정말 여러가지 변수를 놓고 고민을 하셨더라고요.
이거 때문에 서운했나? 저거 때문인가? 하시며.....
남편이 어머님 직설적인 말투에 대해서 한 말씀을 드렸고,
어머님은
"모르겠다 부모가 그런 말도 못 하면... 그럼 뭐 먹었니만 물어보고 살아야 하는데. 난 너희 뭐 먹고 사는지는 관심이 없는데....
서로 다른 건데. 그런 말투에 상처를 받는다고 하면 정말 어렵다. 나도 어렵다." 하시고
이번 주 토요일
어머님 생신으로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던 것 오지 말라 하시고 끊으셨대요.
서운해서 그런 거 절대 아니고,
어머님도 추석 준비로 바쁘시고,
새아가도 연휴 내내 일해야 하는데 (저는 빨간 날 일을 합니다 ㅠㅠ) 왔다갔다 힘들다. 오지 마라 하셨다고.
전 많이 당황했고, 이를 어쩌나 하는 와중에
남편이 저한테 서운하다 하여 (어머님께 전화 좀 드려주지... 추석 문제는 먼저 전화해서 좀 여쭤 주지...)
난 우리 엄마한테도 평소 연락 안 한다, 꼭 뵈어야 하는 명절 같은 행사 있을 땐 내가 우리집에 하지 않냐, 당신도 아들이 부모님께 연락 잘 하고 있는데 왜 그러냐,
하고 크게 부딪힌 상태입니다.
남편은 제가 어머님을 무서워하는 거 알지만 자꾸 보고 부딪혀야 장애물을 넘고 가족이 되는 거라고 생각한대요.
남편은 처가에 잘 하려고 하는데 제가 냉정하고 차가운 며느리인지 객관적으로 듣고 싶고,
당장 내일 어머님 생신인데 오지 말라시니 제가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
현명한 분들 생각을 듣고 싶어서 길고 긴 글을 썼어요.
읽어주셔서 감사드리고,
일부러 시간을 내어 남겨주시는 의견들엔 더욱 미리 감사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