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이혼합니다.

ㅎㅎ2021.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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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차 주말 부부, 초등 형제 키우는 워킹맘입니다. 
애들 잠자리 들여보내고, 이혼 하자 얘기 꺼내려니 괜히 착잡하고 심란하고 그러네요.
혹시나 또 맘 약해질까 싶어서 내가 누군지 알 수 없는 이 곳에 푸념 삼아 글 올려봅니다. 
대학 졸업이후 지금까지 단 한 번도 쉬어본 적 없이 직장 생활했습니다. 아니네요. 애 둘 출산할 때마다  산후조리 겸 더도 덜도 말고 딱 3개월씩 쉬었네요.(신랑때문에요)그리고는 바로 가정 보육원 맡기고 또 직장생활 했습니다. 
시댁은 시누 애들 키워주느라 못 맡기고(어머님 양육 방식이 싫어서 맡길 생각도 애초에 없었지만)친정은 어머니가 편찮으셔서 못 맡겼어요.죽이 되든 밥이 되든 내 자식 내가 키워야지 하는 제 고집이 제일 컸기도 했구요.
그렇게 15년 동안 주말 부부 하면서 미친듯이 애들 키우고 살림하고 일하고 했더니 지금은 저도 제법 수입이 안정적이고, 애 둘 충분히 키우고 살 능력도 돼서 이제 이혼 요구하려구요.
못 한다 하면 소송을 해서라도 이혼하려고 합니다. 
결혼 생활 동안 신랑은 유일한 취미인 재산 불리기에만 바빴습니다. 
주말에 집에 오면 늘 누워있거나, 자기 약속 만들어 나가기 바빴구요.제가 남자애들은 아빠랑 유대감이 정말 중요하다는데 어릴때부터 좀 신경쓰라고, 다 커서 갑자기 너랑 친해질 수 있는지 아냐고, 나중에 늙어 ATM기 였냐는 불평하지 말고 지금부터 잘 하라고 하면 겨우 일어나 같이 외출 반 나절 하고 들어와서는 같이 놀아줬잖아.....휴...
오죽하면 얘들이 돌때까지 아빠를 못 알아봤을까요. 그나마 둘째 나고 큰 애가 점점 커가니까 아차 싶었는지, 요즘 들어 자주 시간 보내려 애쓰더군요. 그래봐야 애들은 여전히 저만 찾고 있네요. 오히려 이혼 할 건데 잘 됐다 싶네요.
맛있는 거 있으면 애들도 와이프도 눈에 안 들어오고 자기 입에 넣기 바쁜 사람이고, 내 얘기는 귓등으로도 안 듣다가도 주변 다른 사람들이 똑같은 얘기하면 아~~~그렇구나, 이러고는 처음 듣는 얘기인 것처럼 전달하는 사람입니다. 
하지도 않은 말을, 자기는 얘기 했었는데 제가 기억 못하는거라 우기고, 욱하는 성질은 또 있어서, 말 다툼이라도 할라치면 있는 말 없는 말, 상대가 상처를 받든 말든 상관없이  다 쏟아내고는 돌아서서 미안하다, 그래도 난 뒤끝은 없잖아^^. 이 ㅈㄹ
너처럼 다 쏟아내고도 뒤끝이 있으면 그게 사람이냐? 짐승이지. 그러다가 사과 안 받아주면 또 안 받아준다고 시비....
저 사치하는 성격이 아니라서 아끼고 절약하고 살아요.하지만 궁상맞게 구는건 싫어요. 아낄 땐 아끼고, 쓸 땐 써야한다는 생각이에요.물론 내가 가진 경제력 안에서요.
근데 무조건 싼거. 무조건 사지마, 여기저기 구걸하듯이 얻어오고..조카들이 많아서 늘 애들 옷 물려입었어요.한 해 입고 작아지거나, 많은 낡은 옷들은 당연히 버려야하는거고, 새 옷도 사야하잖아요.근데 그것도 왜 버리냐, 더 입으면 안되냐. 잔소리.인터넷에 만원짜리 티셔츠도 더 싼거 없냐.장 좀 봐오면 뭐 그렇게 비싸냐? 더 싼거 있는데 니가 비싸게 주고 산거다. 그러다가 주변에서 혹시나 그런 얘기 듣고는 정말 싸게 산거고, 니 와이프 알뜰하니 니가 그렇게 재산 모은거다 소리 듣고 온 날은 또 기분 좋아서 헤벌쭉.
일주일에 한 번 아빠 오는 날 애들이 기분 낸다고 치킨 사달라하면 그것조차도 두마리 비싸다고 한 마리 사오거나, 작은 닭 두마리 세트로 파는거 사와서 꼭 저녁 한 번 더 먹게하고, 피자도 비싸다고 식자재 마트에 냉동피자 사오고.....
듣지도 않는 잔소리 하기도 지치고, 그래서 그냥 포기하고 제가 번 돈으로 애들 더 사먹였어요.신혼때는 제가 관리하다가 잔소리에 너무 지쳐서 따로 관리하고 항목 나눠서 공동 생활비 냈어요.
수입에 대해 각자 간섭안하고, 각자 집에 쓰는 것도 알아서 하자.애 낳기 전엔 괜찮았어요.근데 큰 애 출산일이 다가오니 너 얼마나 쉴거야? 니가 쉬는 동안에도 니가 맡아 하던건 니가 알아서 할거지? 나 돈 없어. 이때 이혼 했어야 했는데....제가 미친거죠..
꼴에 저도 같잖은 자존심이었는지.더러워서 니 돈 안받는다 하고, 그동안 모은 돈으로 출산 전이랑 똑같이 생활했어요.독박육아에 독박살림이니 출산전에 했던 일은 꿈도 못 꾸고(야근이 많은 직종) 거의 알바처럼 일하면서 겨우 겨우 한 달씩 살아냈네요.
그래서 전 신랑이 맨날 하는, 이거 다 우리 재산이야. 모아서 내가 어디 쓰겠어? 우리 가족한테 쓰지. 이 말이 제일  어이가 없어요. 정작 써야할 땐 안 쓰고, 도대체 언제 가족을 위해서 쓴다는건지.그렇게 나랑 애들이랑 굶기고 모은 돈인데 하나도 안 반가워요. 내 재산 같지도 않구요.
진작에 이혼 했어야 했지만, 제가 미련하고 너무 사람을 믿은건지, 그래도 술, 담배 안하고, 여자문제, 돈 문제 없으니 됐지. 이러면서 또 둘째 낳았네요. 둘째도 생기면 달라지겠지, 나이도 더 먹었으니, 생각도 조금은 더 바뀌겠지. 지나가는 사람들한테 돌 맞아도 저 할 말 없는거 알아요.
그리고 애 때문에 제대로 정착할 수 있는 직장을 못 들어가고, 시간 될때마다 주변 소개 받아 일하다보니 여전히 제 수입은 적고, 그런 상황에서 이혼하면 경제력이 안되니 애들은 내가 못 데려올거 같고, 데려온들 애들 고생만 시킬거 같았어요. 내가 조금만 더 참자. 둘째 초등학교만 들어가면 나도 제대로 직장잡고 안정적인 경제력 마련하고, 나랑 우리 애들 살 집 한 칸만 월세라도 좋으니 얻을 수 있으면 그때 이혼하자. 그때까지만 우리 애들한테 아빠 노릇 시키자. 이 생각으로 지금껏 버텼어요. 
그런데 웃긴게 그렇게 생각하니 오히려 마음이 더 편하더라구요.신랑한테 관심도 없고, 잔소리도 안하게 되고, 싸움도 안하게 되고, 그렇게 몇 년 지내고 이제 둘째가 3학년 올라가요. 둘째 입학하자마자 바로 언니 집 옆으로 이사하고(집값이 오르기 시작하는 동네여서 그 핑계로 신랑 설득해서 이사함)  
학교 선배 통해 소개 받은 회사에 정착해서 미친듯이 일했어요. 언니한테 도와달라 했어요. 언니는 이미 애들이 다 커서 제 애들 돌봐줄테니, 최대한 돈 모으고 일하라고, 그렇게 애들 방과후수업, 돌봄 교실로 보내고, 5시부터는 언니가 애들 케어해주고, 고맙고 미안해서, 대학생 조카들 한 번씩 용돈주고, 언니한테 적지만 우리 애들 식비라고 얼마 안되는 돈 쥐어주면서 정말 악착같이 모았어요. 
주말이면 너무 피곤하지만 우리 애들이 엄마 얼굴도 잊어버릴까봐 정말 지쳐 쓰러질때까지 애들이랑 시간 보내고, 일하고 제가 돈을 좀 버는거 같아서 그런건지, 주말 저녁이면 엄마 피곤하다고 제 팔, 다리 주물러주는 애들보니 신랑도 뭔가 느낀게 있는건지, 아니면 둘째 태어난 이후부터  본인을 대하는 제가 달라진 걸 느낀건지, 이젠 본인이 애들한테 뭐 필요하냐? 사줄까? 외식할까? 먼저 물어보고 살갑게 대하려고 하는데 애들은 시큰둥, 저한테 얘기해요. 그러면 전 신랑한테 사오라 시켜요, 피같은 내 돈은 아껴야죠. 
제 직종은 영업직은 아니지만 일을 많이 하면 하는만큼 수입이 많아요.
그렇게 3년 가까이 모으고, 투자에 일가견 있는 언니 말대로 조금씩 투자도 하고 했더니,다행히 지방이라 조금 외곽에 24평 전세 구할 돈 정도는 모았어요. 통장에 비상금으로 잔고도 항상 일정금액이 유지되고 있구요. 중고에 경차지만 차도 한 대 사고. 다행히 그동안 일을 완전히 안 하건 아니었던 덕분에 일 잘한다고 좋은 평가 받아서 일한 기간에 비하면 수입도 꽤 되네요.
이젠 신랑 없이도 제 아이들이랑 충분히 살 수 있어요.아둥바둥 궁상맞게 살지 않아도 돼요. 그렇다고 사치 부릴 정도는 아니지만, 평범하게 살 정도는 되네요.
그래서 이제 이혼 하려구요.그동안 맘 고생한거 때문에 재산분할이든 양육비든 다 받아낼거에요.큰 애 출산 때 신랑 말 듣고부터 혹시라도 이혼하게 되면 괜한 흠 잡혀 내가 불리해질까봐 엄청 조심했었기 때문에 제가 위자료를 줘야하거나 할 일은 없어요. 
둘째 낳고부터는 오죽하면 부부관계도 너무 하기 싫은 날도 혹시라도 이혼시에 유책 사유 될까봐 언제 마지막 관계 했었는지 날짜 세가면서 했을 정도니까요. 
반면에 신랑한테 불리한 증거들은 차고 넘쳐요.그동안 드라마부터 이런저런 이혼 관련 이야기나 자료들 보면서 이혼시 불리한 내용 관련된거라면 다 모아놨거든요. 오래된거라 다시 정리하다보니 너무 오래된거라 저도 잊어버리고 있는 것들도 있네요. 하.... 어떻게 이런걸 잊어버리고 살수가 있지? 하고 한심해하고 있는 중입니다. 
애들 키우고 싶은 제 욕심에 고생시킨 제 애들한테 미안한 마음뿐이네요.
어떻게 마무리해야 할지 ^^;;
두서없이 길기만 한 글이네요.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