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

쓰니2021.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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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아니 우리 모두의 얘기는

이렇게 시작한다

 

 

 

뭐가 필요한지 모르겠어?

 

그게 안 보여?

 

그냥 집에 가고 싶은 거잖아

 

가로로 세로로 여덟 걸음 밖에 안되는 작은 방안에 갇혀서

 

매일 해 뜨면 알람 소리에 일어나

 

이불도 안 개고 책상에 앉아서

컴퓨터를 키고

 

교복 상의를 걸쳐 , 입는 것도 아니고 그냥 걸쳐

보는 사람도 없는데 그런 옷 입기 싫거든

더이상 맞지도 않고

 

어디 가는 데도 없이 종일 남의 집에서 , 방에서 먹기만 하는데

 

그 오래전 옷이 더이상 맞을리가

 

다른 사람들 , 다른 것들은 다 그대로인 거 같은데 나만 이렇게 변한 거 같아서

 

남들은 각자 집에서 , 방에서 자기만의 새로움을 찾아가는데

 

괜히 나만 눈치없이 음식만 축내는 식충 같아서

 

아무리 내는 돈에 따르는 응당한 권리라 하지만

그게 다른 사람들도 그리 생각할까?

 

아무리 옷장을 채우고 , 온갓것들에서 내 냄새가 나도

 

그게 과연 “내” 것일까?

 

그냥

당연한게 필요한거야

세상 사는데 당연한게 뭐 있나 싶겠지만

우리 아직 어리잖아?

나 아직  어리잖아

누가 그렇다고 좀 얘기 해주면 좋겠다

 

아침엔 매정하게 보여도

반복되는 알람 소리가 아닌 누군가가 열어놓은 커튼 밖 찬 바람에 깼으면 좋겠고

 

“ 뭐 먹을까 “ 하는 생각을

휴대폰 배달 어플이 아니라 냉장고 문을 열며 했으면 좋겠고

 

아무리 스크린 속의 내 십대여도

사람 소리를 들으려 하루 종일 유튜브 영상을 켜지 않았으면 한다

 

화장실을 갈 때도 기웃거리지 않고

갈 수 있었으면 좋겠고

 

세탁기를 켜달라는 말을 못 해서 샤워 후 다시 땀을 흘리며 손빨래를 안 했으면 좋겠다

 

세제와 비누는 생각보다 비싸다..

 

아무리 맛있는 음식이 눈앞에 있어도

배가 고프지 않으면

먹지 않을 “ 권리 “를 희망하며

 

삶을 연장 시키려는 행동을 위해

이 현실에서 달아날 수 있는 유일한 시간을 포기하고 싶지않다

 

인간이란 연약해

감정에게 지배당하는 순간마다

그 감정의 소용돌이를 떠넘길 무언가를 찾곤 한다

 

그래서 난 뻔뻔해 지기로 했다

 

그렇게 도망치듯 나온 세상은 여전했고

 

도달은 곳은 하얗다

 

전엔 도망쳐 숨은 곳이 엘리스가 오른 나무 위라면

이번엔 어두컴컴한 토끼 굴 이었다

 

호기심에 따라갔지만

언젠가 나와야 하는 걸 아는

 

어쩌면 그걸 이미 알고 있는지도

 

그러던 중 청소부 사자가 와 눈 앞의 길을 지워버리면

 

주위 모두들 내 노랫소리에

눈을 붉히고 바라만 볼 뿐

정작 아무도 도와주지는 않는

 

난 그걸 행복이라 생각하고 불렀다

언제나 그랬듯이 행복은 찰나일 뿐인데 말이다

 

 

그렇게 난 다시 길 위에 남겨졌다

꽤 갑작스럽고.. 추하게..

 

 

 

 

그러곤 세뇌 당했다

 

넌 그들이 싫은 거다..

넌 다시 그 곳을 가기 싫은 거다..

넌 다사는 그곳에 가지 않을 것이다..

다신 그들과 만나지 않을 것이다..

 

정작 난 그렇지 않은데 말이다

 

 

그렇게 또 한 겹의 시간을 보낸 후

 

내 시간은 그렇게 다시 원래의 궤도에 오른 것처럼 보였다

 

사실 그렇게 믿고 싶었다

 

이런걸 바란적은 없지만

난 만족한다고

 

 

그리고 몸소 깨달았다

나만 그런것이 아니라는 걸

그렇게

눈으로

귀로 확인하고 나서야

 

난 다시 떠돈다

 

 

 

 

그렇게 정착아닌 정착을 한게

이 여덟 발 자국의 우물이다

 

물이 한데 고여 썩듯이

난 여기 지금도 썩어가고 있다

 

달력의 넘김이 조금 빠르다 느껴질 정도로

바삐 보낸 시간이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내 몸이 그러길 거부한다

 

약국을 갈 때면 수면제를 묻는다

밤마다 남의 고통으로 하여금 나 자신을 잠들게 하려 노력한다

 

그러다 유리창에 비친 해를 보고 서야

잠에 든다

 

 

 

그러다 보면

세상은 나를 이상한 눈빛으로 보다

곧 외면하고 잊는다

 

잊혀진다 할 때 쯤

전화가 울린다

 

전화라기 보단

그냥 나 자신이라는 표현이 맞다

 

그런 나는 감정이 없다

 

그런건 있으면 안된다고 듣는다

 

보이듯이 잔인하기만 한 말은 아니다

 

누군가에겐 위로의 말 일수 있다

 

하지만 내겐 잔인하기만 하다

 

차라리 누구를 향해 슬퍼하라고 말을 해 줬으면 좋겠다

 

울어도 되지만 나랑 있을 때만 그러라고

말 하는게

 

차라리 듣기 좋았을 꺼다

 

하지만 결국엔 듣지 못 했고

대신 내 잘못이라 들었다

 

너가 그러면..

너 그렇게..

너까지..

 

그러다보면 감정따위 알량하게 보인다

 

정말로 세뇌 당하는 거다

 

어느 순간 내 자신 또한 그러고 있는 걸 깨닫는다

 

그런가?

이 정도면

나 정도면

이란 말을 달고 산다

 

 

그리곤 또 알람 소리와 함께 찾아오는 아침에

컴퓨터를 킨다

 

이렇게

나는 이 우물 안에 앉아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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