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합니다/조현병 진단 후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ㅇㅇ2021.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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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신랑이 한밤중에 집에 들어와서 새벽까지 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많은 댓글들에서 우려하신대로 이혼을 해서 내가 이 가정에서 도려내져야 한다는 판단은제 목숨과도 같은 제 새끼들을 제가 해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서 비롯된 망상인듯 합니다.아마 법률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조현병 환자와 관련된 사건이 있었는데그당시 유사 사건의 판례등의 자료를 수집하면서 상당한 양의 사건을 접했을 때..저도 모르게 내적으로 일종의 편견과 극단적 불안이 생겼던 것 같습니다.제가 접했던 사건들은 조현병과 관련한 극히 일부, 일반적이지 않은 최악의 상황들이었지만제가 약만 잘 먹고 관리만 잘 한다면 일어나지 않을 일들이었지만저도 모르게 이입을 했던 것 같습니다. 내가 이 사건의 피의자가 일 수 있다고...더불어 제가 평생 일에 애정을 가지던 사람이라 현재 우울증세도 합세한거 같아서남편에게 이혼하자고 했던거 정말 진심으로 사과하고 더 열심히 치료 받겠다 했습니다.
약을 먹는 것=내 아이들을 지키는 것 이란 생각으로 꾸준히 복용중입니다.사실 복용 초기에는 멍해지는 정신 때문에 너무 힘들었습니다. 내가 아닌 느낌... 이었어요.제 커리어에 상당한 애정과 자부심이 있었는데 제 능력이 약 때문에 없어지는 느낌이었어요.그래도 접했던 여러 사건을 통해 약 복용 중단이 얼마나 큰 위험인지 알고 있었어서일을 그만두고 집에서 아이들과 시간을 보내기로 결심했습니다.사무실에서는 스스로 준비가 됐다고 생각할 때 언제든지 오라며 감사한 말을 해주셨습니다.그러나 약 용량은 그렇게 쉽게 잡히는게 아니더라구요.아직도 그날그날 컨디션이 종잡기가 쉽지 않습니다. 평정심이란게 갈수록 바닥이 나네요...우선은 쉬고, 스스로를 많이 돌아보고, 내 품에서 아이들이 커가는 매 순간을 눈에 담고너무 조급해하지 않으며 진정한 저로 다시 돌아갈 수 있도록 더 노력하려고 합니다.
다행히 저는 극심한 스트레스로 조현병이 발현한 후천성 케이스입니다.병원에서도 이런 경우 2세에게 유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으니 걱정말라 하더라구요.스트레스의 원인이 된 사건이... 아무래도 남편과 연관이 되어있다 보니(혼인 중 부정, 폭력 같은 거 절대 아닙니다.)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남편이 저에게많은 죄책감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같이 치료 받아보려구요.전 이미 남편에게 돌봐야 할 사람이 되어 버리긴 했지만그래도 미안함에 같이 사는 사람이 아니라 아직은 사랑해서 같이 사는 사람이고 싶네요.그게 남편에게도 서로에게도 우리 아이들에게도 더 좋을 것 같구요.
모두 제가 병증으로 잘못된 판단을 하지 않게 말려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제 상태가 이 가정을 불행하게 만들지 않는 방법이 무엇인지 늘 고민하며 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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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친가 외가 모두 정신병력은 없습니다.
그 흔한 치매도 없었어요.
양가 모두 할아버지는 돌아가셨고 할머니만 살아계신데
아흔이 넘으신 할머니도 정정하십니다.
그래서 제 증상이 정신병일거란 상상은 못했습니다.

결혼한지는 13년 됐고 초2딸과 6살 아들이 있습니다.
임신하고 애들 어릴때 빼고는 계속 일했습니다.
법대는 나왔지만 사시에는 큰 뜻이 없어서
법률사무소에서 어시하다 사무장으로 일한지는 4년째 입니다.
어릴 때부터 공부도 잘했고, 똑똑하단 소리도 많이 들었고
아이들 키울때도 아무 문제 없었어서
조현병이라고 했을때 정말 화가 나 욕을 마구 퍼부었습니다.
그 길로 다른 정신의학과도 가보고, 뇌신경과도 가봤는데
결국 결론은 조현병이 맞습니다.

처음 증상은 이명이었습니다. 3년전이었구요.
지금은 이명이 아니라 환청이 들립니다.
그 다음은 환각이었습니다. 뭐 귀신 보이고 그런게 아니라
갑자기 제가 있는 공간의 분위기 자체가 바뀌어버립니다.
마치 티비 프로그램이 예능이랑 시사프로그램의 톤이 다르듯
같은 공간인데도 갑자기 엄청 낯설고 불안한 곳이 되어버려요.
세번째는 끝이 없는 의심이었습니다. 피해망상에 가까웠어요.
직업이 직업인지라 일종의 직업병으로 생각했었습니다.
변호사님들도 사무장님은 의심이 진짜 많아서 이게 천직이라며
농담도 하고 그랬거든요...
그런데 그 의심이 남편한테까지 향하고 아이들에게도 향하고..
약을 먹는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어이없는 의심들입니다.
남편이 회사를 그만두고 퇴직금을 빼돌렸다거나
아이들이 밥을 안먹어놓고 먹었다고 거짓말을 한다거나요..

처음에 조현병이란 이야기를 남편한테 했을 때
남편은 괜찮다며, 이겨낼수 있다고 말했지만
그 막막한 눈빛과 떨리던 품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진단이 확정된지는 지금 반년째고 다행히 아무 일도 없었습니다.
회사는 당연히 그만뒀습니다.
생계 때문에 남편이 일을 하고는 있는데
전보다 훨씬 집에 일찍 옵니다.
그게 저를 위한거이기도 하겠지만
혹시라도 제가 아이들을 위험에 빠뜨릴까봐 불안해 한다는 것도 알고 있습니다.
슬프지만... 이해합니다.
저도 약먹고 안정 찾기 전까지 많이 무서웠어요.
아이들한테 제가 위험할까봐...

아이들은 제가 집에서 쉬면서 같이 있으니 좋아합니다.
그런데 그 예쁜 모습을 보면 볼수록 확실해집니다.
제가 떠나야 한다는 것이요.
전 이제 경제활동이 불가능 할거고, 남편한테 큰 짐입니다.
혹여 남편이 저보다 먼저 죽기라도 하면
이 소중한 애들한테 제가 짐이 되겠죠.
지난 6개월 동안에도 머리로는 알았지만
진짜 제 가족을 떠나 혼자 된다는 것이 너무 무섭고 한편으론 억울해서 입밖으로 내질 못했습니다.

병원에서는 평생 약 끊지 않고 잘 케어하면 정상생활 가능하다고 얘기해 줍니다만...
그렇다고 내 남편이, 내 가족들이 느낄 불안이 사라지진 않잖아요.
제 친정 부모님껜 죄송하지만...
이혼하고 친정 부모님과 함께 살려고 합니다.
아예 혼자 살아보는 것도 생각해 봤는데
이 병을 안고 혼자 살아낼 방도가 뾰족히 생기지 않는 이상
그건 도저히 자신이 없습니다.
이기적인거 압니다만.. 그 방도가 생길때 까지만이라도 친정 부모님과 지낼 계획이에요.

남편에게 어젯밤 이혼하자고 했습니다.
미리 서류도 다 작성해뒀구요.
재산은 적금과 연금만 분할해 달라고 했습니다.
화부터 내더라구요. 예상했습니다.
울기도 하고 결국 대화를 피하더라구요.
초2딸은 저희가 싸우는 소릴 들었는지
오늘 아침부터 학교 다녀와서도 계속 제 눈치를 보내요.
남편은 제 카톡 다 읽씹 중입니다. 전 맘을 굳게 먹었는데요...

이혼하기 위해서 병세가 악화된 척을 한다거나
아이들을 위협한다거나 남편한테 상처 주고 싶진 않습니다.
그런거 눈치 못챌 남편도 아니구요.
소송을 해야해나 싶어서 일하던 법률사무소 변호사님께
전화로 상담을 해봤습니다.
질병으로 이혼하는건 가정법원에서 잘 진행이 안된답니다.
환자가 이혼소를 제시해도 그 내막에 상대 배우자의 심리적 압박등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법원에서도 많이 따져보는 케이스라 일이 엄청 길고 험난해 질거랍니다...
남편이 유책배우자도 아니기 때문에 진짜 소송 걸라면
가정이 사실상 파탄난 상태라는 게 증명되는 방향이어야 하는데
저희는 여전히 같이 살고 있고 지금부터 별거를 한다고 해도
진짜 이혼을 하려면 수년이 걸릴거라고 하네요...

어떻게 하면 남편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요.
그냥 제가 짐싸들고 나가버리는 방법도 생각중이긴 합니다.
단지... 그럴 경우 아이들에게 엄마아빠가 협의하에 생긴 상황이 라니라
엄마가 독단적으로 내린 결정이라 이러나 저러나 아이들이
받게 될 상처를 남편이 보듬기에 힘이 드리라 생각 돼서
별거라도 남편이 받아들일 수 있게 대화가 이루어졌으면 합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맞는걸까요.
남편이 우는 모습을 보니 이혼마저 제 이기적인 마음인가 싶습니다.
솔직히 제 정신을 믿지 못하겠어서 어떤 선택도 결정도 다 어렵습니다.
지혜를 좀 나눠주세요.. 저 어떡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