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뜨는 설거지론의 배경

각성2021.1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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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이른바 '설거지론'의 개요
연애경험이 적거나 없는 사람이 젊은 시절 성적으로 문란하게 놀았던 상대방의 과거를 알지 못한 채 결혼하여 같이 사는 것을 마치 음식은 남이 먹고 자신은 그저 다 먹고 더러워진 그릇을 설거지만 한다는 것에 비유한 담론이다. 이 때 설거지를 하게 된 상황에 놓인 것을 '설거지 당했다'며 낮잡아 표현한다.



2. 배경
외모 등 선천적 조건을 떼놓고 보자면 현대에 들며 연애 시장은 경제력에 의한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심해지고 있다. 그나마 여성의 경우에는 연인 관계의 성립에 있어 일반적으로 남녀간 성욕차이를 비롯한 성차로 인해 고백을 하기보다는 받는 쪽이기에, 연애 상대를 선택하는 과정에 있어 더 많은 기회와 자유를 누릴 수 있다. 특히 이성 선호 조건에 여성은 남성 대비 능력 변수는 낮은 대신, 나이 변수가 더 높은데, 따라서 여자가 젊은 시절은 능력적으로 갖춘게 별로 없더라도 어린 나이라는 점만으로도 강점이 되어 오히려 연애 경쟁력이 높은 상태이기까지 하다. 이러한 상황에 의해 주로 학업과 자기계발에 종사하는 20대 정도의 젊은 시기, 평범한 남녀간에 있어서 여성은 연애 진입 난이도가 낮은 반면, 남성의 연애 진입 난이도는 비교적 높은 상태를 겪을 수 밖에 없으며, 이는 실질적 결혼 적령기 진입 전까지 겪을 남녀간 연애 경험의 비대칭을 만들어낸다. 설거지론의 대두는 이러한 기초 배경과도 밀접한 연관성을 지니고 있다.

설거지 결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쾌락적이고 방탕한 젊은 시절을 보낸 이들이 높은 경제력과 사회적 지위만을 쫒아 사랑하지도 않는 사람과 결혼하는 것을 지양하며, 또한 반대로 그런 상대방과의 결혼을 순진히 받아들이는 사람도 문제를 인식하여 자신을 정말 사랑해주는 사람을 찾아 결혼을 하면 된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와 같은 이상론은 사실상 허상에 불과하며, '설거지 결혼'의 사례가 많이 목격된다. "똥차 가고 벤츠 온다" 혹은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말이 이러한 설거지론 등장 배경의 핵심을 찌른다.


3. 논리
타고난 외모가 평균 이하이거나 혹은 집안 살림이 넉넉지 않은 경우와 같이 모종의 이유로 젊은 시절을 연애와 거리를 둔 채 보내는 이들이 있다. 많은 경우 이들은 사실 연애를 갈망한다. 그렇기에 결혼 적령기가 되기 전까지 자신에게 부족한 조건(좋은 집안, 경제력, 외모 등)을 보완하기 위해 노력하게 된다. 이는 학업을 비롯한 자기 계발에 청춘을 투자하여 높은 사회적 지위를 획득하고 안정적인 수입을 갖추는 방식으로 이루어진다. 시간은 흘러가고 혼기가 차게 되어, 일반적인 연애는 건너뛴 채 주로 결혼을 전제로 한 연애 상대를 찾게 된다. 비록 연애 경험은 전무하다시피 한 숙맥이지만 높아진 사회적 지위와 경제력을 바탕으로 과거에 비해 상당히 높은 확률로 본인에 마음에 드는 상대를 만나게 될 수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작 상대는 과거에는 외형적으로 마음에 드는 사람과 자유분방한 성적 관계를 가져오다가 경제적으로 풍족하고 안락한 앞날을 위해 정작 결혼 상대로는 이성적으로 끌리거나 사랑을 느끼는 사람이 아닌, 순전히 수입이 안정적이고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을 고른 것일 수도 있다.


이 경우, 이 결혼은 마치 남이 음식을 다 먹고 남은 식기를 설거지하는 것에 비견될 수 있다. 음식을 입에 넣고 씹어 삼키는 일은 매우 쉽고 또 포만감과 만족감을 가져다 주지만 설거지는 허리를 굽혀 그릇을 닦고 음식물 찌꺼기를 치우는 고되고 지치는 일이다. 게다가 자신이 식사할 때 사용한 식기를 설거지 하는 것도 아니다. 그렇기에 자신의 책임이 아닌 일의 처리에 불합리하게 이용당하는 굴욕감만을 얻게 된다.

설거지 결혼을 통해 성립된 부부의 관계는 불평등하다. 설거지를 시키는 사람은 배우자와의 부부관계를 최소화하거나 거부하는 경우가 많으며 좀처럼 같이 의미 있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려 하지 않는다. 마찬가지로 애정 표현이 박한 경우가 많으며 구태여 배우자에게 선물을 하는 일도 드물다. 미혼 시절 외모 등 신체적 조건이 우월한 이들에게 구애하고 잦은 성관계를 즐겨왔으며 사랑 없이 금전만을 노리고 결혼하려 접근하는 사람을 가리켜 마치 음식은 온데간데없고 찌꺼기만 남은 접시를 설거지 시키려는 심보와 다를 바 없다고 하는 것이다.



설거지를 시키는 사람은 곧 책임 없는 쾌락으로 점철된 삶을 이어나가는 것이다. 젊은 시절에는 매력적인 외모의 이성과 자유로이 즐기는 연애와 성관계, 혼기가 꽉 차서는 자신에게 안락하고 풍족한 앞날을 보장해 줄 수 있는 이성과 하는 결혼으로 하여금 줄곧 책임 없는 쾌락을 추구한다. 반면 설거지 결혼을 당하는 쪽은 쾌락 없는 책임만을 짊어진다. 더욱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청춘을 과감히 자기 계발에 투자하여 금욕적인 삶을 살아왔고 결혼 후에는 돈을 벌어 와 가정을 부양할 책임을 져야 한다. 그러나 항상 을의 입장에서 극히 제한된 발언권만을 누리기에 욕구 불충족에 대해서 어필하기도 어렵고 경제권도 빼앗기며 취미생활 등 여가활동에서도 설거지를 시키는 배우자에 의해 금전적인 제약을 받게 된다. 설거지론에서는 이들을 두고 설거지를 당하는 사람, 일명 퐁퐁단이라고 부른다.


반면 연애시장에서 상위 포식자를 차지하고 있는 사람(소위 인싸)들은 지뢰설치반이라 칭한다. 이들은 매력적인 외모와 성격을 무기로 하여 젊은 시절 여러 이성을 만난다. 이 과정 속에서 지뢰설치반은 매력적인 이성과 즐기는 쾌락적인 삶의 방식에 빠진 예비 '설거지 시키는 사람 = 지뢰'들을 양성해내는 일에 일조한다. 이러한 지뢰설치반들은 이미 수많은 이성들과 만나 봤기 때문에 이성을 보는 기준이 확실하고, 따라서 나중에 혼인에서도 '설거지 시키는 사람'들에게 당하는 일(지뢰를 밟는 일)은 거의 없다. 애초에 지뢰설치반이라는 얘기를 들을 정도면 어느 정도 외모 / 신체 / 성격이 뒷받침 될 것이고, '설거지 시키는 사람'들도 바로 이 지뢰설치반 때문에 탄생한 자들이니 지뢰설치반들이 정말 본인들과 결혼을 택한다면 '퐁퐁단'들처럼 남 보듯 할 리가 없다. 물론 예비 '퐁퐁단'은 자신의 미래 배우자가 이러한 매력적인 이성과 청춘을 불태울 때 공부와 일을 비롯한 자기 계발에 젊음을 바친다.




4. 반응

이번 기회로 설거지론이 음지에서 양지로 나오게 되자 그야말로 미혼 남성들의 반응 대다수가 충격적이라는 것이다. 특히 의치한, 서연고, 설카포 등의 최상위권 설거지론 고위험군 대학들의 에타는 그야말로 처참하다. 본인 윗 세대들의 남자들이 그동안 말했던 내무부장관 드립을 비롯한 결혼 하지 말라는 유머글이 유머가 아닌 진실이었다는 사실을 드디어 깨달았다는 것과 그들과 결혼한 여자들이 그걸 이제서야 알았냐, 내가 20대에 널 만났을거 같냐는 반응들을 보자 미혼 남자들마저도 결혼을 굳이 해야 하는가라는 여론이 나오고 있다. 기혼 남성의 충격도 이에 못지 않아서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거나 후회하는 반응이 대다수이다. 심지어 내 아이가 아닐 수 있다라는 막연한 불안감으로 23~24일동안 친자확인 사이트의 서버가 폭발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수많은 미혼 남성들이 큰 충격을 받은 이유는 설거지론이 공론화 되면서 서로를 사랑해서 결혼했다는 당연한 명제가 적용되지 않는 부부들이 많다는게 드러났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머나 속설로서만 나왔던 유부남들이 이해할 수 없는 아내들의 결혼 생활과 관련된 스트레스가 이 설거지론에 대입한다면 모든 의문점이 해결될 정도니까 그 파급력이 2030 미혼 남자들 사이에서 어마어마하다.



또한 이 문제가 해결은 커녕 이를 빌미로 나이 많은 세대가 출산율 등의 문제를 젊은 남성들의 비혼주의 탓으로 여길 것이라 예상하는 냉소적 시각도 있다.



설거지론의 핵심인 애정없는 결혼에 입각해서보니 독박육아, 낳아줬잖아 등의 의미를 이제야 이해하게 되었다는 반응도 크다. 설거지론에 해당되는 유부남들 중에서는 설거지론을 보고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진지하게 생각해보고 빼앗긴 경제권을 되찾아오거나, 아이에게 소홀히 대하는 아내와의 별거를 결정하는 등의 글들이 올라오고 있다.



설거지론이 대두되기 이전부터 남편의 취미를 이해하지 않고 게임기나 PC, 자전거나 노트북 같은 취미 생활에 필요한 물건을 팔라고 강요하는 것은 물론 몰래 내다팔아서 걸리거나 아예 망가트려 버리는 비상식적인 행동들도 설거지론에 입각하여 보면 사랑하지도 않는 ATM이 자기 물건만 산다라는 시선으로 보기 때문에 라고 설명 할수도 있다.



한편으론, 이러한 설거지론 같은 논쟁이 터지게 된 것은 단순한 젠더 갈등이 아니라 21세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결혼조차도 재테크의 일환으로 보고 결혼하는 사람들이 많아졌고 이러한 현상의 문제점들이 결국, 암암리에 숨겨오다가 터져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다만, 인류 역사상 연애 결혼이 보편화 된 것은 얼마되지 않은 시점이며, 옛날에는 부모님과 집안 어른들의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집안의 상대를 골라주는 중매혼이나 정략결혼이 일반적이었다는 것을 감안 한다면 딱히 자본주의만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렵고 공산주의 국가나 전근대적 국가에서 이러한 현상이 없을거라고 단정짓기도 애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