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제이한테 별풍선 쏘는 사람 저는 이해 돼요.

ㅇㅇ2021.11.01
조회2,198
20살때 아빠뻘 아저씨한테 성추행 당하고
증거가 수두룩 한데도 가해자는 제대로 된 처벌도 안받고 합의금? 얘기도 못 들어봤구요(준다고 해도 거절하고 처벌만 제대로 받게 해달라 빌었을거 같아요) 사회봉사명령만 떨어졌더라구요

충격으로 대학 자퇴하고 정신과 치료 받는데만 수백만원쓰다가 경제적 여건 때문에 치료 더 못받고 그렇게 소위 말하는 히키코모리가 됐어요

처음엔 사건의 충격으로 틀어박힌건데 시간이 흐를수록 밖으로 나가는거 자체가 무서워졌고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요

아빠는 저를 늘 때리기만 하고 생활비며 병원비며 한푼도 못 준다 그래서
블로그 알바, 콜센터 재택근무 알바 하면서 소액이지만 제 생활비는 제가 벌어서 쓰긴 했어요 그나마 제 자신이 기특한게 그거에요..

그것 말고는 아무것도 없었어요
자기 혐오도 심하고 난 뭘해도 안될거란 생각뿐이고
연락 끊어진 친구들은 대학 졸업하고 다 취직해서 여행다니고 애인 사귀고 행복하게 사는데 나는 4년째 방구석에서 혼자 뭘 하는걸까? 내일이 오지 않길 수백번 수천번 빌었고
새벽에 죽으려고 아파트 옥상에 수십번은 올라갔어요
용기가 없어서 실천은 못했지만요

집에서 최소한의 생활비만 벌고 그 외에 시간엔 늘 누워서 휴대폰만 만졌어요

커뮤니티를 돌면서 의미없는 시간을 보내다가 우연히 어떤 여자 비제이를 알게 된거죠..
그게 제 인생의 터닝포인트가 될줄은 몰랐어요

처음엔 나랑 동갑이란 이유로 방송을 보기 시작했고
동갑인데 예쁘고 말도 잘하고 친구도 많고 그 비제이가 참 부러웠어요

친구없이 너무 오랜 세월 지내서 그런가 그 비제이가 꼭 친구같이 느껴졌고 그 방송을 기다리게 되고 그 비제이 방송을 보며 몇년만에 웃어보기도 했어요

다만 제가 생각했을때 비제이들은 돈 쓰는(별풍선 쏘는) 사람들만 좋아한다고 생각했고 내 댓글을 읽어줄거라 생각 못했어요
근데 별풍선도 안쏜 제 이름을 언급하며 댓글을 읽어줬어요

닉네임이 제 이름이였는데 정말 오랜만에 내 이름을 남을 통해 들은거라 순간 눈물이 줄줄 쏟아지더라구요
그때 별풍선을 처음 쐈어요

그 뒤로 소액이지만 간간히 별풍선 쏘게 됐고 그 비제이가 유명하지 않아서 그런가 소소하게 보내는 별풍선에도 기뻐하며 제 닉네임을 불러주더라구요

그러다 새벽 방송을 할때..새벽 감성에 젖어서 그런가 사실 성추행 당해서 히키코모리로 산지 좀 됐다는 무거운 얘기를 댓글로 썼어요

누구에게 말한것도 처음이고 괜히 분위기 망치는거 아닌가 싶어 후회했는데
제 이름을 불러주면서 얼마나 힘들었겠냐고... 자기가 다 화난다고... 그렇게 저대신 화를 내주고 저를 위로해주더라구요

그리고 저보고 할수 있다고, 세상에 나쁜 사람만 있는거 아니라고 해줬어요
또 저는 착하니까 분명 사회생활도 잘할수 있을거라고.. 자기가 응원하겠다고 웃어주는데
내가 가족들에게 원했던 위로를... 생판 남한테.. 그것도 비제이한테 듣게 될줄은 몰랐어요

그날 그렇게 아침까지 울다가 몇년만에 아침에 밖에 나가봤어요
그대로 행정복지센터에 가서 부끄럽지만 제 상황을 말하고 도움 받을 수 있는게 있는지 물어봤어요

저는 세상은 차갑고 무서운곳이라 생각했는데 다들 친절하게 안내해줘서 많이 놀랐어요

뭐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재택근무로 콜센터 일을 한 경험이 있어서 공공기관 콜센터 면접을 보게 됐고 면접을 생전 처음 보다보니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라서 저도 모르게 살아온 얘기 구구절절 두서 없이 쭉 늘어놨어요

저도 모르게 울컥해서 중간에 눈물도 흘렸는데 면접관 세분 다 제 말 하나도 안끊고 묵묵하게 들어주셨어요

그렇게 엉망진창으로 면접보고 당연히 떨어졌을거라 생각하면서도
처음으로 본 면접이라 기분 되게 좋았어요
그날 4년만에 햄버거도 밖에서 사 먹었구요

근데 합격했대요 제가

지금 한달 넘게 잘 다니고 있어요
사람들이랑 지내는거 너무 어려웠지만 다들 엄마뻘 분들이시고 저를 딸처럼 챙겨주고 예뻐해주셔서 숫기도 없고 낯가림도 심한 저지만 그럭저럭 어떻게든 잘 생활하고 있어요

취업하고 비제이한테 말했더니 정말 좋아하더라구요
콜센터 힘들다던데 열심히 하라고 말도 해주고....


가끔 일하다가 가슴 속에서 뭔가 울컥 하고 올라오고 가슴 뛰고 도망가고 싶은 기분이 들때도 있어요

근데 그 비제이가 저는 잘할수 있을거라고 했던 그 말이 자꾸 생각나서 버티게 되네요

내가 만약 도망치고 다시 집으로 들어가버리면 그 비제이가 해준 응원이 허무해질거 같아서
그리고 잘할수 있다고 날 믿어준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아서?
여러 복잡한 감정들 때문에 힘들때도 꿋꿋하게 버티고 있어요

그리고 앞으로도 버틸거에요

곧 월급날인데 세금떼고 200만원정도 들어온대요
이거 받으면 그 비제이한테 100만원 별풍 쏘고 그 이후로는 저도 저의 삶을 열심히 살아가려고 해요

예전에 고등학생땐가 별풍선 쏘고 비제이한테 미친 사람들 보면서 왜 생판 남한테 돈을 쓸까? 나였으면 예쁜 옷 사고 맛있는거 먹을텐데
라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사람들 마음이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가 되네요

다들 상처가 많은데 기댈 곳이 없어서
설사 거짓이라 하더라도 다정하게 닉네임을 불러주는 그곳에 빠져든게 아닌가 싶어요

앞으로도 열심히 살거에요
돈도 열심히 모으고 정신과 치료도 다시 받을거고 건강해지고 제가 좋은 사람이 되면 그때는 좋은사람과 연애도 하고 싶어요

더이상 그 성추행범을 미워하며 원망하며 시간 보내지 않을래요

그런 재활용도 안되는 인간 때문에 버린 시간들 생각하면
억울해요
더 열심히 더 잘 살고 싶어요

세상으로 나오게 해준 그 비제이한테 정말 정말 고마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