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박육아를 공감 못하는게 이상한가요

2021.11.16
조회27,208

글은 작성하고보니 꽤 기네요..

저는 30대중반 결혼 3년차, 19개월 딸아이 한명 있고
중고등학교 친구들 6명 전부 비슷한 시기에 결혼해서
제 아이와 비슷한 또래의 자녀들이 있습니다.

친구들 6명 모두 직장생활 하다가 임신 후에는
육아휴직 후 복직했거나,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전향한 상태이며
저 또한 한 직장에 오래 근무하다가 1년 육아휴직하고 복직하려다가
어린 아이를 남의 손에 맡기는게 아직 이른 것 같아서
휴직계를 내고 쉬는 중 입니다. (회사 바쁠 땐 가끔 재택근무)
* 남편들도 모두 직장인이고 출/퇴근, 버는 수준까지 비슷한 환경입니다.

신기하게도 친한 친구들끼리 모든 시기와 상황이 비슷하여
결혼, 직장,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같이 나누며
함께 공감 할 수 있어서 좋은 부분이 꽤나 많았고 도움도 많이 됐습니다.

단톡방에서 육아에 관한 이야기를 주로 많이하는데
친구들 모두 많이 지쳐있고 독박육아 한다며 남편에게 화가 많은 상태입니다.
저도 비슷한 개월 수 아이 키우고 있으니
당연히 육아의 힘든점에 대해 잘 알고 친구들의 화남도 알지만
저는 이 상황을 나름대로 받아들인? 상태여서 그런지
사실 친구들의 힘듦에 큰 공감이 되지는 않습니다.
*2명만 복직했고 나머지 4명은 전업주부
전업하는 친구들이 독박육아한다고 더 난리 입니다.


저는 조금 과묵한 스타일로 내 이야기를 하는 것 보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편이고 주관은 뚜렷해서 할 말은 하지만
나서지는 않는.. 그런 타입이라 이번에도 조용히 듣고,
그래 맞아 힘들지 하며 공감해주고 있었는데
갑자기 포인트가 저에게 꽂혀서
너도 힘들지않냐, 너는 커리어도 좋고 돈도 잘 버는데 왜 복직하지 않냐
애만 보고 사는게 불쌍하다(??), 남편은 육아를 얼마나 돕고있냐 등등
억지 공감을 이끌어 내려거나 남편을 같이 욕하고 싶어하는게 보여서
조용히 듣고있다가 나중에는 제 생각을 이야기했는데
다들 제가 이해가 안된다며 어떤 여자가 그러냐, 이상하다, 호구냐,
남편한테 가스라이팅 당했다 하더라구요.
그 말에 조금 기분이 상했는데
다들 똑같은 말을 하니 제가 정말 이상한건가 싶네요.



제 입장과 상황을 정리해보자면
저는 결혼 시작부터 맞벌이였지만 제가 좋아서 매일 저녁 밥상 차렸고
남편이 깔끔한편이라 집안일 따로 시키지 않아도 알아서 잘 했기에 편했어요.
아이 가졌을 때도, 낳았을 때도 남편이 너무나 잘 해줘서 고마웠고요.

저는 매일 9시쯤 일어나서 (아이가 이 때 깨고, 남편은 원래 아침을 먹지않아요)
아이 밥 먹이고 놀아주고 빨래돌리고 재우고
저녁 요리 준비 하다가 밥 먹이고 놀아주고 청소하고
다시 저녁 요리 하다가 또 놀아주고 밥먹이고 청소하고
정말 정신없는 하루를 보냅니다.
남편은 오전 7시에 집에서 나가 저녁 8시에 들어오기 때문에
남편없는 13시간동안 저 혼자 육아를 하고 있는게 맞긴 하지만
남편이 놀다 오는게 아니니 이런 생활은 당연한거라 생각해요.
이런 생활이 제게 독박육아라면 남편은 독박근무겠죠.
남편 퇴근하고 집에 오자마자 저한테 위로, 걱정, 애정표현 듬뿍해주고나서
제가 힘에 딸려 못하는 아이 목욕 시켜주고
30분정도 놀아주고 본인 샤워하고 밥먹고 하면 10시예요.
다음 날 또 일찍 출근하려면 푹 쉬고 자야하니
혼자 편히 자게끔 아이 재우는 것도 제가하죠.
처음엔 아빠와 애착형성이 잘 안될까 걱정도 됐었는데
목욕시키고 놀아주는 짧은 1시간동안에라도 아이에게 집중해주고
주말 모든 시간을 아이와 함께하려고 노력하다보니
아이도 아빠를 엄청 좋아하고 잘 따라서 괜한 걱정했구나 싶고요.

물론 저도 힘들고 지치고 복직하고 싶을 때 정말 많지만
아이 키우는 모든 엄마들이 힘들거라 생각하고
이 시기만 지나면 후련하겠지 하며 버티다가
또 우리 아이 제일 예쁜 이 시절 지나면 아쉽고 그립겠지 라는 생각에
휴직을 좀 더 할까 생각도 해보고
이런 이중적인 생각들을 매일 매일 반복하며
남편 사랑에 힘 입어 화이팅하고 있어요.
그냥 지금 현재의 삶에 만족하고 행복합니다.
내년에 복직하게되면 또 다른 삶의 행복이 올테고요.


그리고 솔직히 이렇게 글로 써보니 친구들이 말하는 독박육아라는게
친구들보단 저한테 더 해당되는 것 같네요.
친구들은 오전부터 낮시간까지 어린이집이라도 보내거든요.
어린이집 보내놓고 웬만하면 할거 다 합니다..
그리고 남편들 퇴근하고오면 애 씻겨라 밥 먹여라 놀아줘라 재워라하고
집안일도 안한다고 독박육아라며 짜증내고 화내고 정말 쥐 잡듯하니
남편들은 찍 소리 못하고 시키는거 묵묵히 다 하니까
사실상 저보다 약한? 독박육아를 하고 있거든요.
남편들이 가끔 반항?을 하면 이혼하네마네 그 날 단톡방엔 난리가 납니다.
남편들 성향에 따라 그럴 수도 있겠다 싶기도 했지만
저희 남편도 똑같이 하루 13시간 나가있고
전 어린이집도 안보내는걸요..

근데 제가 이런 제 일상들을 친구들한테 나 이렇게 산다며
주절주절 이야기 한 적도 없을 뿐더러
그냥 나도 힘들다, 애가 왜 이렇게 안자냐, 또 깼다,
놀아주는거 지친다 꽥 하는데도
친구들은 너도 우리와 똑같이 독박육아중이고 힘들텐데
왜 남편 욕은 커녕 힘들단 이야기를 안하냐,
독박육아는 잘못된거다, 육아는 남편과 반반 해야한다 같은 이야기를 쏟아내니
오히려 남편이 아닌 친구들한테 가스라이팅 당하는 기분이에요.

제가 정말 잘못된 생각을 하고 있는건지,
남편을 너무 혼자만 편하게 해주고? 있는건지
앞으로 끝이 안보이는 육아의 시간은 어떻게 해나가야하는지 답답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