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박하는 남자와 여자.

다모2021.11.18
조회285

대학교 졸업 하자마자 해외에 취업이 되어 쭉 살다가.. 어느덧 서른 후반이 된 여자 사람입니다.

처음엔 호기심으로 시작한 카지노였는데.. 도박에 호기심이 어디있겠어요..

외국에서 10년을 넘게 일했지만, 무일푼입니다.

해외에 살면 자유분방한 삶을 살았을 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을지 모르겠는데..

아니, 카지노에 10년을 넘게 들락거린것 자체가 자유분방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암튼 인간관계에 있어서는 늘.. 혼자 였습니다.


사람한테 몇번 상처를 받고 나니, 사람들하고 일 외에 사적인 관계를 갖는것. 심지어 식사하는 것 조차도 꺼려지더라구요.. 그냥 늘 혼자였고,, 그러다보니 카지노에 더 자주 다니게 되었고, 그러다 보니 사람과의 관계는 더 안하게 되더라구요.


그러다 코로나가 터지면서 저도 한국에 처음으로 1년을 넘게 머물게 되었고,,

개버릇 남 못준다고 한국에서도 카지노에 다니기 시작했어요.

멀기도 멀고, 간다고 무조건 입장 할 수 있는것도 아니어서.. 자주는 아니었지만, 그래도 갈때 마다 보통 직장인 월급한달치씩은 잃었나봐요.. (6개월동안 5천만원 빚이 생겼습니다 - 대출)


속상하죠.. 미쳤죠.. 근데 어디 하소연 할 곳도 없고..

본전 생각에 또 가게되고. 그게 도박이거든요.. 주변에 아는 사람이 정말 1도 없습니다.

아마 상상도 못할거예요 제 주변인들은요.. 본인만 모르고 눈치 챘을거다 라고 생각하시는 분도 있을 수 있겠지만, 이 부분 만큼은 철저하게 아무도 알수가 없게끔 했거든요.

 

그러다 어떤 도박까페를 알게되었고,, 많이도 아니고 딱 한번, 딱 한명 처음으로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었습니다. 정말 10년동안 응어리진 치부를.. 그 누구한테도 말하지 못한 혼자서 끙끙 앓던 그 이야기들.. 상대방도 마찬가지였어요. 이야기 하느라 시간가는 줄 몰랐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주 만났고, 카지노도 두번 같이 갔었어요.

누군가랑 같이 간다는 상상조차 못했는데.. 확실히 옆에 누가 있으니 예전처럼 막무가내로 베팅을 하지도, 또 딥하게 빠지지도 않더군요. 미주알 고주알. 말할 수 있다는게 일단은 너무 좋았어요.


그 사람은 직원이 5명정도 있는 작은 회사를 운영중인 50대 초반의 남자 사람이었는데요,

말이 많은 사람은 아니라, 그냥 제 이야기를 많이 들어주는 사람이라 더 편하게 느껴졌었던거 같아요. 가장 치욕적인 부분을 공유하다 보니 만난지 두어달도 안되었는데, 우린 꽤 가까운 사이가 되었구요..

그러다 제가 다시 해외발령이 나게 되었습니다. 이번엔 장기가 아니라 단기인데다 연봉조건도 좋아서 일단은 고민없이 다녀오기로 했는데요.. 서로 약속했어요. 나도 예전처럼 카지노에 가지 않을거다.. 오빠도 정말 여유가 있을때 아니면 무리해서는 가지 말라고..

공항도 오빠가 데려다 줬거든요.


며칠 지나서 90만원만 빌려달라고 하더라구요. 그전에도 소액은 빌렸다 갚은적이 있었고, 저도 여유가 없을때가 아니라서 보내줬어요.그리고 며칠이 지나서 추석 연휴였죠..

카지노에 간다더라구요.. 연휴니까 재미있게 놀다 오라고 했어요. 돈을 다 잃고서는 50만원만 보내달라더군요.. 그래 거기까지 갔는데.. 아쉽겠지...

보내줬어요.. 다만 무리하게 하지 않았음 좋겠다고 했지요.. 이미 무리를 하고 있는 사람한테요..

 

그리고 또 100만원을 이야기 하더라고요.. 그때 보내줄 수 있는 돈이 77만원이었어서.. 그것마저 보내줬어요.

저도 해봐서 알거든요. 조금만 하면 될 것 같은 그 마음...


뭐 그렇게 다 잃고.. 힘없이 온 전화에 제가 뭐라고 하겠어요..ㅋ

안되는 날이 있다고.. 빨리 잊고 돈이야 또 벌면되지.. 라는 뻔한말..ㅎ


뭐 그렇게 오빠는 늘 그렇듯이 시차에도 불구하고 아침마다 모닝콜을 해줬고,,

두달가까이 지난거 같아요.


그 사이에 오빠는 주말마다 경마를 시작했어요.. 크게는 아니어도 작게는 벌 수 있다고..

그래서 그랬어요. 어차피 잃을 수도 있는 가능성이 조금이라도 있는거라면 그냥 안했으면 좋겠다고.. 도박하지 말란말 안한다고요.. 해도 된다. 다만 스스로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하라고..

얼마 안되지만 이미 저한테 돈을 빌렸고, 갚지 않은 상태에서 계속 도박을 한다는건 감당 할 수 없는 상태로 도박을 하는거라고 생각했거든요.


그리고. 저 또한 마찬가지예요.

도박쟁이 어디가나요.. 한달정도 지나니 궁금하기도 하고 해서 한번 가봤어요..

결론은 두시간만에 400정도 잃었네요. 베팅금액 자체가 한국보다 몇배는 쎄기 때문에 잃는 속도도 빛의 속도 더라구요..

그 날 이후로 가지도 않았지만, 가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원래 도박이 따는게 더 무섭거든요..

암튼 그러고 나서 이번달 초에 현타가 오더라구요. 당장 카드값을 메꿔야 하니까요..ㅎ

 

지난달 말에 오빠한테 이야기했어요. (진짜 어렵게 어렵게 카톡으로 구구절절 꾸역꾸역... 돈을 빌리는것보다 받는게 더 말하기가 어려운걸 처음알았네요...)

월초에 전에 빌린 돈 좀 주면 안되겠냐구. 월말엔 힘들다며.. 5일날 해준다고 하더라구요..

 

5일이 되니까.. 8일날 해준다고 하구요.. 5일이 월급인데.. 월급날도 못해주는 돈을 8일날 무슨수로 해주냐고 했어요. 정말 짜증이 나더라구요.. (회사는 운영 하지만 본인이 본인을 잘 알아서 월급외엔 회삿돈 1도 안쓴다고 했거든요.. 회삿돈은 친형이 관리하구요)

말일에 못해준다고 했을땐 5일이 월급날이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고, 저도 뭐 어떻게 해서든 카드값은 낼 수 있는 상황이어서 그냥 넘어갔는데.. ..

 

8일날 준다고 할때는 정말 화가 나더라구요.. 기어코 주말에 경마를 해야겠다는 이야기거든요..

그래 뭐 거기까지 이해한다쳐도..  2천만원도 아니고,, 200남짓.. 그것도 제가 처음엔 150정도가 모자라서 150만 이야기 했었거든요..  제 나이 곧 마흔에.. 그사람은 쉰살입니다.. 

나이를 떠나 돈에  많고 적음이 어디 있겠냐마는...

결혼도 안했고,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닌데.. 당장 그 돈 못만들어서 저한테  미안해하는 오빠가 진짜 말도 못하게 실망스럽더라구요...  

 

그래서 8일엔 갚았냐구요? 100만원 보내고 미안하다고 하더라구요..

 

장문의 카톡을 보냈어요.

 

이 상황에 대해서 어떻게 인지하고 있는지 너무 답답했거든요..

일주일이 지나도 읽씹이더라구요.. 내용은 대략 위에 적은 것 처럼.. 한국에 가면 오빠랑 어쩌면 오래 함께 할 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는데.. 우리 나이에.. 이 상황이 너무 웃기지 않냐고..오빠가 좀 변하는 모습을 조금이라도 보여줬음 좋겠는데 답답하다고..

 

오지도 않는 톡을 매일 확인하면서 매일 짜증이나고 화가나고,,

내가 어쩌다 이런 인간을 만나서 이러는지.. 한국 같으면 만나서 이야기라도 해보겠는데..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물론 매일 아침 해주던 모닝콜도 일주일 전부터는 없네요. .

 

엊그제 술마시고 또 메세지를 했는데도 답이없고,,,

차라리 돈 이야기를 하지 말았어야 했나? 너무 자존심 상하게 톡을한걸까? 여러가지 생각이 들기도 하고.. 어차피 이런 사람이면 나중에도 고생하니 지금 빨리 정리하는게 나은가? 이런생각도 들지만.. 퇴근전. 후 미주알 고주알 이런저런이야기 하던것들도 생각나고..

더 혼자인것 같고,, 더 외로운것 같고 그래요.. 하.. 제가 여유가 있어서 재촉하지 않았더라면 뭔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돈 200때문에 사람을 잃은건가? 여러가지 생각이.. 스스로를 자꾸 화나게 하네요..  사람한테 상처 받는거 정말 너무 싫고.. 힘듦니다...

이러다 다시 또 카지노에 의지할까봐 여기다 푸념해 보네요..

 

아마 도박 안하시는 분들이 대다수 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 공감이 1도 안되고..

이 쓰레기 같은 년.놈을은 뭐야~ 라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으실텐데..

그런 분들은 그냥 넘어가 주시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