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무살 버리기

ㅇㅇ2021.11.18
조회327

오늘 수능 치고 온 고삼입니다. 2달 뒤면 저도 곧 성인이네요. 사실 10대가 아닌 20대판에 온 이유는 스무살을 재수로 보내버리면 나중에 후회가 클지 궁금해서요.

오늘 결과로 보면 잘가봐야 부산대 하위과 정도 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대학이나 학벌이 전부는 아니지만 제가 미련이 남을 것 같아서요. 공부 잘하는 친구들이 모인 고등학교를 다니고 있어서 주변 친구들이 다 대학을 잘 갈 것 같아요. 수시도 정시도 그래서 눈이 높아졌는지 제가 대학을 다니면서도 저격 지심 가질 것 같아서ㅠㅠ(부산대 비하 아닙니다!! 저도 부산대 상위과만 되도 갔을 것 같아요ㅠㅠ) 그리고 억울해서요. 3년동안 기숙학교 다니면서 집도 못가고 얼마나 미친듯이 했는데, 저는 컨디션이랑 멘탈관리 수능날 처음 망쳐봤어요. 14번 모의고사 치면서요. 수능은 운이라는 말이 크게 와닿더라고요.

스무살이라는게 인생에서 의미 있는 나이잖아요. 그래서 저도 해보고 싶은 것도 많고, 사실 지금 너무너무 놀고 싶어서 재수할 엄두가 안나기도 해요. 자신이 없어서. 그래서 저는 만약 부모님께 재수 허락 받으면 핸드폰 정지시키고 친구들 몇명 빼고 연락 다 끊고 내년 수능까지 공부만 할 것 같은데 그렇게 스무살을 보내버리면 이걸 또 나중에 후회할까봐ㅠㅠ 사람들이 20대의 1년은 30,40대의 1년보다 훨씬 밀도 있고 가치가 다르다고 해서요. 또래보다 1년 뒤쳐지는게 클까요?

저는 재수 목표를 일단 서성한 공대 이상으로 잡고 있는데 의치한 갈거 아니면 재수하는 의미가 없다고 하더라고요ㅠㅠ 주변에서 1년 그렇게 보내지 말라고 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정말 그런가요? 아니면 스물 한살부터 시작해도 안 늦었을까요? 지금 20대를 보내시고 계시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글 써봅니다. 물론 재수를 성공한다는 보장은 없지만, 성공해야 한다는 마음가짐으로 할 거기 때문에 이부분을 제외하면, 제가 하는 선택이 스무살을 버리는 걸까요 아니면 더 나은 스물 한살을 위해 투자하는 걸까요?

+)재수를 겪어 보신 분이 있으시다면ㅠㅠ

재수 하겠다는 말을 부모님께 언제쯤 어떻게 말씀드려야 될지 모르겠어요. 저희 집은 재수 절대 없어 집안이라... 특히 엄마가 재수는 절대 안된다라고 몇번 못 박아 놓으셔서..

일단 실망시켜드리는게 제일 죄송하고, 제가 남동생 빼면 집안 막내고 외가친가 모두 마지막 수능이 4년 전이었어서.. 사촌언니 오빠들 다 대학 다니고 있거든요. 집안에 건동홍 이상 간 언니오빠들이 없어서 저한테 더 기대가 높았던 것 같아요ㅠㅠ(잘하는거 절대 아닌데) 아무튼 그래서 집안 관심과 응원을 너무 많이 받아서 부담스러워요ㅠㅠ 재수한다하면 좀 그렇게 쳐다볼까봐요ㅠㅠ 제가 남 의식 잘 안하는 편인데 가족이라 그런가 조금 시선이 두렵네요. 이런 시선들 어떻게 이겨내셨는지도 궁금해요.

1년동안 제가 힘든 것도 있지만, 저만큼 마음고생 할 부모님 생각하니 쉽게 입이 안떼어지는 것 같아요. 수능 끝나고 엄마랑 미용실도 가고 제주도도 가고, 매주 가던 영화관 올핸 한번도 같이 못가서 같이 데이트도 하고 부모님과 여유롭고 좋은 시간 많이 보내고 싶었는데 착잡하네요. 저는 올해 성적 스트레스 많이 받았지만 이렇게까지 울어본건 처음이에요. 모두 고생했다 푹 쉬어라 하는 저녁이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잠이 안올 것 같아요. 수능 전날보다 더 잠이 안오네요ㅋㅋ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해요. 그냥 어떻게 생각하시는지 적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도 거의 마무리가 되가네요. 저와 같이 오늘 수능 치신 분들 정말 수고하셨고 꼭 좋은 결과 있으실거에요!! 다른 날과 같이 평범한 일상을 보내셨던 분들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내일은 불금이네요. 하루만 더 버텨봐요. 좋은 밤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