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식 화동, 후기입니다.

ㅇㅇ2021.11.21
조회30,908
많은 분들이 예상하셨듯이 A가 여자, B가 남자쪽 맞습니다.
글은 같이 보려고 제가(A) 쓴거였고 생각보다 많은 댓글이 달려서 놀랐어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글 보여줄 필요도 없이 파혼하자고 연락했고, 다행히 이것저것 진행되기 전이라 정리하기 수월했습니다.

전 결혼식에 대한 로망이 없는 사람이라 그냥 적당히 작고 조용하고 평범한 결혼식이길 바랬습니다. 이미 결혼식 한다는거부터가 제 기준 큰 이벤트라 소란스러운건 싫었구요. 많은 분들이 이야기하셨듯이 화동도 생각 안해봤습니다. 화동이 뭔지는 알았지만 존재 자체를 잊고 있었어요. 그러다 B가 본인의 로망 중 하나가 화동이었고 조카들이 했으면 좋겠다는 말에 B의 결혼식이기도 하니 존중해주자 싶었습니다. 제 조카까지 3명이 전부 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나쁘지 않겠다 싶었어요.

상견례 자리에서 B와 B네 부모님이 집안에 애들 있는데 화동시키면 좋겠다 해서 저희 부모님도 애들 좋다면 반대할 이유 없다 하셨고, 주위에 결혼 사람이 많지 않아서 그냥 그런가보다 했습니다.
요즘 누가 화동하냐는 말처럼 생각해보면 제가 본 화동도 제 조카 한번이었는데 그냥 대수롭지 않게 남겼어요. B네 누나와 조카들을 만나기 전까지는요.

글 쓸 땐 B에게 보내줄 생각이라 자세히 적지 않았지만 본가에서 기르는 강아지들이 더 얌전할거 같다는 말 진심입니다. 상견례 후에 B네 누나와 조카들과 저희 언니와 조카, 저와 B 이렇게 만났는데 만난지 20분만에 B네 첫째는 제 조카 간식을 뺏어먹고 밀쳐서 울리고 정신 없이 룸을 뛰어다녔고, 둘째는 인사하자 한마디에 30분을 울었습니다. 첫째 조카가 이야기 중에 B를 때리고 올라타는데도 B네 누나는 남자애라 삼촌이랑 몸으로 노는걸 좋아해서 그런다하도 B도 받아주더라고요. 심지어 뛰다가 그릇든 종업원분과 부딪힐뻔 했습니다.

화동 이야기 나오고 B네 누나가 귀엽다며 시끄러운 동요에 애기가 박자 맞춰서 뛰어다니는 영상을 보여줬는데 그때 절대 안된다 마음 먹었습니다. 깔끔한 식장 안에 울리는 동요에 혼자 신나서 뛰는 애, 갑자기 안가겠다는 애, 옆에서 따라가며 달래면서 영상 찍는 애부모, 어색하게 박수치는 하객들, 더 어색한 화동과 신랑신부의 포옹,뽀뽀..화동하면 결혼식 망할 느낌이 왔어요. 어떤 난리일지 그려지더라구요.

자리 파하고 바로 이야기했고 그때부터 싸움이 났습니다. 이전 글에 쓴 말들부터 이야기 다 된걸로 왜 이러냐, 옷값이 아깝냐 등등...솔직히 옷값은 상관 없었어요. 조카들한테 100만원 더 쓴다고 무리갈 형편도 아니고 화동 아니어도 옷 한벌씩은 선물할 생각이었습니다.

댓글처럼 화동 자체보단 이런 문제로 고집 부리면서 부딪히고 합의가 안된다는게 문제였고, B와 B네 가족들이 당연한게 아님에도 당연한걸 요구하는듯 말도 안되는 말들로 절 납득시키려고 하는 당당한 태도에서 정 떨어져서 파혼 결심했습니다.

다행히 부모님도 제 선택 존중해주셨고, B네 누나는 절 설득하려는 목적이었겠지만 어쨌든 전화와서 사과 받았습니다. B는 차단하니까 집에 찾아왔었는데 형부가 와서 경찰 부르겠다 한 이후로는 연락없네요. 전 언니네 들어와서 지내고 있고 이사할 생각입니다. 사실 저도 아직 2년 만난 사람과 고작 이런걸로 파혼했다는게 실감이 안나서 슬프지도 않고 좀 현실감 없는 상태이긴한데 그래도 결혼 전에 이런 면을 알았다는게 다행이라고 생각하려구요.

별거 아닌 후기지만 댓글 달아주신 많은 분들께 감사하다는 이야기 전하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