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파혼했습니다. 본의 아니게 본글로 고구마를 드렸던 것 같은데 결론은 탈출했네요.
당시에는 결혼을 꼭 해야하는데~ 시어머니가 이상해 어떡하지? 발동동.. 하는 마음이 아니라
도대체 저 경우 없는 어른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라는 전투의지에서 쓴 글이었어요.
그런데 댓글들 보고 알겠더라구요. 더러우면 피해야지 뛰어들게 아니라는 걸요.
암튼 글 쓰고, 댓글 달리는 거 보고 나서 전 남친한테 연락했어요.
어머니 또 나한테 전화했고, 또 약속 이중으로 잡으려고 하냐고 비아냥거리셨다고.
앞으로 모든 연락과 소통은 남친보고 중간에서 받아 전달하라고 했는데
그놈의 ‘우리 엄마’가 성격이 급해서 그런다. 내가 전화 한 번 울려서 안 받으면
빨리 해결해야 한다고 온 동네방네 다 전화하고 그런다.
평생을 그런 사람한테 어떻게 단번에 바뀌라고 하냐. 엄마한테도 시간을 줘라.
본인 대학 합격 발표 날도 내가 전화 한통 안 받았다고 담임에, 대학에까지 전화한 사람이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나도 엄마는 못 말린다.”
이때 정말 머리가 차갑게 식더라구요.
갑자기 머릿속에 모든 부유물들이 깔끔히 가라앉고 맑아지는 느낌이랄까요.
화도 안 나길래 차분하게 말했어요.
오빠가 오빠 엄마 못 말리면, 난 남편도 못 말리는 시어머니를 감당하고 살아야 하는 거지?
그랬더니 아무 대답도 안 하길래 알겠다고 하고 전화 끊었어요.
그 길로 전 남친과 관련된 모든 인맥의 번호를 차단시켰어요.
예비 시댁 될뻔한 끔직한 번호는 당연한거고 커플 여행 같이 가느라 번호 받았던 지인들까지.
그리고 우선 월요일에 퇴근하려는데
제 차 앞에 전남친 버티고 서 있더라구요.
그래서 할 얘기 있으면 다른데서 하자. 나 바쁘다. 하고
쳐다도 안보고 그냥 퇴근했어요. 그리고 남친만 차단 풀고 톡 하나 남겼어요.
내일 몇시에 어디서 보자고. 그리고 바로 다시 차단.
다음날 퇴근하고 제가 한 10분 정도 일찍 도착했는데 아직 도착 안 했더라구요.
그래서 차한잔 시키고 카페 의자에 거의 파묻혀 있었는데
하.. 원래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고 나타난 전 남친이
아침에 쭈글이 같던 태도와는 다르게 겁나 전투태세로 와 앉더니
엄마한테 들었다면서 제가 버릇없이 말 대답 한 거 엄마가 이번 한번만 용서해준댔는데
본인은 제가 자기 엄마한테 제대로 사과하는걸 봐야 결혼을 할 수 있을 거 같다대요?
그래서 내가 사과 안하면? 이라고 했더니 결혼 못한대요.
그래서 알았어. 하고 일어났습니다. 세상에 이렇게 깔끔하게 끝내줄 수가... 땡큐다 ㅅㄲ야.
꼴에 자존심 부린다고 제가 일어서서 나가는데 쳐다도 안보더라구요.
전 그 길로 집에 가서 부모님한테 파혼한다고 말씀드렸고,
엄마는 집 계약하기 전에 파혼이라 다행이라고 되게 현실적인 말씀을 하셨고
아빠는 그래서 아홉수에 날짜 잡는 거 아니라고 했잖냐고 핀잔하셨는데
제가 파혼해서 속상하단 뉘앙스가 아니라 이상한 놈 만나 맘고생해서 속상하단 뜻이었어요.
그 뒤로 이틀 동안은 차단을 해놔서 그런지, 진짜 연락을 안 했던 건지 조용히 잘 살았어요.
일하는 틈틈이 식장, 스드메, 항공권 취소했어요.
그리고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잔여 연차 소진하라 그래서 집에서 쉬었어요.
근데 아버지 오시면 나가서 외식하기로 했는데 갑자기 집밥 먹자고 하시더라구요.
엄마는 외식인줄 알고 밥도 안했는데 왜 갑자기 그러냐 그래서 배달음식 시켰어요.
다 먹고 나서 하시는 말씀이 집 앞에 전남친 와 있다대요...
그래서 이제 주말 저녁인데 나가다 기분 잡치기 싫어서 그냥 집에서 먹고 싶었다 하셨어요.
그리고 혹시 모르니 주말동안 웬만하면 나가지말고, 나갈거면 남동생 데리고 나가라 했어요.
전 당연히 혈육이 내가 왜 같이 다니냐 할 줄 알았는데 당연하다는 듯 알겠다더라구요.
근데 정말 토요일도, 일요일도 아파트 공동현관 앞이랑 차 근처에서 기다리더라구요.
괜히 불안하게 계속 스트레스 받기 싫어서 아빠 대동하고 가까이 가니까
제가 아빠랑 오는 건 계획에 없었는지 우물쭈물 거리고 할 말도 똑바로 못 하길래
왜 자꾸 얼쩡거리냐 했더니 또 벙어리.. 진짜 원래 이렇게 음침하고 답답했나 싶었어요.
한 번 만 더 집이나 회사 근처에서 배회하는 거 보이면 스토킹으로 신고한댔더니
그제서야 잘못했다고 한번만 기회를 더 달라길래
신고한다고 나는 분명 말했다고 하고 왔습니다. 그리고 어제 저녁부터 안보이더라구요.
안전이별 한 거 겠죠? 사귀는 동안 폭력적인 성향은 안보이긴 했지만
하도 본색 숨기고 미친 짓 하는 사건들이 연이어 나오다 보니 완전히 맘 놓진 않았어요.
아침에 출근 할 때는 아버지가 저 주차장 차에 타는거 까지 바래다주시고
저녁에 집에 도착해서는 주차장에서 대학생인 남동생이랑 엄마 만나서 올라와요.
아버지 집에 계시면 아버지가 내려오시구요.
맘 같아선 차단 풀고 예비 시댁 될 뻔 한 그 집 아줌마 얘기 들어보고 싶긴한데
들어봤자 제 기분이 나아질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서 뒀습니다.
아직 서로 오고간 거 없어서 진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
다들 쓴소리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잘 헤쳐나갈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