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 11년 결혼 6년차입니다

둥이아빠2021.11.30
조회18,397

군 전역 후 얼마 안지나 지금의 아내를 처음 만났습니다.

 

 미사가 끝나고 신부님께 인사를 드리러 가는데 지금의 와이프가 신부님 옆에서 대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릴 때 성당에서 알고 지내던 동생 같아서 잘 지냈냐고 인사를 했더니 바로 인사를 받아 주더라고요. 그래서 그때는 그렇게 신부님께 인사만 드리고 해어졌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때 와이프는 저를 알고 있었고, 저는 사람을 착각해서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 아는 척하면서 인사를 했던 거였더군요. 제가 자신에게 인사를 했을 때 인사를 안 받아 주면 제가 벌줌 할까봐 인사를 받아줬다고 하더라고요.


 저와 와이프는 성당에서 활동을 많이 해서 볼기회가 많아졌고, 자연스럽게 친해졌습니다. 그러면서 사랑도 싹트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즈음에는 애인이 되어 있었습니다.

연애를 하면서 저는 참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하는 일이 전문직이라 취업은 잘 되었지만 사업이 하고 싶어, 다양한 사업을 해서 꽤 큰돈도 만져보고, 망해서 빛도 져보고, 굴곡이 좀 많은 상황이었습니다. 하지만 와이프는 제가 어떤 결정을 하건 어떤 사정이건 제 옆을 지켜주고 믿어 주었습니다.


 첫 번째 사업은 잘되어 어린 나이에 제 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작은 평수에 낙후된 빌라였지만 재개발 예정지라 시세보다 많이 비싸게 샀습니다. 직접 살집도 아니고 재개발 되면 결혼하고 들어가서 살려는 마음으로 산 거였습니다. 집은 월세를 주고 저는 부모님 집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마 안지나 재개발이 취소되면서 그 집의 값은 반 토막이 났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생각으로 포기하고 있었습니다.

 

 연애기간이 길어지면서 아내와 결혼 얘기가 오갔습니다. 집은 있지만 워낙 낙후되고 작은 곳이라 신혼집을 꾸리기에는 좋지 않았고 집이 있다는 이유로 신혼부부 전세대출도 다른 사람들의 2배 이상의 이자를 내야하는 상황이었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전에 하고 있던 사업이 잘 안되어 모아 놓은 돈은 없고 빚만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나이는 찾고 연애를 오래하여 양가 부모님 모두 결혼을 서두르는 상황이셔서, 지금의 상황에서 할 수 있는 최대한을 해보자는 심정으로, 처음 해보는 거였지만 낮에는 빌라 인테리어를 하고 밤에는 프리랜서로 받은 일을 하였습니다. 직접 할 수 없는 싱크대와 화장실을 제외하고 셀프로 시공을 하여 많은 돈을 절약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외주 업무를 받아 돈을 벌었습니다. 그래도 결혼이다 인테리어다 나가는 돈이 워낙 많아 그렇게 버는 돈으로 빚을 갚기는 힘든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11년의 연애 끝에 빚만 안고 결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가진 거 없이 빚만 안고 결혼한 저였지만, 와이프는 집이 좁아 청소하기 쉽다며 좋아해줬고, 거실이 좁아 안방에 설치한 TV를 침대에서 보면서, 너무 편하다고 좋아해 줬습니다. 결혼하고 얼마 안 되어 장인어른과 장모님, 그리고 아버지까지 연달아 칠순이셔서 많은 돈이 들어갔지만 제 사정을 알고 있는 와이프는 자신이 모아둔 돈에서 행사 비용과 용돈 모두 알아서 처리해 줬습니다. 고마운 마음에 와이프와 처가에는 할 수 있는 한에서 최선을 다했습니다.

 

 제가 하는 일이 시간이 자유로워서 아내보다 퇴근을 일찍 하는 날이 많아, 집안일은 제가 많이 했습니다. 시장에서 장을 봐서 저녁을 해 주고, 집밥 백선생을 보면서 요리랍시고 흉내도 내고, 야식도 직접 만들어 주고, 청소나 빨래도 제가 거의 하는 상황이었습니다. 결혼하고 6개월쯤 지났을 때, 아내가 주말에 세탁을 하겠다고 하다가, 잠시 뒤에 당황한 얼굴로 와서 세탁기 사용법을 물어 본적도 있습니다. 그동안 아내가 세탁기를 돌릴 일이 없었기에 사용법을 몰랐던 거였네요. ㅎㅎ

 

 저는 직장을 다녔지만 프리랜서 일은 계속해서, 2년이 안된 시점에 빚은 모두 갚을 수 있었습니다. 빚도 다 갚고 집안은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았습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도 아이가 생기지 않았습니다. 결혼 3년차에 아내는 아이를 갖겠다며 다니던 회사도 그만 두고 아이를 갖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함께 했습니다. 하지만 둘 다 크게 문제가 없음에도 아이는 생기지 않았습니다.


 그러던 중 재개발 이야기가 다시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전과는 다른 거 같았습니다. 건설사도 업계 최고의 건설사였고 진행되는 속도가 무척 빨랐습니다. 재개발 이야기가 나오고 1년도 안되어 저희는 철거를 위해 집을 비워야 했고, 저희는 친가 부모님의 건물 2층으로 옮기게 되었습니다. 1층은 상가 3층은 부모님께서 살고 계십니다. 그때 저희 아버지께서 말기 암 진단을 받아서, 제가 더 자주 찾아뵙고 병원도 모시고 해야 해서 그렇게 결정했습니다.


 아버지께서는 병원에서 선고한 기일 밖에 못 사시고 돌아가셨고, 어머니는 혼자가 되셨습니다. 참고로 같은 건물에 살고 있지만 어머니께서는 저희 집 비밀번호도 모르시고 한 번도 들어와 보지 않으셨습니다. 혼자가 되신 어머니를 저와 와이프는 자주 찾아뵙고 식사 자리도 자주 하였습니다. 외식을 나갈 때면 항상 함께 하자고 말씀드렸지만, 둘이서 오붓한 시간 보내라고 거절하셨습니다. 


 재개발은 착착 진행되었고 분양도 모두 완료 되었는데, 저희는 조합원이라 일반 분양가보다 2억이나 저렴하게 집을 가지게 되었습니다. 돈도 많이 남았는지 보상가도 기존의 160%로 올라 내야할 돈도 많이 절약 되었습니다. 그렇게 아파트가 빨리 올라가기만을 바라며 잘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작년 말에 아내가 배가 많이 아프다며 병원에 갔습니다. 병원에서 검사를 받고 온 아내는 자궁내막증이라고 수술을 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수술만 하면 치료가 가능하다고 하여 아내는 수술을 하게 되었고, 수술 이후 함께 경과를 듣기 위해 의사를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제 두 귀를 의심 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지금 당장은 수술로 치료가 되었지만 언제든 제발 할 수 있는 병이라 지속적으로 약물 치료를 해야 하는데, 약물 치료를 하게 되면 앞으로 임신을 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듣고 굉장히 큰 충격을 받았지만 내색은 하지 않았습니다. 수술을 받고 힘들어 하는 아내 앞에서 실망한 표정을 보여주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회복을 하고 집에 온 아내는 몸 관리를 하면서 다시 병원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이번에는 난임 센터에서 한 번 더 시도해 보자고 하더군요. 기존에는 여성병원에서 난임 시술을 받았었습니다. 병원에서도 6개월 안에 임신을 해볼 수있다고 말해주었습니다.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한 번 더 시도를 해보았고 마지막 시도 후 안 돼도 둘이서 잘 살면 된다는 마음으로 지내고 있었습니다.

 

 그렇게 3주의 시간이 지나, 지난 4월 사촌 동생의 결혼식을 갔다 온 후에 와이프는 처가에 놀러 갔고, 저는 집에서 낮잠을 자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카톡이 와서 잠에서 깨서 카톡을 확인하는데 와이프한테서 온 거더군요. 사진 한 장만 와있었습니다. 그런데 사진을 본 순간 잠이 확 깼습니다. 선이 두 개 있는 임신 테스트 기였습니다. 정말 뭐라고 말을 할 수 없는 순간 이었습니다. 한참동안 혼자 실없이 웃고 있었던 거 같습니다. 답장도 뭐라고 해야 할지 몰라 그냥 ‘ㅎㅎㅎ’로 보낸 거 같습니다. 결혼하고 6년 만에 찾아온 아기. 정말 말로 표현하기 힘든 느낌이었습니다. 정말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남자가 된 기분이었습니다.

 

 이 후, 아내는 노산에 쌍둥이를 임신하여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얼마 전 세상에서 가장 값진 선물을 두 개나 받았습니다. 아내는 지금 40살이고 평균보다 매우 마른 체형입니다.


 작은 엄마 배에 쌍둥이 둘이 살기 좁았는지 예정된 시간보다 3주나 일찍 나온 두 쌍둥이. 아내는 임신 초기부터 태반이 불안하다느니, 경부길이가 짧다느니 여러 이유로 침대 밖으로는 나오지 못하고, 답답한 시간을 잘 이겨내고 힘든 시간을 견뎌서 보석 같은 두 아이를 세상에 나오게 했네요.

 

 아이들은 너무 일찍 나와 작게 태어낫지만, 지금은 인큐베이터에서 쑥쑥 크고 있고, 아내는 조리원에서 몸을 회복 하고 있습니다. 코로나 시국으로 아이들을 볼 수도 없고 아내와도 함께하는 시간이 얼마 안 되지만, 만날 시간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며칠 전 퇴근하고 아내 조리원에 들러서 아내와 한 대화입니다.

‘돈도 없고 빚만 있던 나랑 왜 결혼 했어?’

‘정으로 결혼했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내 아내! 고맙고 사랑해!

댓글 15

ㅇㅇ오래 전

Best하도 험한 글을 봐서 그런가 또 지지고볶는 얘긴줄 알았더니ㅋㅋ 세상 달달한 로맨스였네....ㅎ 보기좋아요 꽃길만 걸으세용!

ㄹㅇ오래 전

Best행복하세요 정말로.....

ㅇㅇ오래 전

Best저도 결혼한지 11년만에 다음주 출산 앞두고 있는 둥이예비맘이에요. 두분 둥이들이랑 앞으로도 쭉 행복하시길 바랄께요. 축하드려요!!

ㅌㅌ오래 전

두사람과 두천사 평생을 행복하게 살길바랄께

ㅇㅇ오래 전

뭔가 뭉클..

000오래 전

너무 너무 감동적이네요... 축복합니다 두 분-귀한 쌍둥이와 늘 행복하세요^^

오래 전

우와 두 분 다 멋지세요 네식구 행쇼!!!

ㅇㅇ오래 전

여자는 정도 있고 의리도있다 남자는 잠시 타올랐다꺼지는 사랑만하다 늙어죽는다

ㅇㅇ오래 전

축하드려요!!!!

ㅇㅇ오래 전

ㅜㅜ 사모님 아프다고 할 때 철렁했네요... 저도 6년만에 힘들게 첫아이 임신중이라 더 감정이입 됐습니다 두분 앞으로도 쭉 행복하세요!!!! 둥이들도 곧 퇴원해서 웃을 날만 있으시길^.^!!!

ㅠㅠ오래 전

와이프 배 아프다고 했을때 놀랐잖아요 흐엉ㅠ 축하드려요 행복하세요!!

ㄹㅇ오래 전

행복하세요 정말로.....

ㅇㅇ오래 전

하도 험한 글을 봐서 그런가 또 지지고볶는 얘긴줄 알았더니ㅋㅋ 세상 달달한 로맨스였네....ㅎ 보기좋아요 꽃길만 걸으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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