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친구 손절 결심 힘들었어요....(스압주의)

ㅇㅅㅇ2021.12.15
조회9,359
안녕하세요. 방탈 죄송합니다.
여기가 제일 활성화된 것 같아서 여기에 올려요.
요즘에 인간 관계에 대해서 고민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서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고 합니다.(스압 주의, 오타 주의)

제 인간 관계에 있어서 가장 큰 상실은 대학교 친구가 아닐까 싶어요. 대학교 1학년 때 만나서, 주말을 제외하고 방학 때도 거의 매일 만날 정도로 친했던 친구가 있었어요. 그래서 제일 친한 친구라고 여겼었죠. 무언가 하고싶은 일이 생기면 그 친구한테 가장 먼저 말했고, 제 말을 들은 그 친구는 자기도 하고 싶다고 해서 같이 하게된 것들이 많았어요. 예를 들면, 학원 다니는 것, 학교 지원으로 해외 가는 것, 방학 때 알바 하는 것, 심지어 현장 실습 가는 것까지도.

친구가 공부는 잘 하는데 맹한 구석이 조금 있어서 제가 종종 도와주곤 했었어요. 그런데 이게 불화의 씨앗이 될지는 꿈에도 몰랐었네요.

방학 때 같이 알바를 하게됬는데, 친구와 사장님 사이에 의사소통이 원활하지 않은 거예요. 친구가 생각은 많은데 그걸 입으로 뱉어내는게 서툴러서 말하고자 하는 걸 다 말하지 못하고, 남들이 하는 말을 귀담아 듣지 못하는 일이 종종 발생했거든요. 물론 오랜 시간 같이 지낸 저는 친구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금방 알아채고 도움을 주었어요. 물론 충분히 친구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해결이 안될 때 나서곤 했습니다. 그리고 사장님의 전달 사항을 친구가 잘 듣지 못해서 제가 다시 말해줬었고요. 친구는 제가 도움을 주니 속이 다 시원하다고 좋아했었습니다. 물론 사장님도요. 그런데 이런 일이 반복되다보니 사장님과 주변 사람들은 저를 당연한 그 친구의 통역사 정도로 여기게 되버렸어요.

이건 현장 실습을 갔을 때도 똑같았어요. 어김없이 제가 6개월 정도 현장 실습 가고 싶다고 하니, 본인도 가고 싶다며 같은 회사에 지원했었요. 운 좋게도 같이 합격했고, 같은 부서로 배치되어서, 또 같이 있게 되었어요. 전 그때 정말 순진하게 친구랑 같이 다니게 되어서 기뻐했었죠. 근데 한 달 정도 지나니까 그 친구가 대놓고 절 무시하더라고요. 인사도 안하고, 다른 사람이랑 웃으면서 대화 하다가도  제가 다가가면 정색하고. 근데 웃긴건 자기가 필요할때는 다시 친한척 하면서 다가온다는거에요. 제 입장에서는 가장 친한 친구가 하루아침에 나를 투명인간 취급하는 것이었죠.

처음에는 내가 잘못한게 있을거야 하면서 자기 반성했어요. 근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런 취급 받을 만큼 잘못한 게 없더라고요. 내가 대접받고 싶으면 남 먼저 대접하라는 말을 듣고 자라서 항상 언행을 조심히 하려고 노력했었거든요. 그래도 제가 해왔던 행동들에 대해 쌓인게 있어서 원인이 되었을 수도 있으니까 행동을 더욱 조심히 했어요. 근데 투명인간 취급을 계속 받으니까 자존감도 떨어지고, 업무에 지장도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그 친구한테 먼저 대화를 요청했고 이유를 물었어요. 돌아오는 대답은 '너가 싫은데 그 이유를 모르겠다.' 였어요. 남들이 자기한테 장난치고 놀리고 하는거는 웃어 넘길 수 있는데, 제가 장난 치는거는 자기를 비하하는거 같다고 싫다고 하더군요. 근데 진짜 이 부분에서 어이가 없는게 저는 다른 사람 만큼 수위를 높게해서 장난 친적 한 번도 없었고, 욕도 한적 없었고, 장난이라고 해봤자 정말 사소한 것들 뿐이었어요. 진짜 황당했지만, 당하는 사람이 기분 나쁘면 폭력이라고 하던가요... 더 자중하겠다고 하고, 그 친구도 노력한다고 하고 마무리 되었어요.

제 입장에서는 그 친구가 가해자 였지만 첫번째 대화에서는 제가 가해자고, 그 친구가 피해자인 채로 마무리 되었어요. 근데 그 친구가 덧 붙인 한마디가 너무 어이 없었어요. 자기가 기분 나쁠 때는 제가 한 없이 싫어지고, 기분 좋을 때는 또 괜찮으니 기분 좋을 때만 다가오라고 하는 거죠. 이 때 손절 했었야하는데, 바보같이 현장 실습 끝날 때까지는 좋은 관계로 있어야지라는 생각에 수용했었어요.

그 이후, 그 친구의 무시와 저의 대화 요청, 친구의 노력하겠다는 말 이런 패턴의 반복이었어요. 친구는 항상 노력하겠다 라는 말만하고 한번도 노력하지 않은 것처럼 보였죠. 그리고 그게 팩트였네요. 말로만하는 노력이더라고요.

항상 대화도 제가 먼저 시도했고, 저는 그 친구를 먼저 배려했었는데, 그게 저의 내면을 좀먹을지는 꿈에도 몰랐어요. 가장 친한 친구가 이유도 모른채 내 행동이 싫다고 하는데 행동 하나 하나 숨쉬는 것까지 그 친구를 배려해서 조심하게되더라고요. 제 자존감은 그렇게 바닥을 쳤고, 공황장애까지 생겼어요. 그제야 저는 손절을 결심할 수 있었어요. 가장 친했던 친구를 보내기 힘들어서 혼자 매달렸다는 걸 그제야 깨달았거든요. 대학교 친구들은 둘 사이 일을 몰라서 매일 둘을 엮어서 말하곤 했어어요. 그래서 사정을 말하고, 내가 힘들어서 너희랑 연락 못하겠다고, 좀 숨통이 트이면 연락하겠다고 했었죠.

그리고 마지막으로 그 친구한테 물어봤어요. 너 나랑 관계 개선할 의지가 있니? 그 친구는 있다고하더라고요. 그래서 그건 친구로서 나와의 관계를 개선하고 싶은거야? 아님 그저 너가 현장 실습하면서 불편해서 개선하려는 거야? 라고 물어보니 후자라고 대답하더군요. 이 때, 진짜 인생 헛 살았나 싶더라고요.

저는 진짜 친구 관계를 개선하고 싶어서 여러 사람들에게 조언도 구해보고 할 수 있는 노력은 다 했는데, 그 친구는 아니었다는걸 알게된 순간 제 세상이 무너지는 줄 알았어요. 그 만큼 그 친구를 친구로서 많이 좋아했다는 거겠죠.

저희 둘을 모두 아는 지인과 그 친구를 모르는 지인에게 최대한 객관적으로 이 상황을 전달하면서 조언을 구한적이 있었는데, 돌아오는 답변은 모두 같았어요. '그 친구가 너 질투하는거다.' 아무리 생각해도 제가 그 친구보다 성적도 안좋고, 영어도 못하고, 스펙도 딸리는데, 그 친구가 질투할 만한 부분이 전혀 없었거든요.

근데 마지막 대화에서 그 부분을 알게되었어요. 제가 의사소통이 잘 안되는 친구를 도와주려고 나서던게 싫었대요. 처음에는 편하고 좋았는데, 나중에는 싫었다고 하더라고요. 제 입장에서는 주변 사람들이 자꾸 저한테 통역해달라는 식으로 몰아가니까 여러 번 도움을 준건데, 싫었대요. 그럼 싫어졌을 때 말하면 될 것을 마지막까지 이유 없이 싫다고 끌고왔네요.

그 뒤로, 더 이상 관계 개선할 힘 조차 나지 않아서 그렇게 손절 엔딩으로 갔어요. 현장 실습 6개월이 이렇게 길게 느껴질 줄은 몰랐네요.

친구 관계에서 끝까지 가보면서 느낀 게, 진짜 안되는건 안되는 것이더라고요. 그리고 친구랑 아무리 많은 시간을 보냈다고 하더라도 서로에 대해서 아는게 많더라고 해도, 생각의 방향과 마음의 크기가 같을 수는 없더라고요. 친구가 제가 하는건 뭐든지 하려고해서 그냥 저랑 같이 하고 싶어서 그런 줄 알았는데 그게 단지 질투의 일종이었다니 허탈하기도하고요.

그 친구와 손절한 뒤로, 자존감 회복과 공황장애 치료에 집중했고요, 지금은 제 인생 나름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그 동안 상처 많이 받았는데, 비싼 수업료 내고 인간 관계에 너무 연연하지 않는 법, 손절해야하는 사람에 대해 배웠다고 생각합니다.

다들 인간 관계에 대해 고민이 많으시던데, 이런 경우도 있구나 하고 읽어주셨으면 좋겠네요. 마지막으로 드릴 당부는, 자신을 갉아먹는 친구는 절대로 친구가 아니라는것을 명심하셨으면 해요.
친구라면 절대로 나를 잃게 만들지 않아요. 절대.



추가+++++

속 앓이만 하고 있던 일의 전말을 처음으로 글로 써내려봤어요.

부족한 글 솜씨이지만 읽어주시고 따뜻한 말씀들 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따끔하게 조언해 주신분도 감사합니다.

여러분들 같은 사람들 덕분에 제가 많이 괜찮아질 수 있었던것 같아요.

모두 고마워요.